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1331 - Chapter 1340

1434 Chapters

제1331화

”어떻게 희생시킨다는 것이냐?”“병사들에게 십여 종의 맹독을 먹이는 것보다 차라리 아이의 피와 살을 먹이는 겁니다. 맹독이 이미 아이의 피와 살에 스며들었기에 병사들에게 먹이면 인간과 맹독이 결합되어 특별한 체질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바야의 말에 장막 안이 술렁거렸다.참다못한 백월유가 벌떡 일어나 호통쳤다.“너 미쳤어? 병사들이 사람을 잡아먹으란 말이야? 그것도 어린아이 앞에서 그런 소리가 나와?”바도엘도 정색하고 일어서서 신왕에게 공손하게 말했다.“부왕, 바야는 사람을 해치다가 실성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인륜을 그르치는 발언을 어찌 할 수 있단 말입니까!”두 사람뿐만 아니라 바낙로도 분노했다. 바야가 이렇게까지 독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바도엘은 저런 것이 같은 배에서 나온 누이동생이라니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비록 그녀가 바낙로처럼 똑같이 살의를 품고 자신을 죽이려고 했지만 그것은 모두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였다.그런데 지금 바야가 전혀 사정을 봐주지 않고 비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줄 줄이야.‘정말 내 누이동생 맞아?’바도엘뿐만 아니라 바낙로도 똑같이 경악했다.바야가 미리 준비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런 잔인한 수법일 줄은 몰랐다.어른들 속에서 아이는 힘없이 무릎을 꿇으며 어떻게 될지 모르는 자신의 운명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바낙로가 잠시 망설이다가 무엇인가 말하려 할 때, 옆에서 온권승이 그의 팔을 잡는 바람에 결국 아무 말도 못 했다.그 외 다른 사람의 반응은 각자 다양했다.악담라는 눈을 감고 여전히 침묵하고, 창청람과 해란은 바야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 것처럼 잔뜩 미간을 찌푸렸다.마지막으로 란사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신왕이 한 바퀴 훑어본 뒤에 무표정한 란사에게 시선을 고정했다.“성녀는 어떻게 생각합니까?”“별로라고 생각해요.”신왕의 말이 끝나자마자 란사가 쌀쌀맞게 대답했다.그녀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려 비웃었다.“내게 물어볼 필요 있나요? 나는 백족 부락의 성녀가 아니지만 백성을 아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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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2화

’그런 영광은 개나 주라고 해. 어린아이를 맹독 덩어리로 만들어서 인간도 귀신도 아닌 삶을 살게 만들었으면서 이것을 은혜라고 자랑하는 거야?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어!’란사는 분노를 억누르기 위해 이런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지금 아이가 상대방 손에 있어서 그녀가 말을 심하게 하면 오히려 신왕에게 도발하는 것과 같았다.필경 신왕의 입장에서 병사 만 명과 고동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용하는 도구에 불과했다.란사가 애써 평정심을 되찾으며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그렇게 장황하게 말하지 마세요. 어린아이가 뼈만 앙상하게 남았는데 무게를 재보면 왕녀 절반 체중에도 미치지 못할 거 같아요. 저 아이의 피와 살을 먹으면 정말 대군을 구할 수 있나요?”그랬다.만 명이나 되는 대군을 어린아이 하나를 희생해서 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었다.게다가 아이가 자기 몸에 있는 맹독도 해결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타인을 구한다는 말인가?만약 선택할 수 있다면 다시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태어나 봤자 결국 타인의 권력 다툼과 이익을 추구하는 도구와 희생양이 될 게 뻔하니까.지금 이 순간 백월유는 바야와 한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역겨웠다.전에도 백초유와 손을 잡고 자신을 해친 저 계집을 싫어했는데, 다시 비인간적인 잔인한 모습을 보고 극도로 혐오했다.란사의 어떤 말에 자극을 받았는지 바야가 노발대발하며 언성을 높였다.“당신이 그리 대단하면 왜 대군을 구하지 않았어요? 듣자니 성녀는 가뭄을 해결하고 전염병도 치료했다던데, 왜 하찮은 한독을 해독하지 못해요? 설마 대명인이 아니라서 일부러 모른 척하는 건가요? 당신이야말로 무자비하고 생명을 무시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러고도 성녀라도 불릴 자격이 있어요?”‘이것을 노렸구나.’란사는 바야가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것을 진작에 알아차렸다.게다가 이 목적은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사실 바야는 고동의 피와 살로 대군을 구할 수 있는지 장담하지 못했고, 애초부터 확신하지도 않았다.이것이 진정한 해결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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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3화

