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1311 - Chapter 1320

1325 Chapters

제1311화

“사제, 이 독을 해결할 방법이 있느냐?”신왕은 먼저 악담라를 쳐다보았다.아무리 란사가 성녀라도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사제의 능력을 더 믿었다.스무 살도 안 된 계집의 의술이 뛰어나도 해독할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고 생각한 것이다.그러나 사제 악담라는 고충술을 익혔을 뿐만 아니라 그의 고충은 천만가지 작용을 하여 누군가를 중독시킬 수 있고 해독할 수도 있었다.물론 악담라가 전문으로 독술을 익히지 않아 시독에만 적용되었지만, 그래도 신왕이 보기에 충분하다 여겼다.만약 악담라까지 방법이 없다면 자신의 천기고충을 동원할 것이다.하지만 천기고충이 출동하면 병사들은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천기고충은 해독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생명을 빼앗아 연명하기 때문이었다.이런 이유로 마지막까지 버티다가 병사들이 이상한 독에 감염되어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경우에 이 방법을 사용할 것이다.‘마지막에 대군이 전멸해도 반드시 계동의 문을 열어 원하는 것을 얻어야 한다.’확실한 결정을 내린 신왕은 안색이 많이 누그러졌다.악담라가 그 속내를 알아챘지만 신왕의 손에 천기고충이라는 희귀한 보물이 있는 것은 전혀 몰랐다.“저는 독술에 대해 잘 몰라서 해독할 수 없어요. 유일한 방법은 고충이 중독자의 독을 흡수하고 연구해야 압니다.”신왕은 그 방법을 단번에 거부하지 않았다.“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있느냐?”그러자 악담라가 고개를 가로저었다.“확률이랄 것도 없습니다. 고충이 중독자의 독소를 완전히 흡수해도 그자가 끝까지 살아남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보통 상황에서 강제로 독소를 제거하면 중독자가 버티지 못하고 죽는데, 이 독은 인체에 들어가면 사흘도 안 되어 죽게 만들기에 섣불리 단정하지 못했다.조용히 악담라의 말을 듣던 신왕은 이번에 눈썹을 꿈틀거리며 란사를 쳐다보았다.“성녀는 어제 한번 보고 독이란 걸 알아냈어요. 독술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것 같으니 어떻게 해독할지 짐의 사제와 논의해 보겠습니까?”악담라도 그녀가 어떤 의견을 내놓을지 궁금해서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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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2화

란사가 내놓은 처방은 중화 작용하는 약재 외에 전부 독약이었다.어린 계집이 자기들을 놀린다고 생각했는지 의원들이 하나같이 눈을 부라리며 노려보았다.“무엄합니다! 감히 신왕을 농락이다니, 이건 참형에 처할 죄입니다!”“신왕! 저 계집이 앙심을 품고 우리 백족의 군사들을 독살할 작정입니다! 부디 벌을 내려주십시오!”“맞습니다. 신왕께서 절대 용서하면 안 됩니다!”“대명인은 역시 심보가 나쁩니다!”란사가 코웃음을 쳤다.그녀는 의원들의 비난 앞에서 눈꺼풀을 떴다 감는 것조차 귀찮았다.대신 뒤에 서 있던 북진연이 눈빛으로 쏴 죽일 지경으로 차갑게 노려보자, 의원들은 갑자기 억울한 것처럼 손가락을 내려놓으며 고발했다.“신왕, 저놈이…”“그만하거라!”고발하기 전에 신왕이 언성을 높여 호통치자 의원들은 더는 찍소리도 못했다.신왕이 다시 란사를 보며 불쾌하게 물었다.“성녀, 이 처방은 대체 무슨 뜻입니까? 처방을 잘못 적은 겁니까? 아니면 의원들 말처럼 짐을 농락하는 겁니까?”“제가 직접 설명해도 신왕께서 믿지 않으실 텐데, 저한테 묻는 것보다 악담라 스님한테 여쭤보세요. 악담라 스님도 제가 쓴 처방을 보셨잖아요?”란사가 빙그레 웃으면서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순간 신왕은 지금까지 사제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설마 이 처방이 정말 가능하단 말인가?’신왕이 악담라에게 물었다.“사제는 어찌 생각하느냐?”악담라가 작은 소리로 성불을 읊조리며 대답했다.“나무아미타불. 사형, 성녀의 처방은 독을 만드는 처방이긴 하나 확실히 독을 잠시나마 억제할 수 있습니다.”사제의 대답에 신왕이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이게 정말 가능하다고?”신왕이 무언가 의심하듯 나지막하게 중얼거리자, 란사와 악담라는 그가 무슨 생각 하는지 짐작했다.바로 두 사람이 편을 먹었다고 의심하는 것 같았다.독 처방으로 사람을 구한다는 것은 정말 터무니없는 말이긴 했다.하지만 지금 신왕 측에는 의술과 독술에 일가견이 있는 의원이 나서서 두 사람의 말이 사실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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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3화

