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341 - Chapter 350

369 Chapters

제341화

“예, 누구 탓할 거 없지요. 제가 그때 어리석어서 당신들이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제 잘못입니다.”온사가 울며 그들에게 애원했을 때도 그들은 그녀를 우습게만 생각했다.“그러니 원래 저에게 속했던 것을 돌려받겠다는데 무슨 문제 있나요?”“안 돼.”온권승이 뭐라고 하기 전에 온옥지가 먼저 단박에 거절했다.“귀운 장원과 봉운루는 막내의 것이야. 원하는 게 있으면 다른 걸 말해봐.”온옥지는 강경하게 나오면 온사가 포기할 거라고 쉽게 생각했다.온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추월에게 말했다.“좋아요. 그럼 그건 목숨으로 돌려받겠습니다. 추월아, 시작해.”촤르륵!장검이 순식간에 온옥지를 향했다.그래도 미리 대비하고 있던 온옥지는 가까스로 치명상은 피했지만 추월의 검이 그의 팔뚝을 찔렀다.살갗이 찢기는 소리와 함께 온옥지가 비명을 질렀다.“온사, 당장 그만 안 둬?”온권승이 말렸지만 온사는 요지부동이었다.추월이 재차 검을 들고 온옥지를 공격하려 하자, 온권승은 마지못해 큰소리로 외쳤다.”줄게! 다 줄게! 귀운 장원, 봉운루 다 줄게!”온사는 기다렸다가 추월이 온옥지를 한번 더 찌른 다음에야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됐어, 추월아. 이제 그만해도 돼.”온권승은 다급히 피칠갑이 된 온옥지를 부축했다. 상처에서 피가 끊임없이 뿌ㅁ어져 나오자 그는 분노에 이성을 잃었다.“너 오라버니에게도 이렇게 잔인하게 굴면서, 소문이 새어나가면 사람들이 널 성녀의 자격이 없다고 비난할까 봐 두렵지도 않니?”온사가 이리도 잔인하게 나올 줄은 몰랐던 온권승 부자였다.만약 온권승의 대답이 조금이라도 늦었더라면 온옥지는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온옥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 모습을 지켜보는 온사는 기분이 상쾌해졌다.“진국공 어르신,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당신들이 나가서 소문을 퍼뜨린다고 해도 증인이 있어야지요.”온사는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온권승 부자는 그제야 자신들의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지방이 닳을 것처럼 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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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화

황궁 서재.“녕원 후작 나리가요?”온사는 익숙한 이름을 듣고 살짝 놀란 표정으로 황제에게 물었다.그날 그녀를 도와줬던 약국 주인장이 모시는 분이 녕원 후작이었다.“예전에 금주 가뭄의 영향을 받아 적지 않은 이재민들이 노주로 갔어. 그때 녕원 후작은 난민들을 거절하지 않았지. 그런데 그들 중에는 도주 중에 역병에 걸린 자들도 적지 않게 끼어 있어 지금 노주에서 역병이 확산되고 있다는구나.황제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러고 보니 좀 이상하기도 해. 가뭄 당시 고향을 떠나지 않은 백성들은 멀쩡한데 재난을 피해 도주한 사람들이 역병에 걸렸으니.”이 기이한 현상 때문에 현재 금주 백성들은 온사를 진정한 성녀로 인지하고 있었다.사람들은 성녀 전하께서 금주를 위해 기도하신 덕분에 그들이 무사하다고 믿었다.그런 소문이 퍼지자 금주와 가까이에 있던 노주 백성들도 성녀 전하가 노주에 오셨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녕원 후작은 성녀가 노주로 가서 역병에 걸린 백성들을 위해 기도해 줬으면 좋겠다는구나. 다만 이번 노주행은 지난번보다 험난할 수 있어. 녕원 후작은 한때 나라를 위해 전장에서 큰 공을 세운 공신이고 또한 백성들이 원하는 일이기도 하니 짐도 거절할 수 없더구나.”비록 의견을 묻는 것 같지만 온사는 황제가 자신이 가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게 아니라면 그녀를 홀로 황궁에 불렀을 이유가 없었다.물론 그녀도 폐하께 빚을 갚을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온사는 두 손을 합장하고 예를 취하며 말했다.“아미타불, 폐하께선 너무 심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노주 백성들이 고난을 겪고 있다는데 복명 성녀인 제가 당연히 가서 기도를 드려야지요.”그 말을 들은 어린 황제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걱정 말거라. 짐이 믿음직한 사람으로 호위대를 꾸릴 터이니. 그리고 노주에도 미리 연락을 해서 지난번 금주 때처럼 기도의식만 치르고 바로 돌아올 수 있게 조치하겠다.”“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온사가 떠나기 전, 어린 황제는 미안한 얼굴로 그녀에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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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화

