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331 - Chapter 340

369 Chapters

제331화

그 말을 들은 온권승은 걸음을 멈추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온사를 노려보았다.“북진연이 발작한 거 맞지?”온권승은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여기 없는 거고.”‘역시 섭정왕 전하의 병을 알고 있어. 그래서 이리 다급히 나를 찾아온 거야.’사실 온사는 온권승을 놀래켜서 온모가 자녕궁에서 변을 당한 줄 알고 스스로 자신을 찾아오게 할 계획이었다.그런데 그녀의 계획을 들은 북진연이 아예 미친 척하면 어떠냐 하는 제안을 내놓았다.“진국공은 내 병을 알아. 그래서 내가 자녕궁에서 발작을 일으켰다고 하면 가만히 기다릴 수 없을 거야”온사는 사건이 커지면 북진연의 명성에 해가 갈까 봐 안 된다고 하였지만 북진연은 괜찮다고 하며 말했다.“사람들이 정말 몰라서 말을 안 하는 줄 알아? 감히 그 말을 입에 못 담는 거야.”대명왕조의 공신을 상대로 누가 감히 뒤에서 그의 흉을 볼 수 있을까?아무리 북진연과 사이가 안 좋은 온권승도 그의 병에 대해서 입에 담은 적이 없었다.물론 북진연을 배려해서가 아니었다. 북진연의 병은 그의 유일한 약점이었다.북진연을 쓰러뜨리려는 사람은 모두 그 병을 자신들의 기회라 생각하고 있었다.하지만 그 많은 시간이 지나도록 감히 말을 꺼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럴 용기가 없었다.나라를 위해 전장에 나가서 수없이 많은 적장의 목을 베고 대명왕조의 백년성세를 이룩한 대 공신이니 감히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존재였다.누가 그에 대해 안 좋은 말이라도 하면 백성들에게 물매를 맞아 죽을 수도 있었다.그래서 북진연은 사람들의 유언비어를 겁낸 적 없었다.그는 확신에 찬 어조로 온사에게 말했다.“나에게 협조를 요청했으니 내가 하자는 대로 해.”그리하여 오늘 자녕궁에서 온아려가 본 광경이 펼쳐진 것이다.온사는 담담한 어조로 진국공에게 말했다.“발작이라니요? 진국공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전혀 모르겠군요. 섭정왕 전하는 무사하십니다.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그 인간이 멀쩡한 상태라면 널 홀로 궁에서 내보냈을 리 없어.”온권
Read more

제332화

“저 사람이 진국공이야?”“맞아. 전에 성녀 전하께서 경성에서 기도 의식에 참가했을 때 봤어. 사생아를 편애해서 우리의 성녀 전하를 집안에서 쫓아내고 족보에서 제명까지 한 장본인이야.”“그래? 나는 왜 듣기로 성녀 전하께서 진국공의 편애를 견디지 못해서 스스로 집을 나왔다고 들었는데?”“그거나 그거나. 어쨌거나 진국공 가문 사람들이 우리의 성녀 전하를 괴롭힌 사건들 다 들었잖아? 진국공 가문의 한 공자가 진국공의 사생아를 편애해서 수월관까지 찾아가 성녀 전하를 폭행하기까지 했어!”“세상에나!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아버지의 사생아를 위해 친동생을 폭행하다니.”“그 아비에 그 아들인 거지 뭐.”“섭정왕 전하께서 안 계시는 틈을 타서 성녀 전하를 괴롭히다니. 우릴 뭐로 보고!”온권승이 온사를 협박했다는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분노를 금치 못했다.“진국공이라고 우리가 두려울 것 같아?”“당신 오늘 허튼 짓 하면 폐하께 고발장을 낼 거야. 성녀 전하는 신성불가침이야!”가장 먼저 온사를 위해 나서준 사람은 약국 주인장이었다.그들은 경성 사람이 아니라 아무리 권세가 드높은 진국공이라 해도 전혀 눈치를 보지 않았다.하물며 섭정왕 전하께서 경성에 계시는데 누가 감히 백성에게 함부로 한단 말인가!온권승의 표정은 아주 가관이었다.그는 이 짧은 시간 안에 경성의 여론이 이렇게 뒤바뀔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는 이 모든 건 온사와 북진연이 뒤에서 짜고 조종한 결과라 생각했다.온사는 잡아먹을 듯이 자신을 노려보는 진국공을 마주하고도 전혀 기죽은 표정이 아니었다.그녀는 제 자리에 서서 그에게 도발의 눈빛을 보냈다.등 뒤에 감춘 그녀의 손에는 알약 하나가 쥐여져 있었다.은은한 향이 약국의 다른 약재의 향과 섞여 온권승의 코로 들어갔다.온사는 입모양으로 온권승에게 조용히 말했다.“아버지께서 그리도 아끼는 딸 온모는 죽지 않았어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제가 제 손으로 그년을 죽일 거니까.”순간 온권승의 동공이 수축하더니 참을 수 없는 분노가
Read more

