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บทที่ 991 - บทที่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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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1화

임세연은 온몸이 전기라도 흐른 듯 깜짝 놀랐다. 심장이 요동쳤지만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수줍고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강현우를 바라봤다.“저... 대표님, 저를 부르신 건가요?”강현우는 재미있다는 듯 시선을 떼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이름이 뭐야?”“임세연입니다.”임세연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런데 강현우는 별다른 반응 없이 흥미를 잃은 듯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가버렸다.순간, 임세연은 혼자 남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 도대체 왜 부른 건지 뭘 하라는 건지 알 수 없어 잠시 당황스러웠다.긴장과 기대가 뒤섞인 채 서 있는데 그때 문밖에서 민진혁이 조용히 나타났다.“임세연 씨, 대표님께서 아래층으로 내려오시랍니다.”심장이 다시 한번 크게 뛰었지만 임세연은 애써 담담한 척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안내 부탁드려요.”민진혁이 앞장서고 임세연은 그를 따라 1층으로 내려가더니 곧 벤츠 차량 앞에 멈춰 섰다.“타시죠.”임세연은 혹시 강현우가 차에 타고 자기를 기다릴지 기대하며 둘러봤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약간 실망스러운 마음으로 잠깐 머뭇거렸다가 결국 차에 올랐다.차는 이내 ‘헤븐’ 클럽 앞에 멈췄다.차에서 내리자 민진혁이 말없이 앞장서서 안내했다. 임세연은 그를 따라 건물 맨 꼭대기까지 올라가더니 한 방 앞에서 멈췄고 안에 강현우가 있다는 걸 생각하니 다시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민진혁은 그런 임세연의 긴장과 기대가 섞인 표정을 본체만체하며 무표정하게 말했다.“대표님께서 회의 중이십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네, 괜찮아요. 천천히 하세요.”임세연은 두 손을 꼭 쥐며 불안하게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뒤에서 여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비켜 봐! 나 알아! 배지훈 여기 있잖아!”“배지훈, 너 당장 안 나와?”진해리가 씩씩거리며 임세연을 밀치듯 지나 방문을 두드렸다.방 안에서 강현우와 마주 앉아 있던 배지훈은 어쩔 줄 몰라 하며 한숨을 쉬었다.“아, 또 왔다 진짜...”강현우는 시선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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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2화

임세연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찰나, 진해리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강현우 방 쪽을 돌아봤다.뒤따르던 배지훈도 멈춰서서 진해리를 바라봤다.“왜, 왜 그래?” 배지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사실 지금 진해리가 임신 중이라 감정 기복이 심해서 그는 사랑스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진해리는 강현우 방으로 들어가는 임세연을 보며 이를 악물고 중얼거렸다.“역시 남자란 놈들, 하나같이 다 똑같아.”배지훈은 속으로 진땀을 흘렸지만 애써 변명했다.“진짜로 난 저 여자 몰라. 그냥 그날 길에서 넘어질 뻔해서 잠깐 손잡아준 것뿐이야.”진해리가 째려봤다.“그래, 그래. 넌 세상에서 제일 착한 남자지. 오늘은 넘어질까 봐 손잡아주고 내일은 애 낳으라고 도와주겠다?”말을 마치기도 전에 진해리는 뒤도 안 돌아보고 차로 가버렸다. 그러자 배지훈은 한숨을 내쉬며 황급히 뒤따랐다.진해리는 곧바로 차에 올라탔고 배지훈이 거의 문손잡이를 잡으려던 순간 쾅 하고 문을 닫아버리고 기사에게 명령했다.“출발해요!”기사는 차 문밖에서 우왕좌왕하는 배지훈을 힐끔 보다가 룸미러로 진해리를 다시 살폈다. 이때 진해리가 화를 내며 말했다.“출발하라니까요.”진해리는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는 걸 잘 아는 기사였다. 결국 차는 그대로 떠났다.문손잡이만 붙잡고 있던 배지훈은 한동안 어이없게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다가 슬쩍 머리를 쓸어올렸다.차 안에서 진해리는 잠시 전 강현우 방 앞에 있었던 임세연을 떠올리더니 잠깐 고민하다가 휴대폰을 꺼내 윤하경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그 시각, 윤하경은 막 샤워를 마치고 나와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침대에 눕기 전, 머리맡에 둔 핸드폰이 진동했다. 화면을 확인한 윤하경은 진해리가 보낸 메시지를 읽었다.[너희 집 강현우 지금 ‘헤븐’에서 여자랑 데이트 중이야. 지금 가면 딱 잡을 수 있을걸.]윤하경은 깜짝 놀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진해리는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가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사실 남의 일에 끼어드는 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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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3화

