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의 모든 챕터: 챕터 1301 - 챕터 1310

1325 챕터

제1301화

”바야, 넌 짐이 가장 아끼는 딸이지만 일시적인 악감정으로 충녀와 성녀를 모함하면 안 된다. 오늘 짐이 반드시 엄벌을 내려야 충녀와 성녀, 그리고 바도엘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겠다.”“제가 잘못했으니 달게 벌을 받겠습니다.”바야는 얌전히 무릎을 꿇고 부왕의 명을 순순히 따랐다.그때 장막 밖에서 석소가 들어왔다.“벌악의 채찍을 가져오거라.”석소가 채찍을 두 손으로 받쳐서 신왕에게 가져갔다.이제 보니 벌악의 채찍은 평범하지 않았다.어느 정도 굵기가 있고 테두리에 가늘고 뾰족한 가시가 달린 사슬을 둘렀는데, 이런 채찍으로 벌을 내린다면 힘이 적게 들어가도 살갗이 터져서 찢겨 나갈 것이다.그래서 신왕이 벌악의 채찍을 가져오라고 할 때, 바야는 물론 책임을 떠맡긴 바낙로마저 긴장하고 안색이 창백해졌다.문제는 바낙로보다 바야가 먼저 예상하고 있었다.모든 권력을 박탈당하는 것보다 처벌을 받는 것이 백 배는 낫다고 생각했기에 용서를 구걸하지 않았다.지금 육체적 고통을 받겠지만 모든 권력을 잃지 않는 한, 언젠가 백월유와 란사에게 백 배로 갚아줄 기회가 있을 테니까.“당장 바야 왕녀에게 채찍 30대를 쳐라. 그리고 계동에 도착하기 전에 마차에 가두고 절대 내보내면 안 될 것이다!”바야가 공수하며 흔쾌히 대답했다.“달게 벌을 받겠습니다.”하지만 이런 결과를 받아들이기에 아직 일렀다.“충녀, 성녀. 이것으로 충분합니까?”‘전혀.’란사가 빙그레 웃었다.“바야 왕녀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벌을 받는 모습에 탄복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신왕께서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셨죠?”순간 바낙로가 흠칫하더니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았다.안타깝게도 붕대로 눈을 가려서 노려볼 수 없기에 이를 악물며 포효했다.“못된 년. 끝까지 나를 해치려고 드느냐?”란사가 바로 안색을 굳히고 신왕을 조롱하듯 말했다.“신왕께서 잘못을 뉘우칠 줄 아는 훌륭한 딸을 키웠지만 아들은 실패한 것 같네요.”그녀는 삼남매 중에서 자연스럽게 바도엘을 제외했다.신왕이 곁눈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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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2화

이번에 모두가 온권승을 주시하자 그가 조금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본래 계동에 도착하면 보여주려고 했는데, 신왕이 길을 떠난 이튿날에 요구할 줄은 몰랐다.왠지 신왕이 자신을 압박한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전에 모인 자리에서 한 번 거절한 적이 있으니, 이번에도 거절한다면 모두가 그림이 가짜라고 의심할 것이다.그래도 이리 쉽게 내놓는 건 달갑지 않았다.필경 ‘계동취선향’은 그에게 있어 가장 큰 의지이고 비장의 패였기 때문이었다.조금 더 미루려고 했는데 오늘 상황을 보니 더는 피할 수 없었다.온권승이 미간을 찡그리다 문득 뭐가 떠올랐는지 악담라가 앉은 쪽으로 빠르게 훑어보았다.그러고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입을 열었다.“여기 모인 분들한테 그림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신왕 외에 다른 분들은 보는 대가로 한 가지 물건을 약조하길 바랍니다.”그는 말하면서 슬쩍 란사를 바라보았다.“성의만 충분하다면 원하는 만큼 보도록 약조 드리겠습니다.”장막에서 그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각자 다른 표정을 짓다가 낮은 소리로 소곤거리기 시작했다.란사는 속으로 코웃음만 치고 고개를 돌려 백월유와 상의했다.그녀에게 무시당한 온권승은 순간 눈빛이 싸늘해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가 상의를 끝나고 신왕에게 고개를 끄덕였다.신왕도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진국공의 요구도 합리적이긴 하지만 무엇을 원하는지 궁금하네요. 만약 지정한 물건이 있거나 미리 언질을 준다면 모두가 참고하겠습니다.”신왕은 다른 사람을 위해 말한 것이었다.진국공은 막무가내인 사람이 아닌지라 눈치 없이 자기에게 물건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바로 그가 선을 지키는 사람이기에 신왕도 다른 사람을 연결해 준 것이었다.온권승은 일어나지 않고 휠체어에 앉아 신왕에게 공수하며 의사를 표시했다.“감사합니다. 여러분이 저를 보다시피 거동이 불편합니다. 하지만 다리를 선천적으로 쓰지 못한 게 아니라 얼마 전에 다쳐서 휠체어에 의존하는 신세가 된 겁니다. 만약 계동의 문 뒤에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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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3화