제333화

그것은 전생에서부터 쌓아온 서러움이 담긴 한마디였다.그녀는 한때 자신이 우러러보았던 사람을 싸늘하게 바라보며 사무치는 증오를 주체할 수 없었다.“사람을 쳤어! 진국공이 사람을 쳤어!”“진국공이 성녀 전하를 때렸어!”“세상에! 성녀 전하!”“성녀 전하, 괜찮으세요?”“어서 뒤쪽으로 가서 숨으세요, 전하!”약국에 왔던 백성들은 바로 달려가서 온사를 뒤로 숨겨주었다.약국 주인당은 경계 어린 눈빛으로 온권승을 바라보며 말했다.“진국공 어르신, 금일 저희 약국은 손님을 받지 않으니 이만 나가주시지요.”“저희에게 불만이 있으시다면 제 윗분을 찾아가십시오. 그분은 노주의 녕원 후작이십니다.”그 말을 들은 온권승은 고개를 돌려 약국 주인장을 바라보았다.노주의 녕원 후작이라면 경성과 멀리 떨어진 지방이라고 노주에서 수만 병사를 거느린 인물이었다.북진연처럼 까탈스러운 상대는 아니나, 껄끄러운 상대인 것은 확실했다.온권승은 시선을 거두고 담담한 어투로 온사에게 말했다.“오늘은 네가 운이 좋았어. 하지만 다음은 귀뺨 한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온사는 얼굴을 감싸며 시선을 내렸다.다음이라?온권승에게 다음에 또 기회를 줄 생각은 없었다.오늘의 귀뺨 한대로 충분했다.온권승이 떠난 후, 온사는 눈물을 글썽이며 약국 손님들에게 말했다.“저는 괜찮습니다. 여러분께서 도와주셔서 위기를 면할 수 있었어요. 여러분 아니었으면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을 거예요.”예전에 온모가 자주 하던 동정 유발 수법이었다.하도 많이 당해서 온사도 이제 자유자재로 눈물 연기를 할 수 있었다.그녀를 위로하려던 사람들은 억지 미소를 짓는 그녀를 보고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어찌 이리도 눈먼 사람이 있단 말인가. 적녀를 두고 사생아를 편애하다니.그들은 진국공이 수치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적녀를 가문에서 쫓아낸 것도 모자라 따라다니며 괴롭히다니.어여쁜 얼굴이 뻘겋게 부은 것을 본 사람들은 분노를 금치 못했다.진국공 가문 사람들을 제외하고 다른 누가 봐도
Read more