윤하경은 무의식적으로 두 손을 꼭 움켜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만큼 힘이 들어간 걸 깨닫고 나서야 자신이 너무 흥분해 있다는 걸 알았다.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던 윤하경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드레스룸으로 향했다.옷을 갈아입고 망설임 없이 차를 몰아 ‘헤븐’으로 향했다.설령 최악의 결과가 기다린다 해도 적어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진해리는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니까, 이번만큼은 직접 두 눈으로 보고 확인하고 싶었다.이미 봄이었지만 밤공기는 여전히 싸늘했다. 윤하경은 차창을 내린 채, 차가운 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시동을 걸었고 머릿속은 온갖 생각으로 복잡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손에 남아 있던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였다. 오랜만에 입에 문 담배에서 쌉싸름한 연기가 목으로 들어왔다.‘헤븐’에 도착했을 때쯤, 담배 한 대가 다 타버렸고 차에서 내린 윤하경은 담배꽁초를 하이힐 끝으로 밟아 껐다. 그러고는 무심한 얼굴로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헤븐’의 직원들은 이미 윤하경을 알아보고 아무런 제지도 없이 그녀를 통과시켰다.윤하경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우지원과 마주쳤다.“형수님, 무슨 일로 오셨어요?”윤하경이 웃으며 답했다.“오면 안 돼요?”우지원은 잠깐 당황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아, 아니요. 그런 뜻은 아니고... 제가 모셔드릴까요?”“아니요. 할 일 하세요.”“네, 알겠습니다.”우지원은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지만 윤하경의 표정이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아 별말 없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윤하경은 2층에 올라와 강현우의 방 앞에 멈춰 섰다. 굳게 닫힌 문 앞에서 한동안 서 있다가 조용히 문을 두드렸다.똑똑...그러자 방 안에서 책을 읽고 있던 강현우는 손을 멈추고 문 쪽을 바라봤다.“누구야?”차가운 목소리가 문 너머로 들려왔지만 윤하경은 답하지 않았다.강현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허리에 달린 뭔가를 손에 쥔 채 문 앞으로 다가갔다.문을 열자 예상치 못한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누구...?”윤하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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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4화

강현우는 벽에 여유롭게 기대 두 팔을 끼고 있었다. 담담한 눈빛 속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은근히 묻어나왔고 한쪽 다리를 느슨하게 꼬고 있는 모습이 한껏 나른해 보였다.욕실을 둘러보던 윤하경이 조심스레 방으로 나왔다. 그 모습을 본 강현우가 느긋하게 물었다.“찾았어?”윤하경은 순간 발걸음을 멈췄다. 자신의 속마음이 들킨 듯 민망했지만 곧 다시 기분이 상한 얼굴로 강현우를 노려봤다.“진짜 바람 피웠죠? 밖에 다른 년 키우고 있는 거 맞죠?”강현우는 한쪽 눈썹을 슬쩍 올리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윤하경에게 성큼 다가왔다.“다른 년?”그는 벽에서 몸을 떼며 천천히 윤하경 앞으로 다가갔다.강현우는 윤하경보다 한 뼘쯤 더 커서 바로 앞에 서자 그녀를 내려다보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위압감을 풍겼다. 몸으로 조명을 가려버리자 윤하경은 금세 그의 그림자에 휩싸였다.강현우는 입가에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딴 여자는 없어. 대신 요즘은 사납게 으르렁거리는 고양이 한 마리 키우고 있지.”윤하경은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맞췄다. 그가 말하는 고양이가 자기라는 걸 곧바로 알아차리고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정말로 다른 사람이 생기셨다면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 저는 미련 남기지 않을 테니까요. 대신, 거짓말만은 하지 마세요. 그건 정말 싫으니까요.”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방금 전까지 부드럽던 강현우의 표정이 단숨에 굳어졌다. 그는 한 손으로 안경을 벗어내려 탁자에 내려두고 긴 팔로 윤하경을 벽에 몰아세웠다.“미련 안 남긴다는 게 그게 무슨 뜻이야?”그의 목소리는 낮고 위협적이었고 깊고 어두운 시선으로 윤하경을 꿰뚫어 봤다. 이런 강현우의 얼굴은 오랜만이라 윤하경은 얼어붙고 말았다. 숨조차 쉬기 힘들 만큼 강현우의 기세에 눌린 채,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등 뒤에는 벽이 가로막혀 있어 도망칠 곳도 없었다. 결국 그는 두 팔로 그녀를 완전히 가둬버렸다.잠시 숨을 고른 뒤, 윤하경은 이를 악물고 자신을 다잡았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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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5화