신왕이 눈을 가늘게 뜨고 란사와 뒤에 선 북진연을 흘겨보고는 다시 악담라를 쳐다보았다.“사제, 이건 짐에게 만 명이나 되는 군대의 생사에 관한 문제이니 신중하게 생각하고 얘기하길 바란다.”잘 생각하고 신중하게 말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타인과 손을 잡고 자신을 해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인지 악담라는 단번에 알아들었다.그는 마음이 좁고 위선적인 사형에 대해 더는 할 말이 없어 눈을 감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사형이 그리 걱정된다면 의원들에게 다른 방법을 찾아보라고 하는 것이 더 신중한 선택이겠네요.”신왕은 아직도 사제의 속셈을 알지 못했지만 성녀의 독 처방에 동의한다는 것을 알아챘다.여전히 미심쩍은 신왕은 악담라에게서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하자 다시 란사에게 물었다.“그렇다면 성녀, 이 독 처방은 어떤 원리로 수상한 독을 억제할 수 있습니까?”“저기 시체들은 겉보기에 아무런 이상이 없지만 내장과 뼈는 이미 얼음장처럼 얼어붙었어요. 제가 추측하 건데 이것은 아주 보기 드문 한독입니다. 한독은 물에 잘 녹기 때문에 일단 독이 퍼지면 완벽하게 제거하기 어려워요. 그러나 일시적으로 한독과 상극인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그녀가 도리에 알맞게 분석하자 그제야 신왕의 날카로운 눈빛이 점차 사라졌다.말을 마친 란사는 일어서서 독 처방을 되찾아왔다.“이 화독 처방은 여러 가지 독초로 제련한 것으로 근본은 해결하지 못해도 잠시 한독을 억제할 수 있어요. 물론 같은 성질의 독약이 아니기에 보름만 효과를 유지할 수 있어요. 그 뒤에도 해독하지 못하면 두 가지 독이 발작하여 바로 죽게 되지요.”란사가 유지 시간까지 분명하게 말했다.그녀가 독 처방을 내놓는 것은 신왕에게 별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겉으로 신왕을 도와주는 것 같아도 실제는 다른 방식으로 군사들의 죽음을 알리는 것과 같았다.물론 신왕에게 독 처방을 거절할 선택권이 있지만 당장 거절하지 않고 침묵했다.‘독 처방 외에 정말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인가?’신왕에게 다른 방법은 있었다.즉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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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4화

