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1091 - Chapter 1100

1130 Chapters

제1091화

분노와 충격, 원망이 뒤섞인 온자월의 표정을 보고 란사는 환한 웃음을 지었다.그녀는 더 이상 무언가를 감출 생각이 없었다.온권승과 온자월, 그리고 뒤에서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온장온을 향해 그녀는 말했다.“그래. 내가 그년을 죽였다. 그것도 한번이 아니지.”분노한 온자월은 추월의 검을 밀치고 주먹을 쥔 채로 란사에게 달려들었다.“죽여 버릴 테다!”“악독한 계집 같으니라고! 널 죽여서 막내의 복수를 할 것이다!”온자월은 미친 사람처럼 목이 터져라 외쳤다.그러나 그가 아무리 날뛰어 봤자 고작 욕설이 전부였다.그는 란사에게 반보도 다가가지 못했다. 어둠 속에서 섬뜩한 검광이 스쳤다.파직!뼈와 살이 절단되는 소리가 숲에서 울려 퍼지고, 그의 한쪽 팔은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피가 하늘에 닿을 듯 사방으로 튀었다.“아악!”온자월의 비명 소리가 순간 숲 전체를 뒤흔들었다.란사는 추월의 검에 한쪽 팔을 잃고 그대로 무릎을 꿇은 온자월을 바라보며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그 정도 실력으로 그 사생아의 원수를 갚아? 오늘 밤에 어떻게 살아서 이 숲을 빠져나갈지나 걱정하시지.”란사는 비웃음을 흘리며 무심한 어투로 말을 덧붙였다.“네 아비가 널 구해주지 않으면 누이의 원수는커녕 여기에 묻힐 각오나 해야겠지.”“날 죽이면, 천하 사람들이 성녀인 너를 어떻게 비난할지 생각이나 해봤어?”온자월은 그제서야 제정신이 들었다.그는 자신이 란사의 오라비라는 점을 이용해 성녀의 명성을 걸고 협박을 시도한 것이다.그러나 란사는 그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온화하지만 잔인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여긴 중원이 아니야. 여기서 너희 모두를 죽여 버린들, 세상 사람들이 내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까?”온권승의 얼굴은 어둡게 가라앉았다.“네 부하들의 실력을 너무 과신하는군. 고작 저들로 우리 모두를 죽이는 게 가당키나 한 것 같으냐?”란사는 빈정대듯 피식 웃었다.“정말 그렇게 생각했다면 몰래 한아를 납치하지도 않았겠지.”란사는 손사래를 치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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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2화

“형님?”온장온이 나서줄 거라 예상하지 못했던 온자월이 놀란 표정으로 그를 불렀다.그러나 곧이어 그는 표정을 확 바꾸었다.“형님, 지금 온사 저년의 편에 서시려는 겁니까? 아니면 저를 돕자고 나서신 겁니까?”온자월은 분개하며 말했다.“저를 돕고 싶으신 거라면, 저년의 편에 서지 말아 주십시오. 저년은 막내를 죽였던 년이에요! 한번이 아니라잖아요! 저년의 수하가 제 팔을 잘랐습니다!”“저런 살인자는 용서받을 자격이 없어요. 그러니 형님, 저를 동생으로 생각하신다면 당장 저년을 죽여주세요!”“온자월!”온장온은 크게 호통치며 온자월의 말을 끊었다.그는 주먹을 불끈 쥐고 동생의 잘린 팔을 바라보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잠시 후, 결심이 선 그는 냉랭하게 말했다.“나는 너를 돕고자 나선 것이 아니다.”온자월은 크게 흠칫하더니 마침내 형님의 뜻을 이해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원망의 시선으로 온장온을 바라보며 물었다.“해서, 온사의 편에 서겠다는 겁니까?”“그래.”온장온은 주저없이 답했다.“형님! 저 형님과 피를 나눈 동생입니다!”온자월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분노에 찬 고함을 질렀다.온장온은 냉랭한 어투로 말했다.“허나 온사 또한 나와 피를 나눈 여동생이다. 그건 너 또한 마찬가지야.”“전 저런 악독한 년을 동생으로 둔 적 없습니다!”온자월은 악에 받친 고함을 질렀다.“진작에 말했지 않습니까. 제 동생은 오직 막내뿐입니다! 형님께서 제 말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다시 말씀드리죠!”“나 온자월은, 오늘부로 온사와 남매의 연을 끊겠습니다. 지금부터 나는 저년의 오라비가 아니고, 저년도 제 누이동생이 아닙니다! 철천지원수일 뿐이라고요!”온자월의 울부짖음이 숲 속에 메아리쳤다.온권승은 이 상황을 즐기듯이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의자 팔걸이를 툭툭 두드리며 온자월 온장온 형제를 바라보고 있었다.악담라 역시 자비로운 부처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어차피 그가 원하는 거래는 이루어졌으니 이 가족이 풍비박산나는 꼴을 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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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3화