비록 시간이 촉박했지만 북진연은 흔쾌히 수락했다.“궁에서 막 돌아왔으니 아직 짐정리도 못했을 테지. 그러니 오늘은 일단 내가 수월관으로 데려가 주고 같이 출발할 호위들을 선별한 뒤에 내일 아침 일찍 데리러 가마.”이미 결론이 난 일이었기에 북진연은 조금 화가 났지만 바로 대비를 시작했다.온사도 수월관으로 돌아와 떠날 채비를 했다.그녀는 란 영감에게 약초밭과 귀운 장원의 계약서를 맡겼다.예전 란씨 가문의 집사로 일했던 그였기에 장원을 관리하는 일에는 그가 적임자였다.그녀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그녀가 남겨주고 간 약재들을 장원의 텃밭에 모두 심는 것이었다.남산 약초밭에 다 자란 약초는 모두 거두고 남은 텃밭도 란 영감에게 맡겼다.금주 백성들이 가뭄을 이겨내고도 역병에 걸리지 않은 이유는 온사와 연관 있었다.그녀가 기도의식을 치른 직후에 비가 내린 것은 운이었지만 역병이 번지지 않은 이유는 그녀가 백성들에게 나눠준 약재 덕분이었다. 그 약재는 그녀가 출발하기 전에 공간의 영기가 깃든 령수를 뿌려둔 것으로 그걸 끓여서 마신 백성들은 영기가 체내로 흘러가서 역병에 저항할 수 있었을 것이다.이것은 금주 재앙이 해결된 후에 아무도 역병에 걸리지 않은 진실이었다.그랬기에 내일 노주로 가져갈 약재도 미리 준비해야 헀다.이번에 온사는 약초들을 공간 안에 저장하지 않고 령수만 뿌린 후에 포장해서 마차에 실었다.그녀는 당당하게 이 약재들을 끌고 노주로 갈 것이다.성녀의 이름으로 일으킨 기적은 언젠가 그 기적이 통하지 않을 때 그녀를 무너뜨리는 독약이 될 것이다.백성들에게 성녀가 기적을 일으켰다고 믿게 하기 보다 그녀가 재배한 약초에 시선을 돌리는 게 맞았다.인간은 신이 될 수가 없고 세상에는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사람이 아픈 사람을 치료할 수 있는 이유는 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허황되고 부풀린 명성보다 온사는 자신의 진짜 실력을 사람들이 믿어주기를 바랐다.귀의독왕을 스승으로 모셨는데 스승의 지혜를 물려받을 수도 있지 않은가.게다가 그녀는 성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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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화