어쩌면 지금은 나무다리마저 사용할 수 없어 계속 휠체어를 타는 것이니, 창청람과 해란은 온권승의 요구가 합리적이라 여겼다.외왕실 남매가 눈을 마주치고는 흔쾌히 대답했다.“저희가 가져온 물건이 많지 않지만 한 가지 약재는 중요한 순간에 목숨을 구하는 좋은 약이긴 합니다.”창청람은 아랫것들이 가져온 검정색 상자를 열어서 보여주었다.“여기 상자에 생명을 연장하는 단약 한 알이 들어있는데 저희 외왕실의 대장로가 18가지 진귀한 약재로 제련한 것입니다. 목숨이 한 가닥 붙어 있어도 이 단약을 복용하면 12시진 동안 생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그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단약에 쏠렸다.란사도 궁금해서 쳐다보았다.솔직히 말해서 그녀에게도 이런 단약이 있지만 창청람이 꺼낸 것보다 더 많은 약재를 사용했다.게다가 전부 100년 산 희귀한 약재였다.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인삼은 공간에서 영수를 먹이며 재배한 거라 약효가 천년 산과 맞먹었다.란사의 단약은 생명을 연장하는 단약이 아니라 생명을 구하는 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이 단약을 복용하면 생명을 12시진 이상 연장할 뿐만 아니라, 강제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문제는 기력이 빠져서 한동안 요양해야 하지만 말이다.이런 약을 란사가 최선을 다해서 세 알 만들었었다.한 알은 사부에게 주고, 한 알은 본인에게 남기고, 나머지 한 알은 북진연에게 줄 것이다.전에 잊고 있었는데 생각난 김에 이따가 그에게 줄 생각이었다.“이 단약은 외왕실 대장로가 고충술과 의학을 결합하여 만든 것이라 효력은 의심할 것도 없이 최상급임을 알 수 있습니다.”신왕까지 확신하니 온권승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면서 상자 속 단약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이리 귀한 단약이라면 저희 남매의 성의를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비록 한 알이지만 확실히 소중했다.온권승은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 귀한 물건이라 만족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충분합니다. 청왕 전하, 해란 전하께 감사드립니다. 두 분은 잠시 기다려주십시오.”그는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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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4화

