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1021 - Chapter 1030

1130 Chapters

제1021화

이미 멀리 가버린 란사는 알 리가 없겠지만 오늘 밤새 떠본 결과 꽤 수확이 많았다.드디어 온권승이 참형에 처할 것을 막아준 신비한 고수가 누군지 알아냈다.비록 승려는 자신의 명호를 말하지 않았지만 상대방의 수단과 어색한 억양으로 보아 명나라 출신이 아닌 것은 확실했다.게다가 당시 온모가 되살아난 상황을 종합해 보면 다른 이족의 고수일 것이다.온모의 뒤를 봐주던 고충사보다 더 상대하기 까다로웠다.란사는 이 늙은 승려에게 대한 경각심이 가장 높았다.동시에 이쪽 소식도 이미 철수한 범숙취에게 전달했다.그는 현장을 벗어났지만 진국공부를 떠나지 않았다.등잔 밑이 어둡다고, 지금 이 점을 노리고 있었다.온권승이 자신을 의심하지만 현재 온씨 가문에 아들이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아무리 목숨을 노려도 지금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게다가 저택에서 의심을 받는 사람은 자신뿐만 아니었다.사생아들 외에 사생딸도 있지 않는가?범숙취는 아까 움직일 때 일부러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원래 키가 크지 않고 온모보다 머리 반 정도만 더 크기에, 살짝 몸을 숙이면 감쪽같이 해결할 수 있었다.그리고 도망칠 때도 일부러 곳곳에 흔적을 남겼는데 그중에 온모가 거주하는 방향도 있었다.물론 너무 선명하게 증거를 남기지 않고 자신의 마당으로 가는 쪽에도 조금 남겨두었다.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리게 말이다.범숙취는 이 부분을 완벽하게 해냈다.이러면 온권승이 깨어난 뒤, 호위무사들에게 저택 내부를 샅샅이 수색하라 명령을 내려도 진짜 범인이 누군인지 아예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한편, 온권승은 청백하고 어두운 표정으로 침상에 기대앉아 있었다.목숨을 겨우 건졌더니 지금 다리를 다쳤다.“국공 대인은 정말 복도 많고 명줄도 깁니다. 가슴에 박힌 그 침은 다행히도 급소를 피했습니다. 두 치만 어긋났다면 지금쯤 초상을 치렀을 겁니다.”이 태의가 옆에서 떠들었지만, 정작 온권승은 이 결과에 대해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고작 두 치 때문에 그의 호위무사들이 전멸할 뻔했다.전멸은 고
Read more

제1022화

”진국공 대인, 교지를 받으십시오!”“하늘의 명을 받들어 황제께서 명하니라. 태후의 병환이 오래도록 호전되지 않고 있다. 짐은 선향 유적지에 생명을 이어가는 좋은 처방이 있다 들었으니, 진국공에게 사죄하고 공을 세울 기회를 주겠다. 칠일 뒤에 군사를 이끌고 찾아가되 비용은 조정에서 전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반년 내에 반드시 처방을 찾아 돌아오지 않으면 반드시 참형에 처할 것이다. 이에 명한다.”“소신, 명을 받들겠습니다.”온권승은 두 손을 들어 덕공의 손에서 교지를 받았다.들어올 때부터 그의 다리를 주시하던 덕공은 아무 말이 없다가 교지를 읽은 후에야 빙그레 웃으며 힐끗 쳐다보았다.“진국공 대인, 어쩐 일입니까? 출발 날짜가 곧 다가오는데 몸을 잘 챙기셔야죠. 폐하께서 맡긴 임무를 절대 그르치면 안 됩니다.”덕공의 말속에 위협적인 뜻이 섞여 있었다.만약 온권승이 이것을 핑계로 가지 않겠다고 하면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것이다.하지만 온권승은 그리 말하지 않았다.“덕공, 양해해 주십시오. 간밤에 도적이 들었는데 소신이 조심하지 않아 다리를 다쳤습니다. 하지만 큰일은 아니니 전하께 전달해 주십시오. 소신, 폐하와 태후마마를 위해서라도 만단의 준비를 마치고 칠일 뒤에 출발하겠습니다.”“그렇다면 다행이네요.”덕공은 그제야 만족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덤덤하게 얘기했다.“그럼 전 이만 물러갈 테니, 진국공 대인은 편히 쉬세요. 이제 성녀 전하께 다녀와야 합니다.”진국공부에 보낸 교지는 온권승에게 주는 생명부였고 두 번째 교지는 당연히 란사에게 보내졌다.두 시진 후.덕공은 똑같이 수월관 밖에서 교지를 읽었다.명을 받은 란사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일어섰다.그녀가 입을 열기 전에 덕공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성녀 전하, 황후마마께서 성녀 전하가 크게 다쳐 목숨을 잃을 뻔한 걸 아시고, 얼마나 걱정하셨는지 모릅니다. 해서 최상급 약재와 보신품을 보내셨습니다.”덕공이 임연주를 언급하자, 란사의 표정이 조금은 누그러들었다.“덕공, 고생이 많으십
Read more

