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บทที่ 841 - บทที่ 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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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1화

그 질문에 윤하경은 한동안 대답을 하지 못했다.아까 강현우가 내뱉었던 말은 솔직히 윤하경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강현우라면 언제나 자기 뜻대로 모든 걸 밀어붙이는 사람이었기에, 이렇게 갑자기 이성적이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니까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다.이런 생각이 드는 자신이 스스로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어 윤하경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하석호도 말을 잇지 않고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리고 깊게 한 모금 들이마신 뒤 천천히 연기를 내뿜었다.며칠 동안 머릿속이 복잡하고 힘들었는데 이제서야 뭔가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그래서인지 그의 어깨도 조금은 가벼워진 것처럼 보였다.하석호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윤하경을 바라봤다.“네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조금 더 천천히 생각해 봐.”윤하경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응, 나도 잘 생각해 볼게.”사실 생각해 본들 별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이제 자신과 강현우는 법적으로 부부가 되었으니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 인연을 피할 수 없었다.그런데도 어쩐지, 마음 한쪽에 작은 용기가 생겨났다. 이렇게 도망칠 수 없다면 이제는 한 번쯤 더 용기 내서 맞서보고 싶었다.윤하경의 눈빛이 어느새 또렷해졌다.클럽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온 뒤, 하석호는 이제 일이 잘 마무리됐으니 바로 회사로 돌아가야 했다. 윤하경은 차 안에서 언제쯤 하병철에게 자신과 강현우의 관계를 솔직히 말해야 할지 고민했다.아직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데 어느새 시간이 흘러 하희연의 생일 파티가 다가왔다.하병철은 본래 사치스러운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여느 집안처럼 성대한 생일파티를 하지 않고 젊은 사람들끼리 조용히 즐기라고 내버려두는 편이었다.원래는 하희연이 별장 마당에서 소규모로 파티를 하기로 했지만 결국 장소를 바꿔 하희연이 관리하는 프라이빗 클럽에서 열기로 했다.윤하경이 선물을 들고 도착했을 땐, 이미 안에 사람들이 꽤 모여 있었다. 하희연은 화려한 고급 드레스를 입고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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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2화

윤하경은 자신을 붙잡고 있는 하희연의 손을 잠깐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들어 조용히 물었다.“무슨 일이야?”윤하경의 목소리는 차가웠지만 하희연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언니 모성에 막 왔으니까 오늘 같은 자리에서 알 만한 사람들을 좀 소개해 주려고 해. 다들 언니랑 친하게 지내면 좋잖아?”하지만 윤하경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단호하게 말했다.“관심 없어.”하희연의 주변에 모인 이들은 결국 집안 덕에 모인 부잣집 2세들이란 걸 단번에 알 수 있었기에 굳이 인연을 만들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그녀는 입술을 다물고 덧붙였다.“나 볼일 있어서 다음에 봐.”최대한 예의를 지키며 거절했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희연 주위로 여러 명이 우르르 몰려들었다.한 남자가 다가와 장난스럽게 눈썹을 올리며 말을 건넸다.“희연아, 이분이 네가 말한 그 사촌 언니야? 진짜 예쁘네!”그는 또렷한 인상에 건들건들한 태도로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 유명수입니다.”하지만 윤하경은 그 인사를 받지 않았다. 오히려 하희연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하희연은 웃으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녀를 무대 앞으로 끌고 갔다.하희연은 마이크를 잡고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다들 잠깐만 주목해 줘! 오늘은 내 생일이기도 하지만 특별히 한 사람을 소개하려고 해. 여기 내 사촌 언니 윤하경이야. 앞으로 모성에서 언니를 보게 되면 다들 잘 부탁해!”그리고 환하게 미소 지으며 잔을 높이 들었다.“언니 우리 같이 한잔하자. 이젠 언니도 우리 하씨 집안 식구야.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자.”하희연은 천진난만하고 귀여운 인상이라, 이 말을 하며 한 번 더 눈을 깜빡였다. 겉으론 순수하게 보였지만 윤하경은 하희연의 과한 친절 뒤에 숨은 의도를 읽지 못할 만큼 순진하지 않았다.만약 하병철이 단 한마디로 오해를 풀어줬다고 해서 하희연이 진심으로 다가올 리 없다는 것을 윤하경은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웨이터 쟁반 위에 올려진 술잔을 한 번 바라보고 다시 주변 사람들의 표정을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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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3화