’저 계집이 감히 겁도 없이 본왕의 앞에서 오만하게 굴더니 이제 와서 무슨 변명을 늘어놓을지 두고 보자. 이렇게 된 이상 본왕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애원해도 절대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바낙로는 옹졸한 생각만 했지, 자신이 보석상자를 들고 란사에게 청혼을 강요한 것과 한 번도 그녀를 도와준 적이 없다는 것을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솔직히 말해서 란사는 그의 도움이 조금도 필요하지 않았다.“그건 내 피를 사용하는 겁니다.”“무우!”란사의 말이 떨어지는 동시에 뒤에 조용히 기회를 기다리던 북진연이 당황하여 이름을 불렀다.그는 란사의 팔을 잡고 아이를 구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 그럴 가치가 없다고 타일렀다.게다가 여기 인간들이 하나같이 그녀의 피를 노리고 있지 않는가?이럴 때에 자신의 피로 해독할 수 있다고 말한다면 오히려 더 주목을 끌게 될 것이다.북진연은 그녀가 스스로를 위험에 빠트릴까 걱정되었다.그런데 란사가 오히려 그의 말을 막아버렸다.“내가 알아서 할게요.”그녀는 한마디만 하고 더는 설명하지 않았다.북지연이 눈살을 찌푸리고 손에 쥔 칼자루를 꽉 잡았다.생각 같았으면 지금 당장 여기 인간들을 모조리 살해하고 싶지만 란사가 원하지 않기에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북진연이 정말 이들을 죽인다면 본인도 마땅한 대가를 치러야 했기 때문이었다.신왕과 악담라는 물론 다른 사람들도 절대 만만하지 않기에 여기서 칼을 휘두른다면 반드시 포위당할 것이다.정말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란사는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어엿한 대명의 섭정왕으로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족의 땅까지 따라왔는데, 여기서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녀 또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웠다.그렇기 때문에 란사는 북진연을 달래고는 눈빛으로만 마음을 전했다.‘여기는 내게 맡기세요.’북진연을 잘 타이른 후, 란사는 다시 모두에게 시선을 돌렸다.영리한 사람들은 어느 정도 눈치챘지만, 이런 상황에서 ‘호위무사’가 어떤 신분이든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란사가 담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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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4화

