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1001 - Chapter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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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1화

나무와 땅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름이 돋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모두의 시야에 무엇인가 나타났을 때 다들 깜짝 놀라 경악을 금치 못했다.“저것이 뭐냐?”검은색 벌레 같은 것들이 빽빽하게 무리를 지어 순식간에 온권승 일행의 주변을 포위했다.“거미야!”대리사경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외쳤다.“숲에 무슨 거미가 이렇게 많아? 대체 왜 여기 온 거야? 왜 몰려온 거냐고?”그의 동공이 수축되면서 거미 떼가 왜 갑자기 나타났는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당연히 너희들 죽이러 왔지.]란사는 독충들에게 수월관을 조사하는 조사관들의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했지, 몰래 숨어서 지켜보는 온권승 일행을 제거하지 말라고는 하지 않았다.그녀가 애지중지하는 독충들이 큰 충격을 받았으니 제대로 풀지 않으면 답답해서 발광할 것이다.마침 온권승 일행의 은신처를 발견하고 몇몇 독충에게 계속 감시하라 일렀다.그리고 옥패 공간에서 나온 후, 유성이 독충군을 위로하면서 다른 명령을 내렸다.[숲에 몰래 숨어 있는 사람들 한 명도 살려두지 말고 전부 죽여!]“젠장! 이족 고충사의 고충입니다!”“국공 대인, 조심하세요. 이족 고충사가 근처에 있습니다!”호위무사들은 먼저 온권승 곁으로 다가가 가운데로 모셔 보호하고, 나머지 스무 명 살수는 전방에서 거미들을 제거하며 외곽을 지켰다.고충이라는 말에 진 대인은 순식간에 얼굴이 창백해졌다.온권승이 그를 버리고 갈까 봐 이내 곁에 딱 들러붙었다.“빌어먹을 고충사! 왜 하필 여기서 나타나는 거야? 이족이 수월관에 있다 하지 않았어?”온권승도 이해되지 않았다.수월관에 이족이 있다는 소문을 낸 장본인은 바로 자신인데, 갑자기 눈앞에 어마어마한 양의 고충이 나타난 순간 아연실색하고 말았다.‘란사가 정말 수월관에 고충사를 숨겼나?’이런 의심이 확 들자, 온권승은 갑자기 예전에 수상하게 느꼈던 일들이 그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달았다.예를 들어 서재에서 장부가 이유 없이 사라졌다든가, 넷째가 허구한 날 집안에서 중독되었다든가,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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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2화

온권승이 그런 망상을 하고 있을 때, 주변의 독충군은 날쌔게 공격을 퍼부었다.“국공 대인을 엄호하라!”어마어마한 독거미들이 바닥에서 기어오고 또는 나무 위에서 떨어지며 사면팔방에서 공격하자, 호위무사와 살수들은 막을래야 막을 수가 없었다.특히 독거미에 물린 호위무사와 살수는 반응하기 전에 곳곳에서 구해달라는 비명소리가 끊임없이 울렸다.잠깐 사이에 갑자기 쓰러지더니 입술이 파랗고 안색이 검게 변하거나 경련을 일으키며 거품까지 물더니 곧이어 숨을 거두었다.온권승 일행은 문득 깨달었다.“조심해! 독거미야!”“물리지 않게 다들 조심해!”그들은 각자 노출된 자신의 피부를 재빨리 감쌌지만 독거미들의 빈틈없는 공격을 막을 수 없었다.“불로 태워! 주변에 불을 놔서 밖으로 내쫓아!”숲에 독거미가 얼마나 숨어 있는지 상상도 가지 않으니, 이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독거미에게 중독되어 전부 숲에서 죽을 것 같았다.호위무사들은 신속히 횃불을 지펴 독거미들을 강제로 쫓아냈다.평소 거미들은 워낙 불을 무서워해서 가까이 가져가도 도망쳤는데 지금 독거미들은 이미 화가 잔뜩 나서 물러서지 않았다.하마터면 주인을 잃을 뻔한 독거미들은 지금 이 시각 미친듯이 살육하고 싶은 충동을 일으켜 불길이 퍼져도 아랑곳하지 않았다.[죽여! 죽여! 죽여!]강렬한 살의가 독거미들을 움직이게 만드니, 오로지 죽음만이 그들을 멈추게 할 것이다.“젠장! 이것들이 미쳤나?”대리사경은 꽥 소리를 질렀다.