윤하경은 이를 꽉 깨물며 강현우의 냉정한 얼굴을 바라봤고 억울함과 속상함이 북받쳐 올라 입술이 떨렸고 눈시울도 금세 촉촉해졌다.강현우도 그런 윤하경을 보며 잠시 굳어 있다가 한숨을 쉬며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도무지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아직도 마음을 놓지 못한 윤하경은 끝까지 고집스럽게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다 강현우가 먼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앉더니 윤하경을 무릎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윤하경은 재빨리 몸을 빼내려고 했지만 강현우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었다. 점점 더 힘을 주는 팔에 숨이 막힐 것만 같아 결국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놔요! 진짜 답답하게 왜 이래요?”강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내려다봤다. 그의 눈빛에는 묘하게 위험한 기운까지 서려 있었다.“이제 말해봐. 무슨 일인데 이렇게까지 온 거야?”윤하경은 한순간 머뭇거렸지만 곧 고개를 홱 돌리고는 차갑게 말했다.“모르는 척하지 마세요. 정말 몰라서 이러세요?”방안에 딱히 수상한 흔적이 없다는 걸 이미 눈치채고 있었지만 친구 진해리가 전해준 얘기를 무시할 수도 없었다. 진해리는 절대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니까.강현우는 다시 한번 이마를 짚더니 한숨을 내쉬었다.“진해리가 무슨 얘기 했어?”그의 목소리에는 다 포기한 듯한 기운이 묻어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방금 전까지 여기 들렀던 사람 중에서 임세연을 진해리가 봤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윤하경은 그걸 어떻게 바로 아는지 놀라 잠깐 멍해졌지만 곧 다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그런 거 아니고... 아무튼 여기 분명히 다른 여자 있잖아요.”그러자 강현우는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그래, 여자 있지.”너무 쉽게 인정하는 바람에 윤하경은 입술을 꼭 깨물었고 곧장 눈물이 뚝 떨어질 것 같은 표정이었다.강현우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무릎에서 내려놓고 조용히 일어났다.“가자. 직접 보여줄게. 어떤 여자인지.”윤하경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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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6화

강현우는 소파에 앉아 와인잔을 가볍게 손에 쥔 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임세연을 바라보고 있었다.임세연은 강현우의 시선을 받으니 등줄기에 식은땀이 맺혔다. 그러나 강현우는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십 분쯤 임세연을 바라본 뒤, 비로소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자, 이제 말해봐. 누가 시켜서 온 거야? 내 주변을 맴돈 이유, 대체 뭐야?”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 무심한 냉기가 서려 있었다.임세연은 그 순간까지도 머릿속에 자기만의 환상을 그리고 있었는지 처음에는 강현우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네...? 저, 무슨 말씀이신지...”임세연은 천진하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강현우를 바라봤다.“저, 정말 아무런 목적 없어요.”강현우는 비웃는 듯 낮게 웃고는 매서운 눈빛으로 임세연을 쏘아봤고 그 미소에는 묘한 힘이 있었다. 그는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는 살짝 귀찮다는 듯 말했다.“난 원래 내 말 안 듣는 사람 별로 안 좋아한다.”그러고는 손짓으로 뒷편에 서 있던 민진혁을 불렀다.“데려가서 예의부터 좀 가르쳐.”“네, 대표님.”민진혁은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임세연을 잡아끌어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임세연은 그제야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았지만 이미 도망치기에는 늦은 뒤였다.한편 윤하경은 유리창 너머로 임세연의 모습을 바라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불과 몇 시간 전, 퇴근길에 임세연을 본 기억이 아직 생생했는데 이렇게 짧은 시간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돌려 강현우를 바라봤다.“혹시... 세연 씨가 누군가한테 지시를 받았다고 생각하세요?”강현우는 고개를 저었다.“요즘 우리 집안이 뒤숭숭하잖아. 뭐든 조심해야지.”강현우가 평소에도 신중한 사람이라는 걸 윤하경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함부로 편을 들어줄 수도 없었고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아무 말도 쉽게 할 수 없었다.무엇보다, 누가 시킨 게 아니더라도 임세연처럼 지나치게 욕심이 많은 사람은 곁에 두기가 위험하다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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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7화