어찌 되었든 신왕은 란사를 완전히 믿지 않았다.왠지 그녀는 무슨 일이든 반드시 방해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장막에서 나온 뒤, 란사는 북진연을 데리고 자기 장막으로 돌아갔다.지금 북진연의 신분은 성녀의 호위무사라 단독으로 장막을 사용하지 않았다.본래 란사가 마차에서 쉬라고 했는데 그런 걱정 하지 말라는 말만 들었다.신왕이 지금 부하들에게 명령하려 란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으니, 북진연이 쉽게 곁을 떠나지 않았다.그리고 쉬는 것은 아무 곳에서나 눈을 잠깐 붙이면 된다고 말했다.그는 추월처럼 전문 훈련을 받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전장을 누비면서 언제 어디서나 자다가 바로 일어날 수 있는 습관을 기른 덕분에 요 며칠은 상태가 아주 좋았다.심지어 전보다 더 좋았다.왠지 란사가 준 물과 음식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매번 그녀가 준 음식과 물을 먹을 때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몸 상태가 변화하는 것을 느꼈다.횟수가 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란사가 물과 음식에 좋은 것을 첨가했다는 것을 알아냈다.북진연뿐만 아니라 추월이 마시는 물과 먹는 음식도 항상 란사가 준비했다.그동안 지켜본 결과 추월의 무공 실력도 대폭 향상되었다는 것을 느꼈다.다시 호위무사 서열을 정한다면 예전의 영칠이 지금은 의심할 여지없이 1위로 꼽힐 것이다.이 점을 확신한 북진연은 란사가 주는 것은 조금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먹어 치웠다.그녀가 음식과 물에 무엇을 첨가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좋은 것은 절대 노출하지 않았다.재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타인의 시샘을 받아 화를 당하는 도리는 그뿐만 아니라 란사도 잘 알고 있었다.그렇기 때문에 북진연은 음식을 섭취하는 외에 틈틈이 운동하면서 몸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했다.한편, 란사는 신왕이 화독 처방을 바로 사용할 거라 생각했다.필경 그녀도 한독을 해결할 자신이 없는데 이족의 몇몇 의원은 말할 것도 없었다.그런데 셋째 날 점심까지도 신왕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대군이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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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5화

며칠 동안 누군가 계속해서 상자에 음식을 넣었기 때문에 추측으로 내린 결론이었다.비록 먹다 남은 음식이지만 틀림없이 사람에게 줬을 것이다.동물이 아니라 사람이라 확신하는 것은 상자 때문이었다.만약 동물이라면 굳이 상자에 넣을 필요 없이 철창에 가두면 되지 않은가?게다가 특별히 검정색 상자에 넣었다는 것은 무엇을 감추기 위해서일 것이다.란사는 안에 사람이라는 것 외에 다른 해답이 떠오르지 않았다.신왕이 보기 드문 한독도 걱정하지 않았기에 틀림없이 사람이라고 확신했다.그리고 한독을 해결한 사람은 바로 상자 안에 있던 사람일 것이다.란사는 갑자기 궁금해졌다.대체 어떤 사람이면 그녀도 해독할 수 없는 희괴한 한독을 해결할 수 있는지 말이다.안타깝게도 검은 상자는 장막에 들어간 뒤로 신왕이 항상 곁에 두었고, 심지어 출발한 후에도 그의 마차에 실어서 상자 안의 사람을 엿볼 기회가 없었다.어쩔 수 없이 독충들에게 잘 주시하라는 당부를 하고, 일단 상자가 신왕의 곁을 떠나면 바로 조사하러 갈 것이다.‘왠지 상자 안의 그 사람이 신왕의 비장의 패인 거 같아. 아니면 이리 조심스럽게 움직이지 않겠지.’그러다 가는 길에 한독에 중독된 병사가 계속 나타나는 바람에 란사가 특별히 상자를 조사하지 않아도 알게 되었다.중독된 병사들이 나타날 때마다 신왕의 마차로 들어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멀쩡하게 걸어서 내려오는 것이었다.해독 효과가 너무 빨라서 란사는 더욱 수상하게 여겼다.이젠 중독된 병사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신왕 마차 밖에 긴 줄까지 생겼다.그러는 바람에 일정이 또 지연되었다.신왕은 도저히 병사들을 버릴 수 없어서 숨겼던 검은 상자를 반나절 만에 밖으로 꺼냈다.그래서 란사는 바로 상자 안의 ‘사람’을 볼 수 있었다.상자 안에는 너덜너덜한 옷을 입은 일곱, 여덟 살쯤 되는 아이가 있었다.앙상하게 마른 몸을 안쓰럽게 웅크리고 상자에 앉아 있더니, 누군가 뚜껑을 열자 갑자기 고개를 내밀고 뾰족한 송곳니를 드러내며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마치 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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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6화