온권승을 포함한 모든 사람은 독거미의 거침없는 공격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자신들을 죽이려고 불구덩이에도 뛰어들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수많은 독거미들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검은 막처럼 우르르 불로 뛰어들었다.지글지글 타는 소리가 들려도 독거미들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젠장! 불이 꺼졌어요!”“어서 다시 피워! 어서! 아아아악!”한 호위무사가 들고 있던 횃불이 정말 꺼져버렸다.당황한 호위무사가 다시 불을 지피려고 했으나, 그전에 하늘에서 독거미들이 몸에 떨어져 한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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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3화

대리사경의 말이 끝나기 전에, 어디서 화살 하나가 날아와 정확하게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아들 진제영이 란사의 가슴에 칼을 찌른 것처럼 화살에 맞았다.다만 란사는 살아남고 그는 꼼짝없이 죽고 말았다.이어서 수많은 독거미들이 모여들어 순식간에 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묻어버렸다.마찬가지로 똑같이 버려진 호위무사와 살수도 피와 살은 흔적조차 남지 않고 백골로 변했다.부혈거미는 전문 부패한 피와 살만 먹고살기에, 독 한 방울이라도 충분히 인체를 부식시켰다.만약 실수로 한 입 물리면, 바로 독액을 주입하여 일곱 숨을 쉬는 사이에 즉사하게 된다.몸이 건장하면 기껏해야 두 호흡 정도 더 버틸 수 있겠지만 대리사경처럼 쇠약한 늙은이는 단번에 죽었다.독거미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번에 도망가는 온권승 일행을 쫓아갔다.잠깐 사이에 이 근처 숲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이 시각, 수월관.위험한 고비를 넘은 란사는 북진연에게 붙잡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북진연과 막수 사태가 대신 나서서 처리하기로 했다.“푹 쉬고 있어.”한마디만 남기고 북진연과 막수 사태는 란사의 오두막에서 나갔다.마당에 나서자 막수 사태가 북진연에게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섭정왕 전하, 이번에 수월관에서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예전에 무우가 수월관에 있는 한, 반드시 이 아이를 지켜주겠다고 약조했었다.그런데 오늘날 그녀의 제자가 눈앞에서 하마터면 암살당할 뻔했으니 이런 모욕을 절대 참을 수 없었다.북진연이 정중하게 자신의 뜻을 표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도 그럴 생각입니다.”그러면서 고요에게 눈짓을 보냈다.섭정왕의 엄숙한 표정을 본 고요는 바로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왕야,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한 곳에 제압했습니다.”“수월관의 사람들은 풀어줘. 세 소대는 남아서 수월관을 지키고 나머지는 전부 데려가.”“네!”고요가 처리하러 돌아서려 할 때, 북진연이 다시 불러 세웠다.“잠깐!”고요가 고개를 돌려 그에게 물었다.“무슨 일입니까?”북진연의 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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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4화

북진연은 말 위에서 내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이를 꽉 물고 잘 버텨, 못 버티면 그렇다고 말할 수 있지.”‘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고? 뭘 그렇다는 거야? 정말로 조정의 신하를 학살한다는 건가?’북진연이 그저 겁주려는 줄 알았는데, 막상 그 말을 들으니 진제영은 불길한 예감이 급습했다.“아무리 섭정왕이라도 이러면 안 됩니다. 저는 대리사 소경이고…”진제영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북진연은 정면을 보며 채찍을 휘둘렀다.“이럇!”곧이어 진제영과 온장온의 손을 묶었던 밧줄이 곧바로 펴지며 힘껏 잡아당겼다.“멈춰요! 제발 멈춰요!”