제1023화

”폐하요?”상한아는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란사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괜찮아. 걱정하지 마.”밀서의 내용은 아주 간단했다.폐하는 그녀가 온권승을 죽일 거라는 걸 알고 밀지를 보낸 것이었다.대략 의미는 이랬다.일단 먼저 죽이지 말고 온권승이 계동취선향을 찾아내거나 그것을 찾아내지 못한 경우에 다시 죽이라는 것이다.어차피 온권승이 찾든 못 찾든 죽을 목숨이니 명기헌은 일단 그녀를 달래 주고 싶은 마음에 특별히 밀지를 보낸 것이었다.병 주고 약 주는 식으로 일단 그녀를 진정시키고, 그때 가서 당당하게 온권승을 죽이라는 뜻이었다.란사는 밀지의 내용에 별다른 의견은 없었다.그저 온권승이 반 년을 더 살아야 한다는 것이 짜증났을 뿐이었다.“섭정왕 전하한테서 소식이 왔어?”그녀는 아무 내색도 하지 않고 밀지를 상자에 넣더니 다른 쪽의 상황을 물었다.상한아가 바로 대답했다.“이미 사람을 파견하여 전하께서 안배한 사람과 접촉했습니다. 말로는 큰 수확이 있다는데 아마 이틀 뒤에 움직일 것 같습니다.”“알았어. 한아는 그쪽을 잘 주시하고 앞으로 이틀 동안 난 계속 처소 안에 있을 거야. 무슨 상황이 있으면 문을 두드리고 신호를 보내.”“네, 전하, 염려 마세요.”상한아에게 지시한 후, 란사는 추월에게도 남산 주변을 주시하라 일렀다.그리고 거처에 돌아와 옥패 공간으로 들어갔다.출발 시간까지 아직 칠일 남았으니, 이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준비를 할 것이다.특히 그동안 손실을 보았던 독충들을 보충하고 실력을 더 키울 것이다나중에 늙은 승려와 부딪칠 때 다시 제압당하면 안 되니까.안타깝게도 유성의 실력이 한계에 다다라서, 한 단계 실력을 제고하려면 다른 고충왕을 찾아야 했다.그런데 고충왕은 보기 드물어서 그리 쉽게 찾아내지 못했다.‘관두자. 일단 독충부터 키우자.’란사는 한숨을 내쉬고 독충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이와 동시에 어두운 복도에 소박한 옷차림에 가면을 쓴 사내들이 뱀가죽으로 만든 마대를 메고
Read more

