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1441 - Chapter 1450

1660 Chapters

제1441화

“그래요?”란사가 눈썹을 치켜 올렸다.기성이 여광으로 그녀의 표정을 살펴보았는데 생각보다 크게 놀라지 않아서 오히려 의문이 들었다.‘성녀 대인의 태도가 뭐지? 누군가 자신을 사칭한 것을 예상했나? 아니면…’그가 두 번째 추측할 때, 란사의 말에 본인이 당황하고 말았다.“대사제, 내게 그 소문을 알려주는 것은 설마 또 나를 떠보는 겁니까?”란사의 안색이 더 싸늘해진 채 곁눈질로 그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만약 내가 가짜라고 의심된다면 지금 떠나도 될까요?”“성녀 대인, 용서해 주십시오! 그런 뜻이 아닙니다!”당황한 기성이 식은땀을 흘리며 허둥지둥 무릎을 꿇으려 했다.하지만 무릎이 땅에 닿기 전에 하얗고 가는 손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무릎은 꿇지 마세요.”란사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그의 팔을 잡은 가녀린 손에 큰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녀의 눈과 마주친 순간 기성은 무릎을 꿇지도 못하고 온몸이 얼어붙고 말았다.“대사제는 나보다 나이가 많아서 잘 아실 거예요. 한 번은 성의고 두 번은 진심이지만 계속해서 무릎을 꿇는다면 비천해 보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물론 기성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지 않았다.그가 무안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날지 말지 고민할 때, 란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앞으로 형식적인 건 다 생략하세요. 아니면 촌수가 뒤죽박죽이 될 겁니다.”그녀의 눈가에서 더욱 알 수 없는 뜻이 스쳤다.“촌수요?”기성은 어리둥절했다.눈앞의 소녀가 무엇을 암시하는지 좀처럼 알아듣지 못했다.“촌수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기성이 다시 물었다.란사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손을 거두었다.“나중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오늘 분명하게 말씀드릴게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지 대사제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예요.”기성이 몸을 곧게 펴고 두 손을 공수했다.“성녀 대인의 말씀을 명심하여 듣겠습니다.”“예전이든 지금이든 난 선지의 성녀가 아니어도 사람을 구할 거예요. 백수족뿐만 아니라 천시족, 만고족, 다른 부
Read more

제1442화

’그럼 성녀 대인은 나를 뭐라고 불러야 하나? 외삼촌이라 불러야겠지?’기성은 왠지 기대부터 앞섰다.그동안 가족과 친척이 없이 양아들과 의지하며 살아왔기에, 지금 란사가 외삼촌이라 불러 주길 간절히 바랐다.하지만 란사의 싸늘한 표정은…지금까지 그녀와 지냈던 매 순간을 되새겨 본다면 아무리 외손녀라도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아직까지 신중하게 경계한 탓에 계속 떠보려는 마음은 있었지만, 어른이라고 건방지게 행동한 적은 없었다.기성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지금에 와서야 진심으로 후회되었다.란사는 단번에 그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차렸지만 선뜻 외삼촌이라 부르지 않았다.전에는 이 일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어젯밤에 별이 그려진 그림을 얻은 후에 생각을 바꾼 것이었다.왜냐면 그녀에게도 선지의 부족에게도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들을 순조롭게 구하고, 옥패 공간이 맡긴 임무를 완성하여 별이 다시 활성화하게 하려면 기성의 협조가 필요했다.그런데 전에 했던 경고로 충분하지 않기에 일부러 기성에게 두 사람이 혈육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이러면 기성이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을 늦출 것이고, 계속해서 란사를 시험하고 떠보기 전에 혈육이라는 것을 우선 생각하면서, 그녀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협조할 것이다.특히 사람을 찾는 일이 급했다.지금 란사는 추월이 당장 곁으로 돌아오길 바랐다.물론 섭정왕 전하도 돌아오길 기다렸다.한편, 북쪽 지대 천시족.“어서 저 계집을 잡아오거라!”횃불로 둘러싸인 폐허에서 긴 수염을 기른 중년 사내가 부하들에게 목이 터져라 지시했다.그런데 부하들은 오히려 두려워서 벌벌 떨었다.“족장님, 계집이 도망치고 없습니다.”“저희 꼭두각시도 찾아다녔지만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설마 어젯밤에 금지구역에서 도망쳤을까요?”그 계집이 도망친 것 같다고 추측하자 천시족 족장이 펄쩍 뛰면서 언성을 높였다.“쓸모없는 놈들! 죽이라 해도 죽이지 못하고 잡으라고 해도 도망치게 만들다니! 너희들 둬서 어디에 쓰겠냐?!
Read more

