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1111 - Chapter 1120

1130 Chapters

제1111화

대왕자의 말을 들은 사람들의 이목은 창청람의 옆에 있는 온모에게 쏠렸다.그러고 보니 하얗고 말간 얼굴에 연약한 체구로 보아 중원인이 분명했다.창왕께서 이런 취향이었다니, 놀라울 일이었다.순식간에 창왕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미묘해졌다.사람들이 자신을 창왕의 여인으로 말하는 것에 대해 온모는 매우 흡족했다.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수줍게 얼굴을 붉혔다.그러나 이어진 창왕의 말에 온모의 안색은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대체 누가 그런 헛소리를 한답니까?”창청람은 온모를 힐끗 보고는 비웃음을 터뜨렸다.“심심해서 잡아온 노리개일 뿐인 것을. 셋째 형님께서 마음에 드신다면 선물로 드리지요.”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온모는 저도 모르게 중심을 못 잡고 비틀거렸다.“창왕 전하….”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창청람은 그녀를 무시하고 표정이 음침하게 굳은 온권승에게 말을 돌렸다.“아, 참. 그걸 잊고 있었군요. 그렇게 따지면 이는 대명 사신인 진국공의 동의가 필요합니다.”삼왕자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네가 잡아온 여자를 내게 주는데 저 사람의 동의가 왜 필요하지? 설마 저 여자가 대명 사신이 데려온 사람인 것이냐?”창청람은 싱글싱글 웃으며 말했다.“그렇죠. 게다가… 이 여자는… 진국공의 딸이니까요.”그 말을 들은 삼왕자 일행, 그리고 대일왕은 놀란 시선으로 온권승을 바라보았다.곧이어 그들은 창청람의 옆에서 안색이 하얗게 질린 온모를 바라보았다.생김새를 보아 하니 부녀지간이 틀림없었다.창왕에게서 알 수 없는 적의를 느낀 온권승은 머리를 굴리다가 공손히 말했다.“창왕 전하의 말씀이 맞습니다. 창왕의 곁에 있는 아이는 제 막내딸입니다. 일전에 수림 속에서 늑대무리의 습격을 받은 후로 찾을 수 없어서 안 좋은 일을 당한 줄 알았는데 이곳에서 다시 만날 줄은 몰랐군요. 창왕께서 딸아이를 구해주셨나 봅니다. 이 은혜, 참으로 감읍할 따름입니다.”온권승은 일부러 창청람을 높이 치켜세우며 은인으로 칭했다.“내 대명의 진국공이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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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2화

그 순간 치미는 분노에 란사는 이성을 잃어버릴 것 같았다.‘저 자식이 감히! 무슨 자격으로 아직도 나를 딸이라 칭하는 거지? 비열한 자식!’란사는 경성에 있을 때 저 교활한 능구렁이를 갈가리 찢어버리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복명 성녀가 네 딸이라고? 너 같은 자가… 그런 딸을 두었다니?”대일왕의 목소리가 왕좌에서 울려 퍼졌다. 그는 진위를 확인하려는 듯, 안 그래도 큰 눈을 부릅뜨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온권승을 유심히 살폈다.온권승은 자신을 폄하하는 대일왕의 발언에 표정이 굳었다.“내 듣기로 복명성녀는 선인과 같은 미모의 소유자라고 하는데. 너와 저 여자가 부녀지간이라는 말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성녀가 네 딸이라니 의심을 안 할 수가 없구나. 대체 네가 거짓을 고한 것이냐, 아니면 성녀에 대한 소문이 거짓된 것이냐?”대일왕은 완전히 온권승을 무시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창청람의 옆에 있던 온모마저도 그 말을 듣고 이가 갈렸다.이는 대놓고 그녀에게 못났다고, 온사보다 용모가 뒤처진다고 한 말이었다.‘망할 자식들! 다들 눈이 멀은 거야! 아니면 온사가 저들에게 정신착란을 일으키는 약을 먹인 게 틀림없어! 대체 왜 다들 하나 같이 온사 그년만!’대일왕은 란사를 치하하려고 한 말이 아니었다. 그는 대명의 성녀라면 후궁으로 들여 대명 왕조의 체면을 짓밟을 의향이 있었다.허나 평범해 보이는 눈앞의 오합지졸들을 보고 있자니, 눈앞에서 벌레들이 뛰어다니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해서 대일왕은 말이 곱게 나갈 수가 없었다.온권승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그러나 그는 연기에는 이골이 튼 능구렁이로, 잠깐 표정이 굳어 있었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그는 싱글싱글 웃으며 계속해서 말했다.“대일왕께선 농도 참 잘하십니다. 성녀가 제 딸인 건 대명의 황제폐하부터 백성들까지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어렵지 않지요. 대명인을 아무나 잡아다 확인하셔도 됩니다.”대일왕은 그 말을 듣고 곁에 있는 심복에게 분부했다.“최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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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3화