제1024화

“이봐, 셋째. 멍하니 서서 뭐하냐? 어서 와서 이 물건들을 옮겨!”최량봉이 납치자들을 보고 생각에 잠겼을 때, 우두머리가 밀실 접선자와 거래를 마친 뒤였다.옆에 있던 사내, 즉 일행의 둘째는 한 여인을 메고 일어섰는데, 그가 계속 멍하니 쳐다보자 무언가 오해했는지 음흉하게 웃으면서 어깨로 들이받았다.“여인 갖고 싶어? 헤헤, 너도 오래 굶었구나. 하고 싶으면 좀 기다려. 이따가 형들이 널 데려가서 실컷 놀게 해줄게. 거기 여인들이 엄청 많아서 마음대로 놀아도 되거든. 어린 계집도 있단다. 하지만 여기 여인들은 생각도 하지 마. 다 약재로 만들 거니까.”‘약재?’최량봉은 갑자기 마음이 흔들렸다.섭정왕에게서 장생단은 사람으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들었었는데, 이제 보니 여인과 어린아이들을 약재로 사용했던 것이다.더 안쪽으로 들어가, 장생단을 만드는 곳을 찾아낸다면 섭정왕 측에서 바로 움직일 것이다.“역시 둘째 형이 최고십니다. 제가 며칠 동안 굶었는데 이따가 무조건 데려가 주세요.”최량봉은 완전히 다른 얼굴로 둘째 형의 말투를 따라하며 자연스럽게 연기했더니 상대방은 아예 눈치를 채지 못했다.일행이 계속 안쪽으로 들어갈 때 최량봉은 모든 경로를 머릿속에 기록해 두었다.일단 뭔가 발견하면 왼쪽 소매에 숨어 있는 작은 거미를 만지작거렸다.마침내 엄청 넓은 지하 기루장에 도착했을 때, 최량봉은 ‘장생전’이라는 세 글자가 새겨진 것을 바라보고 이내 눈빛이 어두워졌다.‘드디어 찾았다.’“전하! 전하! 큰일 났어요!”옥패 공간에서 한창 독충을 키우던 란사는 공간 밖에서 다급히 두드리는 문소리를 들었다.그녀는 하던 일을 멈추고 손을 깨끗이 씻고 새 옷으로 갈아입은 후에야 공간 밖으로 나아가 문을 열어줬다.“무슨 큰일이길래 이리 뛰어왔어?”란사가 문을 열어준 후, 방으로 돌아와 차 두 잔을 따랐다.하나는 상한아에게 주고 다른 하나는 그녀가 마시며 상대방이 하는 얘기를 들었다.“어젯밤 새벽에 섭정왕 전하께서 흑기군을 이끌고 안씨 가문을 포위
Read more

제1025화

이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북진연은 족히 며칠이나 뛰어다녔다.신선을 찾는 길에 나서기 전날까지, 중요한 일들을 처리한 뒤에야 란사를 만나러 뛰어온 것이었다.“이번에 섭정왕으로서 너와 동행할 수 없어.”처음에 란사는 어리둥절하다가, 곧바로 다른 뜻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전하, 설마 도망친 안씨 가문의 서자 안천신과 안 귀비를 찾기 위해서 신분을 숨기시게요?”북진연은 즉각 반응하는 그녀를 보고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장생단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안씨 가문에서 이족 토템과 이족 고충술이 남긴 흔적을 발견했어. 네가 전에 추측한 것처럼 온모가 부활한 것도 안씨 가문과 관련이 있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온모는 꼭두각시로 만들어지고 나서 도망쳤어.”“안씨 가문에서도 온모의 행방을 찾아다녔는데 뜻밖에 우리한테 발각된 거야. 지금 안씨 가문과 관련된 사람들은 모두 죽였어. 잡아낸 족족 전부 죽였는데 어디 숨어 있는 놈들은 큰 소란을 일으키지 못할 거야.”“하지만 명나라 조정의 대신이 이족과 연관이 있는 사건이라, 폐하께서 지금 밤낮으로 걱정하고 계셔. 그래서 내게 두 사람을 잡아다 이 사건의 배후인 이족의 진짜 목적을 밝혀달라고 지시했어.”란사가 턱을 만지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그렇다면 동행하면 되겠네요.”지금까지 보물지도를 본 적이 없지만, 조사한 바로는 보물지도에 있는 계동취선향은 바로 이족의 중심부에 있었다.북진연이 이족의 땅에 가고, 란사도 이족의 땅에 가야 하니 마침 잘 된 일이었다.“이번에 편하게 움직이기 위해서 난 변장하고 네 곁에 숨어 있을 거야. 그러니까 나를 좀 엄호해줘. 부탁해.”북진연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부탁했다.란사는 당연히 승낙했다.그래서 이튿날, 성녀 행렬에 훤칠하고 외모가 평범한 호위무사 한 명이 늘어났다.“전하, 진국공의 행렬이 산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란사가 고개를 끄덕인 뒤, 돌아서서 그녀를 배웅하러 온 막수 사태 일행을 바라보았다.“사부님, 제가 먼 길을 떠나 빠른 시일
Read more