제1443화

“조심하세요! 여기 야수들은 온몸에 부패시독에 감염되었고, 매일 고통에 시달려서 이미 이성을 잃었습니다. 이들의 주인이 곁에 없어서 위로할 사람이 없기에 다가가면 통제력을 잃고 사람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기성이 안쪽으로 안내하다가 란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야수들을 쳐다보자 조심하라고 일깨워주었다.“알겠어요. 계속 가시죠. 일단 여기 야수들 상황을 알아야겠어요.”바깥에 꼼짝없이 누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야수들의 상태는 이미 예상을 초월했다.정말 기성이 말한 것처럼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다.아무도 치료하지 않는다면 며칠 안에 여기 야수들은 전부 죽을 것이다.만약 오늘 오지 않고 기복 의식 당일에 구하러 온다면, 아마 이곳의 야수들 대부분이 먼저 죽어서 실려 나갔을 것이다.란사가 입술을 살짝 오므리고 진지하게 쳐다보자, 기성은 조금 위안을 느꼈다.적어도 그의 외손녀는 정말 야수들을 구하고 싶어 하니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여기 야수를 구해서 그들의 주인까지 구할 수 있다면 외손녀가 하고 싶은 대로 다 들어줄 것이다.게다가 혈육이란 한 사람밖에 남지 않았고 본인도 구하겠다고 나선 이상, 이 관계가 틀어지는 것을 조금도 원하지 않았다.“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어요.”사육장 내부를 다 둘러보던 란사가 가운데를 가리켰다.거기에 야수들이 가장 많이 집중되어 있고 부패시독이 가장 강하게 느껴졌다.“저기는 너무 위험해서 안 됩니다.”기성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녀에게 상황을 보라고 데려온 것이지 위험에 빠트리기 위함은 아니었다.“나를 해치지 못해요.”란사는 그를 힐끗 보다가 다시 야수들을 바라보았다.그래도 기성은 동의할 수 없어서 설득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백호가 나지막하게 으르렁거렸다.기성은 곧바로 입을 다물고 머뭇거리다가 어쩔 수 없이 허락했다.“알겠습니다. 백호 대인이 계시니 감히 성녀 대인을 해치지 못할 겁니다.”사실 백호가 끼어들어서 기성이 그녀의 말을 잘못 이해했다.그래도 란사는 설명하지 않고 그저 손바닥으로 백호의 머리를
Read more