“대명의 약골들이 얼마나 대단한 의지를 가졌는지 내 똑똑히 지켜보겠다.”눈앞에서 대명인들이 끌려나가자, 란사는 즉시 독충을 풀어 그들의 뒤를 따라가게 했다.곧이어 대일왕은 새로운 대명인들을 끌고 오라 명했다. 이번에 끌려온 몇몇 중에는 겁쟁이도 있었다.그들은 대일왕의 질문을 듣자마자 앞다투어 답했다.“예, 성녀 전하는 진국공의 따님이 맞사옵니다.”그러나 온권승의 얼굴에 승리의 미소가 피어오르기도 전에 다른 자가 황급히 말했다.“아닙니다! 예전에는 맞지만 지금은 아니옵니다! 지금의 성녀 전하는 진국공과 부녀의 인연을 끊고 성도 란씨로 개명했다고 합니다. 바로 예전 경성의 대가문 란씨 가문의 란씨옵니다.”그 말을 들은 대일왕은 비웃음을 가득 담은 눈길로 온권승을 바라보았다.그 시선을 의식했음에도 온권승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피를 나눠준 아비가 연을 끊는다고 바뀌겠습니까. 그 불효녀가 저를 인정하지 않는다 한들, 그 애의 몸에는 영원히 제 피가 흐르니, 이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지요.”대일왕은 그 말이 일리는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그는 쉽게 속아넘어갈 사람이 아니었다.딸을 바친다는 사람이 정작 딸은 데려오지도 않고 부녀 관계도 지극히 나쁘다니, 그의 말은 헛소리나 다름없었다.대일왕은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말했다.“난 그러한 것들에 관심이 없다. 네가 진심으로 내게 딸을 바치고자 한다면 어떻게 바친다는 건지 한번 말해보거라!”온권승은 주변을 한번 둘러보았지만, 익숙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그러나 이는 그가 예상했던 일이었다.그는 시선을 거둔 후, 입을 열었다.“왕께서 만약 성녀를 얻고자 하신다면 제게 백 명 이내의 정예 수비군을 주십시오. 그리고 그들을 파견하여 연회가 끝날 때까지 왕궁의 출입구를 통제하게 하십시오. 그렇게 하신다면 제가 성녀를 왕의 앞으로 끌고 오겠습니다.”“무례하다!”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대일왕은 물론이고 왕자와 왕녀들도 격분하며 호통쳤다.“대일족의 왕실 친위를 일개 대명인 따위에게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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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4화