강현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윤하경을 바라봤고 그 눈빛에는 조금의 여지도 없이 단호함이 느껴졌다.“아까 나한테 억울하게 뒤집어씌운 일, 이제 슬슬 정산해야 하지 않겠어?”윤하경은 순간 말문이 막혀 멍하니 있다가 억지로 웃어 보이며 슬쩍 도망칠 기회를 엿봤다. 하지만 한 번 강현우 손에 걸린 이상, 도망칠 수 있을 리 없었다.두 시간이 지난 뒤, 윤하경은 침대에 몸을 파묻고 기운이 다 빠진 채 간신히 애원할 뿐이었다.“그만 제발... 이제 그만 좀 해요...”힘없이 손을 들어 강현우를 밀어보았지만 이미 몸에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이런 일에서는 항상 강현우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고 윤하경의 애원은 좀처럼 통하지 않았다. 결국 더는 버티지 못하고 정신이 아찔해질 만큼 지쳐 그대로 잠들고 말았다.다음 날은 주말이었다.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라, 윤하경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잠이 덜 깬 채로 방안을 둘러보니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로 무언가 작업하고 있는 강현우의 뒷모습이 보였다. 곧은 허리로 앉아 때때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옆에 둔 커피잔을 가끔 들이켰다.윤하경이 이불 속에서 몸을 살짝 움직이자 아주 작은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강현우가 뒤돌아보며 말했다.“일어났어?”어젯밤에는 분명 그가 더 힘들었을 텐데 정작 피곤한 건 언제나 자기 쪽인 듯해 괜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생기 넘치는 그의 얼굴을 보니 더욱 속이 쓰렸다.몸을 일으켜보려 했지만 허리가 아파서 금세 다시 침대에 주저앉고 말았다.강현우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다가와 물었다.“왜 그래?”윤하경은 억울함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으로 강현우를 노려봤다.“다 당신 때문이잖아요.”허리가 마치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만 같았다. 어젯밤 기억이 머릿속에서 영화처럼 스쳐 지나가자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런데 그런 모습이 오히려 귀엽게 보였는지, 강현우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윤하경을 바라봤다.“도와줄까?”“아니에요, 저 혼자 할 수 있어요.”아직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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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8화

강현우는 고개를 숙여 윤하경을 바라봤다.“왜, 내가 임세연이라도 잡아먹을까 봐 그래?”윤하경은 곧장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런 건 아니에요...”사실 생각해 보면 임세연도 아직 어린 데다 잠깐 잘못된 마음을 품었을 뿐 결국 벌은 충분히 받았으니 이 정도면 된 것 같았다. 정말로 누가 시켜서 그런 게 아니라면 경각심만 주고 끝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마음속으로 그렇게 정리하면서도 윤하경은 슬쩍 강현우를 올려다봤다.“너무 심하게 굴지 마세요. 한 번쯤 실수할 수도 있잖아요. 아직 어린애인데요.”강현우는 그녀의 말을 듣고 가늘게 눈을 좁히며 물었다.“실수?”“아, 그게 아니라...”자신이 괜한 말을 한 건가 싶어 말을 얼버무리려 했지만 이미 강현우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방을 나가버렸다.윤하경은 그를 붙잡지도 못하고 어색하게 입술만 달싹였다.문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이불 속에 얼굴을 묻으며 후회했다.‘아, 진짜 왜 그랬지...’ 아침이라 그런지 머리가 아직 잘 안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샤워를 마치고 머리를 다 말리고 나왔을 때는 방 안에 강현우가 보이지 않았다.아직도 화가 덜 풀렸나 보다 싶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시간을 보니 벌써 오전 11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옷을 챙겨 입고 방문을 열자 복도에 민진혁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뜻밖의 등장에 놀란 윤하경이 움찔하자 민진혁은 아무 표정 없이 말했다.“대표님은 이미 먼저 본가로 가셨습니다. 제가 대신 모시고 가라고 하시네요.”“아, 네.”윤하경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강현우가 정말 화가 많이 난 건지 계속 생각이 맴돌았다. 차에 올라타서도 고민하다가 결국 운전석의 민진혁을 조심스레 불렀다.“저... 어제 그 임세연은요?”민진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룸미러로 그녀를 슬쩍 바라봤다.“대표님이 병원으로 보내라고 해서 치료받게 했어요.”“아... 다행이네요.”윤하경이 작게 안도의 숨을 내쉬자 민진혁이 덧붙였다.“별일은 없습니다. 너무 심하게 굴진 않았어요. 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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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9화

