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1101 - Chapter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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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1화

“그건 알 필요 없고 당신들은 내 질문에만 답하면 돼.”란사는 굳이 녀석들에게 자신의 패를 보여줄 생각이 없었다.그녀는 대왕자를 힐끗 보고는 의식을 통해 유성을 찾았다.‘녀석들의 체내에 깃든 독을 아직도 통제할 수 있어?’란사는 두 사람이 말하는 독성에 강한 체질에 의문을 품었다. 혹여 그녀의 독이 작용을 못한다면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었다.다행히 유성의 답은 그녀가 예상했던 대로였다.‘걱정 마세요, 주인님. 독성에 저항하는 저들의 체질은 주인님의 독에 당한 이후로 해제가 되었어요.’란사는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만약 독으로 이 둘을 통제가 가능하다면 이대로 죽이는 것보다는 가치가 있었다.어쨌거나 왕실 구성원인데 이 자리에서 바로 죽인다면 귀찮은 일에 휘말릴 수도 있었다.그녀의 목적은 단 하나, 온모를 잡아서 한아와 교환하는 거였다.그러니 다른 돌발 상황은 뭐든 피할 생각이었다.대왕자는 이미 독에 저항하는 자신의 체질이 란사의 독에 당한 순간부터 무효가 되었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다.그래서 그는 굉장히 란사에게 협조적이었다.란사는 왕성의 상황을 대략적으로 알아낸 후, 둘에게 말했다.“당신들도 느꼈겠지만 당신들의 체내에는 아직 독성이 남아 있어. 내가 원하는 건 단 하나야. 일이 성사되면 해독제를 내어주도록 하지.”대왕자는 협상이 가능하다는 얘기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그는 만일을 대비하기 위해 조심스레 말했다.“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이라면 우릴 죽여도 소용없어.”란사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사람 한 명을 찾기 위해서다.”대왕자가 물었다.“그게 누구지?”란사가 말했다.“당신들이 일전에 말한, 창왕의 새로운 정인, 온모야.”“그 여자를?”대왕자와 이왕자는 잠시 놀랐지만 이내 알겠다는 듯한 눈빛을 란사에게 보냈다.란사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당신들이 생각하는 그런 게….”“알아, 이해해.”연적끼리 서로 죽이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둘은 복 터진 창청람의 처지가 질투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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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2화

대일족은 왕성의 왕족들이었다.대왕자와 이왕자, 창왕 창청람까지 모두 대일족이었다.이는 란사도 아는 내용이라 그의 협박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대왕자와 이왕자가 배반만 하지 않으면 굳이 약속을 어길 이유도 없고 만약에 무슨 문제가 생겼다고 해도 그녀는 이미 온모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 한아와 교환하고 중원으로 돌아가면 되는 일이었다.대일족인들이 만약 거양관을 침범한다면 대명의 철기군과 접전을 벌여야 할 테니, 살아서 돌아갈 수가 없었다.대왕자의 협박은 이족인들에게 통할지 몰라도 란사에게는 통하지 않았다.그러나 란사는 지금 이족인 행세를 하고 있으니 짐짓 진지한 척, 고개를 끄덕였다.그 시각, 창왕부.창왕의 부하인 연지가 오늘 거리에서 있었던 일을 창청람에게 보고했다.“대왕자께서 잡아간 일행 중에 아주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소년이 있었는데 전하께서 친히 그려주신 정인의 모습과 똑같았다고 합니다.”정인이라는 말에 창청람은 웃음을 터뜨렸다.“그 여자가 말한대로 결국 그녀는 왕성에 오고 말았군.”“전하, 대왕자와 이왕자께서 사람을 데려갔으니, 소인이 애들을 보내 사람을 데려올까요?”연지의 물음에 창청람은 고개를 저었다.“그럴 필요 없어. 형님들이 그 성녀와 싸움을 벌이는 것도 좋지. 내 형님들도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지만 그 성녀도 절대 무시해선 안 될 인물이거든.”