갑작스러운 상황에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멍하니 굳어버렸다.적막해진 분위기가 흐르던 중에 온권승의 포효가 터져 나왔다.“이 역적 같은 자식이!”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온장온의 손에 들린 단도를 노려보며 떨리는 손을 들어 장남을 손가락질했다.“감히 친동생을… 정녕 미친 것이냐!”“예! 저 미쳤습니다!”온권승의 질책에도 온장온은 매우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냉소를 지었다.“이 모든 것이 아버지의 탓 아닙니까? 저든, 아니면 둘째든, 모두 아버지에게 핍박당하여 이 지경이 된겁니다.”“둘째는 아버지의 압박에 의하여 집을 떠났고, 지금까지 생사도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셋째와 넷째는 아버지의 말에 속아 혈육에게서 등을 돌리고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못하게 되면서 오로지 그 사생아만을 감싸려 듭니다!”온권승이 분노하며 말했다.“둘째가 집을 나갈 때 도운 사람이 너라는 것을 아비가 모를 줄 알았느냐! 이제 와서 아비가 핍박했다니!”“제가 돕지 않았다면 둘째는 진작에 아버지의 손에 죽었겠지요!”온장온도 지지 않고 고함쳤다.“당신이 그때 둘째에게 자객을 보내지 않았더라면, 그 아이가 어찌 고향을 등지고 먼 타향으로 떠났겠습니까!”“그건 그 애가 훔쳐서는 안 될 것을 훔쳤기 때문이다!”“그 물건이 정녕 아버지의 것입니까?”온장온이 되물었다.그는 냉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둘째가 아버지의 무엇을 훔쳤다고 그러십니까? 그 애가 가져간 것은 외조부의 물건 아닙니까!”그 말을 들은 온권승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그 장부에 기록된 것은 모두 란씨 가문의 소유였기 때문이다.그는 온장온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죄악이 드러난 이상, 따지는 것조차 체면을 구기는 일이었다.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며 온권승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그는 고개를 들고 온장온을 똑바로 마주보며 말했다.“너는 란사의 편을 들지만, 저 아이는 이미 온씨 가문 사람이 아니다. 저 애는 심지어 넷째를 죽였어. 그런데 너는 오히려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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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4화