”성녀는 어떤 약을 내놓겠습니까?”그가 한껏 기대하는 눈빛으로 보자 란사는 덤덤하게 쳐다보며 되물었다.“그 그림은 원래 란사 가문의 것인데 제가 왜 대가를 치러야 하죠?”예상밖의 대답에 온권승은 갑자기 말문이 막혀 벙어리가 되었다.물론 강요하는 것은 아니나, 지금 그림이 그의 손에 있으니 꺼내지 않는다면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정말 그런다면 다들 속 좁은 인간으로 생각할 것이다.장막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가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니 너무 뻔뻔하게 굴면 오히려 멸시를 당하지 않겠는가?다행히 온권승이 체면을 좋아하기에 란사가 시큰둥하게 던진 한마디로 불쾌해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약조한 대로 모두가 성의를 표시했으니 이제 그림을 보여줄 때가 되었다.온권승이 혼자 장막으로 돌아가 그림을 챙겨온 후, 모두의 앞에서 천천히 그림을 펼쳤다.란사는 첫눈에 진품이 아닌 것을 발견했다.온권승이 갖고 온 ‘계동취향선’은 경성에서 출발하기 전에 발견한 가품이었다.식견이 넓은 신왕도 한눈에 고화가 아닌 것을 알아차리고 불쾌한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진국공, 이게 무슨 뜻입니까? 가짜 그림을 내놓다니요. 우리를 갖고 장난치는 겁니까?”가짜라는 말에 한껏 기대하던 사람들이 이내 발끈했다.“저것이 가짜라는 말씀입니까?”“진국공, 우리는 약조대로 그림을 보는 대가를 치렀는데, 가짜 그림을 내놓다니요. 우리를 속인 겁니까?”모두가 흥분하며 따지자 온권승이 재빨리 해명했다.“그런 거 아닙니다. 먼저 제 말을 들어보십시오. 이 그림은 가짜가 아니라 ‘계동취향선’을 탁본한 것이라 그림은 완전히 똑같습니다. 물론 똑같다고 해서 여러분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보여주는 것은 진짜 그림 위에 없는 노선도입니다.”노선이 그려진 그림이 두 개 있는데 검은 마의를 입은 노파가 직접 그린 노선도는 란사에게 있고, 다른 하나는 온권승이 란사와 거래하여 그녀가 갖고 있는 노선도를 탁본한 것이었다.지금 보여준 것이 바로 그 탁본한 노선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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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5화

신왕과 창청람 남매는 저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했다.지형이 그려진 그림은 처음부터 신왕에게 겁을 주기에 충분했다.방금 탁본을 하찮게 여겼던 사람들도 이번에 얌전히 앉아 주시했다.그때 신왕의 시선이 온권승을 스치면서 속으로 결심했다.‘진짜든 탁본이든 무조건 짐의 손에 넣어야겠다.’백족 부락의 생존이 달린 그림을 절대 이족의 손에 들어가서는 안 되었다.전체 그림에서 그들의 관심사는 산맥 외에도 산맥 끝에 그려진 선명한 도안에 집중되었다.이 도안은 연꽃무늬인데 테두리에 금색과 파란색이 섞인 구름으로 그려진 것이, 딱 보아도 ‘계동취향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다른 사람들은 아직 눈치채지 못했지만 신왕, 백월유, 바도엘은 의심스러웠다.심지어 란사와 북진연도 그 점을 알아차렸지만 입 밖에 내지 않았다.그리고 눈치 빠른 온권승은 세 사람의 표정이 다른 것을 보고 역시나 알아버렸다.그가 눈빛을 반짝이며 바로 질문했다.“이곳에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한마디에 본래 문제를 발견하지 못한 악담라와 창청람 남매도 시선을 그에게 돌리자, 온권승이 빙그레 웃으면서 해명했다.“방금 충녀와 바도엘 친왕의 안색이 달라져서 물어본 겁니다.”그는 영리하게도 신왕은 언급하지 않았다.다들 신왕을 쳐다보지 않고 백월유와 바도엘이 앉은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신왕이 덤덤하게 말했다.“네가 말하거라.”그제야 바도엘은 도안을 가리키며 설명했다.“여기는 저희가 아는 계동의 위치와 조금 다릅니다.”그 말에 다들 당황했다.“그럼 계동이 아니라는 겁니까?”“그럼 당신들이 아는 계동은 어디에 있어요?”바도엘의 손가락이 쭉 내려오더니 삼대산이 위치한 아래에서 멈추었다.“바로 여기입니다. 이곳에 작은 마을이 있는데 마을 이름이 계동이라고 부릅니다.”이게 무슨 일인지 몰라 다들 서로의 얼굴만 바라본체 의아해했다. 온권승이 제일 먼저 질문했다.“계동의 문이 이 마을에 있습니까?”여기서 문제는 바도엘이 계동의 문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그 대신 신왕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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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6화

