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1131 - Chapter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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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1화

추월은 가장 먼저 란사의 얼굴을 살폈다.다행히 가면을 쓰고 있었기에 그녀의 얼굴은 상처 하나 없이 말끔했다. 하지만 화살의 충격으로 얼굴에 쓰고 있던 가면이 벗겨졌다.수림 속에 선인을 닮은 아름다운 얼굴이 모두의 앞에 드러났다.길도는 순간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이족 여인들 중에도 미인은 많았지만, 눈앞의 사람처럼 마치 한폭의 그림을 떠올리게 하는 미모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아니지!’길도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눈앞의 여인을 바라봤다. 뒤룩뒤룩 살찐 그의 얼굴에 흥분과 광기가 서리기 시작했다.“너 여자였구나? 아, 그런 거였어!”“대명에 이런 미인이 있었다니! 그것도 제 발로 찾아온 미인이라. 좋군, 아주 좋아!”길도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미색에 홀린 것인지, 그의 뒤를 따라온 이족인 병사들의 눈빛에도 더러운 욕망이 깃들기 시작했다.물론 그들은 길도 장군의 손에서 미인을 빼앗으려는 마음은 없었다.길도의 커다란 두 눈은 눈앞의 미녀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란사의 얼굴도 차갑게 얼어붙었다.고양 일행은 재빨리 그녀의 앞을 가로막고 분노한 눈빛으로 놈들을 노려보았다.추월의 손에 든 검이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살기를 담은 예리한 눈빛으로 이족인 병사들의 눈을 도려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날 붙잡고 싶다고? 너희는 아직 그럴 능력이 없어.”란사의 싸늘한 목소리가 수림에 울렸다.그녀는 굳이 바닥에 떨어진 가면을 줍지 않았다.오히려 턱을 살짝 치켜들고 냉랭한 눈길로 길도를 마주했다.“대왕자는 너희에게 날 잡아오라고 명했느냐, 아니면 날 죽이라고 했느냐?””당연히 전하께선 널 죽이라고 하셨지.”길도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 네가 순순히 내 말에 따르고 내 시중을 든다면 내가 대왕자께 사정하여 목숨은 살려줄 수 있지.”그의 인력들은 십여 명밖에 되지 않는 대명인들을 겹겹이 포위하고 있었다.길도는 이 십여 명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이미 승세는 자신의 쪽으로 완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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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2화

길도는 화살이 어디에서 날아왔는지 알지 못했다.화살은 정확히 그의 손바닥을 관통했다.란사 일행은 익숙한 화살촉을 한눈에 알아보았다.“왕야입니다!”“왕야께서 돌아오셨어요!”고양 일행은 흥분의 환호를 질렀고 란사도 그가 반갑긴 마찬가지였다.포위당한 란사 일행의 표정이 순식간에 밝아지자, 길도도 대명인의 지원군이 왔음을 알아차리고 정신을 차렸다.‘이자들을 도망치게 둬서는 안 돼!’“즉시 척살한다! 한 명도 남기지 마!”길도는 더 이상 란사의 목숨을 살려둘 수 없겠다고 판단했다. 미인이 탐나긴 해도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만약 이번 일을 망친다면 그는 살아서 돌아가더라도 대왕자와 이왕자의 처벌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그러니 무조건 이곳에서 모든 대명인을 죽여야 했다.길도는 즉시 살의를 불태웠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북진연의 화살을 보자마자 고양은 즉시 부하들에게 명을 내렸다.“진형을 갖춰라!”그는 십여 명의 흑기군을 이끌고 란사와 부상당한 동료들을 중심에 두고 보호한 뒤, 작은 은색 방패를 꺼내들었다.그러고는 재빠르게 그 은판들을 맞추기 시작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사람의 키만한 커다란 원형 방패로 합쳤다.쿵 하는 소리와 함께 원형 방패가 땅에 고정되자 그것은 신호탄이 되었다.바로 다음 순간, 수없이 많은 화살이 산간 깊은 곳에서 빗발치기 시작했다.