“혼인하러?”온사가 떨떠름한 얼굴로 되물었다.안란심이 웃으며 답했다.“그래, 아버지께서 주선하셨어. 상대는 우리 가문 먼 친척인 왕 현령의 조카래.”온사가 물었다.“네가 그쪽으로 시집을 가는데 왜 그쪽에서 데리러 오지 않고?”안란심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온사 역시 넌 순수하구나. 난 정실로 가는 게 아니야. 한낱 이랑으로 가는데 상대가 공들여서 여기까지 오려고 안 하지.”그 말을 듣고 온사는 입을 다물었다.“나 때문에 속상해할 것 없어. 그래도 중서령의 딸이니까 첩실이라고 해도 누가 날 괴롭히거나 하지는 않을 거야.”온사는 고개를 돌리며 싸늘하게 말했다.“누가 너 때문에 속상하대? 우리 그렇게 친한 사이 아니잖아.”안란심은 상심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그래. 내가 주제넘었네. 하지만 금주로 가는 길은 너무 멀어. 아버지께서 호위를 붙여 주시지도 않았고. 그래서 말인데, 옛정을 생각해서 너희랑 잠시만 같이 가게 해주면 안 될까? 걱정 마. 네가 싫다면 널 방해하진 않을게. 대오의 맨 뒤에서 따라만 갈게.”안란심은 애원의 눈빛으로 온사를 바라보았다.너무 불쌍해 보여서 거절하기 힘들 정도였다.“안란심, 옛날 얘기 꺼내지 마. 우리 사이에 남은 정은 없어.”말을 마친 온사는 뒤돌아서 마차에 올랐다.떠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안란심의 시종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어떡해요, 아가씨? 성녀 전하가 허락을 안 하면 곧 있으면 우리 쫓겨나는 거 아니에요?”“누가 허락을 안 했대?”안란심은 시종을 힐끗 보며 대꾸했다.시종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하지만 방금 성녀 전하께서는….”“넌 온사에 대해 몰라. 걔가 정말 허락 안 했으면 바로 우릴 쫓아버렸을 거야.”‘말은 매몰차게 해도 쫓아내지는 않네. 온상, 역시 넌 마음이 너무 물러.’안란심은 이미 멀어져간 온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반 시진 후, 모든 준비를 마친 흑기군이 물자를 가득 실은 차량 대오를 끌고 출발했다.북진연은 자신의 말을 타고 맨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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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화

온사가 가림막을 열어보니 북진연이었다.“나와서 바람 좀 쐬고 오늘 저녁은 일찍 먹을 거야.”“예.”온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차에서 내렸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맨 뒤쪽을 바라보았다.그녀의 시선을 눈치챈 북진연도 그곳으로 고개를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걱정 마. 저들도 먹을 것을 준비해 왔으니까 굶어 죽진 않을 거야.”온사는 말없이 그를 따라 냇가로 가서 앉았다. 흑기군에서 요리를 책임진 병사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더니 곧이어 맛있는 식사를 준비했다.북진연의 그릇에는 고기가 가득 담겨 있었고 온사는 여전히 야채탕만 먹었다.그녀는 맛있게 먹고 있었지만 북진연은 보고 있자니 안쓰러웠다.하지만 그녀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으니 북진연도 그녀가 먹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그녀가 식사를 마친 후, 그는 그녀의 손에서 수저와 그릇을 앗아가며 말했다.“마침 나도 그릇을 씻으러 가야 하니까 같이 씻어줄게.”동작이 너무 빨라 온사는 거절할 기회도 없었다.그녀는 허공에 멈춘 자신의 빈손을 바라보며 못 말린다는 듯이 말했다.“예, 그럼요. 섭정왕 전하께서 설거지를 좋아하시니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말은 저렇게 해도 매번 마침 설거지하러 간다면서 그녀의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하던 사람이었다.이 나라의 섭정왕이라는 사람이 이리도 소탈한 사람일 줄을 누가 알았을까?북진연은 눈썹을 찡긋하고는 말했다.“난 요리도 좋아하는데 다음에 내 요리도 먹어 볼래?”“예? 전하께서 요리도 해요?”온사는 놀란 얼굴을 하고 그에게 되물었다.“응. 전에 외조부께 배웠어. 외조부께서 요리를 굉장히 잘하시거든. 그래서 어깨너머로 좀 배운 게 다인데 그래도 맛은 괜찮아.”온사가 웃으며 말했다.“큰일을 하는 군자는 주방을 멀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북진연은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내가 무슨 군자라고. 투박한 싸움꾼에 더 가깝지.”그는 냇가에서 설거지를 마친 뒤, 온사의 옆으로 돌아와 웃으며 말했다.“어때? 귀경하면 우리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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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화