말을 마친 란사는 온권승을 지나쳐 구석에서 구경만 하고 있던 악담라에게 시선을 고정했다.“난 이국 왕성에 가서 온모를 잡아 인질을 교환할 것이다. 그러나 그 전까지 내 사람은 꼭 무사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세상 끝까지 찾아가서라도 네 목숨을 취할 터이니.”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유성의 앙칼진 충명이 산간 전체를 뒤흔들었다.악담라의 동공이 순간 요동치기 시작했다.‘저 녀석은 경성에서도 마주친 적 있던 충왕이로구나!’알고는 있었지만 이 빠른 시간 안에 유성이 이 정도로 성장한 것은 예상밖의 일이었다.‘성녀의 충술사가 일반인은 아닌 모양이로군.’란사의 위압에 악담라도 더 이상 경거망동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성녀께서 약속만 지켜주신다면 이 승려도 당연히 그 아이의 털끝 하나 건들지 않겠다고 약조하지요. 허나 아까도 말했듯이 서두르셔야 할 것입니다.”란사는 콧방귀를 뀌며 시선을 거두었다.“가자.”그녀는 고개를 돌려 온자월을 꽉 잡고 있는 온장온을 바라보다가 사람을 시켜 두 사람을 들것에 들게 했다.란사 일행이 재빨리 자리를 뜨자, 산간은 비로소 평화를 되찾았다.곳곳에 널브러진 잔해만이 조금 전 벌어졌던 일들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을 뿐이었다.“악담라 대사, 대사 덕분에 내가 참으로 난감하게 되었습니다.”란사 일행이 자리를 뜨자마자 온권승은 심히 불쾌한 얼굴로 악담라에게 말했다.악담라는 허허 웃으며 답했다.“진국공 나리, 그리 조바심 내실 것 없습니다. 어쩌면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절호의 기회 아닙니까?”온권승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응시했다.용골련을 손에 넣지 못한 지금, 그는 악담라를 찢어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허나 악담라는 실력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자이고 현재 온권승은 그에게 기대야 하는 처지였으니, 아무리 화가 나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계속 참고 있자니, 둘 사이의 협력 관계가 완전히 뒤바뀐 상황이라 악담라가 나중에 란사의 편에 설 수도 있는 일이었다.온권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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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5화

란사는 우악스럽게 온자월의 목을 움켜쥐었다.그녀는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온자월을 죽일 듯이 응시했다.그동안 쌓아온 모든 분노와 고통을 이 순간에 쏟아내고 싶어졌다.그러나 온자월의 숨통이 끊어지려던 순간, 온자월을 꽉 안고 같이 죽으려 했던 온장온의 비장한 얼굴이 머릿속에 스쳤다.의식을 잃고 쓰러지던 순간까지도 온자월의 손을 놓지 않고 꽉 붙잡고 있던 모습마저 떠오르자 란사는 순간 손에 힘이 확 풀렸다.무력감이 그녀의 가슴 속으로 밀려들었다.“넌 죽었어야 했어. 죽어 마땅한 인간이니까….”그러나 그녀는 도무지 다시 손을 뻗을 수가 없었다.온자월이 가엾어서가 아니라, 온장온, 그녀의 큰 오라버니 때문이었다.란사는 눈을 질끈 감았다. 어느새 얼굴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이 그녀의 의복을 적셨다.“온장온이 죽으면 너도 죽을 거야.”란사는 온자월이 들을 수 있든 말든 그 말을 내뱉은 뒤, 공간의 힘을 이용해 온자월을 2층으로 던져버렸다.예전에 온자월이 갇혀 있던 바로 그 철창 안이었다.모든 일을 마친 후, 란사는 재빨리 공간을 빠져나왔다.밖에서 추월과 일행이 기다리고 있어 공간 안에 너무 오래 머물 수는 없었다.공간을 나오니 가장 가까이에 있던 추월이 그녀의 기운을 감지하고 재빨리 앞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란사는 추월의 엄호를 받으며 산비탈을 빠져 나왔다.고양과 흑기군들을 마주한 란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을 꺼냈다.“이제 신속히 이동하여 이족 왕성에 최대한 빨리 도착해야 하니, 앞으로의 시간 동안 자네들은 내 지시에 엄격히 따라주기를 부탁하네. 이족 왕성으로 가는 길은 매우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내 사람들이 길을 열 것이니, 자네들은 잘 따라오기만 하면 되네.”란사의 측근들을 제외하고 외부 사람들은 그녀의 배후에 충술사가 있다고 알고 있었다.그래서 고양은 그녀의 말을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심지어 온자월과 온장온 두 사람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도 캐묻지 않았다.방해꾼인 온권승 일당이 뒤에 있고 고양이 이끄는 흑기군의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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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6화