굳이 그들이 가서 대왕자, 이왕자와 충돌을 벌이는 것보다 양측이 싸우게 내버려두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어느 쪽이 지든 간에 크게 원기를 상하게 될 테니 창왕에게는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하지만 전하, 만약에 대왕자와 성녀가 손을 잡는다면 어찌 하실 겁니까?”연지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창청람에게 물었다.창청람은 피식 웃더니 말했다.“절대 그럴 일은 없어. 내 형님들은 비겁하고 음흉한 인간들이야. 그들이 성녀를 잡아다 무슨 짓을 할지는 모르지만 결코 좋은 일은 안 할 거라는 거지. 어쩌면 성녀를 이용해 날 협박하려고 성녀 일행을 공격할 수도 있겠지.”“그들이 접전을 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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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3화

란사 일행은 대왕자와 이왕자의 시종으로 위장하여 왕궁에 진입했다.황금으로 지어진 휘황찬란한 궁전을 마주한 일행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왕성에 막 들어왔을 때부터 이곳이 유난히 사치스럽다는 걸 느꼈지만 왕궁은 그들이 상상한 것 이상으로 사치스러웠다.햇살 아래에 찬란히 빛나는 이 황금궁은 대명의 황궁처럼 웅장하고 장엄하지는 않아도 이족의 땅에서 란사 일행이 오면서 보았던 빈약하고 음침한 부락들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다.이족 땅의 모든 부가 이곳 왕성, 왕이 지내는 궁전에만 집중된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이처럼 극명한 차이에 란사도 적잖이 놀랐다.그러나 주변의 백성들은 이 상황에 이미 익숙한 듯, 조금의 불만도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경외심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란사는 문득 자신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녀는 이곳에 온 이후로 줄곧 대왕자나 이왕자, 그리고 창왕에게만 모든 주의를 기울였다. 그러나 이 왕성의 진짜 주인, 이족의 왕은 완전히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궁궐에 들어선 즉시 그녀는 경계를 강화했다.“너희는 일단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거라. 연회를 시작하기 전에 아바마나께선 우리를 따로 부르실 거다. 아바마마께 다녀온 후에 너희와 함께 투수장으로 가겠다.”이족의 왕은 피가 뿌려지는 장면을 너무 좋아했기에 연회상을 투수장 앞에 차리도록 했다.연회 음식을 먹으면서 인간과 야수가 서로 죽고 죽이는 모습을 감상하기 위함이었다.란사는 왕을 만나고 오겠다는 대왕자에게 담담한 미소를 보인 후,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그들이 배반을 하든 뭘 하든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한 모습이었다.“그럼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란사의 태연한 모습에 대왕자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대전 안으로 들어선 이왕자는 더는 참지 못하고 불평을 토로했다.“형님, 이따가 아바마마께 말씀드려서 저 오만방자한 기생오라비를 처리하게 할까요?”그는 이를 부드득 갈며 말을 이었다.“그 자식 아바마마께 잡히고도 그렇게 건방을 떨 수 있을지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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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4화

