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신왕이 악담라의 체면을 생각한다면 절대 온모에게 벌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세자의 체면을 봐서 적당히 손을 봐줘라’고 말한 것은, 정말 온모를 혼내주려는 것이 아니라 악담라의 입을 열게 하기 위해서였다.그래서 란사는 신왕의 ‘호의’를 가슴에 두지 않았다.사제인 악담라의 인품만 보아도 말로는 사형제라고 하지만 실은 두 사람이 각자 속셈을 챙기고 있었다.이런 상황이 그녀에게 아주 유리했다.만약 신왕이 사악한 승려와 손을 잡는다면 오히려 귀찮아질 것이다.란사가 눈을 지긋이 내리 감고 악담라가 말하는 준비에 대해 귀담아들었다.‘사부님이 생전에 종이 한 장을 주셨는데 거기에 네 마디만 적혀 있었습니다. 속세의 인간이 들어가면 죽지만, 영혼이 순수한 사람이 들어가면 신선이 될 수 있다. 또한 그 사람의 피를 물려받은 사람은 속세에 드나들 수 있으며, 영기가 담긴 액체에 몸을 씻으면 신선이 될 수 있다.”모두가 악담라가 말하는 완벽한 문장을 듣고 ‘영혼이 순수한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할 때, 신왕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다시 란사를 주시했다.처음에 란사 본인도 의심만 했었는데, 신왕이 대놓고 쳐다보자 바로 확신했다.‘내가 영혼이 순수한 사람이라고? 그런데 왜 나야? 내가 란씨 가문의 핏줄이라서? 그래서 영혼의 피는 란씨 가문의 피라는 건가? 그럼 영기가 담긴 액체에 몸을 씻는다는 말은 또 무슨 말이지?’그녀가 궁금해할 때, 마침 대신 물어보는 사람이 나타났다.“악담라 스님, 그럼 영혼이 순수한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영혼의 피란 그 사람의 피인가요? 그럼 영기가 담긴 액체는 무엇이죠?”그 질문을 한 사람은 바로 지금까지 조용히 듣기만 했던 왕녀 해란이었다.“영혼이 순수한 사람은 누군지 모르겠으나 사형은 알고 있는 듯합니다. 영혼의 피는 본래 영혼이 순수한 사람의 피를 가리킵니다. 앞구절에서 제가 이해한 바로는 평범한 사람은 계동에 들어갈 수 없지만 영혼이 순수한 사람이거나, 그 피를 마신 평범한 사람도 가능하다고 생각되네요. 나머지 구절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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