진제영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비틀거리며 넘어질 뻔했다.끌려가는 처참한 개 신세가 되지 않으려고 재빨리 북진연의 말을 쫓아갔다.하지만 두 다리로 네 발 짐승의 속도를 따를 수 있을까?하물며 북진연도 그런 걸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진제영이 몇 걸음 뛰다가 손에 묶인 밧줄에 끌려 꼴사납게 철푸덕하고 넘어졌다.그가 일어나기 전에 앞에서 달리던 말은 가차 없이 산길에서 달리는 바람에, 그는 질질 끌려가고 말았다.가는 길에 진제영의 비명소리를 끊기지 않았다.물론 온장온의 처지도 마찬가지였다.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아무리 돌에 부딪치고 뾰족한 돌멩이에 스쳐 핏자국이 났지만, 그저 참는 신음 소리만 내고, 정신줄을 놓은 것처럼 이 모든 처벌을 묵묵히 받아들였다.북진연에게 끌려간 진제영이 죽기 직전까지 시달렸을 때, 이번 재난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모든 사람에게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마지막에 란사까지 들먹이자, 북진연이 분개했다.“닥쳐!”“닥쳐!”한 사람의 목소리는 북진연의 것이었다.그가 말을 세워 채찍을 던지려고 할 때, 그보다 더 빠른 사람이 있었다.“죽어야 할 사람은 너야! 너라고! 이 미친 새끼야!”온장온은 실성한 것처럼 진제영을 자신의 머리로 세게 치고, 묶인 두 손으로 멱살을 잡아 이빨로 귀까지 물어뜯었다.묶인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진제영에게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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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5화

“그 결심 꼭 지키게.”북진연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온장온은 란사가 정말 죽은 줄 알고, 그 충격으로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그래도 북진연은 무시해버렸다.한 놈은 미치게 만들고 다른 놈은 바보로 만들었으니, 더는 시간을 지체하지 않았다.이어서 고요가 두 사람을 묶어 말의 등에 올리고는 흑기군을 이끌고 신속하게 경성으로 돌아갔다.이와 동시에 란사는 눈을 감고 조용히 침상에 누워 있었다.자는 것도 아니고 휴식하는 것도 아니었다,그녀는 지금 독거미와 감응하며 그쪽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생각지도 못하게, 온권승이 자신의 맹우를 과감하게 내칠 줄은 몰랐다.만약 진제영이 온권승을 위해 목숨을 걸고 성녀를 죽였는데, 저쪽에서 아버지가 온권승에게 버림을 받아 독거미에게 처참하게 죽은 사실을 알게 된다면, 온권승을 얼마나 증오할까?란사는 일을 크게 벌이려고 추월을 불렀다.“넌 숲에 가서 대리사경의 시체를 북진연에게 보내. 진제영을 상대할 때 아주 유용할 거야…”그런데 말이 끝났는데도 추월은 움직이지 않았다.“추월?”란사가 의심스럽게 쳐다보았다.추월의 얼굴이 가면에 가려져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왜 그래? 어디 아파? 아니면 거기 가는 게 불편해?”그러자 추월이 고개를 가로저었다.잠시 머뭇거리더니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저는… 주인님 곁을 떠나기 싫습니다.”그제야 란사가 왜 그러는지 깨달었다.이번에 자신이 죽을 번해서 추월이 적지 않게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추월은 지금도 란사가 칼에 찔렸던 그 장면이 머릿속에 생생했다.잠깐 눈을 돌린 사이에,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수십 미터 거리에서 주인이 암살당했다.심지어 눈앞에서 죽을 뻔했다.추월은 그 장면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만약 온장온을 구하러 가지 않았다면, 주인님의 곁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절대 누구라도 코앞에서 주인을 암살할 가능성이 없었다.그녀의 마음에 응어리가 생긴 것을 눈치챈 란사는 부드러운 눈길로 달래 주었다.“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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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6화

