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501 - Chapter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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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1화

남산 수월관.“무우야, 네게로 누가 서신을 보내왔어!”온사가 한창 복경을 베끼고 있는데 무고 사저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안으로 들어왔다.“서신이요? 누가 보냈죠?”온사는 의아한 얼굴로 서신을 받았다.“몰라. 봉투에는 임짜만 써져 있어. 어쨌든 너에게 온 서신이니까 네가 아는 사람이겠지.”온사는 순간 가슴이 뛰었다. 그녀가 아는 사람 중에 임씨는 임자부를 제외하면 그 사람밖에 없었다.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우를 떠올린 그녀는 반가운 얼굴로 서신을 펼쳤다.서신에서는 은은한 꽃향기가 났다.서신을 펼치자 말린 은방울꽃 한송이가 들어 있었다.말린 꽃을 본 온사의 얼굴에 미소가 짙어졌다.그 모습을 본 무고 사저가 궁금한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누군데 서신을 읽지도 않고 벌써 웃고 있는 거야?”온사는 은방울꽃을 매만지며 부드럽게 답했다.“임연주라고 제가 출가하기 전에 친하게 지내던 친우인데 전에 서신을 주고받을 때 암호로 꼭 말린 은방울꽃을 동봉해서 보내고는 했답니다.”“그런 거였구나. 어쩐지 꽃향기가 나더라고.”온사는 말린 은방울꽃을 무고 사저에게 선물로 건넸다.무고 사저가 돌아간 후, 그녀는 그제야 조심스럽게 서신을 읽기 시작했다.전생에 그녀와 작별한 이후로 여태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친구였다.임연주는 어릴 때부터 그녀와 함께 자란 절친이었다.그때 그녀는 진국공부의 적녀였고 임연주는 태사 가문의 딸이었다.임씨 가문은 란씨 가문과의 친분 때문에 진국공부와 왕래를 하기 시작했고 둘은 태어날 때부터 꼭 붙어 다니며 자랐다.나중에 임연주의 할아버지인 임 태사가 다른 지방에 발령이 나게 되면서 임연주도 가족을 따라 경성을 떠났다. 그 뒤로는 거의 만나지 못하고 서로 서신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게 되었다.전생에 그녀가 진국공부로 잡혀가기 전,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임씨 가문은 이족과 결탁하였다는 혐의와 함께 저택에서 증거가 발견되어 가족 모두가 옥에 갇혔다고 했다.그녀는 임연주를 찾아가고 싶었으나, 얼마 안 돼 진국공부에 끌려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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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누군데 감히 진국공부 대문 앞에서 패악이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당장 안 꺼져?”대문 앞을 지키던 문지기는 몽둥이를 들고 기세등등하게 임연주에게 겁을 주었다. 그러자 그녀의 등 뒤에 있던 호위가 바로 검을 빼들었다.그 모습을 본 문지기는 겁먹은 표정으로 뒤로 물러섰다.“여기가 어딘 줄 알아? 감히 진국공부 대문 앞에서 흉기를 꺼내들다니!”“멍청한 시종 놈이 눈까지 멀었네. 사람 말을 못 알아듣는 건 그렇다 쳐도 감히 나를 못 알아보다니! 눈치도 없는 주제에 무슨 문지기를 한다고!”임연주는 매서운 표정으로 문지기를 노려보며 호통쳤다.다른 한 문지기는 그제야 그녀를 기억해내고 공손히 예를 행했다.“소인, 연주 아씨께 문안드립니다. 오랜만에 뵙네요. 새로 들어온 녀석이라 아씨를 알아보지 못하고 결례를 범하였으니 이번 한 번만 너그러이 넘어가 주십시오. 소인이 지금 들어가서 공자님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아직 상황 파악을 못한 동료를 뒤로 이끌었다.“그래도 넌 눈치가 있네. 너희랑 입씨름할 시간 없으니까 당장 가서 온자월 나오라고 해!”“예, 바로 갑니다!”문지기는 재빨리 집사를 찾아갔다. 집사는 임연주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소식을 듣고 달려 나온 집사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설마 온사 아씨의 소식을 듣고 앙심을 품고 찾아오신 건가?’