제334화

“다 들었어?”“아, 그거? 지금 그 사건을 모르는 사람도 있어?”“정말 맞은 거야? 아니면 시늉만 한 거야?”“진짜 맞았다니까. 우리 친척 조카의 할아버지가 어제 현장에 있었는데 그 연세가 드신 분이 성녀 전하를 지켜준다고 지팡이 들고 달려갔는데 진국공이 노인을 밀쳐서 연세 드신 분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셨대. 그러고는 성녀의 귀뺨을 쳤다는 거야. 노인네가 직접 보고 겪은 사실인데 여부가 있겠어?”“게다가 또 그 사생아 때문이라던데!”“세상에! 진국공은 어찌 이리도 마음이 한쪽으로 기울었을까? 너무한 거 아니야?”“그게 다가 아니야. 진국공은 일부러 섭정왕 전하가 안 계신 틈을 타서 성녀를 찾아갔어. 그때 성녀 전하를 억지로 끌고 가려고 했는데 똑똑하신 성녀께서 약국에서 나가지 않아 겨우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던 거야. 만약 끌려갔으면 그 편애가 심안 진국공한테 얼마나 고통받았을 거야!”“정말 너무해!”“진국공 가문은 너무 무법천지야! 성녀 전하가 아무리 딸이라지만 이럴 수는 없어!”“진국공만 그런 줄 알아? 진국공 가문 일가족이 성녀 전하를 괴롭혔어!”“진국공부 둘째 공자는 수월관에 침입해서 성녀 전하를 폭행까지 했다니까?”“그리고 진국공의 여동생, 충용 후작 부인은 성녀 전하가 사부와 함께 그 댁 노부인의 병치료를 하러 갔는데 도둑으로 몰아가고 수월관을 찾아가서 성녀 전하께 온갖 폭언을 퍼부었어!”“이건 우리가 아는 사실이고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성녀 전하가 얼마나 고통받았겠어!”“그런데 예전에 진국공 가문 사람들은 성녀 전하를 많이 아꼈다던데?”“이게 다 진국공이 반년 전에 사랑하는 사생아를 데려온 후부터잖아.”“전에는 은인의 딸이라고 양녀로 들이더니 나중에 사생아인 게 들통났었지!”“그러니까 모든 일의 배후에는 진국공 가문의 막내 아가씨가 있다는 거네.”그 시각, 진국공부.“아버지, 대체 밖에서 뭘 하고 오신 겁니까?”머리에 썩은 채소와 계란물을 뒤집어쓴 온자월이 씩씩거리며 온권승의 서재로 들어오며 소리쳤다.마침 자
Read more

제335화

그런데 요즘 들어 아버지를 적대하는 세력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방금은 너무 화가 나서 이성을 잃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유언비어에서 온사는 피해자로 알려졌으니 분명 걔랑 연관 있을 거예요. 다만 이 소문의 배후에는 분명 다른 누군가가 있어요. 온사에게 그럴만한 능력은 없을 테니까요.”온자월이 분개하며 말했다.“그럼 분명 섭정왕이겠지. 그 인간 제외하고 이토록 온사의 편에 서서 우리를 적대할 인물은 없을 테니까!”온옥지도 같은 생각이었다.“아버지, 이제 어떡해야 하나요? 바깥의 멍청이들이 소문을 믿고 진국공 가문 사람이라면 썩은 계란이랑 채소를 던지고 있어요. 이대로 가다가 우리 경성에서 얼굴 못 들고 살아요!”온권승은 아까부터 말이 없었다.그는 분노를 참으며 붓으로 종이에 평정이라는 두 글자를 적었다.그러나 평정을 백 번 적어도 이 분노는 풀리지 않았다.검은 먹물이 종이에 떨어져 하얀 종이를 어지럽히고 그의 마음도 더욱 혼란스러웠다.툭!붓대를 책상에 던진 온권승은 온자월을 힐끗 바라보며 물었다.“큰애는 지금 어디 있지?”온자월은 불쾌한 얼굴로 답했다.“누가 알겠어요. 최근에 아침 일찍 당직을 서러 어사대로 나가는 것 말고 돌아와서는 방에서 나오지도 않아요. 식사도 방으로 가져가서 하잖아요. 제가 찾아가도 응대가 없고, 형님 요즘 이상해요.”온자월은 입을 삐죽이더니 계속해서 말했다.“됐어요, 아버지. 큰 형님은 그만 신경 쓰고 지금 중요한 문제부터 해결하자고요. 방법이 있어요?”“방법?”온권승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무슨 방법이 있겠어? 오늘 조회에서 아비를 탄핵하는 상소문이 얼마나 많이 올라왔는지 알아?”황제의 책상 위에 산더미처럼 쌓일 정도였다.대다수 문관들이 그의 편이지 않았다면 아마 더 쌓였을지도 모른다.그 말을 들은 온자월과 온옥지는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아버지, 경성의 유언비어가 조정에까지 영향을 끼쳤단 말인가요?”“날 한방 먹이려고 시작한 일이야. 조정까지 가지 못할 거면
Read more