신왕과 같은 이유를 생각한 다른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란사를 쳐다보았다.정작 란사는 그들이 쳐다봐도 아무런 반응이 없고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을 짓자, 더는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이어서 온권승이 질문했다.“신왕, 그럼 애초에 계동의 문으로 들어갔을 때 그 동굴이 저기 마을에 있었습니까?”이 부분에 관하여 신왕은 숨기지 않았다.“마을 가장자리에 있는 산이었는데 아마도 여기 있을 겁니다.”그는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산을 가리키며 설명했다.“여러분들도 가고 싶으면 첫 번째 장소를 여기로 정하면 됩니다.”“그럼 가서 봅시다. 계동의 문이 이곳에 나타났으니 무슨 흔적을 남겼을 수도 있잖아요.”나중에 신왕이 찾지 못한다고 해도 누구도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지 못할 것이다.설령 찾지 못해도 그들에게 란씨 가문의 핏줄인 성녀가 있기 때문에, 그녀만 데려가면 계동의 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신왕도 그들과 똑같은 생각이라 나서서 막지 않고 오히려 모르는 척했다.다른 사람들은 란사가 그저 란씨의 핏줄이라 생각하겠지만 신왕만 아는 비밀이 따로 있었다.바로 전설 속에서 영혼이 순수한 사람이라는 것, 그녀만 데려가면 계동의 문이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다들 각자 꿍꿍이를 품으면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란사에게 관심을 주었다.첫 번째 목적지를 정한 신왕이 신속하게 지시를 내렸다.모두가 미리 준비를 해놓고 점심을 먹은 다음 출발할 것이며,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이동할 것이라고 말이다.신왕 일행은 가능한 한 빨리 계동에 가려고 계획했지만 가는 길에 뜻밖의 사고와 변수가 계속 발생했다.출발한 지 사흘째 되는 날.“신왕께 아룁니다. 전방 냇가에 여러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상태는 전에 발견했던 것과 똑같이 아무런 상처도 없고 죽은 원인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마차에서 신왕이 미간을 잔뜩 찡그렸다.“또 상처가 없는 시체냐?”어젯밤에 쉴 곳을 찾아 하룻밤을 쉬고, 아침에 출발했는데 오는 길에서만 길가에 버려진 시체를 여러 구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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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7화

온권승과 창청람 남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란사마저도 미간을 찡그리며 멀지 않은 곳에 둔 시체를 바라보았다.“전염될 가능성이 있다면 역병인가?”의원의 말에 신왕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그러자 의원이 고개를 가로저었다.“역병은 아닙니다. 만약 역병이라면 저희는 진작에 전염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저희 사람들을 검사해 보았는데 전혀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그럼 대체 무슨 병인가? 얼마나 심각하길래 우리의 길을 막고 있는 건가?”의원은 더 이상 출발하는 걸 바라지 않았다.지금까지 나타난 시체들을 볼 때, 앞에 더 많은 시체가 나타날 것이 뻔하고, 어쩌면 병이 발생한 곳이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지금은 일행이 감염되지 않았다고 나중에도 감염될 확률이 없다고 장담하지 못했다.의원이 두 손을 공수하며 아뢰었다.“신왕, 이런 병증은 극히 드문 데다 시간이 제한되어 소인도 그 원인을 조사하기 어렵습니다. 확실히 알아내려면 소인이 돌아가서 의서를 찾아보아야 합니다.”“알았네. 그럼 짐이 반나절을 줄 테니 반드시 확실히 알아내게! 이 병의 전염된 경로를 알아내지 못하면 자네 목을 지킬 수 없을 거네!”신왕은 마음이 초조하기 시작했다.곧 목적지에 도착하는데 갑자기 이름 모를 병 때문에 발목이 잡혔으니 말이다.하루만 지나면 흑석성 대군이 합류하기에 크게 문제될 게 없지만 그때까지도 전염병에 대해 알아내지 못할까 크게 걱정되었다.대체 어떤 병인지, 어떤 경로로 전염되는지 모른다면 전체 대열과 대군이 더는 전진할 수 없을 것이다.이리 많은 사람이 모여 있기에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전염될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그런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은 이번 계획을 철수하고 돌아가서 자세히 알아낸 뒤에 다시 출발하는 것이었다.하지만 신왕이 오랫동안 준비했는데 계동에 도착하기 전에 철수한다면 억울하지 않겠는가?의원은 친왕과 왕녀의 의원들도 함께 병증에 대해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그가 돌아서서 가려 할 때, 여유롭게 앉아 차를 마시던 란사가 갑자기 찻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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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8화

