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식탁 위에 약 하나 있던데, 누가 준 거야?”민여진은 장작을 불에 더 밀어 넣으며 대답했다.“이 선생님이 줬어요.”“이천호?”“네.”장 아주머니는 바로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걔네 집에 저런 약이 없을 텐데? 설마 어제 너 처음 보고 오늘 시장에 가서 사 온 거 아니야?”민여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머뭇거리다 물었다.“왜요?”“우리 마을에 차 있는 사람이 없잖아? 다들 자전거 타고 시장 가는데, 그게 왔다 갔기만 해도 최소 네 시간은 걸려. 게다가 오늘 시장에 특별히 볼 것도 없었는데... 너라면 안 이상하겠어?”그 말에 민여진은 말문이 막혔다.장 아주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이천호가 너한테 꽂혔네.”민여진은 장 아주머니의 급발진에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설마요, 이 선생님은 그냥 착한 거예요.”“사람이 아무리 착해도 아무 이유 없이 저렇게까지 안 해. 내가 오늘 처음 안 사람의 약을 사러 시장에 가자면 다들 미쳤다고 할걸? 요즘 같은 초여름에 불가능한 일이야.”장 아주머니는 배시시 웃으며 마치 중매가 성사된 듯 흐뭇해했다.“근데 난 괜찮은 것 같아. 이천호는 진짜 착하고 배려심도 있는 애야. 너 시집가면 절대 고생은 안 할 거야.”민여진이 말없이 가만히 있자 장 아주머니가 뭔가 깨달은 듯 민망한 얼굴로 말했다.“어머, 내가 또 쓸데없이 네 생각도 물어보지 않고 그냥 막 정해버렸네. 너, 좋아하는 사람 있지?”“없어요.”“굳이 안 말해도 알아. 난 그때 너한테 남자친구랑 다퉜냐고 물어볼 때, 네 표정이 확 바뀌는 거 봤거든. 그 후로 틈만 나면 너 멍하니 있었잖아. 누군가 생각하고 있는 거 티 나더라.”장 아주머니는 국자를 들고 반찬을 덜어내며 말을 이어갔다.“그 남자랑 심하게 다툰 거야? 그래서 안 돌아가는 거야?”민여진의 눈빛이 복잡해졌다.“이젠 남자친구도 아니에요.”“헤어졌구나?”장 아주머니는 안타까운 듯 탄식했다.“그럼 그렇지...”민여진은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아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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