길도는 이 광경을 목격하자마자 상황이 좋지 않음을 깨닫고 큰소리로 외쳤다.“모두 엎드려!”그의 대응은 빠른 편이었으나, 그가 데려온 이족인 병사들 모두가 정예인 것은 아니었고 반응이 느린 자들은 그의 경고에도 화살을 제때에 피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대로 빗발치는 화살에 노출되었다.그 광경을 목격한 길도는 욕설이 터져 나왔다.‘빌어먹을 대명놈들, 대체 얼마나 많은 술수를 숨겨두었던 거야!’그는 화살비가 멈추고 나면 반드시 신속히 결판을 내리라 다짐했다.인질만 손에 넣는다면 산간 깊이 숨은 자들도 어쩌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서였다.그는 생각을 굳히자마자 바로 행동에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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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3화

가슴에서 극심한 통증이 전해질 때까지 길도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고 있었다.그는 강인한 의지로 버티고 서 있었다.그는 완강하게 북진연의 창을 가슴에서 뽑아내고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부하의 부축을 잡으며 중심을 잡은 그가 갑자기 나타난 무림고수의 얼굴을 확인하려고 고개를 든 순간, 특유의 눈부신 은발이 시야에 들어왔다. 순간 길도는 가슴에서 전해지는 통증보다 더한 공포를 느꼈다.“다… 당신이 왜… 그럴 리가 없어! 당신이… 이곳에 나타날 리가 없는데!”길도는 충격에 빠진 표정으로 북진연을 바라봤다.그는 부하의 팔뚝을 꽉 붙잡고 저도 모르게 뒤로 질질 뒷걸음질 쳤다.잔뜩 긴장한 수장의 반응을 보고 병사들도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길도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대명의 섭정왕! 당신이… 왜… 이곳에 나타난 거야! 북진연, 당신들 대명은 또 한번 우리 대일족과 전쟁을 벌이려는 것인가!”길도는 당황한 목소리를 감추지 못하며 큰소리로 북진연에게 물었다.섭정왕이라는 소리에 주변이 고요해졌다.병사들은 그 신분이 의미하는 바를 잘 알고 있었다. 대명의 섭정왕, 백전백승의 승전 장군!그가 전장을 휩쓸며 이루어낸 업적은 이족 곳곳에 퍼졌다.이족의 땅 사람들은 대명과 언젠가는 큰 전쟁을 치러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전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적군의 대장군이 이족의 중심지인 왕성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똑 같은 의문은 백여 명의 이족인 병사들에게 빠르게 퍼져 나갔다.왜 대명의 섭정왕이 이곳에 있는 것일까?정말 전쟁이 시작되는 걸까?그는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 왔는가?우리의 왕을 암살하려 온 것일까? 아니면 그는 이미 군을 이끌고 몰래 우리의 왕성까지 쳐들어온 것일까?북진연이 모습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이족인들은 겁에 질려 벌벌 떨었다.그러나 북진연은 그들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피 묻은 장창을 든 채로 고개를 돌려 란사를 바라보았다.“괜찮으냐? 다친 곳은 없느냐?”낮게 깔린 그의 목소리에는 란사를 향한 걱정과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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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4화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가슴에 품고 있던 호심경 덕분에 급소를 피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그러나 이런 상태는 오래 가지 못했다.흑기군과 독충 군단의 협공 속에서 이족인 병사들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점점 많은 병사들이 피못에 쓰러지고 결국 길도 혼자만 남게 되었다.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돌려 왕성이 있는 곳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그러나 안타깝게도 무성한 나뭇잎이 시야를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그는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나는….”