윤하경은 두 사람을 천천히 훑어보며 대강 무슨 속셈인지 눈치챘다.강현우와 자신이 이미 결혼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사촌 고모라는 사람은 아마도 장례식에 온 김에 자기 딸을 데리고 와서 강현우에게 소개하려는 눈치였다.윤하경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담담하게 말했다.“네, 알겠습니다.”마침 지금은 집안이 분주한 때라, 강현우 쪽 정원에 있던 집사며 도우미들도 모두 바깥일을 돕고 있었다. 아마 그래서 이 두 사람도 이렇게 쉽게 안까지 들어올 수 있었을 것이다. 강현우가 평소에 얼마나 까다로운지 모른다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윤하경은 잠깐 생각하더니 두 사람에게 조용히 차를 한 잔씩 따라줬다.“차 한잔하시죠.”그러자 그 사촌 고모는 윤하경을 흘긋 한번 쳐다보고 비웃듯이 입꼬리를 올렸다.“눈치는 있네.”그러고는 다시 한번 혀를 차며 찻잔을 들여다봤다.“근데 왜 녹차야?”윤하경이 시선을 내려 차를 다시 한번 살폈다. 그러자 사촌 고모는 툴툴대듯 말했다.“나는 우롱차만 마시거든.”윤하경은 잠시 말을 멈추고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살짝 드러났다.“원하시는 차가 있으시면 직접 우려 드시는 게 나으실 것 같네요.”그러자 사촌 고모는 그 말에 순간 책상을 쾅 치며 목소리를 높였다.“네가 뭔데 그런 말을 해? 네가 여기서 일하는 거면 금방이라도 현우한테 잘라버리라고 할 수 있는 거 몰라?”윤하경은 고개를 숙여 시선을 피하면서도 전혀 대꾸하지 않았다.그런데도 사촌 고모는 윤하경의 무반응에 오히려 더 열을 올렸고 옆에 있던 딸을 가리키며 다시 소리쳤다.“너 이 아이가 누군지 알아?”윤하경은 냉랭하게 한 번 쳐다봤다.“모릅니다.”차가운 말투에 사촌 고모의 얼굴은 벌게지다 못해 거의 폭발 직전이었다.“좋아, 이제는 집안 도우미가 대놓고 내 앞에서 반항하네? 알아둬, 이 아이가 앞으로 이 집의 안주인이 될 거야. 넌 당장 짐 싸서 나가. 오늘부터 사직이야!”그 말을 들은 윤하경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눈이 뒤집힐 뻔했다. 이 사촌 고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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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0화

청아는 몰래 강현우의 깊은 눈매를 훔쳐보고는 다시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옆눈으로 그를 슬쩍 살피는 모습에 수줍음이 잔뜩 묻어나 있었다.윤하경은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강현우는 원래 이런 스타일을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활발하고 솔직한 사람을 좋아하는데 저런 모습은 전혀 취향이 아니었다.‘아니 잠깐만. 원래 강현우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바로 나 같은 사람 아니었나?’윤하경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 피식 웃음이 나왔고 자기가 남을 평가할 입장이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생각을 정리한 윤하경은 슬쩍 강현우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였다.“이분이 제가 내온 차가 마음에 안 드신다고 하시네요. 그래서 저를 당장 내쫓겠다고 하시는데 참 난감하네요.”그녀의 말투에는 살짝 억울함이 묻어났다.그 말을 들은 강현우는 입꼬리를 장난스럽게 올렸고 곧장 옆에 서 있는 청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이분은 누구신가요?”그제야 이가영이 본론을 떠올리고는 황급히 청아를 앞으로 밀어냈다.“아, 내 딸 청아야. 내가 진짜 정성 들여 키운 딸이거든. 얌전하고 살림도 잘해. 특히 요리 솜씨는 끝내줘서 분명 네 마음에 들 거야.”강현우는 그 말을 듣고 청아를 한 번 쳐다봤다. 그러고는 의미심장하게 한쪽 눈썹을 올리며 말했다.“요리를 잘한다고요?”그는 소파에 느긋하게 앉으며 자연스럽게 다리를 꼬았다.그러자 청아는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이가영은 잰걸음으로 옆에 와서는 힘주어 말했다.“그래!”강현우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주방에 남으세요. 앞으로 우리 집에서 요리만 해요.”이가영과 청아는 동시에 눈이 휘둥그레졌다.“그게 무슨...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이가영은 당황해서 손사래를 쳤다.그러자 강현우의 눈빛이 싸늘해지며 그녀를 향해 직설적으로 말했다.“그럼 대체 무슨 뜻입니까?”차갑게 내뱉는 그의 말에 이가영은 순간 얼어붙었고 한마디도 더하지 못한 채 입만 벙긋거릴 뿐이었다. 강현우는 더 이상 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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