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에서 나올 때, 바짝 굳어 있는 이천호의 얼굴을 보며 민여진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괜찮으세요?”이천호는 얼굴을 한 번 쓸어내리더니 민망한 듯 말했다.“민여진 씨, 미안해요. 민여진 씨 옷을 사러 온 건데 괜히 성가신 상황을 만들었네요. 웃긴 꼴만 보여드려 미안해요.”“그럴 리가요.”민여진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이천호를 달랬다.“연애라는 게 원래 복잡하고 꼬이기 마련이잖아요. 웃길 게 하나도 없죠.”사실 이건 민여진 자신의 얘기였다.민여진이 한 남자 때문에 2년 동안 대역 노릇을 하고 감옥에도 가고 얼굴도 망가졌으며 눈까지 먼 것도 모자라 소중히 품던 아이까지 잃게 될 줄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웃긴 얘기라면 민여진 자신이 첫 타자였다.“근데요, 이천호 씨.”민여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가끔은요, 자책만 하다 보면 마음속 짐을 더 내려놓지 못하게 돼요.”이천호는 순간 얼굴이 화끈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명심할게요.”민여진이 웃으며 말했다.“근처에 다른 옷 가게가 더 있어요?”“있죠. 이 거리는 전부 다 옷 가게에요. 제가 모실게요.”“그러세요.”민여진은 이천호를 따라 걷다가 문득 어딘가에서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지만 희미한 시력 때문에 뚜렷이 보이진 않았다.“민여진 씨, 무슨 일 있으세요?”“아니요.”민여진은 살짝 웃으며 자기가 너무 민감해 착각했을 거라고 믿었다.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민여진은 금방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포장해 달라고 주문했다.그런 민여진을 보며 이천호가 물었다.“민여진 씨, 입어보지 않으세요? 사이즈가 맞을지 모르잖아요.”여자 사장님도 한마디 덧붙였다.“맞아요. 한번 입어보세요. 보기엔 예뻐도 막상 입었을 땐 또 다르거든요.”민여진은 거듭 거절했지만 나중에 어쩔 수 없이 외투를 벗어 이천호에게 건넸다.그 순간, 가게 문이 열리는 방울 소리가 울렸다.가게 문을 뒤돌아보던 민여진의 동작이 굳어버렸다.가게에 들어온 사람은 민여진과 딱 두 걸음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