제336화

그 말을 들은 온권승은 고개를 들고 온자월을 빤히 바라보았다.“왜… 그러십니까, 아버지?”온자월은 온권승의 그 눈빛을 이해할 수 없었다.온권승도 마찬가지였다.아비가 징계를 받았다는데 아들로서 걱정 한마디 없이 온모에게 영향이 가지 않을까 하는 것만 걱정하는 아들이 야속했다.안 그래도 안 좋았던 기분은 아버지인 자신을 전혀 걱정하지 않는 온자월의 태도에 더 나빠졌다.“아비가 징계를 당했는데 걔한테 무슨 영향이 있겠어? 걔는 원래 후궁이 될 수 없는 아이야. 기껏해야 핑계를 대서 언젠가는 궁밖으로 쫓겨날 거라고. 이제는 우리가 구하러 가지 않아도 되겠구나.”온모의 사고를 수습하려고 나서지 않았다면 오늘 이 시국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어린 황제는 북진연이 버티고 있는 한, 절대 그의 편을 들어줄 리 없었다.가장 중요한 것은 둘은 이미 연합하고 진국공부를 탄압하고 있었다.‘내게서 권력을 하나하나 빼앗으려는 거야. 이번엔 너무 방심했어!’하지만 이 모든 걸 해결하려면 우선 먼저 복잡한 집안 사정부터 정리가 필요했다.온모도 빨리 데려다가 다시는 사고 안 치게 호되게 주의를 주어야 할 것이다.온권승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너희는 여길 좀 정리하고 있어. 난 수월관에 다녀와야겠다.”그러자 온자월과 온옥지도 자리에서 일었다.“저희도….”“너희는 안 돼.”온권승은 주저없이 그들의 말을 끊었다.이번에 온사를 찾아간다면 대화 방식부터 바꿔야 할 것이다.온자월과 온옥지를 데려가면 일에 방해만 될 뿐이다.온옥지가 말했다.“아버지가 뭐 하러 가시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희도 같이 가야 합니다.”그는 다급히 설명을 이어갔다.“지금 둘째 형님은 분명 온사가 데리고 있을 겁니다. 둘째 형님의 달라진 모습을 보고 온사는 저희가 형님에게 약을 먹였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둘째 형님의 안위를 걱정해서 저희에게 해독제를 요구할 수도 있어요. 저희는 이 점을 잘 이용하면 됩니다.”온권승은 그 말을 듣고 주저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Read more

제337화

“섭정왕 전하, 제가 하나 더 부탁할 게 있습니다.”“그래.”북진연은 온사의 얘기를 채 들어보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온사는 웃음을 터뜨리며 그에게 물었다.“무슨 일인지도 안 물어보시고 덥석 대답하십니까?”북진연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답했다.“네 일이라면 뭐든 다 해야지.”“만약에 제가 곤란한 부탁을 할 거라면요?”“이 세상에 내가 해결하기 힘든 일은 몇 없어. 정말 그런 거라면 최선을 다해 방법을 생각해 보고 어떻게든 해결할 거야.”북진연은 진심을 담아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의 질문에 답했다.온사는 저절로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북진연의 앞에 고개를 숙이고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저도 언제까지나 전하의 편에 서겠습니다. 이 우정, 절대 저버리지 않겠습니다.”섭정왕이 그녀에게 베푼 은혜와 우정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이런 친구가 있으니 그녀 역시 최선을 다해 그의 병을 치료해 줄 것이다.진지하게 임하는 온사를 보며 북진연의 준수한 얼굴에도 부드러운 미소가 그려졌다.하지만 자세히 본다면 그 미소에는 씁쓸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다 이상 우정이라는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았던 북진연은 화제를 돌렸다.“그래서 이번엔 뭘 부탁하려고?”온사가 말했다.“혹시 저에게 무공을 가르쳐줄 스승님 한 명 추천해 주실 수 있을까요?”“무술 스승?”“예. 추월에게 배우려 했는데 추월은 암살 초식만 익혀서 어릴 때부터 혹독하게 몸을 단련해야 하고 지금의 제가 배우기에는 힘든 것 같았어요.”온사는 이미 성인식을 치른 자신이 지금 무공을 수련하려면 난관에 부딪힐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너무 수동적인 입장이 싫었던 온사는 어떻게든 무공을 수련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초식 몇 개라도 알고 있으면 그녀가 갖고 있는 독약과 결합해서 어떻게든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추월의 무공은 너와 어울리지 않지. 하지만 무공을 수련하고 싶다면 가까이에 사람이 있는데 왜 멀리서 찾으려고 해?”북진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경성
Read more