진국공부는 물론이고 임씨 가문의 딸과 온사가 절친이라는 건 온 경성이 아는 사실이었다.한때 그들은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며 자매보다 더 친근했던 사이였다. 나중에 임씨 가문이 경성을 떠나게 되었지만 임연주와 셋째 공자인 온자월 사이에는 엄연히 혼약이 존재했다.원래는 장남인 온장온과 정혼할 예정이었지만 임연주가 온장온이나 온자신을 그저 오라버니로만 여겼고 온장온 형제도 그녀를 여동생처럼 대했다. 유독 셋째인 온자월과 그녀의 사이가 각별했기에 두 사람 사이에 혼담이 오갔던 것이다.두 사람은 3년 후에 혼례를 올리기로 했는데 반년도 안 지나서 임연주가 집으로 찾아온 상황이었다.집사는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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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화

임연주는 한 손에 채찍을 들고 온자월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가 온장온의 얼굴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장온 오라버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안색이 이리도 창백하신가요?”오랜만에 만난 온장온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쇠약해진 상태였다.창백한 얼굴과 힘없는 걸음걸이까지… 온가의 사형제와 가깝게 지내지 않았더라면 지금 밖으로 나온 사람이 오랜 기간 지병을 앓고 있는 온옥지라고 오해했을 수도 있었다.온장온은 어색한 표정으로 기침을 하고 숨을 고른 후에 억지 미소를 지었다.“최근에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런 것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오랜만에 만났는데 안 좋은 모습을 보였구나.”그는 굳이 자신이 독에 당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참, 왔으면 바로 들어가지 않고 왜 대문 앞에 서 있어? 날씨도 찬데 안에 화로를 준비하라 했으니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하자꾸나.”암연주는 그의 초췌한 모습에 가득 찼던 분노가 조금은 가라앉았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온사의 억울함을 풀어주겠다고 온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임연주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오라버니의 마음은 고맙지만 들어가진 않을 거예요. 온사도 여기 없는데 제가 여길 왜 들어갑니까.”온장온은 한숨을 내쉬고는 그녀에게 말했다.“그래, 들어가기 싫으면 강요는 하지 않으마.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나한테 하렴.”그는 마치 임연주가 찾아온 목적을 알고 있는 듯했다.임연주는 차갑게 코웃음 치고는 본론을 말했다.“걱정 마세요, 오라버니. 내 비록 따지러 온 것이긴 하지만 오늘은 오라버니한테 따질 생각은 없으니까요. 온자월 나오라고 해요. 사내라면 겁쟁이처럼 집안에 숨기만 하지 말고요!”온장온은 힘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셋째는 지금 금족 중이라 아버지의 허락 없이는 나올 수 없어.”임연주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거절하신다는 거네요? 그렇다면 저도 사양하지 않겠어요. 비록 진국공부 안으로 다시는 발을 들일 마음이 없지만 어쨌거나 오늘은 온사를 위해서 왔으니까요. 오라버니께서 불러주시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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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화

