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981 - Chapter 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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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1화

강시윤이 가벼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안 그래?”강시윤은 겉으로는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 눈빛 너머에 감춰진 계산과 거리감을 누구라도 쉽게 느낄 수 있었다.강현우는 눈썹만 살짝 올릴 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누가 보아도 이 자리에서 누구에게도 일말의 체면을 줄 생각이 없다는 태도였다.강시윤은 맥이 빠진 듯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가 펴더니 순간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스쳤다. 그래도 분위기를 더 험악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는지, 이내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집사는 서류를 다시 집어 들고 말을 이었다.“그리고 회장님께서는 경원 도련님에게도 보상하겠다고 남기셨습니다. 강성 지점은 앞으로 경원 도련님이 맡아 운영하게 될 것입니다.”하지만 이 말을 들어도 강경원과 강호준은 전혀 기쁘지 않았고 둘의 시선은 여전히 강현우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반면 강현우는 도발적이고 여유로운 미소를 띤 채, 두 사람을 아예 무시하고 있었다.그동안 여러 모멸을 참아왔던 한선아는 오늘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기세였다.그녀는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아 냉소를 머금었다.“결국 아버지도 누가 이 집안을 이끌 자격이 있는지 알았던 거네요.”그녀의 목소리에는 오랜 울분을 풀어내는 통쾌함이 묻어났다.“이젠 더 이상 눈치 볼 필요도 없고 누구 비위 맞춰 줄 일도 없겠네요.”집사는 그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준비된 TV 화면을 켰다.화면에는 돌아가시기 전 강호석이 남긴 영상이 재생됐다. 영상 속에서 강호석은 유언장에 대한 진위와 본인의 의사를 직접 확인했다.“그리고 소훈의 죽음에는 그때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있었다. 내가 세상을 뜬 뒤 소훈의 위패도 가족 사당으로 옮기도록 해라.”영상은 그 말을 끝으로 종료됐다.윤하경은 ‘강소훈’이라는 이름이 언급되는 것을 듣고도 누군지 쉽게 떠올리지 못했다.그녀가 조용히 고개를 들어 강현우를 바라봤을 때, 늘 아무 표정도 없던 그의 얼굴에 잠시 알 수 없는 감정이 스쳤다.한선아 역시 TV를 보던 얼굴이 금세 굳어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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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2화

윤하경은 두 사람 사이가 묘하게 긴장된 걸 느끼고 잠시 멈춰 섰다.아까 언급된 ‘강소훈’이라는 사람이 아마 강현우의 아버지겠거니 짐작했다.강현우와 한선아의 대화에 뭔가 미묘한 분위기가 감돌았지만 대가족의 속사정은 굳이 깊이 알고 싶지 않았다. 특히 한선아가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걸 잘 알기에 쓸데없이 가족의 비밀을 알았다가 괜한 미움만 더 살까 조심스러웠다.윤하경은 알아서 분위기를 읽고 강현우에게 조용히 말했다.“두 분 이야기 더 나누세요. 저는 좀 추워서 차에 가 있을게요.”그렇게 말하고 손을 놓은 뒤, 자연스럽게 차로 가서 문을 열고 들어가 앉았다.차 밖에서는 한선아가 강현우를 또렷하게 바라봤다.“왜 미리 나한테 상의하지 않았어?”그녀의 목소리에는 다소 나무라는 기색이 담겨 있었다.강현우는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제가 굳이 모든 걸 어머니께 말씀드릴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그러고는 손짓으로 한선아의 손을 살짝 뿌리치며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원하시던 대로 다시 집에 돌아왔는데 이제 또 뭐가 마음에 안 드세요?”한선아는 잠깐 할 말을 잃은 듯 침묵했다가“나는 그저 네가 무슨 일이든 혼자 감당하지 않았으면 해서 그래. 앞으로 중요한 일은 상의하고 하자.”강현우의 얼굴에는 여전히 냉소가 남아 있었다.“과연 그러셨을까요. 하지만 지금까지도 다 제가 혼자 버텨온 거, 어머니도 잘 아시잖아요.”한선아는 입술을 꾹 다물고 잠시 아들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물었다.“현우야, 너 혹시 뭔가 알고 있는 거니?”한선아는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강현우는 대답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그리고 몇 걸음 옮기다가 다시 돌아서서 말했다.“아, 저 하나만 여쭤볼 게 있습니다.”한선아가 고개를 들자 강현우는 낮고 또렷하게 말했다.“예전에 하경이가 유산했던 일, 어머니께서 하신 거죠?”질문이 아니라, 단정하는 어조였다.그러자 한선아는 차갑게 웃었다.“이제 와서 내 죄를 묻겠다는 거냐?”강현우는 더욱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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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3화