말에서 떨어진 온권승은 미처 반응하지 못한 채, 눈이 뒤집히는 상황에 직면했다.깜짝 놀란 말이 몸을 번쩍 쳐들더니, 앞발을 들어 온권승의 다리를 향해 힘차게 내리쳤다.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는 순간, 돼지의 멱을 따는 듯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아아아악!”“국공 대인!”유일하게 남은 호위무사도 중상을 입어 미처 막지 못했다.그는 눈을 뜨고 가주의 다리가 말의 발에 의해 부러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말이 두 번째로 발굽을 내리치려 할 때, 호위무사가 가차 없이 검으로 베어 죽였다.말이 죽자 현장에 두 패거리만 남았다.한 패거리는 다리가 피투성이 된 온권승과 그의 호위무사이고, 다른 패거리는 방금 성 밖에서 돌아와 이 상황을 지켜보던 북진연 일행이었다.“북! 진! 연!”온권승은 떨리는 손으로 다친 다리를 꼭 안고, 극심한 고통을 참느라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그리고 분노와 증오가 뒤섞인 눈으로 상대방을 노려보았다.“미쳤습니까? 거리에서 조정의 신하를 죽이는 겁니까? 아무리 섭정왕이래도 죄명을 감당할 수 없을 겁니다!”“진국공, 무슨 헛소리를 합니까?”북진연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내려보았다.“제가 언제 거리에서 조정의 신하를 살해했다고 그럽니까?”“변명하지 마십시오! 방금 부딪쳐서 하마터면 말에 짓밟혀 죽을 뻔했습니다.”온권승은 이를 갈며 자신의 오른쪽 다리를 꽉 잡았다.지금 당장 의원에게 찾아가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다들 온권승은 마음이 독하다고 했는데 확실히 자신에게도 독했다. 지금만 봐도 다리가 확실히 부러져서 어쩌면 다시는 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다리를 고쳐보겠다는 헛된 희망을 쫓느니, 차라리 부러진 다리로 북진연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면 그것 또한 복수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북진연은 절대 그의 뜻대로 하게 두지 않았다.“진국공이 하마터면이라고 말했어요. 지금 멀쩡하게 살아 있잖습니까?”북진연은 고작 다리 하나가 부러진 것을 아쉬워하며 시큰둥하게 대답했다.“그냥 짓밟혀서 죽지 그랬어.’그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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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7화

온권승이 득의양양할 때, 한 거미가 머리에서 거미줄을 타고 거꾸로 매달려 내려왔다.순간 거미와 눈을 마주쳤는데 눈동자에 수많은 검은 눈이 그를 주시하는 것 같았다.온권승의 동공이 순간 작아지면서 옆에 있는 호위무사의 팔을 덥석 잡고 앞으로 끌어당겼다.그러자 거미가 호위무사의 몸에 떨어졌다.“아아아악!”거리에 또 비명소리가 들렸다.북진연이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을 때 이런 장면을 보았다.온권승은 자기 대신 호위무사를 밀쳐서 독살해 죽이고, 한쪽 다리가 부러져도 뒤돌아보지 않고 기어서 도망치는 것이었다.일정한 거리가 있지만 북진연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죽은 호위무사의 목에서 기어가는 독거미를 발견했다.눈썹을 살짝 찡그리더니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옳지. 나 대신 모질게 괴롭혀라. 하지만 그걸로 부족해. 누군가는 패가망신하고 죽어야 할 것이다.’‘젠장, 독거미가 여기까지 쫓아왔어. 설마 란사가 파견한 고충사도 따라왔나?’온권승은 독거미에 쫓겨 허겁지겁 도망치면서 속으로 원망했다.‘젠장, 빌어먹을 거미!’독거미는 마치 목숨을 재촉하는 염라대왕처럼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끝까지 쫓아왔다.‘안 되겠어. 더는 여기 있을 수 없어! 반드시 돌아가서 온모를 찾아야 해!’마침 지나가는 아무 사내를 붙잡고는, 자기를 업고 가라고 협박해서야 겨우 진국공부까지 도착했다.저택 입구에 도착한 온권승은 뒤를 돌아보고 독거미가 쫓아오지 않자, 그제야 안심했다.