좀 황당하긴 했다.란사는 자신의 외모가 이족인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볼 정도로 경국지색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분명 뭔가 문제가 있었다.그녀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그렇게 얼마 되지 않아 그들이 주숙할 곳을 잡고 상황을 살피려는데, 누군가 갑자기 길거리에서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멈춰!”상대는 열 명이 넘었고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는 좀 마른 녀석과 건장한 체구 둘이 있었다. 건장한 몸집을 가진 자는 희동이나 온모를 잡아간 자처럼 거구는 아니었지만 일반인보다는 몸집이 훨씬 컸다.그리고 깡마른 체형의 사내는 옷차림새가 주변의 다른 이들과는 확연히 달랐는데 귀족의 복장으로 보였다.상대는 다짜고짜 대열 한가운데에 선 란사를 응시하더니 눈알을 굴리며 입을 열었다.“너희에게 기회를 주지. 저 여자를 내놓으면 죽음은 면하게 해주마. 왕족의 신분을 걸고 약조하겠다.”그 말을 들은 란사 일행은 상대의 신분을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사내는 이족 왕실의 일원인 모양이었다.성에 들어서자마자 이족 왕족의 눈에 띌 줄이야.분명 성을 들어올 때까지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그런데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고양은 주변을 경계하며 란사를 옹호했다.란사는 무슨 상황인지 대략 짐작이 갔다.변장을 한 후의 그녀의 모습은 이족들 중에 아는 자가 거의 없었다.허나 두 사람은 그녀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창왕 창청람과 온모였다.그녀는 지금 이족 소주로 변장을 했으니 창청람이 그녀의 위장을 이렇게 빨리 알아챘을 리는 없었다.그렇다면 남은 건 온모뿐이었다.란사는 표정을 굳혔지만, 굳이 이들과 충돌을 일으키지 않았다.그녀는 놀란 가슴을 진정한 후에 고양의 어깨를 다독이며 길을 비키게 했다.“각하가 누군지부터 밝히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설마 창왕께서 나를 마중하라고 보낸 사람들이오?”자신을 왕족이라고 칭했던 사내는 그 말을 듣더니 덩치와 시선을 교환했다.그러더니 둘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형님, 들으셨습니까? 저 여자가 우릴 넷째가 보내 자신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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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7화

란사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그녀의 기억이 맞다면 창왕 창청람은 이족 왕자들 중에 넷째였다.그가 꾸민 짓일까?음흉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들을 바라보며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결국 란사는 치미는 분노를 참으며 짐짓 모르는 척 둘에게 말했다.“대왕자 전하와 이왕자 전하셨군요. 다만 두 분의 말씀을 저는 전혀 못 알아듣겠어요. 사내인 제게 어찌 제수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그녀는 현재 이족 소주의 신분으로 위장하고 있으니 모든 상황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쉽사리 이 신분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대왕자와 이왕자가 큰 웃음을 터뜨렸다.“하하! 난 또 뭐라고! 우리도 넷째 그 녀석이 사내에게 미쳐버릴 줄은 몰랐지!”“둘째야, 그건 아니지. 제수의 저 얼굴을 보니 나도 마음이 동하겠는걸. 넷째가 복이 터진 것이지.”대왕자의 말을 들은 이왕자가 다시 시선을 란사에게로 돌렸다.그 눈빛은 더러운 욕망으로 득실거렸다.란사는 물론이고 고양 일행도 상대의 눈빛을 보고 표정이 음침하게 굳으며 살의를 드러냈다.‘감히 대명의 성녀에게!’‘무례한 야만인들 같으니라고!’살기를 감지한 대왕자와 이왕자의 표정이 급변했다.특히나 대왕자는 음침한 시선으로 란사의 사람들을 둘러보더니 가소롭다는 듯, 비웃음을 흘렸다.체구가 작은 이 호위들로는 자신들의 상대가 되지 못할 거라 생각한 것이다.‘넷째가 마음에 둔 저 인간도 별볼일 없는 모양이군.’이족 호위들은 하나 같이 거구에 우락부락한 몸집으로 강인함을 과시했다.그들이 보기에 가장 강한 전사는 당연히 이런 모습일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귀족들도 거구의 호위들을 많이 거느리는 것을 신분의 상징으로 여겼다.그러나 란사의 사람들은 조건에 부합되는 사람이 없으니 얕잡아본 것이었다. 란사는 너무 일찍 신분을 들키는 것이 싫어 희동을 소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래서 그녀의 주변에는 흑기군들 뿐이었다.사실 고양 일행도 중원에서는 이미 알아주는 건장한 몸집이었지만 이족인들 눈에는 난쟁이로 보이는 모양이었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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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8화

