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란사가 눈썹을 치켜 올렸다.기성이 여광으로 그녀의 표정을 살펴보았는데 생각보다 크게 놀라지 않아서 오히려 의문이 들었다.‘성녀 대인의 태도가 뭐지? 누군가 자신을 사칭한 것을 예상했나? 아니면…’그가 두 번째 추측할 때, 란사의 말에 본인이 당황하고 말았다.“대사제, 내게 그 소문을 알려주는 것은 설마 또 나를 떠보는 겁니까?”란사의 안색이 더 싸늘해진 채 곁눈질로 그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만약 내가 가짜라고 의심된다면 지금 떠나도 될까요?”“성녀 대인, 용서해 주십시오! 그런 뜻이 아닙니다!”당황한 기성이 식은땀을 흘리며 허둥지둥 무릎을 꿇으려 했다.하지만 무릎이 땅에 닿기 전에 하얗고 가는 손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무릎은 꿇지 마세요.”란사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그의 팔을 잡은 가녀린 손에 큰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녀의 눈과 마주친 순간 기성은 무릎을 꿇지도 못하고 온몸이 얼어붙고 말았다.“대사제는 나보다 나이가 많아서 잘 아실 거예요. 한 번은 성의고 두 번은 진심이지만 계속해서 무릎을 꿇는다면 비천해 보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물론 기성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지 않았다.그가 무안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날지 말지 고민할 때, 란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앞으로 형식적인 건 다 생략하세요. 아니면 촌수가 뒤죽박죽이 될 겁니다.”그녀의 눈가에서 더욱 알 수 없는 뜻이 스쳤다.“촌수요?”기성은 어리둥절했다.눈앞의 소녀가 무엇을 암시하는지 좀처럼 알아듣지 못했다.“촌수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기성이 다시 물었다.란사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손을 거두었다.“나중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오늘 분명하게 말씀드릴게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지 대사제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예요.”기성이 몸을 곧게 펴고 두 손을 공수했다.“성녀 대인의 말씀을 명심하여 듣겠습니다.”“예전이든 지금이든 난 선지의 성녀가 아니어도 사람을 구할 거예요. 백수족뿐만 아니라 천시족, 만고족, 다른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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