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521 - Chapter 530

642 Chapters

제521화

“하.”온권승은 냉소를 지었다.정말 문제가 없었다면 어제 그가 집안을 수색한다고 말하자마자 그 꽃이 사라졌을 리 없었다.어젯밤 소란이 있은 후, 온장온의 방에서 유일하게 사라진 것은 그 화분들이었다.그 화분들에 문제가 없었다면 온모가 이렇게 빨리 움직였을 리 없었다.온권승은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그는 바로 온모를 부르는 대신, 집사에게 말했다.“큰 공자의 상황이 좋지 않으니, 가서 이 어의를 불러오거라. 내 이 어의한테 직접 들어야겠다.”잠시 후, 이 어의가 도착했다.온권승의 추궁에 이 어의는 사실을 털어놓았다.“그 꽃은 제가 봤던 중에 독성이 가장 악랄한 꽃이었습니다. 지난번에 돌아간 이후로 여러 서적을 뒤져보고 마침내 결론을 내렸죠. 그 꽃은 모종을 심었을 때는 특이점이 없지만 모종이 자라고 꽃봉오리가 맺혔다가 꽃이 피는 과정에서 독성이 점점 강해지는 형태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제 꽃봉오리가 맺혔으니 만약에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꽃이 필 때까지 곁에 두었다면 큰 공자는 속수무책으로 목숨을 잃었을 것입니다.”온권승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이 어의는 자신이 최근 적어둔 필기를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다행인 점은 그나마 빨리 발견했다는 거예요. 제가 말씀드린 약재만 구할 수 있다면 한 가지만 있어도 시간을 좀 끌 수는 있습니다. 적어도 3개월 정도, 해독제를 만들어낼 때까지는 어떻게든 큰 공자의 목숨을 붙잡아둘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온권승은 치미는 분노를 억지로 참으며 이 어의에게 말했다.“어쨌든 이리 달려와줘서 고맙소. 날 잡아서 답례를 보내겠소.”“별말씀을요, 진국공.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저를 불러주십시오.”사실 이 어의는 독이 든 그 꽃이 매우 흥미로웠다. ‘진국공께 한송이 달라고 부탁해 볼까?’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든 이 어의는 음침하게 굳은 진국공의 표정을 보고 생각을 접었다.‘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여쭤봐야지.’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이 어의는 급기야 저택을 나섰다.아니나
Read more

제522화

온권승은 전혀 힘조절을 하지 않았기에 순식간에 온모의 얼굴은 뻘겋게 부어올랐다. 그녀는 순식간에 눈앞이 캄캄해지며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그리고 이때, 수많은 검은 인영들이 온모의 처소에 나타났다. 고옥산은 음산한 눈빛으로 온권승을 노려보며 물었다.“진국공, 이게 뭐 하시는 겁니까?”“비켜라.”온권승은 싸늘한 눈으로 그들 일당을 노려보며 말했다.“내가 내 딸을 훈계하는데 너희들이 뭐라고 끼어드는 것이냐.”“온모가 진국공의 딸인 것은 맞지만 동시에 저희 백씨 가문의 혈통입니다. 저 아이의 털끝 하나 더 건드리면 저희도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말을 마친 고옥산의 주위로 수십 마리의 검은 벌레들이 모여들었다.“하.”온권승은 차갑게 냉소를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지금 감히 나를 협박하는 것이냐?”온권승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의 주변으로 수십 명의 그림자 호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험악한 얼굴로 검을 빼들었다.고옥산의 부하들은 무공 실력이 뛰어난 정예들이었지만 온권승 쪽은 인원수가 많았다.쌍방이 여기서 맞붙는다면 누가 이길지는 장담할 수 없으나, 고옥산의 손실도 적지 않았다.경성이서 서부 변방까지는 수백리나 떨어져 있고 그가 데리고 올 수 있는 인원은 제한적이었다. 이곳에서 누군가가 목숨을 잃는다면 그들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는 의미였다.결국 고옥산은 굳은 표정으로 먼저 온권승에게 화해를 청했다.“오해하셨습니다, 진국공. 저희는 이미 손을 잡기로 하였으니 이런 사소한 일로 얼굴 붉힐 필요가 없지요. 온모는 어쨌거나 저희 아씨의 유일한 핏줄이니 저희가 보호하는 것은 당연하지요. 아무리 화가 나셔도 손찌검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어쨌거나 일의 자초지종부터 파악하는 것이 우선 아니겠습니까?”고옥산은 부하들을 시켜 독벌레를 거두어들인 후, 일부러 백초유를 언급했다.아니나 다를까, 백초유 얘기가 나오자 온권승의 얼굴에 죄책감이 서렸다.그는 온모를 힐끗 바라보았다. 조금전까지 치밀었던 분노가 조금은 가라앉았다.온권승은 그림자 호위를
Read more