새로운 정인이라는 말에 란사는 온모를 떠올렸다.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사왕자의 새 정인이 설마 온모라는 여인입니까?”“너도 녀석의 정인에 대해 아는 모양이군. 설마 바람난 정인을 잡으러 여기까지 온 건 아니겠지?”란사는 원하는 대답을 얻고는 더 이상 대왕자 일당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소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고양이 다가와 낮은 소리로 여쭈었다.“지금 성을 빠져나갈까요?”지금 상황으로 봐서 그들은 왕실에 발각된 것이 분명하고 대왕자와 이왕자라는 인물은 딱 봐도 좋은 의도를 품은 자들이 아니었다.그래서 고양은 지금 당장 성을 빠져나가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되었다.그러나 란사는 고개를 저었다.“그럴 필요 없네.”그녀가 말했다.“이미 발각된 이상, 돌아가서 창왕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강구하기 보다는 저들을 따라가는 게 더 낳을 것 같네.”어차피 두 사람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창청람에게 악감정을 품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비록 질 나쁜 인간들이긴 해도 교활하고 머리도 좋은 창청람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훨씬 쉬웠다.“오늘밤은 이 성안을 자세히 둘러보고 밤에 있을 연회에서 기회를 봐 움직이도록 하게.”“예.”란사는 고양 일행에게 지시를 내린 후, 고개를 돌려 대왕자와 이왕자를 바라보며 말했다.“두 전하께서 저를 초대하고 싶으시다니 어찌 거절하겠습니까. 다만 이들은 제 호위들이니 저와 함께 갈 것입니다. 그러지 않으면 안심이 되지 않아서요.”그 말을 들은 두 사람은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어차피 하나같이 약골들 같고 인원수가 얼마 되지도 않으니 그냥 데려가게 하십시오, 형님. 여기서 시간을 끌다가 넷째가 냄새를 맡고 오면 곤란해져요. 왕부로 돌아간 후에 싸그리 잡아서 처리해도 늦지 않습니다.”대왕자도 그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좋다. 그렇게 하자꾸나.”그러고는 란사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네 사람들을 모두 데리고 우릴 따라오너라.”란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얼마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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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9화