“악!”온자월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다급히 몸을 피했다.“대체 어느 미친놈이 감히 내게!”온자월은 음침한 눈을 하고 채찍을 휘두른 상대를 노려보았다.하지만 상대의 얼굴을 알아본 그는 그 자리에 굳어 버리고 말았다.“연주? 네가 왜 여기 있어?”임연주는 채찍을 든 채로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여기 안 왔으면, 눈 먼 네놈이 언제까지 그 사생아의 편을 들면서 온사를 괴롭히라고?”사실 임연주를 처음 본 순간 온자월은 반가운 마음이 먼저였다.임연주는 그의 약혼녀이자, 둘도 없는 소꿉친구로 어린 시절을 함께한 인연이었다.약혼이 결정되었을 때 두 사람 사이에는 어느 정도 정분이 있었기에 오랜만에 본 임연주가 당연히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임연주가 분노에 찬 얼굴로 그와 막내에게 욕설을 퍼붓자 그는 즉시 눈살을 찌푸렸다.“반년만에 보는데 그 성미는 여전하구나. 나는 욕해도 상관없지만 우리 막내는 욕하지 마. 그리고 사생아라는 말도 다시는 입에 담지 말아야 할 것이야.”임연주는 그 말을 듣고 폭소를 터뜨렸다.“내 욕이 듣기 거북했으면 온사에게 그런 추한 짓은 하지 말았어야지!”임연주는 온자월이 자신을 앞에 두고도 그 사생아를 감싸는 걸 보자 가라앉았던 화가 다시 치솟았다.“온자월! 양심도 없는 자식! 내가 경성을 떠나기 전에 했던 당부는 다 잊었어? 나 대신 온사를 잘 지켜주라고 그렇게 당부했는데! 넌 대체 그 애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출신도 불분명한 사생아의 편에 서서 친동생을 괴롭히다니! 대체 무슨 생각이야? 너 온사의 친오라비잖아!”임연주는 맹렬히 온자월을 비난했다.“다른 사람이 어떤지는 내가 상관할 자격도 없지만 온자월 너는 나와 약조했잖아! 그런데 겨우 반년 지났다고 온사를 몰아붙여서 출가하게 만들어?”“온사는 진국공부의 적녀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만인의 사랑을 받고 자랐어. 경성 사람들 모두 그 애를 존중해 줬는데 친 오라비라는 것들이 그애한테 그런 수모를 줘?”임연주의 욕설이 이어질수록 온자월의 표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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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화

“내가 언제 널 두려워했다고!”임연주는 발로 그의 복부를 차서 멀리 쓰러뜨린 후에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능력 있으면 덤벼. 오늘 내 채찍이 널 쓰러뜨릴지 아니면 네가 이길지 햅ㅗ자고!”“미친 계집애!”온자월은 분노의 욕설을 퍼부었다.“언제까지 온사 걔 편에 서서 소란을 피울 거야!”짝!임연주는 바로 채찍질로 대답해 주었다.“누가 소란을 피워? 내가 경성으로 온 이유가 너희들을 혼내주기 위해서야. 오늘 네가 죽든가 아니면 그 사생아가 죽든가 둘 중 한명은 죽어!”“좋아! 그럼 너도 날 탓하지 마!”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진 온자월도 반격에 나섰다.퍽! 짝!온자월도 어릴 적부터 무공을 배웠지만 임연주도 절대 그에게 뒤처지지 않았다.현인 가문이지만 란씨 가문의 비참한 몰락을 본 임 태사는 곧바로 그들을 구하러 사람을 보냈지만 이미 지원군이 도착했을 때는 늦었다.곳곳에 쓰러져 있는 시신을 보고 임씨 가문은 환멸을 느끼고 일찌감치 자식들에게 무공을 배우도록 했다.임연주는 비록 글공부 방면에서 부모님의 우월한 머리를 이어받지 못했지만 무공 수련에서 천부적 재능을 보였다.그녀는 어릴 때부터 온가의 쌍둥이 형제와 주먹다짐을 겨루며 자랐다.온사와 지병을 앓고 있는 온옥지를 제외한 나머지 형제들은 모두 그녀의 연습 대상이었다.오랜만에 만난 온자월은 예전보다 무공 실력이 한층 더 성장했지만 그건 임연주도 마찬가지였다. 둘은 진국공부 대문에서 시작해서 거리까지 자리를 옮기며 한참의 주먹다짐 끝에 온자월의 두 눈은 퍼렇게 멍들었고 입가도 맞아서 뻘겋게 부었다.반면 임연주는 팔에 살짝 주먹을 스쳤을 뿐이었다.그래도 약혼녀라고 온자월이 많이 봐준 것이었지만 임연주는 분이 풀리지 않았다.임연주의 주먹이 또 한번 얼굴을 강타하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온자월은 뒤로 두 걸음 물러서서 그녀와 거리를 벌렸다.“그만 좀 해. 너 아까부터 자꾸 얼굴만 때리는데 어떻게 약혼자한테 이럴 수가 있어!”“닥쳐!”주먹을 거둔 임연주는 눈을 부릅뜨고 그를 노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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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6화