그러고는 자기를 업고 온 사내의 어깨를 툭툭 치며 평소처럼 침착하게 말했다.“자, 이제 나를 내려놓고 집사를 불러오거라. 그럼 사례금을 후하게 주겠다.”온권승이 내려오려 할 때, 갑자기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특히 다리가 그를 업은 사내의 팔에 꽉 묶여서 극심한 통증에 식은땀이 흘렀지만 이를 악물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시선을 돌려 자신을 업은 사내를 주시하던 그의 눈동자가 점점 움츠러들면서 심하게 흔들렸다.사내가 그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천천히 돌리는데 일반 사람이 목을 돌릴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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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8화

“오, 그러세요?”악담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온권승을 풀어주겠다는 말도, 그렇게 하자는 말도 하지 않더니, 한참 뒤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저는 성녀께 많은 관심이 있습니다. 진국공 대인을 만났으니 일단 그 일은 뒤로합시다. 제가 제자를 들였는데, 이 녀석이 자질이 뛰어나서 금강불괴의 몸을 단련할 수 있습니다. 한데 지금 혈식이 부족하여 수련을 못하고 있습니다.”그 말에 온권승의 눈빛이 조금 굳어졌다.“오늘 제 목숨을 구해 주셨으니 원하시는 대로 도와드리겠습니다. 다만 제자분이 필요한 혈식이란… 무엇입니까?”악담라가 지팡이를 짚고 옆에 다가오더니, 온권승의 옆얼굴을 주시하며 거짓 웃음을 지었다.“혈육만이 혈식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마침 진국공 대인이 이 제자와 혈연관계가 있는 것 같군요.”순간 온권승의 안색이 돌변했다.재빨리 머릿속에 몇몇 자녀들을 떠올렸지만 대체 누가 사악한 승려의 제자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마침 뒤에 온몸에 붕대를 감고 동작이 뻣뻣하며 얼굴이 창백한 한 사람이 걸어서 나왔는데 마치 시체가 걸어 다니는 것 같았다.그러다 얼굴을 자세히 본 순간, 온권승은 기겁할 뻔했다.“최소택?”‘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최소택은 그 객잔에서 폭발해 죽었잖아. 어떻게 살아 있지?’‘아니야. 행동이 너무 이상해.’살아있다고 말하기에 눈앞의 조카는 산송장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했다.산송장이란 세 글자에 이내 자신을 업고 있는 사내가 떠올랐다.동작은 뻣뻣하고 온몸이 차갑고 극도로 뒤틀린 목까지, 어쩌면 이 사내도 산송장일 것이다.이 순간, 온권승은 사악한 고승이 위험하다는 직감이 다시 강렬해졌다.‘대체 정체가 무엇이냐?’그의 머릿속에 위험, 두려움, 경계 의혹 등등 감정들로 휩싸이더니, 결국 승려의 말에서 살아남을 기회를 찾았다.“맞는 말씀입니다.”창백한 온권승의 얼굴에 다시 혈색이 돌기 시작하며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고승의 제자는 확실히 저와 혈연관계입니다. 이 녀석의 어머니는 제 누이동생이니 혈친이 맞습니다.”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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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9화

‘당연히 좋지.’온권승은 바로 웃음을 터트렸다.“하하하, 고승… 아니, 대사님, 걱정 마세요. 제가 반드시 잘 처리하겠습니다. 다만 제 주변에 곤란한 일이 발생해서 며칠을 좀…”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악담라가 갑자기 손에 든 지팡이를 들고 땅을 세게 내리쳤다.쾅!그러자 진국공부의 대문에 수많은 독거미가 떨어졌다.수상함을 감지한 온권승은 바로 안색이 변했다.‘독거미들이 전부 죽었어. 이 스님이 제법 하네. 지팡이를 내리쳤을 뿐인데 쫓아오던 거미들을 전부 죽였어.’“진국공 대인이 말한 곤란한 일이 작은 거미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대신 청소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명심하십시오. 칠일만 드리니 약조를 지키지 않으면 곧 독거미 신세가 될 겁니다.”