란사의 발언에 곁사람들은 경악하거나 놀라거나 의아해하거나 그랬구나 등등 다양한 표정을 지었다.온권승마저도 불효녀가 진작에 한독의 근원을 알아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다만 이렇게 된 이상 그녀는 완전히 자기 발목을 잡은 격이 되어서, 오히려 속으로 깨 고소하게 생각했다.계집애가 이런 비상시기에 천한 목숨을 위한다고 자신의 피까지 내놓다니, 여인의 하찮은 인정으로 큰일을 성사하기란 정말 어렵다고 속으로 끌끌 혀를 찼다.어쨌든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성녀가 어떻게 한독의 출처가 계동이라는 것을 알아냈는지 모르겠지만, 그리 확신한다면 틀림없겠지요.”내일에 계동에 도착하면 한독의 근원지가 계동인지 아닌지 알아낼 수 있으니, 창청람은 그녀가 거짓말하지 않았다고 확신했다.신왕과 악담라도 그녀의 결론에 동의하는 눈치라 여기서 따져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그보다 창청람은 다른 부분이 궁금했다.“하지만 한독이 계동과 연관이 있더라도 성녀는 또 어떻게 자기 피로 해독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까?”란사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고는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자리에서 일어섰다.본래도 여리여리한데 오늘따라 흰색 옷을 차려입어서 어깨와 등이 더욱 야위어 보였다.이렇게 수척해 보이는 소녀가 온갖 음흉한 속내를 품거나 속으로 고소해하거나 시탐하는 시선을 받아도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만만하게 입을 열었다.“그건 알 필요가 없습니다. 내 피가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바로 시험해 보면 알게 될 테니까요.”신왕이 곧 사람을 파견하자 누군가 오늘 한독에 감염된 병사를 데리고 장막에 들어왔다.“물을 가져와.”이번에 한 시종이 우물쭈물 망설이다가 신왕을 바라보며 겨우 대답했다.“지금 깨끗한 물은… 없습니다.”정작 란사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그럼 시냇물을 가져오세요. 안에 독이 있든 없든 상관없어요.”그녀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신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시종에게 지시했다.“성녀의 지시에 따라 가져오거라.”곧 시종이 물을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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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5화

일각이 되자 의원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병사를 살피더니 저마다 신기하여 흥분을 금지 못했다.그 모습을 본 신왕은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성녀의 피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의원들이 무릎을 꿇고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신왕, 해독되었습니다. 정말 해독되었습니다.”누가 성녀의 피로 한독을 해독할 줄 알았겠는가?역시 한독은 그들이 향하는 계동의 문에서 유래되었다는 대명 성녀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그러나 이것은 기쁜 소식이자 나쁜 소식이었다.해독된 것은 기쁜 소식이지만 앞으로 닥칠 위험까지 해결하지 못했다.고동 한 명으로 모든 병사를 구할 수 있는지 그의 피와 살이 유용한지 아직 모르지만, 지금 대명 성녀의 피 한 방울로 한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그러니 성녀가 살아 있는 한 해독약은 걱정할 것 없고 독이 든 물조차 마시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해독도 되고 물도 마음껏 마셔도 되고, 심지어 한독의 발원지에 가서도 성녀의 피로 완전히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일순간에 의원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뜨거운 시선으로 란사를 바라보았다.그 시선이 역겨워 란사가 싸늘한 말투로 경고했다.“계속 그런 눈으로 쳐다보면 눈알을 파버릴 거예요.”의원들은 자기 눈알이 뽑히는 상상을 했는지 흠칫 놀라며 몸을 움츠렸다.하지만 말로만 끝난 게 아니었다.북진연은 그녀보다 더 직접적으로 행동했다.한 의원이 란사를 해부하고 싶은 시선으로 쳐다볼 때, 북진연이 번쩍이는 칼날을 뽑아 그 자리에서 의원의 두 눈을 베어버렸다.“아아아악! 내 눈! 내 눈!”바낙로가 고통스럽게 바닥에 뒹구는 의원을 보더니, 마치 그 고통을 아는 것처럼 란사와 북진연을 노려보고는 고개를 홱 돌렸다.이제 진지하게 대화할 시간이라 란사는 바낙로가 노려보든 말든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그저 비수를 들고 제자리로 돌아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신왕은 어른 입장에서 제멋대로인 후배를 보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어린 것이 우리 앞에서 거들먹거리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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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6화

