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수월관.“무우야, 네게로 누가 서신을 보내왔어!”온사가 한창 복경을 베끼고 있는데 무고 사저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안으로 들어왔다.“서신이요? 누가 보냈죠?”온사는 의아한 얼굴로 서신을 받았다.“몰라. 봉투에는 임짜만 써져 있어. 어쨌든 너에게 온 서신이니까 네가 아는 사람이겠지.”온사는 순간 가슴이 뛰었다. 그녀가 아는 사람 중에 임씨는 임자부를 제외하면 그 사람밖에 없었다.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우를 떠올린 그녀는 반가운 얼굴로 서신을 펼쳤다.서신에서는 은은한 꽃향기가 났다.서신을 펼치자 말린 은방울꽃 한송이가 들어 있었다.말린 꽃을 본 온사의 얼굴에 미소가 짙어졌다.그 모습을 본 무고 사저가 궁금한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누군데 서신을 읽지도 않고 벌써 웃고 있는 거야?”온사는 은방울꽃을 매만지며 부드럽게 답했다.“임연주라고 제가 출가하기 전에 친하게 지내던 친우인데 전에 서신을 주고받을 때 암호로 꼭 말린 은방울꽃을 동봉해서 보내고는 했답니다.”“그런 거였구나. 어쩐지 꽃향기가 나더라고.”온사는 말린 은방울꽃을 무고 사저에게 선물로 건넸다.무고 사저가 돌아간 후, 그녀는 그제야 조심스럽게 서신을 읽기 시작했다.전생에 그녀와 작별한 이후로 여태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친구였다.임연주는 어릴 때부터 그녀와 함께 자란 절친이었다.그때 그녀는 진국공부의 적녀였고 임연주는 태사 가문의 딸이었다.임씨 가문은 란씨 가문과의 친분 때문에 진국공부와 왕래를 하기 시작했고 둘은 태어날 때부터 꼭 붙어 다니며 자랐다.나중에 임연주의 할아버지인 임 태사가 다른 지방에 발령이 나게 되면서 임연주도 가족을 따라 경성을 떠났다. 그 뒤로는 거의 만나지 못하고 서로 서신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게 되었다.전생에 그녀가 진국공부로 잡혀가기 전,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임씨 가문은 이족과 결탁하였다는 혐의와 함께 저택에서 증거가 발견되어 가족 모두가 옥에 갇혔다고 했다.그녀는 임연주를 찾아가고 싶었으나, 얼마 안 돼 진국공부에 끌려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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