제1444화

늙은 소가 반응하기 전에 익숙한 힘이 샘솟듯 그의 몸통에 스며들어 갔다.“음메.”기성이 안절부절 지켜보는 가운데, 미치기 직전인 늙은 소가 갑자기 조용해졌다.‘대체 어떻게 한 거야?’그는 늙은 소의 등에 놓인 란사의 손을 지긋이 쳐다보며 속으로 생각했다.란사가 야수의 등에 손을 올렸을 뿐인데 거짓말처럼 얌전해지다니,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그는 영기를 느낄 수 없기에 당연히 그 이유를 알 리가 없었다.일각도 안 되어서 늙은 소가 안정되자 란사가 손을 떼었다.“성녀 대인… 아닙니다. 늙은 소의 상태는 어떻습니까?”몹시 궁금했지만 기성은 결국 입 밖에 내지 않았다.늙은 소의 눈동자가 맑아진 것을 본 순간, 마음속은 이미 충격으로 할 말을 잃었다.“지금 상태가 안정되어서 이제 여기 있을 필요가 없어요. 밖으로 내보세요.”그녀의 대답에 기성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 번졌다.“참, 기복 의식 당일에 늙은 소의 주인도 데려오세요. 그때 함께 해독할게요.”“알겠습니다.”기성이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란사가 말하지 않아도 여기 야수들과 그들의 주인을 기복 의식에 보낼 생각이었다.사실 백수족에서 여기 야수들의 주인들이 가장 상태가 심각했다.“여기 더 머물고 싶으니 대사제는 이만 가도 됩니다.”“…”기쁨도 잠시, 기성은 갑자기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여기 남아서 지켜보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란사가 조금도 허락하지 않았다.그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떨구고 밖으로 나갔다.“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늦어도 괜찮으니 편히 일을 보세요.”그녀가 한 마리라도 더 구해 주길 바라기 때문에 괜히 보채거나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정작 란사는 알았다는 듯 손사래만 치고 백호에게 쫓기듯 나와버렸다.현장에 있지 말아야 할 사람이 마침내 떠나자, 란사는 이제 시름을 놓고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그 자리에서 쪼그리고 앉아 한 손바닥을 땅에 댄 순간에 수많은 독충이 손바닥에서 쏟아져 나왔다.“독충 열 마리가 야수 한 마리를 책임져. 절대 빼앗으면 안 돼!
Read more

제1445화

순수한 영기가 온몸이 상처투성인 야수의 몸에 들어가는 순간 그들은 한없이 따뜻한 기운을 느꼈다.부패시독에 감염되어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던 야수들은 따뜻한 영기에 심취하여 저도 모르게 눈웃음을 지었다.분노와 적개심으로 가득했던 표정이 차츰 풀리면서 나중에는 나른하고 상쾌한 탄식까지 뱉었다.기성이 부름을 받고 들어왔을 때, 빙그레 웃는 란사 주변에 사육장의 야수들이 둘러앉은 장면을 보게 되었다.광기로 통제 불능 상태였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어머니에게 의지하는 것처럼 얌전히 그녀의 몸에 기대거나 옆에 앉아 있었다.그렇다고 모두가 착하게 굴지 않았다.적지 않은 야수들이 란사의 곁에 다가가지 못한다고 다른 야수와 싸움이 붙었는데, 이긴 야수는 당당하게 그녀에게 다가가 칭찬을 기다리는 듯 애교를 부렸다.“서, 성녀 대인. 야수들 몸이 다 낳았습니까?”방금 야수끼리 싸울 때 그 점을 발견했다.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야수들의 몸에 썩은 부위가 어느 정도 사라지고 어떤 야수는 벌써 새살이 자랐다.란사가 담담한 표정으로 세 글자만 말했다.“그럼요.”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세 글자만 말해도 기성을 충격에 빠트리기에 충분했다.‘벌써 치료했다고? 고작 한 시진, 아니 두 시진 만에 이 정도로 회복했단 말이야?’기성은 믿을 수 없는지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그제야 먼저 보냈던 야수 열 마리도 이런 식으로 하루 만에 시독을 제거했다는 것을 깨달았다.심지어 셋째 날에 야수들의 주인까지 회복되었다.이렇게 빠른 회복 속도와 강력한 에너지와 대단한 수법이라니, 진짜 성녀가 아니면 누가 성녀겠는가?기성은 기쁜 마음을 어떤 말로 표현할지 몰랐다.그보다 란사가 숨기지 않고 자기를 사육장에 불러 확인시켰다는 것이 더 기뻤다.‘이제 이 외삼촌을 믿어주는 거냐? 조금이라도 믿어줬으면 좋겠구나.’진실을 알게 된 기성은 전에 조카를 알아보지 못하고 온갖 수단을 사용하며 떠보았던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후회되었다.살면서 이토록 후회한 적은 없었다.세상에서 유
Read more