란사의 첫 번째 요구에 장막 안의 분위기가 갑자기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신왕은 별다른 반응이 없고, 바야는 눈이 뒤집혔다.무릎을 꿇고 있던 바야가 벌떡 일어서서 삿대질을 하며 포효했다.“무엄하다! 네 피가 쓸모가 있다고 여기서 무례하게 굴지 마! 네가 뭐라고 본왕녀의 손을 내놓으라 마라야!”란사는 자신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고 피식 웃었다.“내가 뭐든 무슨 상관이죠? 오늘 내가 피를 보았으니 당신은 손을 내놓아야 공평하죠. 아니면 없던 일로 할까요?”‘감이 나를 모해하다니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만들 것이야.’바야는 눈에서 불을 뿜어 란사를 태워버릴 듯 노려보며 협박했다.“부왕이 너를 체포하지 않았다면 넌 여유롭게 서 있지도 못했어. 다 부왕이 너그럽게 받아줬기 때문이야. 믿지 못하겠으면 본왕녀가 지금 당장 너를 포박하여 묶어 둘 것이다. 네가 꼼짝 못하고 묶여 있을 때 얼마든지 피를 뽑고 살을 도려낼 수 있어.”잔인한 협박에도 란사는 코웃음을 쳤다.그녀는 턱을 치켜들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그래요? 그럼 어디 한 번 해봐요.”지금 란사와 북진연의 실력으로 여기 사람들을 죽이지 못해도 도망치는 것은 문제 되지 않았다.“여봐라!”열받은 바야가 부하들을 부르자 장막 밖에 대기하던 호위무사들이 곧바로 뛰어 들어왔다.그녀는 란사와 북진연을 가리키며 과감하게 명을 내렸다.“저 연놈을 당장 체포해라!”명이 떨어지는 즉시 백월유가 곁으로 다가오려고 하자 란사가 눈짓으로 오지 말라고 경고했다.백월유는 시선을 돌려 침묵하는 신왕을 보고는 입술을 오므리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호위무사들은 바야의 명령을 따라 저마다 칼을 꺼내 두 사람을 포위했다.란사는 본인이 일으킨 일이니 직접 나서서 해결하려고 결심했다.그때 북진연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성녀 전하는 앉으세요. 잡것들 때문에 전하의 손에 피를 묻힐 수 없습니다. 소인에게 맡기세요.”그가 ‘소인’이라고 자칭하자 란사가 홱 하고 돌아서서 쳐다보았다.깜짝 놀란 그녀와 눈을 마주치던 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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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7화

거짓말을 보태지 않고 칼을 두 번 휘둘러서 이족 호위무사를 전부 살해했다.북진연의 무공 실력을 감상한 다른 사람들은 더는 잔인한 장면을 보고 싶지 않았다.하나같이 똥 씹은 표정으로 란사와 이미 그녀 뒤로 돌아간 북진연을 잔뜩 경계하며 노려보았다.‘강해. 엄청 강해. 성녀 곁에 어찌 이런 인물이 있을까?’어떤 사람들은 은북이 단순히 호위무사가 아니란 것을 이미 짐작했다.북진연의 신분이 어떻든 그가 나서서 칼을 두 번 휘둘러 호위무사를 제거한 것만 해도, 그들에게 란사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창청람은 속으로 탄식했다.‘대명 성녀가 국경을 넘어 백족 부락에 온 것이 수상했는데, 이제 보니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구나.’신왕이 무뚝뚝하게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를 보더니, 다시 빙그레 웃으면서 란사를 쳐다보았다.“성녀, 노여움을 푸세요. 여식이 장난쳤을 뿐입니다.”“바야, 장난이 지나쳤다. 어서 성녀한테 사과하거라!”물론 란사에게 선뜻 고개를 숙일 바야가 아니었다.그녀가 반박하려고 할 때, 갑자기 날카롭고 엄숙하게 변한 신왕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바야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손바닥으로 얼굴에 묻은 핏자국을 지우고는 돌아서서 란사를 쳐다보았다.“방금은 내가 장난친 것인데 호위무사들이 정말 성녀를 공격할 줄은 몰랐어요. 내가 아랫것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으니 부디 용서해 주세요.”란사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는 그녀를 덤덤하게 주시했다.모든 잘못을 이미 죽은 호위무사들 탓으로 돌리는 것이 너무 우스꽝스러웠다.“장난인 줄도 모르고 내가 정색했군요. 다음에 조심해요. 또 이런 식으로 장난을 친다면 나는 장난으로 받아줄 수 있지만 내 호위무사는 진짜로 여기고 실수로 왕녀에게 칼을 겨눌 수 있어요. 그때면 절대 호위무사 탓이라고 나무라지 마세요.”되려 굴욕을 당한 바야는 지금도 반쪽짜리 은장식 가면을 쓴 사내를 힐끗 쳐다보고 씩씩거리며 분노를 삭였다.그러다 이내 흉측한 미소를 짓고 이상한 소리를 지껄였다.“성녀는 정말 실력을 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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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8화

