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Bab 451 - Bab 460

505 Bab

제451화

기마세는 무공 연마를 처음 시작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자세였다.온사는 자세를 취한지 일각도 채 되지 않아 다리가 시큰거리는 것을 느꼈다.“더 버틸 수 있겠어?”“예, 할 수 있습니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북진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만하라고 말리지 않았다.그는 자세가 흐트러질 때만 다가와서 자세를 교정해 주고는 그녀의 안색을 살폈다.어느새 일각이 더 지나갔을 때, 그가 재차 물었다.“더 버틸 수 있겠어?”온사는 팔다리가 덜덜 떨려왔지만 이를 악물고 답했다.“예… 할 수 있습니다.”팔다리가 마비가 온 것 같았지만 그녀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북진연은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또 일각이라는 시간이 지나가자 북진연이 그녀에게 말했다.“됐어. 좀만 쉬었다 하자.”온사는 이마에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고개를 저었다.“저… 더 할 수 있습니다….”“안 돼.”북진연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과유불급이라고 처음엔 천천히 해야 몸에 무리가 가지 않아.”온사는 그제야 비틀거리며 일어섰다.“조심해!”그녀를 주시하고 있던 북진연이 다가와 부축해 주었다.“팔다리를 천천히 움직여 봐. 급할 것 없어.”그녀는 그의 지시에 따라 팔다리 관절을 천천히 움직이며 경직된 근육을 풀고는 북진연의 부축을 받아 의자에 가서 앉았다.“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체력이 괜찮군. 내일부터는 훈련양을 더 늘려도 되겠어. 하지만 오늘은 푹 쉬어야 해. 잠들 기 전에 몸을 많이 풀어주는 것도 좋아.”온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예, 걱정하지 마세요. 저 회복력 하나는 정말 괜찮거든요.”령수로 목욕을 한지도 꽤 오래 지났으니 체질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그녀는 북진연이 조금만 더 엄격하게 가르쳐 주기를 바랐다. 령수가 있으니 아무리 무리해도 저녁에 령수로 목욕만 하면 말끔히 나을 것이다.하지만 그걸 모르는 북진연은 그녀를 다치게 하기 싫어서 조심스럽게 훈련 계획을 다시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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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다음 날, 온사는 아침 기도를 마친 뒤, 막수에게 허락을 받고 경성으로 가는 길에 올랐다.북진연이 마차를 보내겠다고 했지만 온사는 단호하게 거절했다.이미 자기 소유의 마차가 있으니 굳이 섭정왕에게 폐를 끼칠 이유가 없었다.온사는 한아와 함께 마부도 없이 길에 올랐다.“최 세자, 저기 좀 보세요!”시끌벅적한 거리의 한 주루 위층 창가에서 바깥을 내다보던 한 사내가 다급히 최소택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한창 신이 나서 술을 마시고 있던 최소택은 짜증스럽게 대꾸했다.“뭐 하는 거야? 술 마시고 있는 거 안 보여? 너 때문에 옷에 튀었잖아!”“세상에나! 정말 그분이시네! 최 세자, 그만 마시고 이리 좀 와보세요!”“저기 지나가는 사람 복명 성녀 같아요. 세자의 전 약혼녀요!”사내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식탁 주변에 앉았던 사내들이 눈을 반짝이며 창가로 다가갔다.“어디? 어디 봐봐!”“정말 그분 맞아?”“저기 저 작은 마차요. 최 세자, 빨리 와보시라니깐요!”최소택은 친구들에게 이끌려 떨떠름한 얼굴로 창가에 다가갔다.고개를 숙여 마차에 앉은 사람을 본 순간, 그는 술이 확 깨는 기분이 들었다.‘온사 쟤가 여긴 어쩐 일이지?’최소택은 순간 흠칫하며 아버지의 경고를 떠올렸다.‘온사는 이제 신분부터가 예전과 달라. 너와의 연분도 이미 끊어졌으니 함부로 가서 건들지 마. 또 실수하면 그땐 다리를 부러뜨릴 것이니!’최소택은 그 말을 떠올리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아버지는 괜히 겁만 주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러니 그 고통을 겪기 싫다면 가만히 있는 게 나았다.최소택은 재빨리 시선을 거두고 상으로 돌아가려 했다.하지만 그 모습을 본 친구들이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최 세자, 왜 그러세요?”“왜 사람 얼굴만 보고 등을 돌려?”“소택아, 설마 도망치는 거 아니지?”“설마… 최소택 네가 언제부터 이렇게 겁쟁이가 되었어?”“전에 저 녀석 성녀 전하 손에 개 패듯이 맞고 섭정왕 손에 죽을 뻔했으니 두려운 게 당연하지.”그 말을 들은 최소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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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화내는 거 보니 사실인가 보네?”“에이, 화 풀어. 형제끼리 농담 좀 할 수도 있지, 안 그래?”