푹!길도는 뭔가 유언이라도 남기려는 듯했지만, 이미 분노에 이성을 잃은 북진연은 그에게 그런 기회를 주지 않았다. 앞으로 다가선 그는 단칼에 길도의 목을 그었다.쿵 하는 소리와 함께 길도가 쓰러졌다.북진연은 손에 묻은 피를 닦아낸 뒤, 천천히 란사의 곁으로 돌아왔다.“놀라진 않았지?”란사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제가 언제 그리 나약한 사람이었습니까?”북진연 역시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하긴, 너무 대단한 기백을 갖고 있어서 오히려 내가 놀랄 정도였으니.”대명의 성녀가 고작 십여 명의 흑기군을 거느리고 이족 왕궁에 침입하였다가 멀쩡히 빠져나올 줄을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는가.“주변의 저 녀석들을 보니 내가 나타나지 않았어도 너는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게 모든 대비를 해두었겠지.”북진연은 못 말린다는 듯이 말했다.미인을 구한 영웅이 되고 싶었는데, 정작 그 미인은 딱히 영웅의 도움이 필요 없었던 상황인 셈이다.란사는 당연히 그의 체면을 깎아내리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비록 대비는 해두었지만 완벽한 대비책은 아니었습니다. 전하께서 흑기군을 이끌고 이곳에 오셨을 때야말로 진정으로 안심하게 되었죠.”그저 위로의 말이지만 란사는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그제야 북진연의 준수한 얼굴에 드리웠던 상실감이 걷히고 봄햇살을 맞은 것처럼 따스한 미소가 드리웠다.란사는 땅에 널브러진 시신들을 힐끔 보며 그에게 물었다.“유란족 부락에서는 뭐 좀 나왔나요?”북진연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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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5화

곧이어 그녀는 생각을 접고 더 깊이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남은 일은 북진연에 맡기고 란사는 완전히 긴장을 풀었다.일행은 안전한 곳을 찾아 이틀간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란사 역시 같은 생각이었기에 쉴 곳이 정리되자 바로 누워서 잠들었다.꼬박 하루 밤낮을 푹 자고 나서야 피로감에서 벗어나 눈을 뜰 수 있었다.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이지만 란사는 딱히 배고픔이 느껴지지 않았다. 혀끝에서 은은한 죽 향기가 감돌았다.‘누군가 내가 잠든 사이에 죽을 먹여준 걸까?’란사는 누가 그런 일을 했는지 몰라서 놀랐고, 또한 자신이 그 정도로 깊이 잠들어 있었다는 점에 놀랐다. 누가 입안에 음식을 넣어주는 것도 모르고 잠들 정도라니.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었다.공간에 진입하여 간단한 세수를 마친 그녀는 동굴 밖으로 나갔다.그녀가 밖으로 나오니 추월이 곧바로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어제 미열이 좀 있으셨는데 오늘 새벽에 열이 내렸습니다. 지금은 어디 불편한 곳 없으신가요?”란사는 그제야 자신이 밤새 앓았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래서 그렇게 깊이 잠들어 있었던 거구나.”그녀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추월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지금은 정신이 말끔한 것이 불편한 곳 없어.”일어났을 때 느꼈던 약간의 불편함은 공간 속 령수로 세수를 마친 후에 말끔히 사라졌다.추월은 그제야 안심하고 말했다.“섭정왕께서 사람들을 시켜 따뜻한 죽을 만들었으니 배고프시면 가서 드세요.”“그래.”추월이 산등성이 저편으로 모습을 감추자, 란사도 발걸음을 옮겨 밖으로 향했다.북진연이 쉼터로 찾은 이 동굴은 크지도 작지도 않아, 일부 인원이 잠시 쉬어가기에 딱 좋은 곳이었다. 남은 인원 대부분은 교대로 근방 순찰을 맡았다.동굴 입구에서는 많은 흑기군 병사들이 쉬고 있었다.고양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순찰을 나간 모양이었다.란사는 쉬고 있는 흑기군들을 방해하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그들을 지나쳤다.하지만 경계심 높은 흑기군은 그럼에도 소리를 듣고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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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6화