강현우가 윤하경을 한번 흘겨보고는 조용히 돌아서서 떠났다. 윤하경은 강현우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멍하니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고 긴장이 풀리자 온몸에 힘이 빠졌다.강현우가 다시 집안을 이끌게 됐지만 윤하경은 그게 정말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속으로는 아직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잠시 생각에 잠긴 뒤, 윤하경은 옷을 갈아입고 회사에 갈 준비를 하려고 방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막 옷을 다 갈아입으려던 참에 전화가 울렸다. 처음 보는 번호라 망설였지만 계속해서 전화가 걸려 왔다. 세 번째로 전화가 왔을 때, 뭔가 급한 일인가 싶어서 결국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세요?”상대방이 곧장 대답했다.“윤하경.”바로 한선아의 목소리였다.아까 막 만났는데 또 무슨 일로 전화를 하나 싶어서 윤하경은 조금 경계심이 들었다. 한선아와 만나서 좋은 일이 없었으니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딱딱하게 나갔다.“무슨 일이세요, 사모님?”그러자 한선아가 비웃듯이 말했다.“사모님? 전에는 그렇게 부른 적 있었나?”윤하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윤하경은 입술을 다물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차마 어머니라고 부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름을 부를 수도 없고...’한때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어머니라고 부르라는 말, 윤하경으로서는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잠시 침묵이 흘렀고 한선아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지금 당장 본가로 와.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저 방금 집에 들어왔는데요? 무슨 일이신지 전화로 말씀하시면 안 될까요?”아까 강현우가 요즘 조심하라고 했던 말이 떠올라서 본능적으로 거절하고 싶었다.“윤하경, 네가 네 주제를 제대로 모르는 것 같은데? 이제 현우랑 혼인신고까지 했으니 내가 어쩔 수 없지만 지금 나는 네 시어머니야. 나한테 이 정도 예의는 갖춰야 하지 않겠니?”한선아의 목소리에는 자존심과 오만함이 가득했다.윤하경은 차분하게 말했다.“필요한 일 있으시면 현우 씨한테 직접 말씀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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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4화

가는 길에 윤하경은 강현우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물론 집에 있던 도우미나 경비원이 강현우에게 바로 알릴 테지만 직접 연락을 해두는 게 마음이 놓였다.휴대폰을 챙긴 뒤, 윤하경은 조용히 검은 벤츠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차가 강씨 저택 뒷문에 멈춰 섰다. 정문은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한선아는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뒷문으로 들어오게 한 듯했다.잠깐 현관 앞에 서서 마음을 다잡은 윤하경은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오전에 입었던 검은 옷은 벗고 차분한 분위기의 오피스룩으로 갈아입은 모습이었다. 이 덕분에 한결 또렷하고 당당해 보였다.한선아가 그녀를 바라보며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누가 봐도 인정할 만큼, 윤하경은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어느 각도에서 봐도 서울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눈에 띄는 외모였다.하지만 집안 배경이 약하다는 점이 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이제 와서 그런 걸 따져봐야 아무 소용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게다가 두 사람이 이미 결혼까지 해버렸으니 생각할수록 속이 뒤집혔다.그래도 자기 아들만큼은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늘 한선아의 고민이었다. 어릴 때부터 강현우는 워낙 자기주장이 뚜렷했고 어머니가 나설 틈도 별로 없었다. 가끔은 이렇게 잘난 아들이 과연 자기한테 좋은 건지 아닌지 헷갈릴 때도 있었다.윤하경이 다가가자 한선아는 표정을 가라앉히며 다도 세트 너머 의자를 가리켰다.“앉아.”윤하경은 한 번 찻잔을 바라보고는 잠시 망설이다가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무슨 말씀인지 빨리 말해 주세요. 저도 할 일이 좀 있어서요.”한선아가 비웃듯 말했다.“무슨 일이 그렇게 바쁘니? 그 전에 네가 세운 조그만 회사 일?”이 말이 윤하경에겐 달갑지 않았다.그녀는 입꼬리를 내리며 대답했다.“오랫동안 꼭대기에만 계셨으니 저희 같은 작은 회사는 별거 아닌 걸로 보이시겠죠. 그래도 저희 회사 덕분에 몇십 명이 일하고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거든요. 저한텐 그걸로 충분해요.”한선아가 윤하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말은 여전히 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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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5화