란사가 곁눈질로 흘겨보았다.저 늙은이가 무슨 꿍꿍인지 모르겠지만 태연한 척 입꼬리를 올려 빙그레 웃었다.“스님이 동행한다면 영광이지요.”갑작스러운 그녀의 겸손한 태도에 다른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란사가 악담라에게 앞장서라는 공손한 손짓까지 하다니, 뒤에 있던 북진연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악담라는 의미심장하게 쳐다볼 뿐, 거절하지 않고 앞에서 저벅저벅 걸어 나갔다.란사가 이내 뒤를 따라가다가 백월유 부부를 스칠 때 두 사람의 의아한 표정을 보더니 그저 웃어넘겼다. 보아하니 이틀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너무 도도하게 행동한 것 같았다.따져보면 란사는 머리를 기른 비구니지만 악담라는 진정한 스님이지 않은가?그러니 이런 대선배 앞에서 잘난 척하고 나댈 리가 없었다.지금 시체를 보려는 것도 예전에 금지구역 밖에서 보았던 시체들이 떠올라서 살펴보고 싶었을 뿐이었다.그런데 악담라가 갑자기 끼어들 줄이야.일단 시체 상태를 모르니 만일을 대비해 악담라를 앞장세우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그가 왜 끼어드는지는 이따가 지켜보면 알 테니까.그래서 란사는 전혀 개의치 않고 악담라 뒤를 따라갔다.물론 란사 곁을 잠시도 떨어지지 않는 북진연도 자연스럽게 뒤따랐다.세 사람이 시체를 모아놓은 곳에 도착한 후, 란사가 한 번 훑어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아직 시체가 흠뻑 젖은 것이 방금 냇가에서 건져 올린 것 같았다.생각해 보니 어젯밤에 신왕의 대열도 냇가에 주둔했었다.두 냇가가 연결되지 않았다면 다행이겠지만 혹시 연결된 것이라면 별로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물론 이것은 신왕의 대열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였다.란사는 신왕의 목적을 안 후부터 항상 신중하게 행동했다.심지어 북진연과 둘이서 마시는 물도 공간에서 내오고 먹는 것도 먼저 시음한 다음에 안심하고 먹었다.그러는 이유는 누군가가 독살하는 것을 방지하고, 계동에 들어가기 전에 영수로 몸을 깨끗이 하기 위해서였다.그녀의 직감으로 왠지 이렇게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다.북진연도 공간의 영수가 일반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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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9화