악담라는 말을 마치고 제자 두 명과 함께 돌아섰다.“넷째, 다섯째야. 가자. 너희들 사형을 찾아갈 때가 되었다.”악담라 일행이 멀리 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온권승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고 바로 하인들을 불렀다.“여봐라! 거기 누구 없느냐?”인기척을 듣고 나온 진국공부의 하인들은 계단에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는 온권승을 들어서 안으로 들어갔다.“푸악!”수월관에서 란사의 안색이 갑자기 변하더니 피를 왈칵 토했다.“전하!”“무우!”마침 탁자 옆에서 차를 우리던 상한아가 곧바로 달려오고, 은밀한 곳에 숨어 있던 추월이 순식간에 침상 옆에 나타났다.란사의 안색이 좋지 않아 두 사람은 잔뜩 긴장되어 막사 사태를 모시러 나갔다.“됐어. 나 괜찮아. 내가 다친 게 아니라 독충들이 죽었어.”“독충이 죽었다고요? 설마 진국공을 쫓아가던 거미들이요?”거미 떼가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던 상한아가 대뜸 이유를 추측하자, 추월이 미간을 찌푸리며 의심스럽게 물었다.“그런데 독충은 주인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잖아요.”란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독충은 확실히 내게 영향을 미치지 않아. 하지만 방금 대량의 독충과 갑자기 연락이 끊겨서 내게 영향을 미친 거야.”“어떻게 그런 일이 있어요?”고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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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0화

‘온옥지는 죽었잖아. 어떻게 살아 있지? 최량봉의 말로는 최소택은 확실히 죽었다고 했어. 설마 범숙취와 최량봉이 거짓말을 했나?’‘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란사의 머릿속이 잠시 혼란스러웠다가 이내 냉정을 되찾았다.범숙취와는 애초부터 거래하는 관계였지만, 최량봉은 그녀를 속일 이유가 없었다.최소택이 정말 죽었는지 모르겠지만 온아려는 확실히 죽었다.시체도 보고 직접 확인까지 했었다.만약 온권승이 온아려를 죽인 뒤에 또 최소택을 협박하여 거짓말을 한다면 최량봉은 더더욱 그를 미워할 것이다.온권승이 최소택을 죽이지 않을 것이라도 믿는 것보다 그녀가 최소택을 구할 수 있다는 걸 믿는 것이 나을 테니까.그러니 최량봉은 그녀를 속이지 않을 것이고, 독거미들은 더더욱 속이지 않을 것이다.모르는 사이에 분명 무슨 일이 발생했을 것이다.온모가 처음으로 죽다 살아났을 때를 생각하면 어쩌면 온옥지와 최소택도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하지만 온옥지와 최소택이 죽은 장소는 각자 다르니 이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는 아니었다.어쩌면 누군가 창주에서부터 그녀를 주시했거나, 심지어 그녀가 범숙취에게 온옥지를 죽이라 지시한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추월, 당장 범숙취한테 비밀 서신을 보내. 남산… 됐다. 내가 직접 경성에 가야겠어.”갑작스러운 사태에 독거미들이 남긴 단서는 진국공부에 있으니, 정말 무슨 일이 생겼다면 비밀 서신을 보내다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다.차라리 직접 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마침 수월관에서 발생한 암살 사건이 소문이 났을 텐데, 그때 외부 사람들은 그녀가 죽었거나 중상을 입고 곧 죽어간다고 생각할 것이다.어쨌든 이런 시기에 경성에 나타날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상한아와 추월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전하, 아직 상처가 낫지 않았어요. 막수 사태도 침상에서 내려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어요.”란사는 손을 휘저으며 안심시켰다.“내 걱정은 하지 마. 크게 다친 것도 아니야. 이따가 날이 어두워지면 두 사람 나랑 같이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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