고성을 지르며 검을 빼든 이왕자를 대왕자가 말렸다.“둘째야, 잠깐!”대왕자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곧바로 승부가 결론이 났다.고양과 추월은 각자 발산인 두 명을 맡았다. 고양의 검이 상대의 머리를 벴고 추월은 란사에게 달려들었던 발산인의 목을 단도로 그어버렸다.두 왕자가 그렇게 자신하던 이족 용사는 전장에 뛰어든지 얼마되지도 않아 목숨을 잃었다.인원수가 불리한 것도 아니었고 일대일 결투에서 압도적인 실력 차이로 진 것이다.두 왕자는 그 광경을 목격하고 비로소 자신들이 기생오라비라고 무시했던 자가 보이는 것처럼 약골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특히나 발산인을 처단한 남녀는 초월적인 존재라 말할 수 있었다.상황이 좋지 않음을 깨달은 대왕자와 이왕자는 조용히 뒤로 물러섰다.란사가 그들을 향해 고개를 돌린 순간, 둘은 동시에 몸을 날려 대문 쪽으로 돌진했다.“형님, 어서 도망쳐야 합니다!”이왕자는 즉시 대왕자의 팔을 움켜잡고 그를 이끌며 무서운 속도로 대문까지 내달렸다.“당장 문 열어!”이왕자가 큰소리로 외쳤다.그러나 문지기가 대문을 열려고 다가가려던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뒤였다.이왕자는 뒤에서 누군가 쫓아오는 것 같은 느낌에 솜털이 곤두서고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뒤를 돌아볼 용기가 없었던 그는 이를 악물고 방향을 바꾸어 몸으로 대문을 부수고 나갈 생각으로 돌진했다.그러나 대문 앞에 다다르기도 전에 대왕자의 비명이 들려왔다.“악!”잠시 멈춰서 뒤를 돌아본 이왕자는 대왕자의 몸에 붙은 주먹만한 거미들을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한 녀석이 대왕자의 목덜미를 물어뜯은 순간, 주변 피부는 금세 청흑색으로 물들고 있었다.‘독거미다!’이왕자는 깜짝 놀라 손을 휘저으며 독거미들을 쫓아내려 했지만 또다른 거미떼가 그의 코앞에 나타났다.이왕자는 상황이 좋지 않음을 직감하고 도망치려 몸을 돌렸지만,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그의 머리 위로 무수히 많은 거미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쏟아져내리더니, 대왕자와 이왕자는 순식간에 거미떼에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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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0화

그 말이 마음에 들었던 것인지, 란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의자 등받이에 허리를 기대며 느긋한 어투로 말했다.“뭘 어떻게 돕겠다는 건지 얘기나 들어보자고.”이왕자는 사지만 발달했지 대왕자처럼 지략이 뛰어난 자는 아니었다. 그는 한참을 머리를 굴리더니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내일 밤, 형님과 내가 너를 연회에 데려갈 테니, 그곳에서 그 녀석을 죽이는 걸 도와주마.”란사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연회에서 사왕자를 죽이라고? 이왕자, 지금 날 농락하는 건가? 내가 왕실연회에서 창왕을 죽이면, 이 왕성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없을 텐데?”이왕자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니, 무턱대고 죽이라는 게 아니다! 투수장을 이용하는 것이 어떻겠느냐?”이왕자의 설명을 듣고 란사는 대략 상황을 파악했다. 이족 왕실의 왕은 극도로 폭력과 피를 좋아하고 사냥과 살육을 취미로 즐기는 인물이었다.그래서 매년 그의 생신 연회에서는 인간과 야수가 결투를 벌이는 경기가 열리고는 했다.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직접 경기에 참가할 수도 있고, 부하를 대신 내보낼 수도 있었다.사람이든 짐승이든, 최종 승리를 거두면 왕이 하사하는 풍성한 포상을 받을 수 있었다.지난번 투수장 경기에서는 맹호 한 마리가 모든 인간과 야수들을 물리치고 최종 승리를 거두어 호왕으로 봉해진 적 있었다.녀석은 자신만의 산맥과 영지를 갖고 전문 관리인이 먹이를 주고 돌보며 매년 부락들로부터 공양까지 받아먹으며 살고 있다 한다.물론 이족인들 중 일부는 사람이 짐승에게 패배한 것을 치욕스럽다고 생각했을 것이다.그래서 호왕 이후로 최종 승리를 거둔 짐승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투수장에서는 사람이 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아. 넷째가 경기에 참가하기만 하면 그대들은 경기장 안에서 정당한 결투를 통해 녀석의 목숨을 취할 수 있지.”“그렇게 해서 넷째가 죽더라도 그대들이 최종 승리만 거둔다면 아바마마께선 너희에게 죄를 묻지 않을 것이다.”이왕자의 설명에 란사는 매섭게 눈을 치켜뜨며 상대를 노려보았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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