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권승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음침한 눈빛으로 온사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진국공 가문을 떠난 이후로 점점 내가 모르는 모습으로 변해가는구나. 내가 알던 딸이 아니야.”온권승은 더 이상 온사에게서 예전의 온순하고 그의 말이라면 뭐든 따르던 딸의 모습을 기대할 수 없었다.온사는 표정 하나 안 바꾸고 담담히 말했다.“저는 이미 진국공의 딸이 아니니까요. 그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아니, 당연하지 않아!’분명 성인식 전까지 아버지를 위한다고 선물을 준비하던 온사였다.그게 뭐였던지 기억은 안 나지만 그날 만면에 웃음을 짓던 모습은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다.하지만 싸늘한 얼굴을 하고 있는 온사를 보고 있자니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온권승은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그래, 너 성인식 날에 아비를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고 했었지. 그게 뭐였더라? 기억이 잘 안 나는구나.”온사는 말없이 온권승을 빤히 노려보았다.그러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기억이 안 난다면 잊었단 말일 테고 그럼 그리 중요한 물건은 아니란 의미겠죠. 잊었으면 다시 떠올릴 필요가 없습니다.”기분이 안 좋은 온사는 더 이상 그와 옛날 얘기를 주고받고 싶지 않아 한결 싸늘해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대체 거래를 하실 겁니까, 안 하실 겁니까? 본론을 말 안 할 거면 제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그녀는 돌아가서 돌봐야 할 약재가 수두룩하고 읽어야 할 경문이 수두룩했다. 그리고 섭정왕 전하도 안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온권승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거래는 해야지. 내가 원하는 건 많지 않아. 온모를 무사히 궁에서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 네가 나서서 외부의 유언비어를 해명하는 것, 그리고 네 어미의 시신을 돌려주는 것.”온사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첫 번째는 상의해 볼 필요가 있지만 두 번째는 못합니다. 그게 왜 유언비어입니까? 전부 사실 아닙니까? 그리고 세 번째, 꿈 깨세요. 첫 번째를 갖고 저와 협상하든가, 아니면 돌아가시든가요.”온권승은 강압적인 눈빛으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