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자리를 뜨려던 안명주는 그 말을 듣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온사는 담담하게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온사와 시선이 마주친 안명주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푹 숙였다.하지만 온사는 이대로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그녀는 담담한 어조로 다시 물었다.“왜 그러십니까, 안 소저? 왜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거죠?”그 순간 안명주는 예전에 집으로 찾아와 안란심의 편을 들어주던 그 눈빛을 떠올렸다. 분명 위협적인 말은 하지 않았지만 싸늘한 눈빛에서 느껴지는 위압감에 매번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지금도 그랬다.안명주는 굳은 표정으로 억지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예, 온 소저 말씀이 맞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뒤늦게 말실수를 깨닫고 다급히 덧붙였다.“아, 아닙니다. 성녀 전하, 성녀 전하의 말씀이 맞사옵니다.”온사는 겁에 질려 쩔쩔매는 안명주를 담담히 바라보며 말했다.“진짜로 말도 제대로 못하시네요.”온사는 뭔가 떠오른 듯, 화제를 돌렸다.“참, 아까 저에게 소저의 어멈에게 사과하라 하지 않았습니까?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방금 전까지 왕 점주처럼 기세등등하게 날뛰던 안명주는 겁에 질려 혼비백산한 표정을 지으며 애원했다.“아… 아닙니다! 다 저 천민의 잘못입니다. 저 천민이 눈이 멀어 귀인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돌아가서 혼쭐을 내주겠습니다!”어멈은 변명하고 싶어도 감히 할 수 없었다.자신의 잘못이 아닐지라도 자신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었다.어멈은 안명주의 말에 따라 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예, 소인의 잘못입니다. 가슴 깊이 반성하고 있으니 아량을 베풀어 주십시오, 성녀 전하!”안명주는 겁에 질린 얼굴로 온사의 눈치를 살폈다.온사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겁내지 마세요. 저는 출가인이지 사람을 잡아먹는 악귀가 아니거든요. 참, 안 소저도 봉운루에 물건을 사러 오셨지요? 어차피 왔으니까 올라가서 둘러보다 가세요.”온사는 굳이 어멈의 죄를 사하여 준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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