임연주의 당당한 태도에 온자월은 할 말을 잃었다.한참 후에야 그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너 어찌 이럴 수 있어?”임연주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뭐? 나한테 처음 맞아봐? 전에는 아무런 불만도 없더니 이제 와서 왜 그래?”온자월은 또 말문이 막혔다.짜증이 치민 임연주는 어쩌면 온사가 자신을 데리러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졌다.그녀는 귀찮은 듯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됐어.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자고. 그 사생아를 위해 변명하고 싶은 네 마음은 알겠어. 내가 그년을 찾아가서 주먹질을 할까 봐 그러겠지. 어차피 너희들이랑 시비를 따지러 온 건 아니니 깔끔히 끝내자. 네가 걔를 대신해서 내가 화 풀릴 때까지 맞아.”어차피 오늘이 있으면 내일도 있는 법.그녀는 경성에 오래 머물며 매일 그 사생아를 찾아올 속셈이었다.그 말을 들은 온자월은 화가 치밀어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사생아라는 말하지 말랬지? 임연주, 너 사람 말을 못 알아들어? 그리고 잘못을 한 건 막내가 아니야. 네가 무슨 자격으로 걔를 혼내준다는 거야?”“내가 그러고 싶으니까!”임연주는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내가 그러고 싶으니까! 경고하는데 온사 괴롭힌 인간은 누구든 용서 못해!”온자월은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그게 무슨 소리야? 네 말대로라면 여기 진국공부에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주먹질을 하겠다는 얘기야?”임연주는 비웃음을 날리며 비꼬듯 말했다.“그러니까 진국공부의 모두가 온사를 괴롭혔다는 얘기지?”임연주는 째직을 만지작거리며 싸늘한 눈빛으로 온자월과 온장온을 번갈아보았다.“그래, 네 말이 맞아. 너, 그리고 당신, 그리고 여기 없는 둘째랑 넷째, 그 사생아까지 다들 마음 단단히 먹고 기다려. 진국공 아저씨는 연세가 드셨으니까 내가 어쩌지는 못해도 다른 사람은 한 놈도 도망갈 생각하지 마.”온자월은 그녀의 담대한 발언에 버럭 고함을 질렀다.“임연주, 너 너무 건방져!”“난 원래 이런 사람이야!”임연주는 더 이상 무의미한 대화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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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7화

짝!임연주는 주저없이 채찍을 휘둘렀다.온자월은 급기야 얼굴을 피했다.그는 버럭 고함을 질렀다.“너 미쳤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임연주는 채찍을 매만지며 차갑게 말했다.“그래, 네 말이 맞아. 너희 진국공 가문의 일에 내가 간섭할 건 아니지. 너한테 화풀이하러 온 것도 있지만 다른 볼일이 하나 더 있어.”“하, 알면 가만히 있어. 또 무슨 일인데?”이때의 온자월은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어진 임연주의 말을 듣고 한참이나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임연주가 손짓하자 호위가 다가와 무언가를 그녀의 손에 건넸다.그녀는 그것을 확인도 안 하고 바로 온자월의 얼굴에 던지며 차갑게 말했다.“꼭 너랑 해결을 봐야 하는 문제라서 말이야. 나 오늘 너랑 혼약 파기하러 왔으니까.”그 말이 끝나자 진국공부 안팎의 모두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현장에는 순간 정적이 흘렀다.온자월은 그 말을 듣고 한참 멍하니 있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너… 나와의 혼약을 파기하겠다고?”그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을 터뜨렸다.“임연주, 이런 일로 장난치는 거 아니야!”방금 자신의 말이 지나쳤다는 것을 그도 인정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임연주의 방금 말은 선을 넘은 것이었다.