북진연은 속으로 살짝 찔렸지만 겉은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 역시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란사의 곁을 지키는 독충무리는 다른 사람의 접근은 허용하지 않으면서 유독 그에게만 접근을 허락했다.추월은 접근이 가능했지만 그녀는 사람을 보살핀 적이 없어서 허둥대다가 물만 쏟고 말았다.곁에서 지켜보던 북진연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그녀의 손에서 죽그릇을 빼앗아 조심스럽게 란사의 입안에 떠먹여 주었다.그 광경을 상상한 란사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저를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하. 한아가 곁에 없으니 추월은 그런 일에 익숙치 못하여 전하를 번거롭게 해드렸군요. 송구합니다.”북진연은 붉게 물든 그녀의 뺨을 힐끗 보고는 말없이 웃음을 터뜨렸다.두 사람은 곧바로 화제를 돌렸다.“한아가 아직 그 땡중의 손에 있습니다. 종적을 알 수 없긴 하지만 아마 온권승의 주변에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악담라와 온권승은 모종의 거래를 달성한 듯했다. 그래서 그 땡중이 안 보이는 곳에 숨어 그를 지켜주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이제 그녀가 온모를 잡고 안전하게 왕성에서 철수하였지만, 온권승은 여전히 왕성에 남아 있었다.하지만 온권승의 교활함을 생각했을 때, 아마 얼마 안 지나 방법을 생각해서 빠져나올 것이다.물론 그 과정에서 고생은 면할 수 없을 것이다.아첨을 하려던 자가 가진 패를 잃어버렸으니, 죽지는 않더라도 대일왕이 자신을 농락한 대명인을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다행히 란사는 같이 잡혀왔던 대명인들을 모두 대피시켰기에 대일왕의 화는 오롯이 온권승에게만 향할 수 있었다.란사에게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온권승이 왕성에서 고생 좀 하고 간신히 목숨만 부지한 채로 나온다면 그를 마음껏 짓밟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그렇다면 이곳에 며칠 더 머무는 것이 좋겠군. 이 동굴에서 내려다보면 왕성이 있는 쪽이 보이니, 온권승이 성을 빠져나온다면 우린 즉시 알 수 있을 것이야.”북진연이 택한 곳은 왕성과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였다.왕성에서 갑자기 병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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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7화

란사는 담담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온장온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그를 바깥에 던져버렸을 것이다.그에게 칼을 휘두르지 않은 것만으로도 자비를 베푼 셈이었다.온자월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를 혐오하고 죽이고 싶어하던 인간이었다.다만 그가 너무 멍청하고 오만해서 성공하지 못했을 뿐이었다.란사는 구태여 그의 목숨을 취할 가치도 못 느꼈기에 숨만 붙여두고 있었다.그녀는 언제든 그의 목숨을 거둘 수 있었다.아직 그를 살려두는 이유는 똑같이 멍청한 온장온 때문이었다.란사는 옆방으로 가서 그를 만났다.그녀가 령수와 영기를 아낌없이 들이부었기에 온장온의 목숨을 붙여둘 수 있었다.그가 있는 철창 안은 진한 영기가 흐르고 있었고 목에 난 상처는 이미 말끔히 나은 상태였다.그녀는 귀한 령수와 영기, 그리고 많은 희귀 약재를 그를 위해 썼다.원래대로라면 진작에 깨어났어야 할 사람인데 그는 여태 눈을 뜨지 않고 있었다.그가 죽음을 갈망하기 때문이었다.란사는 그를 내려다보며 냉소를 지었다.‘두 번의 삶 동안 날 괴롭히고도 이렇게 쉽게 죽는다고? 속죄하고 싶다며? 보상을 해주고 싶다며? 