“궁수들 준비!”비명을 들은 순간에 고요가 명령을 내렸다.수백에 달하는 흑기군 궁수들이 수림을 향해 활을 겨누었다.“잠깐! 잠깐! 우리가 항복할게! 항복!”산에서 매복하고 있던 자들은 상대가 수림에 들어오기도 전에 자신들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또 부상자까지 나오자 다급히 비명을 질렀다.“오만방자한 도둑놈들, 감히 매복을 하고 있었다니! 당장 안 튀어나와?”고요가 큰소리로 외치자 수림에 숨어 있던 도적들은 황급히 밖으로 튀어나왔다.북진연은 어쩐지 낯익은 얼굴에 눈을 가늘게 뜨며 그들에게 물었다.“너희는 어디서 온 산적들이지?”산적 두목은 다급히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고했다.“나으리, 저희는 흑호굴 사람입니다. 전에 습격을 당해 형님은 처참하게 돌아가시고 다른 형제들도 개죽임을 당했죠. 지금은 백여 명 정도 겨우 살아남은 상태인데 너무 배가 고파서 음식 좀 얻으려 했을 뿐입니다! 사람을 죽이려는 마음은 전혀 없었어요! 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 나으리!”북진연의 매서운 화살 공격에 겁에 질린 어린 두목은 통곡하며 애걸했다.그 화살은 그의 머리통을 비껴가서 등 뒤에 있던 사람의 가슴을 관통했다. 먹을 것 좀 구하려다가 괜히 이런 괴물을 건들 줄 몰랐던 그는 후회막급이었다.고요가 눈을 흘기며 그들에게 말했다.“흑호굴 놈들이었구나? 참 뻔뻔하기도 하지. 다 굶어 죽게 생겼는데 사람을 죽일 마음은 없었다? 그걸 우리 보고 믿으란 거야?”산적 두목의 말을 듣고 북진연은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지난번 금주행에서 김사도가 수많은 산적무리를 끌고 그들을 습격한 적 있었는데 지금 보면 이자들 무리였던 것 같았다.그런데 도둑이 제 발로 찾아왔으니 그로서는 빨리 이들을 해결하고 가는 게 나았다.북진연은 고요에게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고요는 바로 알아듣고 지시를 내렸다.“죽여라.”싸늘한 명령과 함께 혼비백산한 산적들이 뿔뿔이 흩어져 도주를 시도했다.하지만 미리 활시위를 겨누고 있던 궁수들이 사격을 시작했ㄱ 그렇게 백여 명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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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화

그녀는 일단 섭정왕부로 가서 온사를 위해 길을 터줄 생각이었다.나중에 온사가 속세로 돌아와 섭정왕부에 들어온다면 그녀를 부인으로 모시고 예전처럼 자매로 잘 지내볼 것이다.‘온사야, 내가 네 앞의 장애물들을 모두 제거해 줄게!’안란심은 온사를 향한 북진연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언젠가는 그가 온사를 섭정왕부의 왕비로 들일 거라는 강한 예감도 들었다.하지만 그녀는 사내를 믿지 않았다.사내란 누구나 여러 명의 첩실을 거느리기 마련이다. 일반 백성도 그런데 존귀하신 섭정왕 전하라면 오죽할까?아무리 그가 지금은 온사를 좋아한다고 해도 언젠가는 마음이 변할 것이다.온사가 배신에 상처 입는 것보다 차라리 지금 이 사내의 본모습을 보여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온사가 속세로 돌아오지 않으려 한다면 더 좋은 일이고 만약에 속세로 돌아와 왕비가 된다고 해도 북진연이 다른 여인을 왕부로 들였을 때 덜 상처받을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그녀는 온사의 칼잡이가 될 것이다.그 동안 안씨 가문 큰 부인과 적녀들과 기싸움을 하면서 배운 것도 꽤 많았다.온사는 어리석고 순진하니 어떻게 하면 사내의 마음을 자신에게 잡아둘 수 있는지 모를 거지만 그녀는 할 수 있었다.‘난 온사를 위해 모든 걸 이뤄줄 수 있어!’“온사야, 걱정 마. 내가 있는 한 아무도 널 못 괴롭혀.”안란심은 전방에서 전진하는 대오를 바라보며 각오를 다졌다미풍이 불어 마차의 가림막이 흩날리며 안에 앉아 있는 온사의 모습이 보였다.뭔가 느낌이 이상했던 온사는 고개를 돌렸다가 마침 자신을 바라보는 안란심과 시선이 마주쳤다.안란심은 그녀에게 밝은 미소를 보여주었다.온사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고 손을 뻗어 가림막을 내렸다.그 모습을 본 안란심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아가씨, 기분이 그렇게 좋으세요?”시종이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물었다.안란심은 굳이 해명하지 않았다.그녀가 뭘 바라는지는 그녀 자신만 알고 있었다.그녀는 거의 완성되어 가는 손수건을 집어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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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화