하희연의 곁에서 따라다니던 임서희는 하희연이 무슨 뜻으로 말하는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녀는 곧장 하희연을 향해 손가락으로 OK 사인을 보냈다.“알겠어, 나한테 맡겨.”하희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난 이만 먼저 갈게. 준비할 게 좀 있어서.”그녀는 마지막으로 윤하경을 한 번 돌아보고 비서에게서 건네받은 밍크 코트를 걸친 뒤 파티장을 떠났다.같은 시간, 클럽 최상층.강현우와 하석호는 협약서에 서명을 마치고 있었고 강현우는 느긋하게 하석호를 바라보며 말했다.“하 대표님, 저와 약속한 거 잊지 마세요.”하석호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다가, 농담을 섞어 말했다.“다들 강 대표님이 여자들과 엮이지 않는다는 소문이 자자하던데 오늘은 정말 새삼 다시 보게 되네요.”강현우는 입꼬리만 살짝 올렸을 뿐, 별다른 대답은 하지 않았다.“우린 약속만 지키면 되는 거죠?”하석호가 다시 물었고 강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난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요.”강현우가 서류를 챙겨 일어나자 그가 방을 나서려던 찰나 민진혁이 급히 들어왔다.민진혁이 강현우 귀에 무언가를 소곤거리자 그 말을 들은 순간 강현우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생기더니 재빨리 하석호를 한 번 쳐다봤다.하석호는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그 눈빛에 멈칫했다.“왜 그러시죠? 혹시 협상에 문제가 생긴 겁니까?”하석호는 본능적으로 손에 쥔 계약서를 꼭 움켜쥐며 긴장했다.그러나 강현우는 아무 말 없이 곧장 방을 나섰다.민진혁이 앞장서서 8층 복도를 빠르게 걸었고 결국 두 사람은 클럽 8층의 한 객실 앞에 멈춰 섰다.“대표님, 바로 여깁니다. 아까 우리 직원이 본 바로는...”민진혁은 잠깐 머뭇거리다 조용히 속삭였다.“방금 전에, 윤하경 씨... 아니 사모님이 이 방으로 끌려 들어가는 걸 봤답니다.”강현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방 안을 노려봤고 그의 표정에는 점점 분노가 어리기 시작했다.민진혁은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이미 우리 쪽에서도 사람을 들여보냈습니다.”말이 끝나기가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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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4화

얼마 지나지 않아, 욕실 안에서 남자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그러나 그 고통스러운 외침도 오래가진 못했고 이내 낮고 답답한 신음으로 변했고 방 안까지도 욕실에서 새어 나오는 신음이 또렷하게 들려왔다.강현우는 묵묵히 소파에 앉아 천천히 턱을 만지며 시선이 점점 더 깊어졌다.그는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침대 곁으로 다가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윤하경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강현우는 몸을 숙여 윤하경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 침대 한쪽에 제대로 눕혀주었다.그러고는 이불을 단정하게 덮어주며 그녀를 보호했다.잠시 뒤, 욕실에서 남자가 질질 끌려 나왔다. 그의 얼굴은 이미 원래 모습조차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엉망이었고 입에는 수건이 물려 있어서 이제는 신음조차 제대로 낼 수 없었다.그래도 한 번 당하고 나니 남자는 강현우 앞에서 감히 까불 생각조차 못 하게 됐다.강현우는 침대 곁에서 묵직하게 서서 마지막까지 윤하경의 이불을 정성스레 여며주었다.“이제 말할 수 있겠지?”그는 시선을 한 번도 윤하경에게서 떼지 않은 채 낮게 물었다. 남자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우물우물 무언가 말하려 했다.민진혁이 다가가 남자의 입에 물린 수건을 빼주었다.“이제 말해.”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한 남자는 더는 대충 넘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원래 하씨 집안의 권력 앞에 별 볼 일 없는 단역 배우에 불과했다. 이렇게 무서운 사람이 상대라면 차라리 하희연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며 주저하지 않고 전부 털어놨다.“저, 저를 시킨 건 하씨 집안의 둘째 아가씨였어요. 하희연이 저한테 오늘 밤에 윤하경 씨와 같이 침대에 누워 있으라고 했고 잠시 후에 직접 사람을 데리고 들이닥쳐서 현장을 잡겠다고 했어요. 일이 잘 끝나면 저한테 단역 기회를 주기로 했고요...”남자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한층 더 애절한 표정으로 덧붙였다.“정말입니다, 전 그저 하희연이 시킨 대로 움직인 배우일 뿐이에요. 전부 돈 받고 한 거고 저랑은 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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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5화