온권승이 성녀가 십여 명의 흑기군을 거느리고 있고 엄청난 실력의 그림자 호위가 어둠 속에서 그녀를 보호하고 있다는 말을 할 때부터 대왕자는 이상함을 직감했다.처음에 대왕자는 란사 일행을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어쨌거나 성녀는 여인이고 독으로 그들을 협박한 자는 분명히 사내였다.대왕자는 자신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해서 구경하는 기분으로 상황을 지켜보았다.그런데 점점 들을수록 그는 위화감을 느꼈다.아무리 들어도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성별만 다를 뿐, 온권승이 말한 자는 그들의 등 뒤에서 호시탐탐 그들의 목숨을 갖고 협박하는 기생오라비와 상황이 똑같았다.등 뒤의 사람도 십여 명의 호위에 두 명의 무림고수를 거느리고 있고 엄청난 미모의 소유자였으니, 대왕자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특히나 온권승과 창청람이 데리고 있는 여인의 얼굴을 본 순간, 어딘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느낌이 점점 확신이 되어가기 시작했다.대왕자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자세히 보면 그들은 전형적인 중원인의 체구를 가졌고 출중한 외모에 진국공과 어느 정도 닮아 있었다.둘이 동일인물이 아니라고 해도 못 믿을 정도였다.대왕자는 그제야 감히 자신과 둘째를 협박한 기생오라비가 대명의 복명성녀라는 사실을 확신했다.한낱 여인에게 농락을 당하다니!강렬한 분노가 가슴에 치밀어 하마터면 이성의 끊을 놓아 버릴 뻔했다.다행히 언제든지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독이 체내에 있다는 사실에 그는 정신을 차렸다.대일족 왕자의 존엄과 자신과 동생의 목숨 중에 그는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 결국 후자를 택했다.왕족으로서의 존엄을 쉽게 포기한 것이 아니라 자신은 죽어도 동생은 살아 있길 바라서였다.동생의 체내의 독을 해결하면 그는 필히 이 대명 성녀에게 참혹한 대가를 치르게 하리라 다짐했다.그의 그런 고민과 다르게 란사는 어떻게 하면 이 사태를 막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온권승의 목적은 매우 노골적이었다.그녀를 이족 왕궁에 가두고 수색을 통해 찾아내는 거였다. 꼭 성공하리란 보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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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5화

그리하여 이왕자도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맞장구를 쳤다.“아바마마, 형님이 하신 말씀이 바로 제가 드리고 싶었던 말씀입니다. 어찌 외부인에게 대일족의 정예군을 맡기겠습니까! 하물며 저 영감탱이는 대명의 관료이고 딱 봐도 교활하고 질 나쁜 인간입니다. 딸을 공물로 바친다는 명목으로 또 무슨 짓을 벌일지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대명 황제의 명을 받고 아바마마를 암살하려 온 자객일지도 모릅니다!”대왕자와 사왕자 창청람의 말에도 흔들리지 않던 대일왕은 이왕자의 말을 듣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역시도 속으로 온권승이 혹여 황제가 보낸 첩자가 아닐지 의심하고 있던 참이었다.그는 젊었을 적에 합방을 하다 여인의 칼에 찔려 목숨을 잃을 뻔한 적이 있었다.지금의 그는 왕이 되었고 아무나 그를 암살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지만 그건 이족 땅의 부족민들에게 해당하는 일이고, 중원의 대명이라면 얘기가 달랐다.이족과 대명은 늘 적대관계였다.그의 죽음을 원하는 대명인들이 부지기수이니 여인을 보내 그를 척살하려는 계획도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허나 그렇다고 보기엔 또 너무 허술한 작전이었다.대명왕은 고민에 잠겼다. 상대는 대명의 성녀였다. 대일족에도 성녀가 존재한 적이 없었다.성녀를 후궁으로 삼는다면…대일왕의 생각을 모르는 온권승은 혹여 왕자들의 반대에 왕이 수긍할까 봐 진땀을 졸였다. 그가 다시 뭔가 말하려던 찰나, 대일왕이 손을 들었다.“난 이미 결정을 내렸으니, 그만들 하거라.”대일왕의 말에 장내는 순식간에 고요해졌다.대일왕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온권승을 내려다보며 말했다.“네게 백 명을 내어주고 하루의 시간을 주겠다. 연회가 끝나고 날이 저물기 전까지 사람을 데려오지 못한다면….”대일왕은 싸늘한 미소를 짓더니 손을 들어 온권승을 가리켰다.“데려오지 못하면 네 머리를 공물로 받겠다. 살점을 도려내고 네 두개골로 술잔을 만들면 안성맞춤이겠군.”온권승의 안색이 급변했지만, 그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염려 마십시오. 저는 한다면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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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6화