란사는 대전 밖에서 해볕을 쬐며 왕자들을 기다렸다.이족왕과 왕자, 왕녀들의 대화를 모두 듣고 있던 그녀는 곧 그들이 나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가 독충들을 왕궁에 풀어 퇴로를 확보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화려한 이족 복장을 입은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소주, 우리가 잡으려는 사람이 도착했습니다.”고양이 작은 소리로 란사에게 귀띔했다.눈앞에 목표가 도착했는데 가능하다면 이 기회에 그녀를 잡아가고 싶었다.란사는 유성에게 주변을 경계하고 그쪽으로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말했다.“일단 상황을 지켜보도록 하지.”그녀는 경거망동하지 않기로 했다.주변에는 수많은 왕궁 호위가 있었고 온모의 곁에는 그녀가 아는 얼굴도 있었다.인강현에서 만난 적 있는 창청람의 심복, 연지였다.그는 절대 무시 못할 실력을 가진 자로, 대왕자와 이왕자가 거느린 왕부의 호위들과는 격이 달랐다.그리고 연지를 제외하고도 그 옆에는 특이한 복장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망토를 뒤집어쓴 자가 있었다.란사는 직감으로 그자가 충술사라는 것을 알았다.충술사인 창청람이 또다른 충술사를 곁에 두었을 줄이야.상대의 주의를 끌지 않기 위해 란사는 작은 소리로 고양 일행에게 주의를 주었다.오늘 그들은 새로운 이족 복장에 은색 가면을 쓰고 대왕자와 이왕자의 호위무사로 위장했다.이족들 사이에 있어도 전혀 눈에 띄지 않는 차림새였다.비록 대왕자와 이왕자는 평소에 체구가 건장한 호위들을 즐겨 거느리긴 했지만, 왕부에 체구가 비교적 작은 호위들도 많았기에 사람들의 의심을 피할 수 있었다.가끔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들을 힐끗 쳐다보고는 했지만 딱히 문제될 건 없었다.란사의 곁에는 그녀보다 감지능력이 훨씬 뛰어난 유성이 있었다. 유성은 의도적으로 주인을 힐끔거리는 자가 있으면 모조리 란사에게 알려주었다.유성을 통해 연지와 검은 망토의 충술사가 이쪽을 경계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란사는 가슴이 철렁했다.이렇게 하면 그들의 눈을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창청람은 진작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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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5화

검은 망초 충술사의 약충이 움직이자 란사는 유성을 통해 곧바로 알아차렸다.총 18마리의 부식파리 약충이었다.부식파리란 부패한 살점을 먹이로 하며, 사람의 몸속으로 파고들어 알을 낳고 그 안에 기생하여 점차 자라나다가 성충이 되면 숙주의 몸을 뚫고 나오는 종이었다.란사는 이곳에서 이 역겨운 약충을 만날 줄은 몰랐기에 적잖이 놀랐다.그녀는 소매 안에 손을 넣고 살인벌을 풀어 자신을 향해 오는 부식파리들을 덮치게 했다.잠시 후, 십여 마리의 부식파리의 사체가 갑자기 땅으로 떨어졌다.연지는 옆에 있는 충술사의 몸이 순간 굳는 것을 느끼고 작은 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지?”충술사는 고개를 저으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날려보낸 부식파리들이 모조리 죽었습니다.”“죽었다고?”연지가 당황하며 큰소리를 냈다.그는 담담한 눈길로 란사 쪽을 바라보았지만 저쪽에서도 아무런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연지는 즉시 눈살을 찌푸리며 충술사에게 물었다.“다시 날려보내는 게 어떤가?”충술사는 고개를 저었다.“별로 좋지 못한 선택입니다. 아마 상대는 부식파리의 천적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 적의 경계를 샀으니 아마 더 많은 파리를 보내도 소용 없을 겁니다.”그 말을 들은 연지는 입을 다물었다.그는 천적이라는 표현이 떠올라 충술사에게 다시 물었다.“부식파리의 천적은 뭔가?”충술사가 답했다.“살인벌입니다.”그 말을 들은 연지의 표정이 굳었다.살인벌은 부식파리 뿐이 아니고 수많은 약충들의 천적이기 때문이었다.그리고 창왕이 가지고 있는 무지갯빛 송충이의 천적이기도 했다.연지의 생각을 읽은 충술사가 말했다.“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살인벑이 송충이의 천적이긴 하지만 창왕 전하께서 가지고 계신 무지갯빛 송충이는 일반 약충이 아니라 강력한 충왕이니까요.”실력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차지한다면 아무리 천적이라도 당해낼 수가 없었다.그래서 충술사는 연지에 반해 꽤나 침착한 모습이었다.“만약 상대의 살인벌도 일반 벌이 아니라면?”여전히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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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6화