‘감히 혼약 따위로 나를 협박해? 얘 대체 뭐 하자는 거지?’온장온 역시 깜짝 놀랐다.그는 저도 모르게 나서서 말렸다.“연주야, 진정해. 이번 일은….”“저는 이미 오기 전에 결정한 일이니 장온 오라버니는 말리지 마세요.”온장온의 말을 끊은 임연주는 실망한 얼굴로 온자월을 바라보며 말했다.“처음부터 이런 말하려던 건 아니었어. 그래도 네 생각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오늘 너에게 정말 실망이야.”계속해서 사생아를 감싸고 친동생을 모욕하는 그를 더 이상 받아줄 수 없었다.그런 사람이 자신처럼 혈연이 아닌 사람에게는 얼마나 더 잔인하게 대할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만약 이대로 진국공부에 시집온다면, 사생아에게 밀려 대접받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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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네가 허락 안 해도 어쩔 수가 없어.”임연주는 코웃음 치며 말했다.“난 너와 상의하러 온 게 아니야. 혼서 밑에 파혼서도 있고 내 지장도 이미 찍혔으니 눈치 있으면 너도 찍어. 이제부터 우린 아무 사이 아니야. 난 이만 온사를 만나러 가야겠으니, 넌 네 사생아 동생이나 챙겨.”“임연주!”분노한 온자월은 크게 발걸음을 내딛으며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촤르륵!칼을 찬 호위가 즉시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비켜!”온자월은 호위들을 노려보며 소리쳤다.“감히 내 앞을 막는다면 목이 날아갈 줄 알아!”“어딜!”임연주의 눈빛이 매서워졌다.“이들은 우리 임씨 가문의 충직한 신하야. 너 같은 외부인 따위는 이 아이들의 목을 칠 자격이 없어!”“외부인?”온자월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지금 나한테 외부인이라고?”“아니야?”임연주는 냉정하게 그가 했던 말을 되돌려주었다.“난 외부인이라서 진국공부의 집안일에 간섭할 권한이 없다며? 네가 한 말이잖아? 그럼 너도 나한테 외부인인 것이지. 어디 외부인 따위가 우리 임가의 일에 관여하려고 들어?”“너!”온자월의 얼굴에 분노가 서렸다.“그저 화가 나서 말실수한 걸 알면서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굴어?”“홧김에 한 말이든 진심이든 상관없어. 내 말만 진심이면 그만이야!”임연주는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빨리 파혼서에 지장 찍어. 안 그럼 앞으로 볼 때마다 때려줄 거니까!”“꿈도 꾸지 마!”임연주가 아무리 협박해도 온자월은 끝내 동의할 수 없었다.화가 치민 임연주는 아예 호위의 손에서 검을 빼앗아 그를 향해 휘둘렀다.검에 맞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온자월의 표정은 음침하게 굳었다.약혼녀가 파혼서에 지장을 찍게 하기 위해 검을 들고 협박하는 상황이라니!그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눈앞의 여인을 노려보며 물었다.“임연주, 그렇게 나랑 파혼하고 싶어?”“그래!”임연주는 검을 바닥에 내리 찍으며 당당하게 소리쳤다. 사나워 보이는 그 모습에서는 강인한 매력도 엿보였다.“나 꼭 파혼해야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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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9화

예전부터 온자월의 성격이 안 좋다는 평판이 많았다. 그와 온자신은 비록 쌍둥이 형제였지만 성격이 완전히 정반대였다.온자신은 솔직 당당하지만 한번 폭주하기 시작하면 못 말리는 성격이었고 온자월은 음울한 편에 속했다.임연주는 예전에 두 사람의 눈매가 달라서 그렇게 보이는 거라고 생각했다.온자월은 사람을 볼 때 이상하게 음울한 느낌을 줄 때가 많았다.지금 와서 그 두 눈을 다시 보니 어딘가 불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특히나 그 수많은 황당한 일들을 하고도 당당하게 온사를 비난하는 그의 태도를 보고 더 이상 자신이 아는 온자월이 아닌 것 같았다.“그만해. 너와 쓸데없는 소리하고 싶지 않아.”