“그래요, 최 세자. 소문이 거짓이라면 이렇게 화낼 이유도 없죠.”사내들은 서로 눈치를 교환하고는 너 한마디, 나 한마디 최소택의 입을 틀어막았다.최소택은 씩씩거리며 그들에게 말했다.“누가 거짓 소문을 술자리에서 들먹이랬어! 또 허튼 소리하면 가만 안 둬!”“최소택, 농담 한번 한 것 가지고 왜 그리 흥분했어?”“그러니까요.”“방금 성녀 얼굴 보고 도망치니까 사람들이 오해한 거지.”“소문이 거짓이라면 어디 증명이라도 해보시지?”“그래요, 어차피 성녀 전하도 아직 저기 계시잖아요?”사람들은 최소택을 부추기기 시작했다.안 그래도 온사를 보고 기분이 안 좋았던 최소택은 더 기분이 더러워졌다.그는 친구 같지도 않은 인간들을 노려보며 말했다.“다들 날 웃음거리로 생각하나 본데, 내가 그딴 걸 왜 너희들한테 증명해야 하지?”“소택아, 그렇게 말하면 섭하지.”“그래, 형제끼리 누가 널 웃음거리로 생각한다고 그래?”사내들은 싱글싱글 웃으며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갑자기 성녀를 여기서 보니까 궁금증이 생겨서 그러지.”“전에는 최 세자의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던 소녀가 존귀한 성녀 전하가 되실 줄 누가 알았겠어요?”“소택아, 온사 걔 신분이 변하더니 사람도 변했더라? 매몰차게 널 버렸는데 화도 안 나? 복수하고 싶지 않아?”‘화나! 어찌 화가 안 나겠어!’그는 지금도 온사만 보면 기분이 안 좋았다.하지만 복수는 꿈도 못 꿀 일이었다.최소택은 인상을 구기며 경고했다.“나 자극하지 마. 걔 앞에 안 나타난다고 이미 아버지와 약조했어.”“역시 소문처럼 겁쟁이였네.”누군가가 비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복수라는 게 굳이 네가 나서야 되는 일도 아닌데.”“그래요, 최 세자.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거예요?”“쟤 아직도 성녀를 첩실로 들이겠다는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몰라!”최소택의 황당한 선언은 이미 경성 공자들에게 소문이 쫙 퍼진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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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최소택은 속으로 코웃음 쳤다.‘내가 멍청이도 아니고 그걸 그대로 따르겠어? 저것들 입에서 뭐 좋은 수가 나온다고!’그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한 사내가 그의 귓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최소택은 시큰둥하게 고개만 끄덕이다가 얘기를 다 듣고 눈이 번쩍 뜨였다.“어때? 정말 괜찮은 방법이지 않아?”최소택의 표정변화를 포착한 사내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부추겼다.최소택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돌리고 길가에 서 있는 마차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음침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일단 내려가서 보기나 하자.”“그래!”“가자, 가자!”“재미난 구경이 벌어지겠네!”최소택이 입을 열자 사내들은 싱글벙글 웃으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 시각 마차를 길옆에 세운 온사는 점포로 들어가서 임자부에게 줄 선물을 몇 가지 더 샀다.배움을 청하러 가는 길이니 충분한 성의를 보이고 싶었다.상한아는 마차 옆에서 그녀를 기다렸다.그녀는 양손에 선물을 들고 나오는 온사를 보자 곧바로 달려왔다.“아씨, 제가 들게요!”온사는 한아에게 밖에 있을 때는 성녀 전하라 호칭하지 말고 법명으로 부르라고 했지만 한아가 고집을 부려 아씨로 부르기로 했다. 아씨라는 호칭이 더 듣기 좋다는 이유에서였다.온사는 그녀의 고집을 꺾을 수 없으니 하자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물건이 좀 많으니 일단 차에 싣자꾸나.”“예!”상한아가 물건들을 마차에 올리려는 순간 갑자기 나타난 사람이 말 등에 올라탔다.“이랴!”그는 다짜고짜 말고삐를 잡고는 상한아의 손에서 마차를 앗아갔다.“도둑이야! 거기 멈춰!”상한아가 물건을 들고 급급히 쫓아갔을 때는 이미 마차가 멀리 지나간 후였다.한아는 분에 겨워 발을 동동 굴렀다.“대낮에 마차를 도둑질하다니! 어찌 저런 사람이 다 있답니까?”온사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어쩐지 아까 본 그 얼굴이 낯이 익었다.“추월아.”온사의 부름을 들은 추월은 곧바로 마차를 쫓아갔다.그녀는 눈깜짝할 사이에 다시 마차를 끌고 돌아왔다.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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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이 공자, 저는 공자와 원한을 진 적도 없는데 왜 갑자기 나타나서 시비를 거는 거죠?”이양생은 이미 신분이 들통나자 옷에 묻은 흙을 툭툭 털고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성녀 전하, 너그러이 양해해 주십시오. 제가 전하를 오랫동안 연모해 왔는데 전하와 얘기를 좀 나누고 싶었습니다. 