제523화

“그런 생각이 없는 것이냐, 아니면 그저 당분간 죽일 생각이 없는 것이냐!”온권승은 이미 온모를 꿰뚫어본 듯,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아비가 매번 경고했었지. 너도 매번 잘못을 인정했지만 마음속으로 깊이 새긴 적 있더냐? 매번 집안에 소란을 일으키고서 아비가 늘 너에게 관대할 것을 바라느냐?”온모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는 이유가 뭐였지? 자, 아비에게 솔직히 말해 보거라. 대체 무슨 이유로 장온이한테 독을 탔는지 말이다.”온모는 잠시 망설이며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온권승의 압박감 넘치는 시선을 바라보며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저… 속상해서 그랬어요… 아버지 말씀처럼 제가 진국공부에 온 이후로 오라버니들은 줄곧 저를 친동생처럼 아끼고 사랑을 주셨죠. 온사 언니가 저를 괴롭혀도 오라버니들은 늘 제 편을 들어주셨어요. 하지만 얼마전 둘째 오라버니가 집을 떠나신 이후로 큰 오라버니도 이제 더 이상 저를 귀여워해 주시지 않았어요. 저는 그게 너무 속상하고 큰 오라버니가 둘째 오라버니처럼 떠날까 두려웠어요. 그래서 사과를 핑계로 큰 오라버니께 독이 든 꽃 화분 두 개를 선물했죠.”온모는 비록 매번 멍청한 짓을 저지르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어떻게 해야 온권승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이럴 때만 되면 머리가 굉장히 빠르게 돌아갔다.만약 온권승에게 자신이 독으로 온장온과 온옥지를 통제할 생각이었고 나아가서 온자월까지 통제할 생각이었다는 것을 솔직히 말한다면 온권승은 더 이상 그녀의 만행을 지켜만 보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최대한 불쌍한 척, 오라버니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서 속상하다고 말했다.그렇게 되면 그녀 혼자 잘못한 게 아니게 되는 것이다.이렇게 되면 온권승은 그녀가 온장온을 통제하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니라 그가 떠날까 두려워서 독을 먹인 것으로 알게 될 것이다.건장한 사내라면 아무도 그가 가려는 길을 막을 수 없겠지만 만약 몸이 쇠약해진 상태라면 함부로 집을 떠날 수 없게 되
Read more