그럼 죽지 말고 나와 같은 고통을 느껴봐!’란사는 싸늘한 시선으로 온장온을 바라보다가 단약 하나를 꺼내 강제로 그의 입을 벌리고 욱여넣었다.령수가 깃든 단약은 온장온의 입안에서 순식간에 녹아 그의 목구멍 안으로 스며들었다.약을 먹인 후, 란사는 더 이상 그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그녀는 약간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상태였다.누각의 1층으로 온 그녀는 경문을 꺼내 진지하게 베끼기 시작했다.이족의 땅에 온 이후로 그녀가 경서를 베끼는 일은 거의 처음 있는 일이었다.이렇게 한가로운 시간도 오랜만이었다.란사는 가져온 경서를 한권, 한권 정성들여 베끼기 시작했다.금광명경에서 심경, 심경에서 약사경, 약사경에서 지장경까지 모조리 베꼈다.그렇게 경서를 베끼다 보니 이틀이 훌쩍 지나갔다.고요하던 왕성 쪽에서 마침내 움직임이 있었다.천명 정도 되는 이족 대군이 왕성을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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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8화

란사는 산 정상에 서서 멀리서 이쪽을 향해 이동 중인 이족 군대를 바라보았다.북진연도 이족인 틈에 섞여 있는 온권승을 알아보았다.“이족 군대들에 둘러싸여 있는 걸 보니 혼자 있는 틈을 노리는 게 쉽지 않겠구나.”온권승은 자신을 향한 란사의 살의를 잘 알고 있었다.아무리 그가 란사에게 원하는 바가 있다고 해도 이는 목숨이 보장된 상황에서 이루어져야 한다.적어도 지금 그는 이족인 군대와 한치도 떨어지려 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란사는 전혀 걱정되지 않는 표정이었다.“굳이 혼자가 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제가 찾으려는 사람은 저 인간이 아니니까요.”온권승이 나타난 것으로 충분했다.란사는 즉시 독충 군단을 풀어 이족 군대가 있는 쪽으로 이동하게 했다.란사와 북진연은 부대를 이끌고 조심스럽게 그들의 뒤를 쫓으며 악담라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온모를 향한 그의 집념과 호기심을 믿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3일이 지나도록 그자는 얼굴을 비추지 않았고 란사의 독충들도 그자의 행적을 발견하지 못했다.“어디로 갔지?”온권승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그는 창청람과 오왕녀 그리고 천인의 군사들과 함께 말을 타고 뒤쫓았으니 분명히 란사 일행을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하지만 3일을 쫓았지만 그들은 란사의 그림자조차 발견하지 못했다.“이 길로 간 게 아니란 말인가?”창청람은 말을 탄 채로 뒤에 있는 온권승을 힐끗 바라보았다.“진국공, 잘못된 길로 인도하지 않은 게 맞아? 우린 3일 동안 이 길을 쫓았지만 아무런 수확이 없었다. 복명 성녀가 정말 이 방향으로 도주한 게 확실한 것이냐?”“물론…”이 길은 애초에 란사가 준 노선도에서 계동취선향으로 향하는 길이었다.그래서 온권승은 줄곧 확신하고 있었던 것인데 지금으로서는 그 확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어쨌거나 무조건 그곳으로 가야 하는 사람은 그이고 란사는 그에 해당하지 않았다.란사는 그저 황제가 보내 그를 감시하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계동취선향으로 가지 않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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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9화

란사가 생각에 잠긴 사이, 추월이 조용히 다가와서 보고했다.“그 여자가 깨어났습니다.”란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꽤 빨리 정신을 차렸네?”그녀가 온모에게 먹인 약은 그녀를 적어도 10일은 잠들 수 있게 하는 약이었다.어차피 산송장인 신세이니 위협으로 느껴지지 않았다.그런데 이렇게 빨리 의식을 되차ㅈ을 줄이야!왕성에서 기다리던 시간까지 다 합쳐도 고작 5일이 지났을 뿐이었다.란사는 곰곰이 생각을 굴리며 말했다.“어차피 죽은 몸이라서 약효가 절반이나 줄어든 건가?”만약 그런 거라면 다른 약물도 비슷하지 않을까?란사는 한번 시험해 보고 싶은 욕구가 일었다.