허나 거절을 당할까 두려워서 이런 유치한 방법으로 주의를 끌려 했던 것뿐입니다.”이양생은 호부상서 제 대인의 조카이자 제성의 사촌동생이었다.예전에 하도 최소택 무리와 어울려 다녀서 기억에 남았다.나중에 제성이 최소택과 절교를 선언하면서 사이가 멀어지나 싶었는데 이양생은 여전히 최소택과 어울리는 모양이었다.온사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구석진 곳에 숨어서 이쪽을 지켜보는 자들을 발견했다.그들 중에는 시치미를 뚝 떼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짓고 서 있는 최소택도 있었다.“그래서요?”온사는 담담한 눈으로 이양생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제 마차를 훔쳐가고 최 세자와 함께 또 어떻게 저를 갖고 놀리려고 했습니까?”이양생은 다급히 손사래를 쳤다.“어휴, 그럴 리가요! 소인이 어찌 감히 성녀 전하께 장난을 치겠습니까! 절대 아닙니다!”처음에는 마차를 훔쳐서 멀리 도망친 후에 다른 친구들이 나설 계획이었지만 이양생이 잡히면서 계획이 틀어져 버렸다.“그런가요?”온사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아쉽군요. 저는 아직 공자께 볼 일이 남았는데 말입니다.”이양생은 순간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곧이어 온사가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했다.“이자를 밧줄로 묶고 저기서 구경하고 있는 자들까지 모두 끌고 와.”“예!”명을 받은 상한아는 어디서 났는지 모를 밧줄을 들고 이양생에게 다가가 그의 손발을 묶었다.“잠시만요! 성녀 전하, 대낮에 양민을 묶어서 끌고 가는 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이양생은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며 큰소리로 외쳤다.“그쪽에서 먼저 시비를 걸어왔으니 이유 없이 끌고 가는 것은 아니지요.”온사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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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이양생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추월은 달려가서 일행을 끌고 돌아왔다.상한아는 밧줄을 들고 옴짝달싹할 수 없게 손발을 꽁꽁 묶어서 전부 마차에 욱여넣었다.그러나 마차가 너무 작아서 앉을 자리가 없으니 그들은 좁은 마차안에 겹겹이 비집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세상에나! 좀 살살해!”“성녀 전하, 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성녀 전하, 이번 한 번만 봐주십시오. 모든 건 최 세자와 이양생이 계획했고 저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잡혀온 사내들은 저마다 우는 소리를 했다.그들의 말을 들은 이양생이 욕설을 퍼부었다.“왜 너희랑 상관이 없어? 너희가 재미난 구경하자면서 최소택을 부추겼잖아!”“망할 이양생! 양심도 없는 놈! 감히 우리를 배신하다니!”“너희가 먼저 배신했잖아!”사내들이 모여 말싸움을 하는 모습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온사는 싸늘한 얼굴로 한아에게 말했다.“한아야, 저 둘 빨리 안으로 던져 버려.”최소택은 자신에게도 자비가 없자 눈을 부릅뜨며 불만을 표했다.“온사! 나 건들지 마! 이 일은 나랑 아무런 상관도 없어!”“이양생이 한 말 못 들었어? 난 아무 짓도 안 했고 저놈들이 날 부추겼다고!”온사는 냉랭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되물었다.“그래서? 저 사람들이 선동해서 너도 합류했으면서 더 변명할 게 남아 있어?”최소택이 무슨 변명이라도 해보려고 머리를 굴리는 사이, 온사가 말했다.“아니, 넌 아무 말도 하지 마. 할 말은 나중에 네 아버지인 충용 후작한테 가서 해.”최소택은 아버지에게 이른다는 말에 조급해졌다.“잠깐! 아버지께는 비밀로 해줘. 불만 있으면 나한테 해! 뭘 일만 생기면 아버지를 찾아!”“내가 그걸 왜 들어줘야 하지?”온사는 피식 냉소를 지었다.“순진하긴.”곧이어 그녀는 고개를 돌려 이양생을 바라보며 물었다.“날 유인하려던 골목이 어디 있지?”이양생은 머뭇거리며 말하기를 꺼렸다.어쩐지 알려주면 안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온사는 그가 말이 없자 추월에게서 장검을 받아 그의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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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잠시 후, 골목 안에는 바닥에 널브러져 비명을 지르는 사내들로 가득했다. 각자 얼굴은 곤죽이 되었고 코에서는 코피가 흐르고 있었다.추월의 특별 세례를 받은 최소택의 얼굴은 그들 중에서도 압도적이었다. 거의 이목구비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어 있었다.결국 최소택은 살려달라고 애원하기 시작했다.온사는 한참이 지난 후에야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그만하면 됐어.”