“정말 생각도 못 했어. 신왕의 해결 방법이 아이한테 병사들의 한독을 빨아먹게 하는 거라니!”란사가 미간을 찡그리며 그곳으로 가려고 하자, 백월유가 언제 왔는지 그녀의 팔을 잡았다.“가지 마세요. 아이가 조금 이상해요.”백월유도 눈살을 찌푸렸다.그녀는 아이가 뾰족한 이빨로 사십 명이 넘는 병사들 팔을 물고 독소를 전부 빨아내는 것을 지켜보았다.“아마도 저 늙은이가 키운 고동(蛊童, 아이로 만든 고충) 같아요.”“고동이요?”처음 듣는 단어에 란사와 북진연이 백월유를 쳐다보았다.백월유가 싸늘한 표정을 짓더니 개의치 않고 설명하기 시작했다.“우리 백족 부락은 고충을 키우는 능력을 자랑스럽게 여겨왔어요. 고충은 대부분 다양한 잠재력이 있는 벌레였고 덩치가 클수록 고충으로 진화하기 어려워서 극소수 사람들만 새와 짐승으로 시도했어요.”“몇 년 전에 천재 고충사가 벌레로 만족하지 못하고 새와 짐승에게 시도했는데 방금 말했듯이 덩치가 크면 성공률이 낮아서 전부 실패하고 말았어요.”“하지만 그 고충사는 다시 벌레로 고충을 만들지 않았어요. 그는 진정으로 강한 고충은 절대 덩치와 크기에 국한되지 않는다면서 실패를 거듭한 후에 새와 짐승은 지능이 없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단정했어요.”“하여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고 적응력이 강한 인간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죠. 고충사는 동족 수백 명을 납치하여 성인고(成人蛊, 성인으로 만든 고충)를 시도했는데 전보다 더 빨리 실패했어요. 결국 덩치가 크면 클수록 고충으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을 인정했어요. 그렇다고 인간을 완전히 포기한 것이 아니라 다시 체형이 작은 아이를 주목했어요.”‘아이’ 두 글자를 들었을 때 란사는 다음에 발생한 일을 거의 짐작했다.“그 고충사는 결국 양심도 없는 미치광이가 되어서 자기 자식과 남의 아이까지 납치하여 실험했고, 심지어 갓난아이까지 놓치지 않았어요. 무려 백 명이 넘는 아이를 죽인 뒤에 끝내 첫 번째 인간 고충을 만드는 데 성공했어요. 우리는 그것을 고동이라 불렀어요. 고동은 태어나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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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7화

사실 지금 신왕의 안색도 그리 보기 좋지 않았다.이제 출발한 지 며칠이 되었다고, 계동에 도착하기 전에 또 어쩔 수 없이 숨겼던 패를 꺼내야 했다.이번 계동 행차가 순조롭지 않다는 걸 미리 짐작했지만 이 정도로 순탄치 않을 줄이야.신왕은 생각할수록 짜증이 몰려왔다.‘내가 해결하지 않으면 병사들에게 그 계집의 독약을 먹이란 말인가?’그는 대명 성녀를 믿지 않았다.그녀가 쓸모가 없었다면 진작에 인간 고충으로 만들었을 것이다.그런 이유로 독약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비장의 패를 꺼냈다.신왕은 한 손으로 마차 가리개를 들고 차가운 눈빛으로 란사 일행을 노려보다가 가까스로 살의를 억눌렀다.‘관두자. 어차피 계동에 도착하면 죽여버릴 텐데,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마음껏 즐기거라.’그때 북진연은 란사가 고동 쪽을 넋을 놓고 쳐다보는 것을 보고 걱정스럽게 물었다.“그 독약을 쓰지 않을까 봐 걱정돼?”란사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아니요.”신왕에게 한독을 해독할 수 있는 고동이 있어도 병사들의 상태를 일시적으로 해결할 뿐이었다.게다가 그녀가 내놓은 독 처방보다 억제하는 시간이 더 짧을 수도 있었다.신왕의 부하들이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거나 한독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일시적으로 한독을 배출한 병사들이 다시 중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이런 식으로 여러 번 반복한다면 나중에 고동은 물론 진짜 해독약을 먹어도 병사들을 구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그래서 괜히 독 처방을 내놓은 것을 걱정하는 게 아니었다.“그럼 무슨 생각해?”북진연이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저 아이가 걱정되느냐?”란사가 멈칫하더니 이내 빙그레 웃었다.“저 아이가 왠지… 전하를 닮았어요.”예상밖의 대답에 북진연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아이 쪽을 바라보았다.이제 보니 저 아이도 은발이었다.그제야 북진연은 란사의 말을 이해하고 피식 웃더니 손을 머리 뒤로 뻗어 정수리에 묶은 머리를 쓸어 넘겼다.란사도 그의 은백색 머리카락 끝을 잡아 손가락으로 두 번 감고는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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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8화