란사의 살인벌이 창왕 쪽 시종들을 쓰러뜨린 후, 충술사는 더는 참지 못하고 수백 말이의 약충을 풀어 녀석들을 포위하게 했다.충술사가 살인벌들을 모조리 제거하려던 순간, 란사는 의식으로 녀석들에게 지령을 내려 사방으로 흩어지도록 했다.그녀는 굳이 녀석들을 다시 소환하지 않았다.소란을 부리던 살인벌들이 흩어지자, 충술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연지나 그나 표정은 좋지 않았다.연지는 매섭게 눈을 치켜뜨고 란사가 있는 쪽을 노려보았다.창왕의 지시가 없었더라면 지금이라도 검을 빼들고 저 여인의 목을 치고 싶었다.살의를 느낀 란사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태연자약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조금 전 그들을 공격한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는 것처럼 굴었다.그녀는 속으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녀의 추측이 정확했던 것이다.“거기, 키 작은 놈. 너 가면 좀 벗어봐.”온모의 목소리가 갑자기 주변의 고요를 깼다.연지는 미간을 찌푸리고 그녀를 돌아보았다.“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온모는 그를 무시하고 눈앞에 있는 키 작은 사람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그녀는 창왕이 생각한 것처럼 멍청하고 눈썰미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그녀는 처음부터 등 뒤에서 연지와 충술사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 둘은 마치 그녀를 의식한 것처럼 목소리를 낮춰서 얘기했기에 정확히 뭐라고 하는지는 듣지 못했지만 연지의 시선이 몇 번이고 맞은편의 키 작은 호위를 향하는 것을 보았다.온모는 창청람이 어제 했던 말이 떠올랐다.“성녀가 왕성에 도착했다. 내일이면 분명히 연회에 나타날 것이다. 때가 되면 너는 연지의 말을 잘 따르고 그와 협력하여 성녀를 잡아야 할 것이다. 알겠느냐?”온모가 자신의 계획을 망칠까 걱정했던 창청람은 그것 외에 온모에게 다른 정보를 주지는 않았다.온모는 란사가 연회에 올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떤 모습으로 올지는 모르고 있었다.그래서 몰래 주변을 관찰하다가 연지와 충술사의 시선이 향한 곳을 주의하게 된 것이다.온모는 맞은편의 키 작은 호위를 주목했다.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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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7화

창청람은 연지를 바라보았다.연지는 무덤덤한 얼굴로 답했다.“저희가 당했습니다.”그 말을 들은 창청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죽지 않았으면 됐어. 사람을 시켜 이들을 대장로께 보내거라.”“예.”연지는 즉시 사람을 불러 쓰러진 시종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냈다.결국 창왕의 호위는 십여 명만 남게 되었다.창청람은 그 광경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곁으로 다가선 연지가 우려를 눈치챈 듯 물었다.“전하, 사람을 더 불러들일까요?”말을 마친 연지는 창청람의 옆에 있는 온모를 바라보았다.사람을 더 부르자고 하는 이유는 당연히 온모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다.그러나 잠깐 고민하던 창청람은 고개를 저었다.“그건 안 돼. 오늘은 아바마마의 생신연회인데 너무 많은 사람들을 거느리고 입장하면 형님들이 또 이간질을 하려 할 것이야.”왕자와 왕녀들은 자신들의 호위를 데리고 왕궁에 진입할 수는 있지만 너무 많은 호위를 거느리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그러지 않으면 왕을 시해할 의도가 있다고 몰릴 수도 있었다.왕궁에서 가장 존귀한 존재는 왕좌에 있는 왕이고, 그는 위엄과 체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니, 절대 그 어떤 도발도 용납하지 않았다.“계획이 실패해도 상관없어. 허나 아바마마 앞에서는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어차피 성녀가 이곳에 있는 한, 그들에게 기회는 많았다.하지만 왕의 신뢰를 잃는다면 전에 했던 모든 심혈이 물거품이 될 수 있었다.그 말을 들은 연지는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예, 알겠습니다.”