제1026화

온권승이 누구를 데리고 오든 란사는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란씨 가문의 사건을 몰랐을 때는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 분명 온모였다.그런데 이 모든 음모의 배후가 온권승이 손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알았을 때,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 온권승으로 바뀌었다.‘혈육의 정이 다 뭐야?’세상에서 혈육의 정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챙기는 사람은 많고도 많지만, 온권승 같은 경우는 처가를 이용할 대로 다 이용해 먹으면 처가뿐만 아니라 자신의 핏줄까지 몰살하고 한 치의 가치도 놓치지 않았다.세상에 이런 사람은 온권승뿐이고, 그보다 더 악랄한 사람은 또 없을 것이다.그러니 아버지라는 작자는 정말 무서운 인간이라 생각했다.만약 환생하지 않았더라면 모든 진실을 전혀 몰랐을 것이다.하나 또 하나의 피맺힌 원한을 누가 갚겠는가?어쩌면 하늘이 이 모든 것을 알리기 위해 그녀를 환생시켰을 수도 있었다.그러니 온모를 두 번씩이나 죽였더니, 더는 예전처럼 증오하는 마음이 강렬하지 않았다.하지만 온권승에 대한 원망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점점 분노가 쌓여만 갔다.시간은 흘러, 보름 동안 행렬은 무사하고 매우 평온해 보였다.온권승마저도 그의 딸이 이리 조용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경성을 떠나면 란사가 안절부절 못하고 죽이러 올 줄 알았다.보름이 지나고, 어느새 노주에 발을 들이고 또 노주를 지나 곧 변경에 도착했다.가는 길에 온권승은 신경을 곤두세웠지만 란사는 조금도 공격하려는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설마 명나라 국경을 벗어나면 죽이러 오나? 아니면 계동취선향을 찾은 뒤에 죽일 생각인가?’선향 유적지를 아직 찾지 못했으니 란사가 함부로 움직이지 못한다고 단정했다.그런 생각에 마차 너머로 뒤쪽을 바라보며 냉소를 지었다.‘그렇다면 다행이지. 네가 먼저 죽이러 오지 않으면 내가 갈게.’온권승은 언젠가 죽을 거라는 알고 조용히 기다리지 않았다.곧 반나절이 지나고 행렬이 노주 변경에 들어섰다.이번에 그들이 찾는 목표물은 결코 평범한 물건이 아니기에, 모든 사람은 이틀 전에 금주에서
Read more

제1027화

란사가 고개를 돌려 보았더니 몇몇 손님이 주인장에게 무엇을 따지고 있었다.그중 젊은 남녀 한 쌍은 생김새가 비슷하여 왠지 남매 같았다.주인장이 방이 없다는 말에 남매의 안색이 순간 험상궂게 일그러졌다.“다른 객잔에 방이 있으면 저희 집 도련님과 아가씨가 이리 형편없는 곳에 왔겠어요? 두 분 구씨 가문 사람이라 여기에 묵으러 온 것을 영광이라 생각하세요. 구씨 가문에 밉보이기 싫으면 방이 없어도 무조건 만들어 내세요!”하녀가 ‘구씨 가문’을 내세우자 주인장은 경악하며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이… 이제 보니 구씨 가문의 도련님과 아가씨였군요. 이리 누추한 곳에 오신 걸 알아보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러니 제발 용서해 주세요!”주인장은 곧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계산대 뒤에서 나오더니 이내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그러자 구씨 도련님은 귀찮다는 듯 ‘쯧’ 혀를 차고, 뒤에 서 있던 호위무사가 촤아악 하고 칼을 뽑아 주인장의 목을 겨주었다.“내 시간을 낭비하지 마. 말해. 대체 방을 비울 수 있느냐?”칼이 목까지 들어왔는데 복객잔의 주인장은 비우지 못한다고 말할 리가 있을까?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비울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당장 가서 손님들과 상의해 보겠습니다.”복객잔의 주인장은 마음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하필이면 오늘 재수 없게도, 건드리지 말아야 할 구씨 가문의 상전들을 만나게 되다니, 어쩔 수 없이 다른 손님들이 묵고 있는 방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구씨 가문을 내세운다면 그 손님들은 내키지 않아도 동의할 것이다.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금 객잔에 묵은 다른 손님들도 만만치 않는 상대라는 것이 떠올랐다.그러다 1층에서 식사하는 손님들을 훑어보다가 란사 일행에 시선을 고정했다.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옆에 앉은 온권승 쪽을 보더니,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앞에 다가가 용건을 얘기하자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하던 온권승이 웃으면서 말했다.“강호를 떠다니다 보면 다른 사람이 편해야 자신도
Read more