“괘… 괜찮소….”목숨이 상대의 손에 있는데 괜찮지 않아도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대왕자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얼굴에는 어색한 웃음을 유지한 채, 작은 소리로 그녀의 질문에 답했다.옆에 있던 이왕자는 형님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뒤를 돌아보려 했지만,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대왕자가 그의 손목을 잡았다.그는 동생에게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눈빛을 보낸 후, 술잔으로 얼굴을 가리고 사람들이 안 보는 틈을 타 등 뒤의 란사에게 물었다.“약조를 어떻게 수정할 생각이오, 성녀? 일단 미리 말해두자면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면 우리 사이의 협상도 결렬될 것이오.”대왕자는 자신은 목숨을 위하여 어떤 요구든 들어줄 나약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해두고 싶었다.란사는 담담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두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일전의 계획을 그대로 실행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란사가 원하는 바를 말하자 대왕자의 표정이 묘하게 바뀌었다.그는 구태여 이유를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리 어려운 부탁은 아니군. 걱정 말게. 내가 그 사람들을 안전하게 내보내겠네. 다만….”대왕자는 잠시 주저하다가 질문을 이어갔다.“왕궁을 나갈 시에 내 도움이 정녕 필요 없는 것이오? 왕궁을 봉쇄하면 도망치기 힘들어질 것이오.”란사 일행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붙잡히면 해독제를 받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란사도 그의 생각을 알지만 퇴로를 확보하는 중요한 일을 이족인에게 맡길 수는 없었다.두 왕자는 그녀에게 협조적이지만 체내의 독을 해제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는다면 가장 먼저 그녀에게 검을 겨눌 사람이기도 했다.그리하여 란사는 자신의 맹독을 믿지만, 사람을 믿지는 않았다.“어렵게 왕성에 왔고 내 연회에 참석하게 되었으니 앉아서 즐기도록 하라. 연회가 시작되면 대명의 대신인 너도 우리 대일족 용사의 용맹함을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될 것이다.”작은 소동이 끝나자 연회는 다시 재개되었다. 대일왕은 대명의 성녀를 맞이할 생각에 기분이 좋았지만 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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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7화

보기만 해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이 야수들은 각 부락에서 공물로 바친 것들이었다.그들이 바친 야수가 투수장에서 승리한다면 그들 역시 대일왕의 막대한 포상을 받을 수 있었다.야수의 입장 후, 사람이 장내에 들어섰다.“오늘 결투에 참가할 용사들은 속히 입장해 주십시오!”곧이어 투수장 주변에 이족인들이 모였다. 왕족 중에는 창왕이 유일한 참가자였다.대일왕은 흐뭇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사왕자, 잘 하고 돌아오거라. 네가 올해의 결투에서 최종승리를 거둔다면 내 너와 함께 조상님들을 참배하러 가겠다.”구경이나 하고 있던 왕자와 왕녀들의 안색이 그 말을 듣고 급변했다.“아바마마!”아들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들려오자 대일왕은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되었다. 불만이 있다면 너희도 같이 경기에 참석하여 실력을 증명하거라. 그게 아니라면 다들 닥치고 경기나 봐!”왕자와 왕녀들은 불편한 기색으로 하려던 말을 삼키고는 창왕을 곱지 않게 흘겼다.대왕자와 이왕자도 비슷한 반응이었다.다만 그동안 했던 것에 비해 오늘 따라 그들의 반응은 어딘가 이상했다.예전이었다면 진작에 벌떡 일어나 소란을 피우며 창왕과 입씨름을 벌였겠지만 오늘은 유난히 조용했다.너무 조용해서 대일왕도 의아한 눈빛으로 두 아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저 녀석들 갑자기 성격이 바뀌었나? 왜 오늘따라 이상하게 굴지?’어느 정도 이유를 짐작한 창청람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이 두 녀석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건 그가 바라던 바였다.다만 둘이 조용해진 이유가 모두 그 복명성녀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해졌다.하지만 많은 것을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 그는 일단 빨리 결투를 끝내야 했다.결투가 끝난 후에 곧바로 그녀를 잡으러 갈 것이다.창청람은 연회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때가 되면 그가 나서기 힘들어질 테니, 미리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투수 결투가 끝나면 그는 부상을 핑계로 자리를 뜰 것이고 그 틈을 타서 란사를 포획할 생각이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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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8화