그녀가 손을 뻗자 뒤에 있던 북진연이 바로 약상자를 들고 다가왔다.란사가 그를 향해 빙그레 웃고는 약상자를 열고 몇 가지 물건을 꺼냈다.먼저 얼굴에 가리개를 쓰고 장갑을 낀 후에 소매를 걷어 올리고는 마지막에 머리를 정수리에 틀어 올렸다.모든 준비를 마친 후 작은 칼과 굵은 은침 몇 개를 꺼내서 세심하게 시체를 부검하기 시작했다.일전에 금지구역 밖에서 학살당한 마을에서는 창청람 일행이 있고 시간이 촉박했기에 독충으로 시체를 검사했을 뿐, 그녀가 직접 나서서 살펴보지 못했었다.이번에는 시체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겉과 속을 구석구석 살펴보았다.그랬더니 여기 시체들은 금지구역 밖에 있던 시체들과 똑같이 특이한 독에 중독되어 죽은 것을 확신했다.그 말인즉슨 특이한 독은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면 전염성이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그리고 전파한 경로는 공기가 아니라 물일 것이다.만약 공기라면 예민한 오감으로 제일 먼저 발견했고, 심지어 유성과 독충들도 알아챘을 것이다.란사가 자신의 독술을 완전히 믿는 것이 아니라 밤낮으로 영수에 씻었더니 어느 날부터 오감이 보통 사람들과 유달리 예민해지고, 심지어 독충들도 똑같았다.그러니 어떤 독이라도 그녀의 오감을 속이지 못했다.특이한 독인 걸 확신한 그녀는 이족 의원에게 물었다.“저기 강물을 검사해 보세요. 손으로 만지지 말고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해요.”의원은 단번에 물에 문제가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바로 검사하러 갔다.이 소식은 곧 신왕에게 보고되었고, 그는 두말없이 란사에게 사람을 보냈다.지금 그녀는 벗어놓은 가리개와 장갑, 그리고 옷마저 갈아입고 전부 태워버렸다.북진연은 그녀 대신 다른 물품들을 태웠다.마침 신왕의 부하가 그 장면을 보고 란사에게 함께 장막으로 가자고 청했다.두 사람이 장막에 도착하자마자 부하가 먼저 방금 보았던 것을 보고했다.그 말에 신왕이 바로 란사에게 물었다.“보아하니 성녀가 무언가 발견한 모양이군요.”란사는 급하게 대답하지 않고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수상한 것은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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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0화

악담라와 란사가 쓴 종이에는 각각 ‘독과 물’만 적혀 있었다.이 답은 일전에 이족 의원들이 말한 전염병과 전혀 일치하지 않았다.만약 둘 중에서 한 사람만 ‘독’이라 적었다면 의심했을 텐데 지금은 확신했다.남도 아닌 자기 사제인 악담라가 적은 것이고 그의 실력을 잘 알기에 이 결과는 틀림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결과가 나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두 사람이 적은 전파 경로 ‘물’이 가장 심각했다.란사가 예상한 것처럼 신왕도 물을 떠올렸다.왜냐면 대열이 시냇가에서 주둔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신왕! 보고합니다!”드디어 물 상태를 확인한 의원들이 허둥지둥 달려와 신왕에게 보고했다.“저기 시냇물에 확실히 문제가 있습니다. 물이 전염병을 일으킨 가장 큰 원인입니다.”아직도 ‘전염병’을 논하는 돌팔이 의원들을 보며 신왕이 코웃음을 쳤다.“쓸모없는 것들! 짐이 이미 알아냈다!”그러면서 종이 두 장을 의원에게 홱 던져버렸다.“똑똑히 보거라!”의원들이 황급히 종이를 잡고는 위에 적힌 ‘독’을 보고 아연실색했다.“도, 독? 어떻게 독일 리가 있나!”“맞습니다! 독이 맞아요!”“어쩐지 수상하더라니. 아무리 조사해도 증상을 찾아내지 못한다 했어요. 만약 독이라면 모든 상황이 들어맞습니다.”“젠장, 그럼 방금 우리가 전부 잘못 조사했다는 말인가?”그제야 깨달은 의원들은 저마다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바로 무릎을 꿇었다.“신왕, 고정하십시오. 저희가 실력이 부족한 탓이니 죽어 마땅합니다!”신왕의 안색이 단번에 굳어졌다.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키운 의원들이 란사와 악담라보다 못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지금 당장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면 쓸모없는 의원들을 진작에 짓밟아버렸을 것이다.“나중에 제대로 따질 것이다. 지금 잔말 말고 당장 성녀와 짐의 사제를 도와 모든 일행과 병사들을 검사하라. 최대한 빨리 중독된 자를 찾아내야 한다!”그는 마음속으로 전날 머물렀던 시냇가와 눈앞의 시냇가가 같은 줄기가 아니길 기도했다.아니면 여기서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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