“전하….”창청람의 무관심에 서운함을 느낀 온모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연지를 힘껏 노려보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창왕에게 말했다.“조금 전에 전하께서 찾으시는 성녀와 비슷한 자를 보았는데 글쎄….”“되었다. 그자가 맞든 아니든, 오늘 네 임무는 연지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야. 괜히 나대지 말거라.”창청람은 온모가 뭘 말하려는지 알고 있었다.그러나 그는 자신의 계획을 온모에게 말할 생각이 없었다. 간사하고 교활한 이 여자에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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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8화

“연회를 시작하겠습니다!”란사 일행이 대왕자와 이왕자를 따라 투수장에 입장하자, 곧이어 창청란 일행도 연회장으로 들어왔다.모든 왕자와 왕녀들은 각자의 호위와 시정들을 거느리고 지정된 선서에 따라 최적의 관람석에 자리했다. 자리 뒤쪽에 앉은 란사 일행도 투수장의 경관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다.경기장 동쪽에는 왕을 포함한 왕족들이 자리했고 한쪽은 귀족들, 또 다른 한쪽은 부락의 족장들, 마지막 한쪽은 백성들이 자리했다.란사는 조용히 주변을 살폈다.안타깝게도 온권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아직 왕성에 도착하지 않았거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어둠 속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어쨌든 그가 보고 있든, 보고 있지 않든, 그녀는 오늘 손을 쓸 생각이었다.더 이상 한아를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다.‘유성, 투수장 안에 충술사가 몇 명이나 있는지 느껴져?’투수장에 들어온 직후, 란사는 유성에게 주변을 잘 살피도록 지시했다. 그녀는 이 투수장에 충술사는 몇 명이나 되는지, 그들 중에 자신에게 위협이 될 만한 충술사는 또 몇이나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다른 건 둘째치더라도, 곧 손을 쓰게 되면 그녀는 반드시 독충무리를 소환해야 한다.만약 그녀보다 훨씬 강한 실력을 가진 충술사가 존재한다면 독충군단을 제어하는데 위협이 될 수 있었다.독충들은 약충은 아니지만 충왕이라면 얼마든지 녀석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그러니 만반의 준비를 해야만 만약의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다행히 유성은 또 한번의 도약을 마쳤기에 녀석이 감지력을 개방한 후, 유성을 초월하는 존재가 아니라면 녀석의 능력을 발견하기 쉽지 않았다.발각이 된다 하더라도 유성을 특정할 수는 없었다.유성은 곧바로 투수장 전체를 감지력으로 휩쓸었다.좋은 소식은 란사에게 위협이 되는 충술사는 단 두 명이라는 것이고 안 좋은 소식은 그들 중 한 명이 란사와 가까운 곳에 있다는 점이었다.이족왕의 신변에 있는 백발의 노인이었다.노인의 행색은 아주 특이했다. 그는 중원인의 복장을 입고 있었는데 아마 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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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9화

란사는 순간 그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그녀는 즉시 유성의 시야로 대일왕을 관찰하다가 마침내 시름을 놓았다.대일왕은 이쪽은 쳐다도 보지 않고 있었다.게다가 그녀의 거미들이 줄곧 둘을 감시하고 있었기에 둘이 몰래 고자질했을 리도 없었다.대일왕의 시선을 따라가 봤지만, 그는 창청람에게도 시선을 안 주고 있었다.오히려 창청람이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 역시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인 듯했다.그랬다는 것은 란사가 예측했던 것처럼 창청람도 그녀의 존재를 폭로하지 않았다는 얘기였다.대일왕의 시선은 창청람의 옆에 있는 온모를 바라보고 있었다.란사는 태연자약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선 온모를 보고 순간 상황을 알아차렸다.