제1028화

온권승이 불똥을 자신에게 튕기자, 란사는 곁눈질로 흘겨보았다.“딸?”오직 한 글자에 그에 대한 조롱을 가득 담겨 있었다.란사가 예의가 없고 싸늘한 눈빛을 보내자, 온권승은 마음이 불쾌하고 복잡했다.갑자기 일 년 전에 성년식을 치르던 때가 떠올랐다.그때 란사는 그를 동경하는 착한 아이였다.나중에 온모가 집에 온 이후로, 그녀에게 짜증을 부리고 꾸짖고 편애하기 시작했지만 억울한 마음이 가시면 또 다가와 아버지라고 불렀다.그런데 안타깝게도 일 년 동안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애당초 착하던 딸은 지금 그의 목숨을 노리는 반항아가 되었다.“그래, 딸아. 이번 행차에 우리 부녀는 중요한 임무를 맡고 나왔잖냐. 순조롭게 완성하기 위해서라도 괜히 일을 그르치지 말고 잘 생각해 보고 얘기하거라.”온권승은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말했다.워낙 두 사람의 신분이 너무 눈에 띄어서, 노주에 들어온 후부터 상단으로 바꾸고, 담당자인 온권승이 자연스럽게 규모가 가장 큰 상인으로 위장했다.본래 란사는 그의 안배에 아무런 의견도 없고 관심도 없었다.그런데 온권승은 그 많은 일을 겪고도 뻔뻔하게 다른 사람들 앞에서 부녀라고 할 줄이야.다른 사람이 방금 한 말을 듣는다면, 상인 아버지가 딸에게 방을 내놓으라고 권고한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란사의 귀에는 한 글자마다 협박으로 들렸다.폐하의 명령을 잊지 말고 심사숙고하는 것이 좋을 거라고 협박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란사는 그 수법에 넘어가지 않았다.“하, 시치미떼지 마세요.”란사가 갑자기 콧방귀를 뀌었다.“그런 가식적인 면상을 치우고 잔꾀를 부리지 않는 게 신상에 좋을 겁니다. 이번 임무를 실패로 만들어도 상관없거든요.”‘감히 성지와 폐하로 나를 협박해? 이미 한 번 죽은 내가 복수만 할 수 있다면 두려운 건 하나도 없어. 가장 나쁜 결과는 기껏해야 지옥에 가는 거겠지.’란사는 눈빛으로 경고하며 상대방의 체면 따위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그 태도에 온권승의 안색이 싸늘하게 굳어버렸다.“대체 무슨
Read more