그녀는 악담라가 왜 온모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이제 그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았다.그가 온모를 가지고 어떤 실험을 하려는지는 모르지만 그녀 역시 궁금한 이것저것을 온모에게 시험해 보고 싶었다.금방 잠에서 깨어난 온모는 이유 모를 오한을 느끼며 온몸을 떨었다.그녀는 자신이 하마터면 실험품이 될 뻔한 것도 모르고 있었다.그녀는 그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북진연을 바라보며 시기심을 불태웠다.그것은 아직 시야에 나타나지도 않은 란사를 향한 질투였다.‘온사 그년은 결국 왕성을 빠져나왔구나! 이렇게 운이 좋을 수가! 그 많은 추격자들을 따돌리고 도망치다니!’‘멍청한 자식들!’그녀는 무능한 아버지와 무능한 이족 병사들, 그리고 창왕의 심복과 검은 옷의 충술사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왕궁을 봉쇄한 상황에서 여자 하나 잡지 못하다니!‘바로 죽여 버리면 됐을 텐데 그것도 못해?’그녀는 란사가 무사히 빠져나온 이유도 그 요망한 얼굴에 홀린 이족인들이 그녀를 생포하고 싶어서 생긴 발단이라고 생각했다.그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온모의 마음 속 분노의 불길도 커져만 갔다.그녀는 또 한번 이족 왕궁의 모두에게 저주와 악담을 퍼부었다.그러고는 아련한 눈빛으로 먼 곳에 서 있는 준수한 사내를 바라보았다.‘섭정왕이 구해줬나 보네.’그게 아니라면 란사가 그 많은 포위를 뚫고 살아서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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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0화

너무 익숙한 소리에 온모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그리고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가증스럽다고 천만번 속으로 욕했던 란사의 얼굴이었다.아름다운 얼굴의 그녀는 온모를 내려다보며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마치 달밤의 연못처럼 고요하고 차가웠다.온모는 마치 천둥번개를 맞은 것처럼 온몸이 굳어지고 머리털이 곤두섰다.“악!”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옆으로 쓰러졌다.정신을 차리자마자 사무치는 공포와 분노가 동시에 밀려왔다.“뒤에서 뭘 하고 있었던 거야! 누굴 놀래키려고 작정했어!”온모는 찔리는 마음에 고함을 지르며 화를 냈다.란사는 비웃음 가득 흘려주며 대꾸했다.“그렇게 놀랐어?”그녀는 차갑게 코웃음 치고는 말을 이었다.“속으로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었길래 날 보고 이렇게까지 놀라는 거지? 너 설마 속으로 날 저주하고 있었니?”“누… 누가 저주했다고!”정곡을 찔린 온모는 본능적으로 벌떡 일어나며 변명했다.하지만 다시 정신을 차린 후에는 변명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표정이 음침하게 변했다.온모는 냉소를 지으며 란사에게 말했다.“내가 널 저주했다고 해서 네가 뭘 할 수 있지? 온사,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지금은 네가 나한테 구걸해야 하는 상황이야. 나한테 문제가 생기면 악담라 대사가 널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그 말을 들은 란사는 눈썹을 치켜올렸다.“온권승이 너에게 그런 말을 해줬어?”“아버지가 내게 무슨 말을 했든 너랑은 상관없어. 어차피 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난 믿지 않을 거니까. 난 내 아버지의 말씀만 믿을 거야.”온모는 양팔이 묶인 상태로 란사의 앞에 당당히 가슴을 펴고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미천한 네 시종을 구하고 싶다면 나한테 예의를 갖춰서 대하는 게 좋을 거야. 내가 악담라 대사께 안 좋은 말이라도 하면, 그분이 나 대신 네 시종을 응징할 테니까!”그 말을 들은 란사는 너무 하찮아서 웃음이 나왔다.온모는 뭔가 크게 오해를 하고 있었다. 란사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은방울 굴러가는 듯한 청아한 웃음소리에 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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