‘결국 도착했나 보네.’그녀의 예상처럼 곧이어 사람들 틈에서 익숙한 모습이 보이더니 천천히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앞장선 사람은 온권승이었다.란사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분명히 투수장 전체를 둘러보았는데도 보이지 않았는데 그는 진작에 도착해서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대명사신 온권승이 대일왕을 뵙습니다. 금일이 왕의 생신이라 하여 특별히 선물을 준비해 왔습니다.”온권승은 왕좌에 앉은 대일왕에게 공손히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대일왕은 온권승 일행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더니 말했다.“자네가 대명의 진국공인가?”“예, 제가 바로 그 진국공입니다.”대일왕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더니 흉포한 시선으로 온권승 일행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대명의 대신이 감히 내 나라의 왕성에 발을 들이다니! 말하거라! 대체 무슨 목적으로 여기까지 왔지?”온권승의 뒤에 선 노태봉을 비롯한 호위들은 검집으로 손을 가져갔다.그러나 온권승이 일전에 했던 귀띔이 있었기에 분노를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온권승은 대일왕의 고함에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태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그렇게 제게 겁을 주실 건 없으십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정말 생신 선물을 전달하러 온 거니까요.”온권승의 어투는 느긋하고 대범했다.대일왕은 침착한 그의 모습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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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0화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투수장 전체에 적막이 감돌았다.사람들은 놀란 얼굴로 서로 눈치만 보았다.“저 사람 방금 뭐라고 한 거지?”“성녀, 대명의 성녀를 바친다고 했어!”“대명의 성녀가 지금 우리 왕성에 와 있다고?”“참말일까? 대명 성녀가 이곳에 왜 와?”“거짓말 같은데?”각지에서 온 이족인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고양 일행은 분노에 치를 떨고 있었다.그들은 검자루를 꽉 움켜쥐고 당장이라도 달려가 저 매국노를 베어버리고 싶은 심정으로 서 있었다.고양과 흑기군들이 보기에 온권승은 이미 매국노와 다름없었다.란사는 성녀가 된 후 금주에서의 기우제, 노주에서의 역병 치료, 창주의 재난 구호 등 선행을 펼치며 수많은 백성들을 구했다.그 후에도 약초 재배와 기부를 통해 재난을 겪었던 백성들의 질병 걱정을 해소해 주었으니, 나라와 백성을 위해 헌신한 유일한 성녀, 복명성녀라는 칭호에 걸맞은 사람이었다.여기 있는 흑기군은 말할 것도 없고 대명의 백성들이 만약 온권승의 그 말을 들었다면 달려와서 그를 갈가리 찢어버렸을 것이다.성녀는 그들 대명의 성녀였다.성녀를 파는 자는 대명의 적이고 모든 백성들의 적인 것이다.고양 일행의 눈에 강렬한 살기가 돌았다. 그는 앞에 있는 란사를 바라보며 그녀의 지시만 기다렸다. 지시만 떨어지면 곧바로 달려가 저 놈의 목을 친 후, 성녀를 모시고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주변이 이족인들로 가득하지 않았다면 고양은 목소리를 내어 말했을 것이다.‘성녀 전하, 염려 마십시오. 죽음이 닥친다 하여도 저희들은 결코 전하를 이족인들의 손에 넘기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염려 마시고 명을 내려주십시오!’그러나 그들은 란사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지만 란사는 결코 그들의 죽음을 원하지 않았다.아직은 완전히 궁지에 몰린 상황이 아니니, 그녀의 시선은 앞자리에 앉아 있는 대왕자와 이왕자를 바라보았다.미리 대비를 한 것도 바로 이러한 위기를 대처하기 위함이었다.그녀는 현재 두 왕족을 인질로 잡고 있으니 여기서 정체가 들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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