‘보상’이라는 말이 한선아 입에서 나오자 윤하경은 어쩐지 낯설게 느껴졌다.그래서 윤하경은 입술을 살짝 깨문 채, 잠시 뜸을 들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어떤 보상을 말씀하시는 건가요?”한선아는 손을 들어 이 집사를 불렀다. 그러자 이 집사는 조용히 들어와 상자 하나를 윤하경 앞으로 내밀었다.이때 한선아가 턱짓으로 상자를 가리켰다.“한번 열어보렴.”윤하경은 딱히 거절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었다. 상자 안에는 맑은 녹색이 감도는 최고급 에메랄드 팔찌가 들어 있었다.그 아래에는 수표 한 장이 놓여 있었고 윤하경은 숫자를 보고 한순간 눈을 크게 떴다. 288억 8천8백88만 적은 돈이 아니었다.윤하경은 상자를 닫지도 않은 채 한선아를 바라봤다.“이게 무슨 뜻이죠?”한선아가 조용히 설명을 이어갔다.“이 팔찌는 원래 현우 외할머니가 나에게 물려주신 거야. 내 딸에게 주라고 하셨지. 근데 나는 아들이 하나뿐이라, 이제 네가 가져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 그리고 저 수표는... 네가 현우와 결혼식을 어떻게 올릴지 아직 모르지만 내가 시어머니로서 네게 주는 결혼 예물이야.”한선아는 윤하경을 바라보며 이제는 예전처럼 적대감이 그리 짙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윤하경은 문득 한선아를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미간을 좁혔다.마음속으로 여러 생각이 오갔지만 한선아는 그런 윤하경을 보며 낮게 웃었고 여전히 특유의 도도한 사모님다운 태도였다.“왜, 또 뭐 꿍꿍이가 있나 싶어서 겁나니?”어딘가 낮은 웃음이 섞인 목소리였다.“걱정하지 마. 네가 이제 경화랑 정식으로 부부가 됐는데 내가 굳이 못되게 굴 이유가 있겠니?”윤하경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상자를 다시 한선아 쪽으로 밀었다.“사모님, 아니 한선아 여사님. 고마운 마음은 알겠지만 이런 건 받을 수 없어요.”한선아는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왜, 내 선물이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래?”윤하경이 막 대답을 하려는 찰나, 마당 쪽 문이 갑자기 열리며 강현우가 성큼성큼 들어섰다. 차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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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6화

강현우는 윤하경을 밖으로 끌어내며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내가 오지 말랬잖아.”윤하경은 억울하다는 듯 입술을 내밀었다.“그러게요, 현우 씨 어머님이 보디가드를 잔뜩 데려와서 왔는데 제가 어쩌겠어요? 거절했다가 억지로 끌려가기라도 하면 누가 사진이라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면 시댁이랑 사이 안 좋다는 소문이 금세 퍼질 텐데요. 솔직히 우리 결혼 소식은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지만 오늘 장례식장에서 함께 있는 걸 본 사람들은 다 알 거예요. 조금만 알아보면 금방 퍼질 텐데 괜히 시끄러워지는 건 싫어요.”강현우는 그런 윤하경의 억울한 표정을 한참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만 좀 연기해.”강현우는 곧바로 눈을 흘기며 덧붙였다.“요즘은 그냥 조용히 지내. 할아버지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됐고 집안이 지금 뒤숭숭한 때니까.”윤하경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어요.”그런데도 강현우가 한참을 바라보자 윤하경은 얼른 환하게 미소 지으며 다시 말했다.“진짜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같은 일 두 번 다시 없을 거예요.”강현우는 그녀의 그런 태도에 마지못해 고개를 돌리고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어 차 앞으로 함께 걸어갔다.두 사람이 차에 타려던 순간, 이 집사가 허둥지둥 뛰어와 두 사람을 불렀다.“잠깐만요!”윤하경은 멈춰서서 돌아봤다. 그때 이 집사는 강현우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였는데 얼마 전 한선아가 윤하경을 억지로 데려가 가뒀던 일 때문에 강현우에게 혼이 난 뒤로는 그 앞에서 항상 눈치를 보게 된 것이다.이번에도 이 집사는 손에 들고 있던 상자를 윤하경에게 건네며 말했다.“이건 사모님께서 꼭 드리라고 하셨어요.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윤하경은 상자를 차 안에 두고는 더 말도 안 하고 재빠르게 자리를 떴다.상자를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윤하경은 잠시 머뭇거렸다. 받자니 부담스럽고 돌려보내자니 더 복잡해질 것 같았다.그래서 그녀는 고개를 들어 강현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이거, 어떻게 할까요?”강현우는 별생각 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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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7화