제524화

“예? 또 50대를 맞으라고요?”지난번에 매를 맞은 이후로 한동안 침상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는데 또 50대를 맞으란 말인가!온모가 어떻게든 매를 피하려고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이번에는 아비인 내가 직접 매를 들 것이다. 지난번에는 네 오라비가 너를 많이 봐줘서 그 정도였지. 하지만 네 오라비가 네가 준 독에 당해서 일어도 나지 못하고 있으니 아비가 움직일 수밖에!”그 말을 들은 온모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온권승이 매번 화를 낼 때마다 그녀는 공포에 휩싸였다.조금 전 귀뺨도 전혀 딸이라고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지금 그녀의 얼굴에서는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온모는 저도 모르게 온몸을 떨었다.‘아버지가 직접 강행하신다면 과연 내가 50대를 버틸 수 있을까?’하지만 이 집에서 온권승의 명을 거역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옥산은 불만스러운 눈으로 온권승을 힐끗 쳐다보았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설마 친딸인데 죽이기야 하겠어?’온권승은 싸늘한 얼굴로 온모에게 말했다.“해독제 어딨어? 당장 내놔.”순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던 온모가 어깨를 흠칫 떨었다.그녀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만약 제가 해독제가 없다고 말한다면… 믿어주실 건가요?”짝!“아파요! 아버지!”온권승은 그대로 채찍을 휘둘렀다.그의 분노를 실은 채찍은 순식간에 온모의 등에 뻘건 핏자국을 냈다.“고얀 것! 해독제도 없는 맹독으로 네 오라비를 해하다니! 그러면서 오라비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고?”더 이상 분을 참을 수 없게 된 온권승은 고함을 지르며 채찍을 휘둘렀다.온모의 등은 피범벅이 되었고 그녀는 고통에 몸부림쳤다.“잘못했어요, 아버지! 제가 다 잘못했어요!”“제발 그만 멈춰주세요! 너무 아파요….”“아버지, 저 너무 아파요….”“막내야!”마침 소리를 듣고 달려온 온자월은 그 광경을 보고 급기야 사람들을 제치고 온권승의 앞을 가로막았다.“아버지, 그만하세요!
Read more

제525화

“저 둘을 사당으로 끌고 가서 그곳에서 3일간 반성하도록 하고 내 분부 없이는 물이나 음식을 주지 말거라!”온권승의 지시가 내려지자 그림자 호위가 나타나 온모와 온자월을 데려갔다.등 뒤에 있던 고옥산의 부사가 조용히 물었다.“형님, 저희는 지켜만 보고 있을까요? 가서 말려야 하지 않을까요?”그는 이미 체벌도 다 끝난 마당에 사람을 가둬두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게다가 3일 동안 물도 음식도 주지 않는다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고옥산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그럴 필요 없어.”그는 진국공이 비록 말은 못되게 해도 온모에게 모질게 굴지 못한다는 것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그게 아니라면 온자월이 앞을 막아섰을 때 사람을 시켜 그를 끌어냈을 것이다.하지만 진국공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같이 때린다면서 대부분의 채찍은 온자월이 맞았다.반면 온모는 맨 처음 몇 대 맞은 것 말고는 거의 부상을 입지 않은 상태였다.체벌을 내릴 때도 온모에게 모질게 대하지 않았으니 그녀가 죽게 방치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물론 그건 진국공의 장남이 살아 있다는 전제 하에서 가능한 일이었다.이곳으로 오기 전, 그들은 진국공부의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고 장남이 진국공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도 알고 있었다.미래의 후계자한테 정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진국공이 온모에게 살의를 품어도 할 말이 없었다.아무리 사생아에게 총애를 준다고 해도 후계자를 넘어설 수는 없었다.“어젯밤 그 꽃은 아직 있지?”고옥산은 부하에게 물었다.부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가져다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두었습니다. 형님, 그 꽃이 필요하십니까?”“그래. 이따가 나에게 가져와.”멍청한 온모가 큰 사고를 쳤으니 결국 뒷수습은 그의 몫이었다.그는 온장온이 죽지 말고 살아 있기를 속으로 기도했다. 그가 죽는다면 문제만 더 복잡해질 것이다.하지만 밤이 되어 화분을 마주한 그는 일이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 않을 거라는 것을 깨달았다.“형님, 어떤가요?”고옥산의
Read more

