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그러세요?”악담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온권승을 풀어주겠다는 말도, 그렇게 하자는 말도 하지 않더니, 한참 뒤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저는 성녀께 많은 관심이 있습니다. 진국공 대인을 만났으니 일단 그 일은 뒤로합시다. 제가 제자를 들였는데, 이 녀석이 자질이 뛰어나서 금강불괴의 몸을 단련할 수 있습니다. 한데 지금 혈식이 부족하여 수련을 못하고 있습니다.”그 말에 온권승의 눈빛이 조금 굳어졌다.“오늘 제 목숨을 구해 주셨으니 원하시는 대로 도와드리겠습니다. 다만 제자분이 필요한 혈식이란… 무엇입니까?”악담라가 지팡이를 짚고 옆에 다가오더니, 온권승의 옆얼굴을 주시하며 거짓 웃음을 지었다.“혈육만이 혈식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마침 진국공 대인이 이 제자와 혈연관계가 있는 것 같군요.”순간 온권승의 안색이 돌변했다.재빨리 머릿속에 몇몇 자녀들을 떠올렸지만 대체 누가 사악한 승려의 제자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마침 뒤에 온몸에 붕대를 감고 동작이 뻣뻣하며 얼굴이 창백한 한 사람이 걸어서 나왔는데 마치 시체가 걸어 다니는 것 같았다.그러다 얼굴을 자세히 본 순간, 온권승은 기겁할 뻔했다.“최소택?”‘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최소택은 그 객잔에서 폭발해 죽었잖아. 어떻게 살아 있지?’‘아니야. 행동이 너무 이상해.’살아있다고 말하기에 눈앞의 조카는 산송장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했다.산송장이란 세 글자에 이내 자신을 업고 있는 사내가 떠올랐다.동작은 뻣뻣하고 온몸이 차갑고 극도로 뒤틀린 목까지, 어쩌면 이 사내도 산송장일 것이다.이 순간, 온권승은 사악한 고승이 위험하다는 직감이 다시 강렬해졌다.‘대체 정체가 무엇이냐?’그의 머릿속에 위험, 두려움, 경계 의혹 등등 감정들로 휩싸이더니, 결국 승려의 말에서 살아남을 기회를 찾았다.“맞는 말씀입니다.”창백한 온권승의 얼굴에 다시 혈색이 돌기 시작하며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고승의 제자는 확실히 저와 혈연관계입니다. 이 녀석의 어머니는 제 누이동생이니 혈친이 맞습니다.”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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