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죽고 싶지 않아! 여기서 죽고 싶진 않다고!”“의원님, 제발 우리를 살려주세요….”“아들, 우리 아들!”“저를 내보내 주세요. 제발 부탁입니다, 나리! 저는 정말 감염되지 않았어요!”“하! 저 사람 감염자야! 도망쳐!”마차가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온사의 귀에는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두려움, 슬픔, 고통….물론 감염 증세가 발현되고 조용히 구석을 지키는 사람도 있었다.그들은 창백한 얼굴에 넋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거나 이미 희망을 포기한 것처럼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자들이었다.“여긴 감염자가 대략 200명 정도 되는데 노주에서는 그나마 감염자가 적은 곳이야.”북진연은 말을 타고 마차와 병행해서 걸으며 온사에게 상황을 들려주었다.감염자가 많지 않았기에 이곳에는 고작 백여 명 정도의 수비군이 현지 관원들과 함께 지역을 통제하고 있었다.“일단 마차에서 내리지 말고 내가 내리라고 할 때 내려.”“예.”그의 지시에 따른다고 약속했기에 온사는 순순히 대답했다.목적지 입구에 도착하자 북진연은 영패를 보여주고 수비군과 대화를 나누었다. 수비군 책임자와 대문을 지키던 병사들은 소식을 듣고 눈을 반짝이며 북진연의 뒤를 따르는 마차로 시선을 돌렸다.북진연이 뭐라고 한 건지, 수비군들은 가슴을 탕탕 치며 걱정 말라고 호언장담하는 듯했다.잠시 후, 내려와도 된다는 북진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번에 온사는 흰 면사포를 쓴 대신, 사부가 직접 만들어준 화관을 머리에 쓰고 천천히 마차에서 내렸다.“성녀 전하?”얼굴에 수건을 두른 수비군이 비명을 지르며 다급히 말했다.“빨리 코와 입을 가리셔야 합니다. 감염되면 곤란해요.”온사는 조용히 고개만 흔들었다.이미 령수의 영기가 주변에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다.약재가 도착했으니 영기도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사정을 모르는 북진연의 얼굴은 퍼렇게 굳었다.온사는 그에게 안심하라는 눈빛을 보내고 수비군에게 다가갔다.자신의 몸에 묻은 병균이 온사에게 옮을까 봐 걱정한 수비군이 뒤로 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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