이 집사는 그 말에 듣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한선아 뒤에 서 있던 이 집사의 눈빛에는 잠깐 알 수 없는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회사에서 윤하경은 책상 위에 놓인 상자를 한참 바라보다가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하고 그만 한쪽으로 밀어두었다.이미 한 번 겪은 일이기에 한선아와 불필요하게 얽히고 싶지 않았다. 상자는 언젠가 적당한 시기가 오면 돌려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오후 내내 일에만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퇴근 시간이 되었고 요즘 강현우가 바쁘다는 걸 알기에 연락하지 않고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저녁을 먹으면서 소지연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소지연은 바쁘다며 전화를 급히 끊었다.전화기 너머로 들린 남자 목소리는 익숙하지 않았다. 강현우가 아니라는 걸 직감한 윤하경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피식 웃었다. 소지연은 언제나 자기감정에 솔직한 사람이니 자신이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그렇게 혼자 저녁을 먹고 방에 올라가 쉬기로 했다. 잠들기 전에는 집사에게 부탁해 강현우를 위해 건강 보양탕을 끓여 달라고 했다.그리고 푹 자고 나니 어느새 아침이 밝았다.윤하경은 잠에서 깨어 침대 옆을 더듬었지만 곁은 차가웠고 강현우가 돌아오지 않은 줄 알았다.조용히 한숨을 쉬고 옷을 갈아입은 뒤 아침 식사를 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계단을 내려서자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고 있는 강현우가 보였다.각 잡힌 슈트 차림에 날카로운 인상, 얼핏 보면 밤새 잠을 못 잔 사람 같지 않았다.윤하경은 조용히 그의 맞은편에 앉았고 집사가 미리 차려둔 아침을 내왔다.“어젯밤에는 안 들어온 줄 알았어요.”강현우는 커피잔을 잠시 내려놓고 윤하경을 바라봤다.“새벽에 들어왔어. 네가 깊이 자고 있길래 일부러 안 깨웠지.”윤하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음식을 입에 넣었고 뭔가 더 말하고 싶었지만 강현우는 이미 식사를 마쳤다.“나 먼저 나갈게.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 내 전화가 안 되면 민진혁한테 연락해.”윤하경이 대답할 새도 없이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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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8화

윤하경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그리고 말을 끝내고 식탁에서 일어나 자리를 정리했다. 집사가 아직 손도 대지 않은 아침 식사를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아침 식사 안 하시겠어요?”윤하경은 고개를 저었다.“네, 안 먹을래요. 치워 주세요.”윤하경은 곧장 계단을 올라가 옷을 갈아입고 회사를 향해 나섰다.운전대를 잡고 회사로 가는 길 그녀의 머릿속은 복잡한 생각으로 가득했다.‘강현우, 대체 왜 나한테 거짓말을 했지?’전방을 멍하니 바라보다 무의식중에 손끝으로 핸들을 두드렸고 조용한 차 안에서 작은 소리만 울렸다.그때 뒤차가 경적을 울리며 신호가 바뀌었음을 알렸다. 정신이 번쩍 든 윤하경은 서둘러 차를 출발시켜 신호를 건넜다.회사에 도착해 책상에 앉으니 임세연이 막 내린 따뜻한 핸드드립 커피를 들고 다가왔다.“대표님, 커피입니다. 직접 내렸어요.”“고마워, 세연아.”윤하경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건성으로 대답했다.임세연은 조심스럽게 커피를 내밀며 윤하경을 바라봤다.“대표님, 혹시 어디 편찮으세요? 오늘 좀 많이 걱정돼 보여서요.”자신이 이렇게 티가 났나 싶어, 윤하경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괜찮아. 별일 없으니까 신경 쓰지 말고 네 할 일 봐.”“네, 알겠습니다.”임세연은 하이힐 소리를 남기며 조용히 자리에 돌아갔다. 자리로 돌아온 임세연은 컴퓨터를 켜고 습관처럼 뉴스를 확인했다.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강현우와 강호석의 사진이 함께 실린 기사였다.[강호석 회장 별세, 강현우 대표 복귀!]임세연은 한동안 화면 속 강현우의 사진을 바라봤고 그를 바라보는 임세연의 눈빛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스쳐 갔다.“진짜 강한 그룹 대표라니...”임세연은 혼자 중얼거리며 다시 슬쩍 사무실 쪽 윤하경을 힐끗 바라보았다.‘진짜 복도 타고나는구나. 강현우 같은 사람 아내라니...’부러움이 가득 담긴 눈빛은 이내 내려앉고 다시 일에 집중했다.하루는 바쁘게 흘러 어느새 퇴근 시간이 되었다.윤하경은 핸드폰을 들여다봤지만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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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9화