”바야 왕녀가 내 주변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면 나중에 자주 소통할 자리를 마련할게요. 하지만 지금은 한가하게 이런 말을 할 때가 아닌 거 같아요.”란사가 여유롭게 눈을 감았다 뜨며 덤덤하게 말했다.마치 바야가 그녀 곁에 실력이 대단한 호위무사가 있다고 까밝혀도 전혀 괜찮은 것처럼 말이다.란사는 바야를 스쳐 신왕에게 시선을 향했다.“아니면 바야보다 신왕께서 더 관심이 있나요?”당연히 신왕도 관심이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보다 중요한 일이 있어 약간의 흥미만 느꼈을 뿐이었다.신왕이 빙그레 웃었다.“무슨 말씀입니까? 우리 이제 본론으로 돌아와서 해독하는 데 집중하지요.”그는 란사가 앞에서 했던 말을 언급했다.“성녀가 세 가지 조건 중에서 한 가지만 언급했는데 나머지 두 개도 말하면 짐이 고려해 보겠습니다.”란사도 빙긋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죠. 두 번째 조건은 저 아이를 갖고 싶어요.”이번에 신왕이 깜짝 놀라더니 바닥에 웅크리고 앉은 고동을 실눈으로 노려보며 물었다.“어째서 저 아이를 원하는 겁니까?”란사는 이미 준비한 대사를 그대로 읊었다.“대군 만 명을 해독하려면 엄청난 양의 피가 필요합니다. 나 혼자 감당할 수 없어서 중화할 상대가 필요합니다.”그녀는 일부러 아이가 특별한 약재처럼 얘기했다.“아이 체내에 십여 종의 맹독이 균형을 이루었으니 그 자체로도 일종 해독법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니 병사들에게 직접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내 피와 섞는다면 더 좋은 해독제가 될 수 있어요. 지금 바로 보여드릴게요.”란사는 전혀 개의치 않고 피 한 방울 더 떨구어 증명했다.신왕 일행이 효과를 확인한 뒤에 계속 말을 이었다.“내 피 한 방울과 아이의 피 한 방울을 섞으면 효과가 열 배는 늘어납니다. 본래 한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 중화한 후에 열 사람을 구할 수 있지요. 그래서 아이가 필요합니다.”잠시 고민하던 신왕이 너털웃음을 짓더니 의미심장하게 물었다.“그렇다면 성녀가 두 번째 조건을 제시한 것이 정말 해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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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9화