하희연은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제 친구가요... 그러니까, 봤다는데...”하병철은 하희연이 머뭇거리며 제대로 말하지 못하자, 희끗희끗한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말할 준비가 안 됐으면 일단 돌아가거라. 생각이 정리되면 그때 다시 와서 이야기해.”그의 목소리는 묵직했고 하희연의 쓸데없는 말에 별로 인내심을 보이지 않았다.하희연은 입술을 꼭 깨물며 속으로 분한 감정을 삼켰다. 분명 자신과 하지안이 진짜 손녀인데 왜 할아버지는 늘 윤하경에게만 각별하게 신경 쓰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이 집안에서 누구나 하병철의 인정을 받으려고 애쓰는데 결국 그중에서도 하병철이 정말로 인정하는 건 하석호 한 사람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윤하경이 들어온 뒤로 하병철이 그녀를 유독 챙기는 모습을 보면 하희연은 점점 더 질투심이 커져만 갔다.“할아버지, 제 친구가... 아니 제가 직접 봤어요. 언니가...”하병철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윤하경이 누구랑 있었단 말이냐?”하희연은 조심스레 시선을 내리깔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언니가 어떤 남자랑 같이 방에 들어가는 걸 봤어요. 두 사람이 밤을 보낼 생각인 것 같았습니다.”말을 마치고 슬쩍 할아버지의 표정을 살폈지만 하병철은 놀라거나 분노하는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저 냉정하게 하희연을 한 번 바라볼 뿐이었다.사실 하희연은 비록 응석받이로 자랐지만 하씨 집안에서 자란 만큼 분위기를 읽는 감각은 있었다. 이번에도 할아버지가 지난번 하지안 일로 인해 자신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속으로는 지난번 하지안의 사건이 너무 허술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번에는 직접 사람을 준비하고 증거까지 만들었으니 자신감이 생겼다.“할아버지, 정말입니다. 만약 제가 거짓말이라도 했다면 앞으로...”“그만해.”하병철이 낮게 꾸짖었다.“여자아이가 공부는 안 하고 맨날 질투에만 휘둘리고... 이런 일, 또 생기면 그땐 용서하지 않을 거다.”평소에는 온화했던 할아버지지만 한마디만으로도 하희연은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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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6화

“혹시나 소문이라도 나면 하씨 집안의 명성에 흠집이 날까 봐요.”하희연은 마치 집안을 생각해서 조심스러운 척하며 할아버지를 바라봤고 하병철은 그런 손녀를 한참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네가 많이 컸구나. 생각도 제법 깊어졌네. 네 말대로 하자. 가보렴.”하희연은 고개를 끄덕였다.“할아버지, 저랑 이 집사님 먼저 다녀올게요. 아직 확실한 건 없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말을 마친 하희연은 할아버지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한 뒤, 곧장 등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그녀는 돌아서는 순간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그 시각, 클럽 객실 안.강현우는 셔츠만 입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의 시선은 계속 곁에서 자고 있는 윤하경에게 머물러 있었다.윤하경의 얼굴은 눈을 감고 가만히 잠든 모습조차 아름다웠다. 긴 속눈썹이 가끔 떨릴 때마다 무슨 꿈을 꾸는지 인상까지 살짝 찌푸렸다.윤하경이 자면서 몸을 살짝 돌려 강현우 쪽으로 가까워졌고 강현우는 미간을 살짝 올리며 시계를 한 번 확인한 뒤, 곧장 문 쪽을 바라봤다.그 순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세차게 열렸고 놀란 윤하경은 자다 말고 잠시 몸을 움찔했다.문을 열고 들어선 하희연은 침대 위에 나란히 누워 있는 두 사람을 보자 잠시 입꼬리를 올렸다. 윤하경이 문 쪽에 가까워서 방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윤하경이 보였고 강현우는 머리만 보일 뿐이었다.하희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이 집사를 돌아봤고 이 집사는 미간을 찌푸리며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하희연은 냉소적으로 콧방귀를 뀌며 뒤따라온 경호원들에게 명령했다.“뭐해? 가서 우리 언니 좀 깨워드려.”그녀는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여유롭게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좁게 뜬 눈으로 침대 위 윤하경을 바라보면서 이 집사에게는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윤하경은 천천히 눈을 뜨며 침대 곁에 늘어선 건장한 남자들을 보고 순간 당황했다.“저기... 누구세요?”하희연은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윤하경,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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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7화