강현우는 무덤덤하게 짧게 대답했다.그는 피곤한 듯 이마를 손끝으로 누르더니 이내 휴대폰을 들어 윤하경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늘은 좀 늦을 것 같아. 기다리지 말고 먼저 쉬어.]메시지를 보낸 직후, 운전하던 민진혁이 백미러를 힐끗 보더니 표정이 살짝 굳었다.“대표님, 뒤에서 누가 따라옵니다.”강현우는 손을 멈추고 흥미롭게 백미러를 바라봤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의 차 뒤로 빨간색 승용차가 바짝 붙어 있었다. 생각해 보니 아까 지하 주차장을 나설 때부터 따라오던 차였다. 그땐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이제야 신경이 쓰였다.“정리하고 갈까요?”민진혁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강현우는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아니 그냥 둬. 누가 먼저 움직이나 좀 보자.”민진혁도 피씩 웃으며 아무 일 없는 척 계속 운전했다. 그리고 뒤따라오는 경호팀에도 괜히 자극하지 말라고 신호를 줬다.차는 곧 한 고급 회원제 클럽 앞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기 전, 민진혁은 빨간 차를 곁눈질로 확인했다. 차 안에는 젊은 여자가 혼자 앉아 있었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시선을 거두고 뒷좌석으로 가서 차 문을 열었다.“대표님, 여자 혼자네요.”“응.”강현우는 짧게 답하고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임세연은 민진혁과 눈이 마주치자 급히 고개를 숙였고 강현우와 일행이 안으로 들어간 걸 보고 나서야 겨우 가슴을 쓸어내리고 차에서 내렸다.입구까지 다가서자 경비원이 그녀를 막아섰다.“안녕하세요, 예약하셨나요?”경비원은 단호한 표정이었다. 평범한 집안에서 자란 임세연에겐 이런 곳이 처음이었다. 이런 곳은 아무 때나 그냥 들어갈 수 있는 줄 알았기에 당황해서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경비원은 그녀가 예약이 없다는 걸 한눈에 알아차렸다. 이곳은 고급 회원제 클럽이라, 출입할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유명 인사나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사람들뿐이었다.그래서 종종 외모가 괜찮은 젊은 여자들이 운 좋게 한 번쯤 기회를 잡아보려고 이곳을 기웃거리기도 했다.경비원은 그런 사람들을 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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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0화

임세연은 아무렇지 않은 척 회장 안을 천천히 돌아다니며 일부러 문이 반쯤 열린 방마다 강현우가 있는지 슬쩍슬쩍 안을 들여다봤다.1층을 다 돌아봐도 보이지 않아서 2층으로 올라가려던 참에 지나가던 두 명의 직원이 조용히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진짜 강 대표님 올 때가 팁이 제일 쏠쏠하지.”그 말을 들은 임세연은 본능적으로 직원들이 나온 방 쪽을 바라보며 발걸음을 멈췄다. 임세연의 얼굴에는 기대와 긴장감이 서렸고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곧장 두 직원을 따라나섰다.얼마 지나지 않아, 임세연은 어느새 직원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와인과 안주가 실린 카트를 밀면서 강현우가 있는 방으로 들어섰다.방 한가운데 소파에는 강현우가 여유로운 자세로 앉아 있었다. 긴 다리를 꼬고 손에는 시가를 들고 있었다. 맞은편 중년 남성과 미소를 주고받으며 누가 봐도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었다.“노 대표님, 특별히 문제없으시면 오늘 바로 계약서에 사인하죠.”노 대표는 의자에 몸을 기대며 느긋하게 웃었다. 임세연은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애써 감추며 카트에 놓인 와인을 조심스럽게 강현우 앞으로 내밀었다.“대표님, 주문하신 와인입니다.”잔잔한 목소리는 시끌벅적한 방 안에서 별로 튀지도 않았다.강현우는 시가를 한 바퀴 돌리며 느긋하게 임세연을 쳐다봤다.“나, 너 어디서 본 적 있지?”임세연은 깜짝 놀라 손이 떨려 와인을 떨어뜨릴 뻔했고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강현우를 바라봤다. 그녀는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람과 반가움이 뒤섞였다.하지만 들뜬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 애써 침착하게 대답했다.“저 낮에는 윤하경 대표님 회사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여기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어요. 지난번에 윤 대표님 회사에 오셨을 때 뵀었거든요.”임세연은 말을 마치고 조심스럽게 한 번 더 강현우를 올려다봤다.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재벌 남자가 평범한 여자에게 관심을 두는 바로 그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는 조마조마함에 긴장감까지 더해졌다. 오늘이 내 인생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떨림이 한꺼번에 밀려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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