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우는 자신이 지금 어떤 힘을 가졌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는 할 말을 마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나섰다. 그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 강호석은 참지 못하고 탁자 위에 있던 찻잔을 힘껏 내던졌다.도자기가 바닥에 부딪히며 맑고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그러나 분노가 지나가고 나자 강호석은 한순간 맥이 풀린 듯 소파에 주저앉았다.그는 문득 어린 시절의 강현우를 떠올렸다. 한때는 언제든 손아귀에서 놀릴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아이였다. 하지만 어느새, 자신도 모르는 새에 그 아이는 이제 자신과 맞설 수 있을 만큼 성장해 있었다.이제는 나이가 들어가는 자신이 그와 제대로 겨룰 수 있을지조차 확신이 서지 않았다.밖으로 나온 강현우는 대문 앞에 서 있었고 이때 유호천이 황급히 달려왔다.“어때, 할아버지는 뭐라고 하셨어? 그리고 지연이랑 하경이는 괜찮은 거야?”유호천이 다급하게 한꺼번에 쏟아내는 질문에 강현우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차가운 바람이 그가 입은 롱코트를 날카롭게 흔들었다. 강현우는 차에 오르지 않고 차 문에 몸을 기대선 채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고 한 모금 깊게 들이마신 뒤 연기를 내뿜고서야 유호천을 바라봤다.“호천아, 네 생각에는 강한 그룹이랑 강현민, 할아버지는 과연 누구를 고를 것 같냐?”유호천은 그의 말에 잠깐 멍해졌다가 곧 실소를 터뜨렸다.“야, 형 진짜 판을 제대로 벌이네?”유호천은 어릴 적부터 강현우의 집안 사정을 대략 들어왔기에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해 보이는 그 집안이 실은 얼마나 뒤틀리고 망가졌는지 잘 알고 있었다.실제로 강씨 집안의 자식들은 대부분 제멋대로인 부잣집 도련님들이었다.그중에서도 강현우는 독보적으로 모든 걸 다 가진 사람이었다. 하지만 정작 집안 어른들은 그를 두려워할 뿐, 그에게 마음을 열거나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강현우 아버지의 죽음 이후, 분위기는 더 심각해졌다.유호천은 조용히 한숨을 쉬고 강현우에게서 담배 한 개비를 받아 물었다.“그래, 뭐 형이 어떻게 놀든 나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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