최소택은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 돌아온 느낌이었다.온사가 멈추라고 하지 않았다면 이 억센 여인들의 손에 맞아 죽을 수도 있었다.온사는 담담한 눈빛으로 그들을 힐끗 보고는 이양생을 바라보며 말했다.“안 가? 더 맞고 싶어?”바닥에 엎드려 숨을 죽이고 있던 이양생은 그 말을 듣고 벌떡 일어났다.“갑니다! 가요! 지금 갈게요!”말을 마친 그는 부랴부랴 골목 밖으로 달려나가다가 누군가의 발에 채여 다시 바닥에 쓰러졌다.“이양생, 이 나쁜 자식! 최소택이랑 짜고 감히 성녀 전하를 괴롭힐 계획을 세웠어? 넌 오늘 내 손에 죽어!”어디서 소문을 듣고 온 건지, 갑자기 나타난 제성이 버럭 소리를 들으며 골목 안으로 뛰어들어왔다.그는 골목 안 상황을 살피고는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이게… 어떻게 된 거지?”그는 바닥에 널브러진 최소택 일행을 보고 말을 잇지 못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상황을 파악한 제성은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세상에나! 돼지들이 왜 이렇게 많아!”하나 같이 얼굴이 부어서 눈 코 입을 알아볼 수 없는 것이 돼지와 꼭 닮아 있었다.“망할… 제성 이 자식!”비웃음을 당한 최소택 일행은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버둥거리다가 제성의 발에 걷어차여 다시 쓰러졌다.한눈에 그들의 의도를 알아차린 제성은 얄미운 얼굴을 하고 한명씩 밟아주었다.온사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이 놈은 뭐 하러 왔지?’그녀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제성에게 물었다.“제 공자께서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온사의 목소리를 들은 제성은 화색이 되어 싱글벙글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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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8화

“아닙니다. 마음은 감사하지만 오늘은 중요한 일정이 있어 하산한 거라서요.”거절당한 제성은 약간 실망한 기색을 지었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습니다. 성녀 전하께서는 할 일을 하세요. 이따가 제가 어디로 모시러 갈지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온사는 선물을 전해주지 않으면 물러서질 않을 기세인 제성을 보고 하는 수없이 말했다.“저는 지금 섭정왕부로 가는 길입니다. 괜찮으시다면 섭정왕부로 오세요.”그 말을 들은 제성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솔직히 그는 섭정왕과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그의 주변에서 풍기는 살기와 위압감은 일반인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하지만 공들여 준비한 선물을 온사에게 전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예… 그럼 섭정왕부로 찾아뵙겠습니다.”잠시 후, 온사의 마차가 섭정왕부 앞에 당도했다.아쉬운 마음에 뒤따라왔던 제성은 섭정왕부 대문을 보고 다급히 말을 멈추었다.“저는… 이만 선물을 가지러 가보겠습니다. 성녀 전하도 할 일을 하세요!”말을 마친 제성은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쳤다.당장이라도 무시무시한 섭정왕이 나와 그를 뒤쫓아올 것 같았다.마차가 대문 앞에 도착하기 바쁘게 훤칠한 사내가 대문을 나와 온사를 맞아주었다.북진연은 성큼성큼 온사에게로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상한아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고 온사도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뒤로 뺐다.북진연은 재빨리 그녀의 팔목을 잡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멍하니 서 있지만 말고 내려. 임자부에게는 미리 얘기했어. 지금은 내전에서 기다리고 있어.”온사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급해졌다. 가르침을 청하러 오는 제자가 스승을 기다리게 하는 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그녀는 급급히 마차에서 내렸다.그렇게 그녀는 북진연을 따라 섭정왕부 내전으로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임자부가 그녀를 보자마자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소인, 성녀 전하를 뵙습니다.”“임 의원님, 그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습니다.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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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9화