제338화

“폐하께서 이번 기회에 진국고의 손에 쥔 권력을 적지 않게 회수하셨어. 오늘 필히 너를 찾아올 거야.”북진연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온사를 바라보며 물었다.“내가 옆에 있어줄까?”“아닙니다. 그 사람은 온모를 황궁에서 구출하기 위해서라도 오늘은 태도를 바꿀 겁니다.”온사는 늘 고고하던 아버지가 처음으로 자신의 앞에 고개를 숙일 것을 생각하니 기대가 되었다.그리고 온권승은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온사야, 아비가 잘못했어.”수월관 대문 밖, 온사를 부른 온권승은 정색해서 입을 열었다.그는 진지한 얼굴로 첫 마디가 사과부터 했다.옆에 따라온 온옥지는 그 말을 듣고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아버지께서 온사에게 사과를?’이번에 아버지와 함께 오면서 예전처럼 강압적인 태도로 온사를 대하지 않을 거라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온옥지는 생각에 잠겼다.‘목적을 위해 한발 양보하시려는 걸까?’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부드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온사야, 나도 잘못이 있어. 그래서 이번에 아버지와 같이 와서 너한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었어.”만약 전생이 없었더라면, 그래서 이들의 본모습을 알지 못했더라면 그들의 말을 믿었을지도 모른다.사과는 전생에도 한번 한 적이 있었다.그날 온옥지는 사람들이 온사 언니보다 못생겼다고 놀린다는 온모의 말을 듣고 그날 밤에 친히 독약을 제작했다.그는 그 약물을 온사의 얼굴에 끼얹으며 잔인한 말을 늘어놓았다.“미안하구나, 온사야. 오라비가 잘못했어. 그러니 나를 용서해 주렴. 나중에 어떻게든 얼굴을 회복하게 해줄게. 며칠만 이 모습으로 있어. 막내가 기분 풀리면 치료해 줄게.”어여쁘던 얼굴은 약물에 녹아 볼품없이 되었고 치료가 된 후에도 쭈글쭈글 흉측한 인상이 되어버렸다.그러나 온모는 기뻐했고 온옥지도 따라서 기뻐했다.고통스러운 것은 온사뿐이었다.그녀는 바보처럼 치료해 준다는 오라버니의 말만 믿고 기다렸다.하지만 무수히 많은 날이 지나고, 그녀가 다시 온씨
Read more