피비린내가 풍기는 생육을 보자마자 온모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그러나 주변에 많은 왕자와 왕녀들이 있으니 전혀 수저를 들지 않아도 이들의 불만을 살 것 같았다.그녀는 비록 창왕의 사람이긴 하나, 저들이 그렇다고 배려해 줄 것 같지 않았다.특히나 가장 높은 곳 왕좌에서 대일왕이 지켜보고 있었다.온모는 속에서 치미는 역겨움을 참으며 검붉은 색상을 띤 술잔으로 손을 가져갔다.그녀는 옆에 있는 시종에게 분부했다.“술 한잔 따라주거라.”시종이 다가와 온모의 잔에 술을 따랐다.이때 옆에서 연지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잠깐.”그는 온모가 미처 반응도 하기 전에 술잔을 앗아 충술사에게 건넸다.“이게 뭐 하는 짓인가요?”온모는 인상을 찌푸리며 불쾌한 어투로 연지에게 물었다.연지는 그녀의 질문에는 대답도 않고 충술사가 백색의 약충을 술잔에 집어넣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약충이 술잔에 들어갔는데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다시 그것을 건져내도 색상은 변하지 않았다.그제야 충술사는 연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독이 없으니 드셔도 됩니다.”온모는 그제야 그들이 그녀 대신 독성을 확인해 준 거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럼에도 불쾌한 건 어쩔 수 없었다.그녀는 연지와 충술사를 흘겨보며 불쾌한 어투로 말했다.“독을 확인하려는 거라면 미리 언질을 줄 수도 있었지 않나요? 호위가 어찌 이리 무례한가요? 창왕 전하께선 어찌 당신 같은 사람을 곁에 두고 계신 건지.”연지를 향한 그녀의 비난에 시종들은 입을 다물고 고개를 푹 숙였다.비난의 대상이 된 연지는 싸늘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우리가 대신 독을 확인해 주는 게 싫으시다면 다음부터 그냥 마시든가요.”“당신!”온모는 분노에 이를 갈며 그를 흘겨보았다.이 무례한 호위가 창왕의 심복이 아니었더라면, 절대 이자의 무례함을 용서치 않았을 것이다.‘두고 봐! 언젠가는 네 놈의 콧대를 꺾어주겠어!’“멍하니 뭣들 하느냐? 잔을 새로 내와서 술을 따르지 않고!”그녀는 약충을 담갔던 술잔을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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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9화