하희연은 이미 모든 상황을 대비해 둔 듯, 여유롭게 윤하경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럽시다. 윤하경, 나도 궁금하니까. 그 남자가 누구인지 한번 보자.”‘남자?’윤하경은 그제야 침대에 누군가 더 있다는 걸 깨달았고 고개를 돌려 이불 사이에 숨어 있는 남자를 바라봤지만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하희연이 꾸민 판에 끼워 맞춘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그녀는 자신의 옷차림이 흐트러지지 않고 멀쩡한 걸 확인한 뒤, 속으로 안도했다.이 집사는 침대에 누워 꼼짝하지 않는 남자가 수상해 눈살을 찌푸렸다.“저 사람 끌어내.”경호원들이 다가가려던 그때, 남자가 스스로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차가운 인상과 동시에 여유 있는 미소가 번졌다.“저 찾으셨어요?”강현우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지자, 모두가 순간 얼어붙었고 윤하경도 너무 놀라 강현우를 바라봤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그가 있을 수 있는지, 한동안 믿기지 않았다.그녀가 뭐라 묻기도 전에 하희연이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뭐야, 강 대표님이 왜 여기 있어요?”강현우는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오며 미소를 머금은 채 대답했다.“하희연 씨 생각에는 여기 누가 있어야 정상이라고 생각했죠? 혹시 엑스트라라도 기대한 건가요?”그의 말에 하희연은 자신의 당황한 표정을 감추려 애쓰며 괜히 이 집사를 힐끔 바라봤다.“저는 그저... 강 대표님 같은 분이 몰래 이런 자리에 있다는 게, 아무래도 신분에 어울리지 않아서 좀 놀랐을 뿐이에요.”하희연은 그렇게 말하며 두 사람을 마치 부적절한 관계로 몰아가려 했다.윤하경은 그 소리를 듣자 속으로 피식 웃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하는 말이 너무 우스웠다.강현우는 단추를 잠그며 짧게 웃었다.“몰래라니 이런 얘기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거 보니 하씨 집안 교육이 남다른가 보네요.”그 한마디에 하희연은 기분이 상해 더 이상 뭐라 말하지 못했다.“강 대표님부터가 그런 행동을 안 하셨으면 저도 굳이 이런 말 안 했을 거예요...”이 집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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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8화

이 집사는 굳은 표정으로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강현우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침대 곁으로 가 조용히 자신의 재킷을 집어 들고 단정하게 입었으며 길고 뚜렷한 손가락으로 차분히 단추까지 모두 채운 뒤, 이 집사를 바라봤다.“이 일은 당연히 어르신께 직접 설명해 드릴 생각입니다.”강현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앞장서 주시죠.”강현우의 온몸에서는 흔들림 없는 자신감과 여유, 그리고 타인을 압도하는 기운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지금 상황에선 마치 ‘불륜남’으로 오해받을 만한 입장임에도, 조금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이 집사는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강현우를 바라보다가, 곧 윤하경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하경 씨, 하경 씨도 어르신 앞에서 오늘 일에 대해 분명하게 말씀하셔야 할 겁니다.”윤하경은 손가락을 꽉 움켜쥐었다. 사실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 아니었기에 웬만하면 평정심을 지킬 수 있었지만 오늘은 상황이 달랐다. 만약 침대 위에 누워 있던 사람이 강현우가 아니었다면 아무렇지 않게 대응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당황스러웠다.둘 사이가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면 떳떳했겠지만 이미 서로의 관계는 더 깊어졌고 심지어 이제는 ‘합법적’이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불안했다.윤하경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강현우를 바라봤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그리고 왜 침대 위에 강현우가 있었는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아까 하희연의 반응으로 봐도, 정황을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정말로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건 강현우뿐이었다.하지만 이 집사가 버티고 있는 한, 궁금한 걸 직접 물어볼 수도 없었다. 강현우는 그런 윤하경에게 살짝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더니 여유롭게 먼저 방을 나섰다.윤하경은 강현우와 같은 차를 타지 않고 오히려 하희연이 자연스럽게 같은 차에 올라탔다. 거기에는 경호원 한 명도 함께 있었다.차 안, 뒷좌석에 앉은 하희연은 곁눈질로 윤하경을 쏘아봤다.“생각보다 대단하네. 네가 이런 수를 쓸 줄은 몰랐어.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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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9화