제1446화

이런 장면은 백수족에서 정말 보기 드물었다.처음에 란사가 야수 몇 마리를 길들이는 것을 보고 엄청 놀랐는데, 이 장면을 본다면 온 부족이 충격에 휩싸일 것이다.기성은 다시 마음속으로 확신했다.‘이 여인이 성녀가 아니라면 누가 진짜 성녀란 말이냐!’정작 야수들에게 둘러싸인 란사는 이런 장면이 얼마나 큰 소동을 일으킬지 모르는 것처럼 여유롭게 옷소매에서 병 하나를 꺼내며 그에게 건넸다.“이건 전에 보낸 야수들의 상황에 따라 배합한 약물이에요. 약효가 강력하여 여기 야수들에게 사용하기 적합해요.”란사가 자세히 설명했다.“매일 물 열 통 준비하고 한 통에 한 방울씩 넣으면 돼요. 너무 많이 넣을 필요 없으니 약과 물을 충분히 저은 뒤에 야수들에게 먹이면 부패된 부분은 심해지지 않고 체내 독소도 차츰 사라질 거예요.”“알겠습니다. 약을 아껴서 사용할게요.”기성은 사양하지 않고 곧바로 받았다.작은 약병에 물약도 많지 들어있지 않아서 기껏해야 닷새면 다 써버릴 것 같았다.“그렇다면 닷새 후에 야수들이 완전히 회복됩니까?”“완전히 회복되지 않아도 거의 나았다고 볼 수 있어요.”“그럼 야수의 주인은요?”기성은 야수의 주인도 잊지 않았다.그래서 야수가 회복되면 주인도 따라서 회복되는지 궁금했다.그렇다면 이 약물이 주인에게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약물은 야수만 효과를 보고 주인들은 소용없어요.”란사는 전혀 사정을 봐주지 않고 기성의 생각을 막았다.“나중에 기복 의식에 야수를 데려오면 이들 주인과 마지막으로 치료할게요.”어쨌든 야수가 안정되면 주인은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이다.란사는 또 뭔가 생각났는지 재차 당부했다.“저녁을 보낼 때 인편으로 약물도 가져가세요. 돌아가는 대로 약물을 배합하여 다른 사육장의 야수에게도 나눠줄 거예요.”다른 사육장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제일 먼 사육장을 가려면 열흘은 걸려야 했다.모든 사육장을 돌아볼 수 없기에 약물을 제조하여 나눠주는 방식을 택했다.백수족 땅이 워낙 넓어서 특별히 족내에서 사용하는 유통
Read more

제1447화

”선지 성녀가 두 명일 리가 없습니다! 하나는 무조건 가짜입니다!”“맞습니다. 백수족의 성녀는 틀림없이 가짜입니다!”한 사람이 확신에 찬 발언을 하자 곁사람들도 덩달아 찬성했다.유독 노인과 수석에 앉은 사람만 침묵했다.다른 사람들이 의견을 밝힌 뒤에 노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같은 날에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아주 중요한 단서를 찾아냈다. 백수족의 성녀가 강림하자마자 백호 한 마리가 나타나서 그 성녀를 보호하고 있다는구나.”그 말에 모두가 다시 충격에 빠졌다.“네? 백호요?”“설마 백수족의 전설인 성수 백호 말입니까?”“그럴 리가 없습니다. 선지는 오래전부터 성수가 나타나지 않았는데, 백수족에 나타날 리가 없습니다!”“그거 가짜입니다. 조사하러 간 사람을 불러서 한 번 물어봅시다!”누군가 반박하며 부하에게 지시하자 노인이 무덤덤하게 답했다.“그럴 필요 없다. 조사하러 간 사람은 가짜 소식을 전할 리가 없다!”노인이 단호하게 말하자 장로들은 더는 가만있지 못했다.“그럼 성수 백호는 진짜 존재한단 말입니까?”“백수족의 성녀가…”누가 말을 끝내기 전에 안색이 굳어지자, 다른 장로들도 하나같이 안색이 좋지 않았다.그러다 자기끼리 바라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이어서 욕설과 믿지 않는다는 논쟁이 끊기지 않자, 노인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위에 앉은 사람을 쳐다보았다.“족장님,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합니까?”노인의 질문에 의사당이 순식간에 조용해지고 장로들이 고개를 돌려 족장을 쳐다보았다.얼굴은 어두운 그늘에 가려지고 마른 어깨 한쪽만 드러낸 채, 지금까지 침묵하던 여인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생각할 거 있나요? 그 여인을 데려와서 물어보면 알겠죠.”‘성녀 대인을 불러와서 물어본다고?’‘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다짜고짜 불러서 묻는다면 신분을 의심하는 것과 같잖아.’‘그러다 성녀 대인이 노하면 어쩌려고…’아래에서 장로들이 머뭇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때 노인이 여전히 수염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족장님 말씀
Read more