란사는 천천히 말하면서 뭔가 노리는 듯 온권승을 지긋이 바라보았다.정작 온권승은 불효녀가 이 기회에 자기 목숨을 노린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잔뜩 경계하자, 란사가 피식 웃으며 시선을 돌렸다.이번에는 눈을 감고 있는 악담라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악담라 스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란사가 자신을 언급하자 악담라는 그제야 눈을 뜨고 눈을 마주쳤다.왠지 세 번째 조건에 자기를 끌어들인 것이 좋은 의도는 아닌 것 같아 바로 거절했다.“저는 능력이 부족해서 성녀한테 도움을 주지 못할 것 같습니다.”입만 열면 거짓말을 술술 내뱉는 인간이 어떻게 승려가 되었는지 퍽이나 의심이 되었다.하지만 란사도 자주 규칙을 어겨서 늙은 승려와 비교하면 피차일반이었다.란사가 묵묵히 다시 불호를 외우고는 태연하게 말했다.“악담라 스님, 걱정 마세요. 어려운 일도 아니고 관을 하나만 빌려주면 됩니다.”“관을요?”다른 사람들은 란사가 왜 그런 요구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그때 온권승이 예리하게 어떤 위험을 감지했다.‘저 계집이 날 죽이고 매장시키려고 저러나?’온권승은 음침한 눈빛으로 그녀 뒤에 있는 사내를 보고 더더욱 경계했다.어찌 됐든 온권승은 한때 아비로서 란사에 대해 어느 정도 잘 알고 있었다.오늘 저녁에 란사가 확실히 움직인다는 것을 알아챘지만 안타깝게도 상대를 잘못 짚었다.그에 비하면 란사가 더 죽이고 싶은 상대가 있었다.란사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신왕을 스쳤다.“고작 관일 뿐인데 악담라 스님께서 인색하게 굴지 않겠지요?”악담라는 당연히 내어줄 것이다.지금 무언가 알아차린 그는 눈꺼풀로 가려진 눈동자를 번뜩이며 관심을 보였다.이제야 흥미를 가졌는지 자상하고 너그러운 미소를 지었다.“성녀께서 피를 흘려가며 사람을 구하는데 고작 관 하나 때문에 어찌 인색하게 굴겠습니까? 돌아가면 바로 성녀께 보내 드리겠습니다.”그는 신왕에게 묻지도 않고 란사의 세 번째 조건을 받아들였다.이제는 란사가 먼저 제시한 두 가지 조건만 남았다.“어떠세요. 신왕?”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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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0화

바야가 부왕의 비위를 맞추려고 애를 썼건만 결국 그는 딸을 지켜주지 않고 성녀의 조건을 들어주었다.‘내 손이 잘려 나간다고!’만약 한쪽 손이 잘리면 앞으로 후계자 자리를 차지할 수 없게 된다.전에 바낙로가 눈을 다쳤을 때 눈은 쉽게 바꿀 수 있지만 손목이 잘리면 다시 연결할 방법이 없지 않은가?그녀는 신왕이 자신을 위해 이미 사후까지 계획한 것을 모르고, 쓸데없이 실망하면서 원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부왕을 쳐다봤다.그래도 분노를 참지 못해 입술을 꽉 깨물었다.‘부왕이 이렇게 나온다면 딸이 무자비하다고 탓하지 마세요.’전에 부왕이 자기에게 실망한 것을 조금 의심했었는데, 오늘 과감한 선택으로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솔직히 말해서 바낙로도 속으로 실망했었다.‘부왕이 바야의 손도 멋대로 잘라버리는데 나중에 나한테도 저리 대하지 않을까? 부왕이 정말 바도엘 저 못난 녀석만 믿고 나와 바야를 버렸단 말인가? 그렇다면 우리 둘은 후계자 자리를 경쟁할 수 없어. 차라리 바도엘에게 양보하는 게 낫겠어.’결국 양보하기로 마음먹었지만 그래도 달갑지 않았다.아직도 자신이 바도엘보다 잘났고 바야보다 훌륭하며, 장남이자 자랑스럽고 훌륭한 부왕의 아들이라 여겼다.어려서부터 줄곧 차기 신왕이 될 거라고 굳게 믿었는데 지금은 후계자 자리도 차지하지 못하게 되었다.그것도 쓸모없는 둘째 동생에게 넘어가게 생겼으니 달갑지 않은 건 당연했다.‘안 되겠어! 만약 부왕이 끝까지 바도엘에게 차기 신왕 자리를 넘긴다면 아무리 아들이라도 절대 봐주지 않을 거야!’이 순간 바야와 바낙로의 마음속에 점점 대역무도한 생각이 샘솟았다.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눈을 마주치고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그때 악담라가 나서서 자비를 베푸는 척했다.“바야 왕녀, 걱정 마세요. 제가 손을 연결해 드릴 수 있습니다.”처음에 바야는 무슨 말인가 싶어 어리둥절했는데, 한참 뒤에 악담라의 뜻을 알아채고 안심했다.어쩌면 부왕도 악담라가 도와줄 걸 예상하고 흔쾌히 대답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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