약재라는 말에 임자부는 순간 눈을 반짝였다.섭정왕이 성녀를 도와준 후에 선물로 받았던 진귀한 약재들이 떠올랐다.임자부는 점점 기대감에 부풀었다.상자를 열자 안에는 사람 얼굴 크기의 령지가 들어 있었다.임자부는 놀라서 입을 다물 수 없었다.“세상에나!”그는 꿈을 꾸는 것 같았다.‘이렇게 큰 령지가 있었다니! 최소 백년은 된 것 같은데!’게다가 자세히 보니 딴지 얼마되지도 않은 신선한 령지였다.성녀는 겸손하게 약소한 선물이라고 말했지만 절대 약소하지 않았다.“성녀 전하, 어찌 이 귀한 것을 소인에게 주실 생각을 하셨습니까? 정말 괜찮으시겠어요?”임자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온사에게 다시 물었다.“임 의원님을 위해 준비한 것입니다. 비침 기법은 이 령지보다 더 진귀한 것인데 친히 가르침을 얻으러 왔으니 이 정도 성의는 준비해야지요.”온사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그 말을 들은 임자부는 착잡한 표정을 짓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걱정 마십시오. 어떻게든 전하께서 기법을 능숙히 익힐 수 있도록 제가 열심히 가르치겠습니다.”성녀는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다.“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말을 마친 온사는 찻잔으로 손을 가져가다가 부주의로 상 위에 놓인 상자를 건드렸다.임자부는 그 상자를 보고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저 말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 선물을 준비하신 겁니까?”온사는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그에게 말했다.“예. 섭정왕 전하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데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저는 분별을 할 수 없어서 드릴지 말지 고민하던 중이었습니다.”그 말에 임자부는 더 호기심이 동했다.옆에 있던 북진연도 덩달아 눈썹을 치켜올렸다.“무슨 선물인데 그렇게 신중을 가하는 것인지 제가 한번 봐도 되겠습니까? 제가 다른 건 몰라도 학문에 관심이 많아서 만물전서를 다 읽은 사람이거든요.”임자부는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자신 있게 말했다.북진연이 옆에서 눈치를 주었다.“내게 주는 선물인데 굳이 네게도 보여줘야 해?”임자부는 그제야 어색한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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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북진연은 상자를 들고 그 꽃을 자세히 살펴보았다.자색 빛을 띄는 꽃은 달콤하고도 진한 향이 났다.“평범한 꽃이 아닌 것 같은데….”북진연은 뭔가 이상함을 느끼며 말끝을 흐렸다.온사는 웃으며 답했다.“평범한 꽃은 아닌 듯합니다.”그는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그럼 약재로 쓰이느냐?”온사는 고개를 끄덕였다.‘전하께 꼭 필요한 약재입니다.’북진연의 가슴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뭔지 알 것 같으면서도 감히 입밖으로 말할 수 없었다.임자부도 드디어 눈치를 채고 경악한 표정으로 그 꽃을 한참이나 뜯어보았다.“서… 설마… 이 꽃이 우리가 찾던 서홍화는 아니겠지요?”온사는 확실한 답을 줄 수 없었다.그녀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자신 없는 어투로 말했다.“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잠시만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임자부는 백년 령지를 보았을 때보다 훨씬 흥분한 상태였다.“이게 진짜라면 왕야의 병은 완치될 희망이 있단 말입니다!”그에 반해 북진연의 표정은 담담했다. 하지만 손은 어느새 의자 손잡이를 꽉 잡고 있었다.“말 끊지 말고 얘기를 끝까지 들어보자.”“예, 그래야지요. 성녀 전하, 이제 말씀해 보십시오. 이 꽃 대체 어디서 났습니까?”온사는 속으로 염불을 읊은 뒤에 미리 준비해 둔 얘기를 꺼냈다.“사실 저도 우연이었습니다. 섭정왕 전하께서는 전에 란 집사가 했던 얘기를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제 외할머니께서는 뛰어난 의술을 갖고 계시고 약초 재배에도 능한 분이셨지요.”“그래, 그랬었지.”북진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온사는 계속해서 말했다.“지난번에 돌아간 이후로 외할머니의 유물을 정리하다가 약초 재배에 관련해서 쓴 서책을 발견했습니다. 호기심에 책을 읽다가 외할머니께서 아주 오래전에 이국의 약재를 재배하셨다던 얘기를 읽게 되었지요. 그 약초 이름이 서홍화였습니다.”“섭정왕 전하께서도 서홍화를 찾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저는 외할머니께서 남겨두신 씨앗을 재배하기 시작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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