안란심은 손수건을 건네며 고의로 손가락에 난 상처들을 보여주었다.온사는 무표정한 얼굴로 시선을 거두며 그녀에게 말했다.“내 말했지. 널 미워하지 않는다고. 굳이 이런 의미도 없는 일을 왜 해.”안란심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아니, 적어도 나에게는 의미가 있어. 앞으로 내가 살면서 이런 의미 있는 일이 또 있을지는 모르겠네.”아쉽게도 온사는 끝내 그 손수건을 받지 않았다.“왜 아직도 여기 서 있어?”대오를 정돈하고 돌아온 북진연이 다가와서 물었다.그는 조용히 다가가 안란심과 온사의 사이에 끼어들고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밖에 밤바람이 차니 어서 안으로 들어가. 이따가 감기 걸리지 말고.”말을 마친 그는 온사를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안란심은 자신의 시선을 가린 북진연을 싸늘한 눈으로 노려보았다.‘망할 자식. 안 돼. 저 자식은 죽으면 안 돼.’그녀는 이를 갈며 손수건을 챙기고 그곳을 떠났다.고개를 돌린 북진연은 떠나는 그녀의 등을 싸늘한 눈빛으로 노려보았다.방으로 돌아온 온사는 잠시 혼자 시간을 보냈다.북진연이 보낸 사람이 따뜻한 물을 가지고 들어았다.그녀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옷을 갈아입은 뒤, 욕탕에 들어갔다.따뜻한 물 안에 있으니 기분이 좋아서인지, 그녀는 꿈나라로 들어가서 전생을 보았다.이번엔 그녀가 아는 기억이 아니었다.꿈속은 꽃 향기가 물씬 풍기는 조용한 곳이었다.그녀가 멍하니 풍경을 감상할 때, 누군가가 나타나더니 그녀의 앞에 쭈그려 앉았다.온사는 그제야 상대의 얼굴을 알아보았다.안란심인데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꿈속의 그녀는 엄청 말라 있었고 볼도 푹 꺼진 것이 넋을 잃은 사람처럼 보였다.그녀는 온사의 앞에 쭈그려 앉아 지폐를 태우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온사야, 왜 이렇게 바보 같아. 온마음으로 그 인간들에게 잘해줬는데 맨 마지막에 시신을 수습해 준 사람이 네가 가장 미워하던 나였네.”그녀는 비석을 어루만지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내가 네 이름도 바꿔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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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안 그래도 겁에 질렸던 관원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무자비하기로 유명한 섭정왕의 손에 죽어 나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헤아릴 수도 없었다.그가 검을 뺀다는 소리에 모두가 겁에 질려 입을 다물었다.부름을 듣고 달려온 의원은 진료를 본 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걱정 마세요, 섭정왕 전하. 성녀 전하께서는 단순한 몸살에다가 오시느라 피로가 많이 누적되어 쓰러진 것입니다.”“이 처방 좀 봐주게. 혹시 바꿔야 할 약재가 있는가? 아니면 이걸 계속 먹어도 되겠어?”복진연은 온사가 처방한 처방전을 의원에게 건네며 물었다. 처방전을 확인한 의원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약재를 교체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해요. 소인이 한 가지만 더 추가해 드릴 테니 그걸 드시면 바로 깨어나실 겁니다.”그들의 대화를 듣고 눈을 뜬 온사가 힘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럴 필요 없어요.”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북진연은 바로 달려와서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아직도 어지러워? 어디 불편한 곳은 없어?”온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습니다. 의원님, 약을 추가할 필요 없어요. 전하는 제가 가져온 약재를 처방대로 달여주시면 돼요.”“그래.”북진연은 주저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람을 시켜 약을 달이게 한 후에 그녀의 옆으로 돌아갔다.의원은 그녀가 이미 깨어난 것을 보고 조용히 물러갔다.지금 노주의 의원들은 눈코뜰새 없이 바쁜 처지였다.약을 대령하자 온사는 바로 마시는 대신 북진연에게 말했다.“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전하는 이만 나가보세요. 저 혼자 괜찮아요.”북진연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불편한 곳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그 말에 온사는 웃음을 터뜨렸다.정말 불편한 데가 있으면 추월을 부르면 그만이었다.한편, 자신의 말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북진연은 아쉬운 눈으로 온사를 한번 바라본 후에 밖으로 나갔다.문밖에는 관원들이 초조한 얼굴로 대기하고 있었다.온사가 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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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화