대왕자와 이왕자의 뒤에 서 있어야 할 사람이 사라지고 안 보였기 때문이었다.그들의 자리에는 대왕자가 평소에 데리고 다니던 이족인 호위들이 대신 들어와 있었다.‘이럴 수가!’그는 분명 그들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는데 조금 전 이왕자와 삼왕자의 말다툼에 잠깐 주의를 돌렸을 뿐이었다.찰나의 순간이었는데 대명의 성녀가 순식간에 그 많은 사람들을 사라지게 하고 주변의 주의도 끌지 않았다는 것이 너무 놀라웠다.그러던 연지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그들이 독을 확인했던 술잔을 바라보았다.술잔 안에 몸을 담근 약충은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유백색의 색상은 언제 변한 것인지, 검게 변해 있었고 진한 술냄새가 연지의 코끝을 스쳤다.그러자 약충은 다시 순식간에 백색으로 색상이 돌아와 있었다.연지는 눈을 부릅뜨며 재빨리 코와 입을 가렸다.‘술에 환각을 일으키는 약물이 들어 있었어!’그 술이 상 위에 올라와서 향기가 퍼진 순간부터 그들 모두는 환각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그래서 약충으로 독을 확인했지만 아무런 문제도 발견하지 못했다.모든 상황을 알아차린 연지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그는 자신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이렇게 큰 허점이 생겼을 줄이야!더욱이 그는 대명성녀가 이 정도로 고명한 수단을 가지고 있었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연지의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든 것은 장내에 들어와 있던 대명성녀의 일행이 사라진 것 외에도 대명의 진국공마저 모습을 감추었다는 사실이었다.온모쪽 상황이 좋지 않을 것임을 깨달은 연지는 즉시 소매에서 약충을 꺼내 주저없이 터뜨렸다.그의 손에서 약충이 죽자, 결투를 벌이고 있던 창청람에게 신호가 전달되었다.그는 완도를 휘둘러 자신에게 들러붙은 호랑이를 처치한 후, 호랑이 사체 뒤에 몸을 숨기며 연지에게 손짓을 했다.명령을 받은 연지는 다른 사람을 앞으로 내보낸 후, 자신은 조용히 물러갔다.관람대 주변에 퍼졌던 술향기는 바람에 거의 흩어진 상태였다.연지가 자리를 비우자, 대왕자를 비롯한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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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0화

볼일을 보러 간다는 것은 진짜 볼일이 급해서가 아니었고 술기운도 진짜 취한 것이 아니었다.지금의 온모는 산송장인 몸이니, 진짜로 생리적 현상을 느낄 리가 없었다.그러나 연기는 아니었다.그녀가 마신 술에 든 환각제의 주요 작용이 바로 그러했다. 머리가 어지럽고 배가 아픈 증상이 동반된 것이다.이는 란사가 온모를 대상으로 특별히 제작한 약물이었다.산 사람은 술을 마신 후에 별다른 느낌을 느끼지 못할 테지만 온모와 같은 산송장은 그런 증세를 동반했다.그리고 증상은 온모가 술향기가 가득한 관람대를 떠날 때까지 지속되다가 향기가 사라진 후에야 점차 정신을 차렸다.그러나 온모는 이미 왕궁의 화원까지 걸어온 상황이었다.이족 왕궁의 화원은 그리 크지 않지만 각종 기이한 꽃과 풀들이 적지 않았다.안에 들어서서 진한 꽃향기를 맡은 온모는 화들짝 놀라며 환각 상태에서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며 당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어떻게 된 거지? 내가 왜 여기 있어?”그녀는 분명 연회장에 있었는데 언제 여기까지 온 것일까?온모의 목소리를 들은 충술사도 마침내 정신을 차렸다.주변을 둘러본 그는 곧바로 경계 태세를 취했다.“이분을 잘 잡고 있거라!”보호가 아닌 잡고 있으라는 명이었다.시종들은 곧바로 온모를 중심에 두고 그녀를 포위했다.온모는 이를 갈며 그들에게 호통쳤다.“대체 뭘 한 거지? 창왕께선 너희들을 시켜 나를 보호하라 하였거늘! 너희들은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나한테 문제가 생기면 창왕께서 너희의 목을 칠 것이다!”검은 망토의 충술사는 그녀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았다.미끼 주제에 분수를 모르고 날뛰는 꼴이 우스울 뿐이었다.그녀에게 정말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창왕은 절대 심복들의 목숨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전하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아무리 이 여자가 마음에 안 들어도 그녀의 신변 안전에 문제가 생기게 둘 수는 없었다.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안 충술사는 곧바로 약충을 풀어 주변을 정찰하도록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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