제1448화

부하는 마지막에 일부러 ‘모신다’는 말을 강조했다.이것은 분명 극진히 대한다는 뜻이 아니었다.“무례하다!”수상 가옥 안에서 여인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렸다.호통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굳게 닫혔던 문이 드디어 열렸다.앞장선 사람은 얼굴이 경직된 소녀이고 뒤에 흰 장포를 입은 두 노인이 따라 나왔다.만약 이곳에 란사가 있었다면 앞장선 소녀가 온모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볼 것이다.그리고 뒤에 두 노인은 악담라와 신왕이었다.애초에 악담라와 함께 계동의 문에 들어왔던 온권승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무례한 놈! 어서 앞장서거라!”온모는 턱을 치켜 올리고 도도한 표정으로 만고족의 부하를 꾸짖었다.그녀가 나오자 부하가 즉시 전처럼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성녀 대인, 노여움을 푸십시오. 소인이 바로 성녀 대인과 두 성사를 모시겠습니다.”그가 돌아서자 온모가 천천히 뒤를 따랐다.지금 그녀는 온몸에 화려한 장신구를 걸쳤다.머리에 황금관을 쓰고, 어깨에 금장을 걸치고, 손목과 발목에 황금 팔찌와 발찌를 걸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눈부시게 빛났다.이런 차림새는 본래 죽음의 기운과 음산함을 가리고 어느 정도 성스러운 분위기를 돋보이게 했다.의도적으로 화려하게 차려입은 덕분에 만고족에서 온모가 자신이 ‘선지의 성녀’라는 뻔한 거짓말을 차츰 믿게 되었다.물론 자신이 가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세상을 구하는 선지 성녀가 어디 있어? 다 거짓말이야! 그냥 해독할 의원이 필요할 뿐이야. 마침 우리 중에 진짜 부패시독을 제거할 수 있는 사람이 있거든.’그 사람이 바로 악담라였다.사실 악담라는 시독을 해결할 수 있다고 장담하지 않았는데, 그날 온모의 입이 너무 빠른 탓이었다.그와 신왕이 무슨 일인지 반응하기 전에, 이 계집이 배짱도 두둑하게 만고족 앞에서 ‘내가 성녀 대인이다’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제사대 아래에서 모든 만고족이 구세주를 만난 것처럼 두 노인에게 성녀를 모시는 성사인지 공손하게 물었을 때, 어린 계집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명
Read more