제1029화

”큰오라버니?”저지당한 구옥선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구옥천을 돌아보았다.“왜 말려요? 저 여인이 얼마나 기세가 대단한지 못 봤어요?”“그만해!”구옥천은 누이의 팔을 잡고 미간을 찌푸렸다.“고작 방을 갖고 무력을 행사하느냐? 상대가 원하지 않으니 그만두거라!”그 말에 구옥선은 귀신을 보듯 오라버니를 쳐다보았다.평소 큰오라버니는 자신보다 더 잔악무도한 짓을 벌였는데, 오늘 갑자기 무엇을 잘못 먹은 것처럼 사람이 바뀌고 그만두라는 말까지 했다.지난번에 두 남매를 건드렸던 사람은 큰오라버니가 나서서 다리를 부러트린 바람에 지금도 다리를 쩔뚝거리고 있다.구옥선은 오늘 구옥천이 정말 이상하다 생각했다.그러니 일단 손을 거두고 큰오라버니가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지켜보기로 했다.곧이어 큰오라버니는 그녀를 스쳐 란사의 탁자에서 세 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더니, 제법 기풍이 넘치게 두 손을 공수하고 인사를 건너는 것이었다.“낭자, 용서해 주시오. 내 누이동생은 집안의 총애를 받고 자라 일시적으로 흥분을 참지 못해서 이런 창피한 일을 저질렀소. 그러니 내 체면을 봐서라도 누이동생한테 따지지 않았으면 좋겠소.”말을 마친 구옥천은 고개를 쳐들고 란사에게 호방한 미소를 지었다.“참, 낭자의 말투를 들어보니 노주 출신이 아닌 것 같소만. 식사를 마쳤다면 내가 직접 노주성을 구경시켜드리는 것으로 대신 사과하겠소. 어떠시오?”갑작스러운 전개에 추파를 던지는 표정에 란사 일행은 더는 참지 못했다.란사는 어이가 없어 한마디도 대꾸하지 않았다.차를 마실 기분도 싹 가셔서 탁자에 내려놓았다.차를 마시다 참지 못하고 토할 것 같았다.그녀와 가까이 있던 상한아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슬그머니 옆에 ‘호위무사 연’을 쳐다보았다.평범한 ‘호위무사 연’은 여전히 무표정인데, 자세히 보면 눈가에 살의가 가득했다.게다가 검갑에서 검을 천천히 뽑는데 당장이라도 구옥천을 해치울 기세였다.그리고 본래 좋은 구경하려던 온권승도 눈살을 찌푸리더니 혐오하는 눈빛으로 구옥천을 흘겨보았
Read more

제1030화

비록 역겨운 인간이지만 타인의 손을 빌려 사람을 죽이는 수단은 꽤 성공적이었다.온권승도 구옥천이 정말 란사를 죽일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란사와 여러 번 맞서도 죽이지 못했는데, 저런 병신 같은 녀석이 성공할 리가 있겠는가?그가 이러는 것은 단지 란사가 다른 곳으로 정신을 팔게 하기 위해서였다.여기까지 오는 길에 온권승이 그의 딸을 주시한 것처럼, 그 딸도 자신을 주시했을 것이다.두 사람은 지금 적절한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런데 이 기회가 언제 올지는 그들의 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가까울수록 더 빨리 찾아올 것이다.당일 저녁, 온권승이 예상한 대로 인내심이 없는 놈들이 벌써 움직이기 시작했다.밤이 깊어지자, 구옥천은 창문을 열고 틈새에 명령이 적힌 쪽지를 밖으로 던졌다.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린 부하는 주인의 명령을 받자마자 바로 움직였다.열 명 넘는 검은 그림자가 객잔 밖에서 조용히 들어와 3층으로 올라갔다.복객잔의 3층에는 상등방 2개만 있었다.동쪽에 하나, 서쪽에 하나 있는데 온권승이 자신의 상등방을 양보했기에, 지금 동쪽에 구옥천이 묵고 서쪽은 란사의 방이었다.이 시각 검은 그림자가 서쪽 상등방을 향해 가고 있었다.2층 어느 중등방에서 구옥선은 큰오라버니가 오늘 밤에 무조건 움직인다는 걸 알고 아예 잠을 자지 않았다.낮에 잘난 척하던 계집이 잡혀서 낭패한 모습으로 당한 꼴을 꼭 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비록 큰오라버니가 질리게 놀 때까지 잠시 건드릴 수 없지만 그렇다고 괴롭히지 못한다는 건 아니었다.어쨌든 죽이지 않으면 큰오라버니도 말리지 않을 것이다.그런 생각에 구옥선은 지체하지 않고 하녀에게 자신의 칠목 상자를 꺼내 달라고 지시했다.그녀는 손을 뻗어 상자를 만져보더니 눈가에 흥분과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여기 안에 들어있는 것은 그녀의 ‘보물’이었다.이 시각, 3층 서쪽 상등방.란사는 밖에서 위험이 닥쳐오는 것을 모른 채, 침상에 편히 누워 쉬고 있었다.그때 서늘한 빛이 감도는 비수가 창문 틈으로 들어
Read more
PREV
1
...
101102103104105
...
113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