제339화

“온사야, 내가 너한테 직접적으로 잘못한 건 없지 않니?”온옥지는 온사를 한참이나 빤히 바라보다가 물었다.“넷째 공자, 방금 한 말을 벌써 잊으셨나요? 정말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왜 여기까지 찾아와서 사과하는 거죠? 모순적이지 않나요?”온사는 담담한 눈빛으로 비웃음을 담아 이야기했다.온옥지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전에 네가 갑자기 출가한다고 집을 나가고 아버지와 막내, 그리고 형님들이 너를 많이 걱정했어. 네 오라버니로서 나도 네가 걱정됐고. 그래서 너를 집으로 데려오려고 좀 잔머리를 굴린 것뿐이야. 지금 생각해 보니 좀 과했던 것 같아서 사과하는 거고.”“약간의 잔머리요?”온사는 황당해서 웃음이 나왔다.“당신이 정말 저를 동생으로 생각한다면 친동생에게 그런 잔머리를 쓰지는 않았겠죠.”“그냥 내 말을 듣게 하는 약물이었어. 널 죽이려 한 것도 아닌데 왜 그걸 자꾸 물고늘어져? 하물며 너도 나한테 보복했으면 됐잖아?”온옥지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온모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추월을 불렀다.그러자 검은 인영이 온옥지의 등 뒤에 나타났다.온옥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온사는 싸늘히 명령을 내렸다.“저 자의 손발을 베어버려.”“예!”추월은 주저없이 바로 검을 빼들었다.“멈춰!”온권승은 재빨리 아들을 잡아당겨 공격을 피했다.비록 손발이 절단나는 상황은 피했지만 추월의 공격이 너무 빨라서 온옥지는 결국 팔뚝을 다치고 말았다.겁에 질린 온옥지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온권승은 이를 갈며 말했다.“온사, 너 미쳤어? 여기 수월관 대문 앞이야. 네가 출가한 곳이라고! 어찌 이런 신성한 곳에서 피를 보아 불도를 어지럽혀?”온사는 싸늘한 목소리로 대꾸했다.“수월관의 평온은 뻔뻔한 당신들 때문에 다 망쳤어.”온사는 숨을 고르고 계속해서 말했다.“하물며, 제가 죽이라고 한 것도 아니고 진국공 어르신은 왜 이리 호들갑이신가요?”온사는 고개를 돌려 온옥지를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공자는 왜 그렇게 겁에 질려 있어요?”“너!”
Read more

제340화

온권승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음침한 눈빛으로 온사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진국공 가문을 떠난 이후로 점점 내가 모르는 모습으로 변해가는구나. 내가 알던 딸이 아니야.”온권승은 더 이상 온사에게서 예전의 온순하고 그의 말이라면 뭐든 따르던 딸의 모습을 기대할 수 없었다.온사는 표정 하나 안 바꾸고 담담히 말했다.“저는 이미 진국공의 딸이 아니니까요. 그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아니, 당연하지 않아!’분명 성인식 전까지 아버지를 위한다고 선물을 준비하던 온사였다.그게 뭐였던지 기억은 안 나지만 그날 만면에 웃음을 짓던 모습은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다.하지만 싸늘한 얼굴을 하고 있는 온사를 보고 있자니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온권승은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그래, 너 성인식 날에 아비를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고 했었지. 그게 뭐였더라? 기억이 잘 안 나는구나.”온사는 말없이 온권승을 빤히 노려보았다.그러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기억이 안 난다면 잊었단 말일 테고 그럼 그리 중요한 물건은 아니란 의미겠죠. 잊었으면 다시 떠올릴 필요가 없습니다.”기분이 안 좋은 온사는 더 이상 그와 옛날 얘기를 주고받고 싶지 않아 한결 싸늘해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대체 거래를 하실 겁니까, 안 하실 겁니까? 본론을 말 안 할 거면 제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그녀는 돌아가서 돌봐야 할 약재가 수두룩하고 읽어야 할 경문이 수두룩했다. 그리고 섭정왕 전하도 안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온권승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거래는 해야지. 내가 원하는 건 많지 않아. 온모를 무사히 궁에서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 네가 나서서 외부의 유언비어를 해명하는 것, 그리고 네 어미의 시신을 돌려주는 것.”온사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첫 번째는 상의해 볼 필요가 있지만 두 번째는 못합니다. 그게 왜 유언비어입니까? 전부 사실 아닙니까? 그리고 세 번째, 꿈 깨세요. 첫 번째를 갖고 저와 협상하든가, 아니면 돌아가시든가요.”온권승은 강압적인 눈빛으
Read more
PREV
1
...
323334353637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