제1449화

온모, 악담라, 신왕은 만고족 부하의 안내에 따라 의사당에 도착했다.“성녀 대인, 성사님들. 안으로 드시지요. 족장님과 대사제가 한참이나 기다렸습니다.”길을 안내한 부하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서 온모 일행에게 들어가라는 손짓을 취했다.온모는 바로 당당하게 들어갔다.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의사당에 족장과 대사제뿐만 아니라 만고족의 장로들도 있었다.이제 보니 모두가 온모가 오길 기다린 것이었다.“성녀 대인을 뵙습니다.”위에 앉은 족장과 대사제를 제외하고 나머지 장로들은 일제히 일어나 공손하게 맞이했다.온모는 의사당 내부를 휙 둘러보고는 대뜸 경멸의 시선을 보냈다.‘식견이 없는 촌놈들. 또 무슨 선물을 주려고 오라고 난리야? 진짜 짜증 나 죽겠어.’그녀는 만고족 사람들의 수상한 낌새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당당하게 걸어서 윗자리로 올라갔다.그 자리에 만고족 족장이 앉아 있는 것을 뻔히 보고도, 자신이 성녀라는 이유로 족장이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내줄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문제는 수석에 앉은 족장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꼼짝않고 앉아 있었다.온모가 미간을 찌푸리고 불쾌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아니, 본 성녀가 왔는데…”“성녀 대인!”온모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옆에서 백발 노인, 즉 만고족의 대사제가 말을 끊어버렸다.노인은 원래 자리에 서서 자애로운 눈빛과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공손하게 질문했다.“성녀 대인의 자리는 여기에 있습니다. 저희 족장님이 특별히 성녀 대인의 신분에 걸맞게 만든 ‘성좌’이니 마음에 들길 바랍니다.”온모가 노인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대사제의 왼쪽, 즉 족장이 앉은 아래에 검은 나무를 조각해서 만든 걸상 하나가 있었다.등받이에 쌍두영사(双头灵蛇, 머리가 두 개인 뱀)와 적색 고충 무늬가 새겨져 있고, 걸상에 짙은 자주색 방석이 깔려 있고, 테두리에 작은 뼈가 박혀 있었다.그리고 걸상 주변에 특이한 향이 감돌았는데 사람의 나무 의자와 완전이 달랐다.특별히 만든 성좌가 맨 위 수석에 있지 않
Read more

제1450화

”무명 대사제,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본 성녀를 억지로 불러낸 겁니까? 설마 본 성녀의 시간을 낭비하려고 부른 겁니까?”온모의 말투에 온갖 짜증이 가득했다.“성녀 대인.”그때 백발 무명이 입을 열었다.“지금부터 하는 말이 실례가 될 수 있지만 저희 만고족을 위해서라도 사실을 알아야겠습니다. 그러니 사실대로 대답해 주십시오.”무명은 ‘사실대로’ 네 글자에 힘을 주며 강조했다.노인이 엄숙하게 말하자 온모는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급습하여 눈썹을 치켜 올렸다.“얼마든지 물어보세요. 최근 본 성녀를 성심성의로 환대한 것을 봐서라도 사실대로 말할게요.”“그럼 질문하겠습니다.”갑자기 무명 대사제가 빤히 쳐다보자 온모는 저도 모르게 몸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성녀 대인, 백수족에도 성녀가 강림한 사실을 아십니까?”“…”그 말을 들은 순간 온모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뭐라고? 이 썩을 땅에 정말 성녀가 있었어? 어떻게 이럴 수가…’‘설마 이곳에 정말 선인이 살았단 말이야?’온모는 그래도 믿지 않았다.다른 곳은 몰라도 만고족의 땅은 외지고 궁핍하여 황무지 따로 없었다.그래서 식견이 없는 촌놈이라고 우습게 봤던 것이다.족장부터 일개 부하까지 벌레만 키우며 생계를 유지하다니, 다른 부족에 비하면 그야말로 천지 차이였다.대명과는 비교할 것도 없었다.‘이런 곳에 진짜 선인이 살았나? 게다가 전설에만 등장했던 성녀가 진짜 있을 줄이야!’온모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만약 본인이 진짜 성녀라면 절대 이런 궁핍한 곳에 강림하지 않을 거라고.그런 생각에 처음 여기에 온 날부터 자기가 성녀라고 사칭했는데 오늘 식견이 없는 촌놈들이 황무지에 진짜 성녀가 나타났다고 말했다.“말도 안 됩니다! 이곳에 진짜 성… 성녀가 둘이나 있을 리가 없습니다!”흥분하여 속마음을 입 밖으로 내다가, 만고족의 장로들이 자신을 주시한다는 것을 깨닫고 재빨리 말을 바꿨다.하마터면 들통날 뻔했다.“백수족의 성녀는 틀림없이 가짜입니다. 어디서 굴러온 계집이 감히
Read more
PREV
1
...
143144145146147
...
166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