새벽, 순찰대를 제외하고 대부분 잠들어서 장막 주변은 조용했다.물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고충사들의 고충은 여전히 보초를 서며 주변 상황을 주시했다.한밤중까지 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다가, 새벽이 되자 옅은 안개가 조용히 피어오르며 어느새 모든 장막을 뒤덮었다.순찰하던 병사들이 갸웃거렸다.“오늘 아침에 안개가 많이 끼네.”“아침 안개는 정상이야.”“신왕께 보고할까?”“짙은 안개일 뿐, 주변을 순찰하는 데 지장 되지 않으니까 괜히 신왕께 폐를 끼칠 필요 없어.”한 병사는 신중하고 다른 병사는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최근 신왕께서 한독 때문에 이틀 내내 주무시지 못했어. 엊저녁에 겨우 잠드셨는데 이런 일로 방해하면 안 돼.”문제는 다른 병사의 말도 틀리지 않았다.“관두자. 그래도 조심해야 해. 교대할 병사들 깨워서 함께 순찰하자.”“알았어.”두 병사가 동료를 깨우러 가더니, 이내 순찰 인원이 두 배로 늘었다.여럿이 장막 주변을 순찰했지만 어느 순간 나타난 두 그림자를 발견하지 못했다.란사와 북진연은 안개를 뚫고 성큼성큼 걸어서 순찰대가 지키는 검은 상자로 향했다.이상한 것은 상자를 지키는 병사도 눈치채지 못해서 두 사람은 아주 대놓고 지나가 버렸다.심지어 이곳을 주시하는 고충도 기척을 발견하지 못하여 주인에게 아무 소식도 전하지 않았다.사실 ‘안개’는 그녀의 걸작으로서 진작에 효능을 알고 있었다.아침 안개가 가득하면 병사들과 고충은 환각만 보여서 란사와 북진연을 알아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무엇을 하는지조차 볼 수 없었다.그렇기 때문에 란사는 북진연을 데리고 당당하게 검은 상자 앞까지 온 것이었다.그녀가 허리를 굽히고 손을 뻗어 가볍게 상자 위를 탁탁 두드렸다.“안에 누가 있어?”란사는 상자 안의 주인에게 예의 바르고 다정하게 물었다.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검은 상자 안에는 아무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아이가 잠들었다고 생각했을 때, 갑자기 검은 상자 뚜껑이 딸깍 소리를 내며 열렸다.그리고 뚜껑이 열린 틈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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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9화