하씨 저택, 하병철이 머무는 정안원.평소라면 사람 그림자도 드문 이곳이 오늘따라 북적거렸다.강현우는 하병철 앞에 조용히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하 회장님.”하병철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진중한 얼굴로 강현우를 바라봤다. 잠시 뒤, 이 집사가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다가와 하병철 곁에 서서 조용히 몇 마디를 속삭였다.하병철의 얼굴은 한층 더 굳어졌고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강현우를 조용히 노려봤다.대청 안의 분위기는 그의 침묵만큼이나 무거워졌다.한참 뒤, 마침내 하병철이 입을 열었다.“강 대표, 이번 일... 이쯤 됐으면 뭔가 설명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강현우는 눈썹을 살짝 올리며 담담하게 대답했다.“모든 잘못은 제 책임입니다. 회장님께서 원하시는 방식이 있다면 뭐든 받아들이겠습니다.”이 예상치 못한 대답에 윤하경은 놀라서 강현우를 바라봤다. 설마 이렇게까지 순순히 자신이 책임진다고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강현우의 의도를 어렴풋이 짐작하게 된 순간, 윤하경의 손가락이 저절로 움켜쥐어지고 마음이 복잡해졌다.하병철은 무거운 눈빛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이내 책상 위 찻잔을 집어 들고 찻잎을 살짝 젓고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강 대표, 우리 하씨 가문은 아무나 들일 만큼 만만한 집안이 아니네. 이번 일을 확실하게 책임지지 못하면 내가 이 늙은 몸 바쳐서라도 강한 그룹을 가만 두진 않을 거야.”윤하경은 놀람과 동시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사고가 이렇게 커졌으니 하병철이 자신에게 실망했을까봐 걱정했지만 막상 들어온 순간부터 단 한 번도 자신을 책망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끝까지 강현우에게만 책임을 물으며 자신을 감싸주는 말만 해줬다.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그럴수록 윤하경의 마음에는 고마움과 동시에 미안함이 더 깊게 밀려왔다.이때,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하희연이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섰다.“할아버지... 그래도 이런 일은 언니한테도 직접 물어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하희연은 하병철이 윤하경을 전혀 탓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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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0화

강현우는 하병철의 말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는 표정이었고 그때 하병철이 차갑게 말했다.“희연아, 여긴 네가 더 이상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그만 들어가 봐라.”“할아버지!”하희연은 아직 윤하경이 제대로 혼나지도 않은 채 상황이 마무리되는 게 억울해서 발을 동동 구르며 투정을 부렸지만 하병철은 단 한 번도 그런 아양을 받아준 적이 없었다.하병철이 묵직한 나무 소파에 앉아 있다가 고개를 들어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자, 하희연은 결국 한 발짝 물러서며 움찔했다.이를 악물고 돌아서긴 했지만 등 뒤로 남아 있는 아쉬움과 분함이 그대로 드러났다.하희연이 나가자, 하병철은 이 집사를 슬쩍 바라봤고 이 집사는 재빠르게 상황을 파악해 방 안에 남아 있던 다른 사람들을 모두 내보내더니 윤하경에게도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하경 씨, 잠시만 나가 계셔야겠습니다.”윤하경은 망설이듯 잠깐 머뭇거리다가 강현우를 한번 바라봤고 이 집사는 다시 한번 난처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부디 저를 곤란하게 만들지 말아 주세요.”결국 윤하경은 조용히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막상 문을 나서고는 곧 멀리 가지 못하고 문 옆에 조용히 멈춰 섰다. 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는 바깥에서 옷깃을 여미며 안의 기척에 귀를 기울였지만 대청이 너무 넓어 안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지 도무지 들을 수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한 하인이 나와서 조용히 말했다.“하경 씨, 회장님께서 옆방으로 오라고 하십니다.”윤하경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하병철이 왜 자신을 따로 부르는지 알 수 없어 더 불안해졌지만 어쩔 수 없이 지시대로 조용히 옆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도 자꾸만 대청 쪽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대청에서는 하병철이 강현우를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다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강 대표, 이제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보게.”강현우는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회장님도 아시겠지만 이미 현장에 기자들이 들어와 사진을 찍었습니다.”하병철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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