임연주는 불편한 느낌을 억지로 참으며 그에게 말했다.“사내면 좀 사내답게 굴어. 나와 파혼하기 싫으면 그 사생아를 집안에서 쫓아내든가, 아니면 네가 진국공부에서 나오든가 선택해. 진국공부의 비호가 없더라도 내가 너 하나쯤은 먹여 살릴 수 있으니까.”“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사내대장부인 내가 어찌 한낱 아녀자인 너한테 빌붙어 살아?”온자월은 점점 더 그녀가 억지를 부린다고 느끼며 눈살을 찌푸렸다.“내가 그랬지. 막내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지금은 그 애한테 불만이 많을지 몰라도 그 애를 만나보면 생각이 바뀔 거야.”“그럴 리 없어.”임연주는 싸늘하게 반박했다.“온자월, 난 무슨 일이 있어도 온사를 택할 거야. 그 애한테 상처준 사람들은 모두 나 임연주의 적이야. 온사를 괴롭힌 사람은 절대 용서 못해!”말을 마친 그녀는 매서운 눈으로 온자월을 노려보았다.“오늘 찾아온 것도 옛정을 생각해서 너에게 기회를 한번 줄 생각이었어. 그런데 네가 그 기회를 걷어찼으니 나를 매정하다 탓하지 마.”짝!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땅에서 파혼서를 집어든 온자월은 주저없이 그것을 찢어 버렸다.분노한 임연주가 소리쳤다.“온자월, 그걸 쓰는데 내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는지 알아? 감히 그걸 찢어? 죽고 싶어?”임연주는 다시 검을 휘두르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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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0화

“온사야!”임연주는 순간 눈을 반짝이더니 다급히 온사의 앞으로 달려갔다.“아니, 잠시만!”온사는 자신을 향해 손을 뻗는 친우를 보고 옛 기억이 떠올라서 다급히 손을 저었다.하지만 미처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임연주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 들어올리더니 제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다.“온사야, 드디어 만났구나! 내가 널 얼마나 보고 싶어했는지 알아? 넌 나 안 보고 싶었어? 빨리 대답해. 대답을 안 하면 안 내려줄 거야!”온사는 재빨리 임연주의 목을 끌어안으며 말했다.“보고 싶었어. 어찌 안 보고 싶었겠어. 그러니 일단 나 좀 내려줘. 나 멀미가 나서 토할 것 같다고.”임연주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그럼 한바퀴 더 돌아야지!”잔뜩 흥분한 임연주는 한바퀴 빙 돌더니 약속대로 온사를 내려주었다.온사는 발이 땅에 닿자마자 현기증을 느끼며 다리에 힘이 풀렸다.정말 간만에 당하는 느낌이라 몸이 감당할 수 없었다.임연주는 서운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온사 너 어떻게 된 거야? 고작 반년 떨어져 있었다고 내 빙글빙글이 싫어진 거야?”온사의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저기, 시정 좀 할게. 반년 떨어져 있어서 갑자기 싫어진 게 아니고 원래도 안 좋아했거든?”같은 여인이지만 임연주는 그녀보다 키가 한뼘은 더 켰다. 그래서 그녀의 곁에만 서면 온사는 자신이 어린아이가 된 느낌이었다.더 기가 막히는 건 임연주가 그녀를 애처럼 대한다는 점이었다.누가 열다섯이나 먹고 절친의 품에 안겨 빙글빙글 도는 것을 좋아한단 말인가.온사는 극도의 수치심을 느꼈다.“온사야, 나 속상해. 아 몰라. 오늘 밤엔 네 침상에서 너랑 같이 잘 거야.”임연주는 온사를 꼭 껴안고 마치 고양이처럼 그녀의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애교를 부렸다.온사는 자신의 목을 껴안은 임연주의 팔을 찰싹 치며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내가 허락 안 해도 너 내 침상에서 잘 거잖아.”임연주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그럼, 그럼. 네가 싫다고 해도 네 방에서 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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