원래 노주의 상황은 이렇게 심각한 정도가 아니었다. 녕원 후작에게는 몇만 병력이 있으니 상황을 통제하는데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그런데 그들이 출발한 후 며칠 사이에 노주의 한 현령이 암살을 당하면서 녕안현에 역병이 폭발했고 하룻밤 사이에 수천 명 백성들이 역병에 감염되고 말았다.녕원 후작이 사람을 보내 진실을 조사한 결과, 죽은 현령은 생전에 민간 여인을 겁탈한 적 있는데 사건이 들통날까 봐 입막음으로 그 여인의 부모마저 죽였다고 한다.그런데 그 여인에게는 상무도라고 가출한 오라버니가 있었다. 상무도는 어렸을 적에 폭행으로 사람을 다치게 했는데 집안 사람들에게 폐 끼치기 싫어 집을 떠나 금주로 갔다고 한다.나중에 금주가 가뭄이 터지면서 집으로 돌아온 상무도는 부모님이 살해당하고 여동생이 겁탈당한 사실을 알고 순간 이성을 잃어 현령을 죽이고 스스로 우물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원래는 여기서 끝났어야 할 사건이었으나 금주에서 도주해 올 때 상무도는 이미 역병에 걸린 상태였는데 우물에 뛰어드는 바람에 우물 전체가 역병에 감염되었다.관원들이 제 때에 시신을 건져 올렸지만 역병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퍼진 후였다.하루 사이에 현의 모든 수원이 오염되었고 그날 밤 물을 마신 사람들은 아무도 역병을 피해가지 못했다.한 개 현이 역병이 폭발하자 주변에 퍼지는 건 순식간이었고 무수히 많은 백성들이 도주했다.역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녕원 후작은 즉각 녕안현으로 병사를 파견해 아무도 못 나가게 막았다.그리고 그 역시 녕안현으로 가서 백성들을 위로하며 이곳에 상주하게 되었다.노주 관원들은 북진연이 화를 낼까 봐 다급히 설명을 덧붙였다.“섭정왕 전하, 걱정 마세요. 후작 나리께서는 저희에게 성녀 전하와 섭정왕 전하의 마중을 부탁하셨습니다. 전에 폐하께 기도의식을 청할 때는 이 정도가 아니었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요. 현재 노주는 상황이 심각하지만 노주성 안은 그나마 안전한 편이니 이곳에 머무르시다가 기도의식이 끝나고 돌아가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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