“저를 보러 왔다고요?”아이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시 물었다.“밥 먹는 시간인가요?”이번에 알아들은 란사는 돌아서서 북진연이 건네는 다과 접시를 받았다.이 다과는 고소하고 달콤해서 아이들이 제일 좋아했다.그녀가 다과 접시를 들이밀자 초록색 눈동자가 금세 사라지고 작은 코가 쏙 나왔다.고소한 다과 냄새를 맡은 것이 분명했다.란사는 장난치지 않고 바로 상자 틈새로 접시를 들이밀었다.순식간에 다과 몇 조각이 사라지더니 허겁지겁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그러다 초록색 눈이 다시 틈새로 나타나자 란사가 웃음을 터트렸다.“훗, 맛있어?”“네, 맛있어요.”아이의 말투는 왠지 공간에 있는 희동과 비슷했는데, 둘 다 정신적으로 결핍된 어린아이였다.만약 둘이 만나면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았다.정작 공간 속의 희동은 누나가 자기 친구를 찾아준 것을 몰랐다.지금 당장 데려가고 싶지만 란사는 서두르지 않았다.아무리 어린 아이라도 강제로 유괴할 수 없었다.특히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자란 아이를 강경한 수법으로 데려간다면 오히려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천천히 다가가기로 했다.하지만 시간이 길어져서 한독이 아이에게 해가 될까 봐 걱정이었다.그래서 다과 접시를 몇 개나 주어서야 겨우 아이의 손목을 잡을 기회를 얻었다.아주 자연스럽게 아이의 맥을 짚은 란사는 너무 놀라서 경악하고 말았다.괜히 아이가 놀랄까 봐 소리를 지르지 않고 깊은 숨을 들이쉬고는 조용히 말했다.“내일도 이 시간에 널 보러 와도 돼?”란사가 애써 다정하게 웃었다.“내일도 오늘처럼 맛있는 다과를 갖고 올게.”상자 속 아이가 초록색 눈을 깜빡이더니 한참 뒤에야 세 글자를 뱉었다.“좋아요.”두 사람이 장막으로 돌아가자마자 ‘아침 안개’가 재빠르게 사라지고 날이 점점 밝아졌다.돌아오는 동안 심각한 란사를 보고 북진연은 아이 건강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무슨 문제라도 있어?”란사가 찻물을 따라 한 잔은 그에게 건네고 다른 한잔은 두 손으로 감싸며 말했다.“아주 큰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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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0화

온권승이든 신왕이든 절대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뒤에서 몰래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악담라도 예외는 아니었다.세 사람은 나이가 많아도 하나같이 능구렁이 같아서 여간 상대하기 쉽지 않았다.지금 온권승이 열세에 처한 것 같지만 그동안 몰래 준비했을 것이다.란사가 신왕에게 찍힌 후부터 속수무책이어도 워낙 교활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라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그렇기 때문에 란사는 온권승도 주시하고 있었다.다만 이상한 것은 흑석성을 떠난 이후로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그날 그림을 교환하고, 백월유 부부가 내놓은 약재를 돌아가자마자 바로 복용한 것이 다였다.그러고 나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만약 그의 착한 딸 온모가 사라지지 않았다면 어느 정도 란사를 믿었을 텐데, 말하고 보니 출발해서부터 지금까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온모는 허공에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마치 처음부터 따라오지 않은 것처럼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었다.하지만 란사는 어딘가 숨어 있다고 생각했다.그날 신왕전에서 온모는 자신이 쫓겨날까 봐 란사를 팔아먹었고, 또한 신왕이 그녀의 말을 믿었으니 쉽게 쫓아낼 리가 없었다.어쩌면 다른 이유로 어디에 있을 수도 있었다.다른 일로 흑석성에 남았거나, 대열에 있는데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었다.유성과 독충들도 온모를 찾지 못했지만 왠지 행렬 뒤쪽에 있는 것 같았다.검은 상자와 뱀왕처럼 다른 상자에 숨었을지도 모른다.정말 상자에 들어 있다면 온모가 자원해서 들어가거나, 누가 억지로 들여보냈다면 참 흥미로운 일이 아닌가?이 외에도 의심되는 곳이 또 있었다.란사의 마차 앞, 즉 대열 가운데 아주 소박한 마차 한 대가 악담라 마차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그것은 악담라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인데 안에 사람이 타지 않고 검은 관 몇 개를 실었다.출발해서부터 한 번도 열지 않았고, 마차가 이동하는 속도로 보아 절대 빈 관이 아니고 안에 사람이 있거나 시체가 있을 것이다.만약 온모가 그 중 어느 관에 누워 있다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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