제526화

고옥산은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에 잠겼다.백초유는 온모를 출산하고 바로 죽어버렸으니 누가 온모에게 이것을 가르쳤을 리는 없었다. 그녀는 독학으로 이 기술을 익힌 것이다.‘너무 답 없는 멍청이는 아니었군.’이로써 온모가 백씨 가문의 혈통인 것이 다시 한번 증명되었다.“어쨌거나 온장온의 목숨을 살려두어야겠어.”온모가 죽지 않으려면 진국공의 장남을 살리는 수밖에 없었다.“몰래 이 화분들 처리해. 들키진 말고.”서홍화가 그들 일족의 성화라는 사실을 아는 대명인은 극히 적을 테지만 그래도 만일을 대비해야 했다.만약 이 꽃이 섭정왕이나 황제의 관심을 사게 된다면 그때는 문제가 복잡해질 것이다.“일전에 진국공부에서 모셔온 어의한테 무슨 방법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고옥산은 온모가 사고를 쳤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에 바로 사람을 시켜 자초지종을 조사했다.“그 어의가 말하길, 해독제는 당분간 만들어낼 수 없지만 시간을 끄는 방법은 있다고 했습니다.”부하는 이 어의가 온권승 부자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전했다.서홍화로 시간을 끌 수 있다는 말을 들은 다른 부하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여기 서홍화가 있지 않습니까? 이걸 진국공에게 주면 되지 않을까요?”“멍청한 자식.”고옥산은 차갑게 꾸짖으며 말했다.“이 꽃들은 이미 맹독의 꽃이 되었는데 이걸로 무슨 약을 달여? 이걸 온장온에게 먹이면 바로 즉사할 텐데?”고옥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어의가 서홍화를 언급했다는 걸 들어보면 그의 걱정이 괜한 걱정이 아님이 증명되었다.다만 그쪽도 책에서 본 것이라고 했고 서홍화가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이 없는 게 분명했다. 그게 아니라면 이 화분이 온전히 남아 있을 수 없고 서홍화로 독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충녀가 육성한 독이라면 그 여자한테 멀쩡한 서홍화가 있지 않을까요? 그냥 그 여자한테 물어보죠?”“아니.”고옥산은 온모의 손에 서홍화가 있다고 믿었지만 이 방법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저들에게 서홍화를 줘서는 안 돼
Read more

제527화

수월관으로 가기 전, 온권승은 또 하나의 소식을 들었다.“임연주 그 아이가 돌아왔다고?”온권승은 인상을 찌푸리며 집사에게 물었다.집사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어쩔 바를 몰라했다. 일전에 온장온이 갑자기 쓰러지면서 정신이 없던 상황이라 진국공에게 임연주의 귀경 사실을 보고하는 것을 깜빡했던 것이다.오늘 남산으로 가기 직전에야 집사는 임연주도 수월관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집사는 다급히 고했다.“예, 이틀 전에 연주 아씨는 귀경하자마자 셋째 공자를 찾아오셔서 크게 다투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다 있는 앞에서….”집사는 난감한 듯, 말끝을 흐렸다.온권승은 인상을 잔뜩 구기며 집사를 재촉했다.“그 아이가 뭐라고 했지?”“셋째 공자와… 혼약을 파기하겠다고 했습니다.”온권승의 얼굴에 깊은 분노가 서렸다. 그는 눈을 질끈 감고 숨을 고른 후에 가까스로 분노를 억눌렀다.“둘이 주먹다짐이라도 했어?”“예.”온권승은 계속해서 물었다.“누가 먼저 주먹을 들었지?”“연주 아씨가 먼저요. 셋째 공자도 반격을 했지만 그래도 많이 양보하셔서 아씨가 다치지는 않았습니다.”“그래도 너무 멍청한 짓은 안 했네.”온권승은 음침한 얼굴로 말했다.“양 가문의 혼약은 파기할 수 없어. 당장 창고로 가서 값진 선물을 준비하고 온자월 그 후레자식을 불러 나와 함께 수월관으로 가자고 해. 무슨 방법을 써서든지 임연주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고도 꼭 말해.”집사가 주저하며 말했다.“하지만 셋째 공자께선 몸도 성치 않으신데….”게다가 지금 사당에서 무릎을 꿇고 반성 중이었다.온권승은 차게 코웃음 치며 말했다.“차라리 부상이 있는 게 낫지. 멀쩡한 채로 나왔으면 내가 친히 채찍이라도 휘둘러서 몸에 상처를 냈을 게야.”집사는 그제야 주인이 고육지책을 쓰려 한다는 점을 눈치챘다.“알겠습니다. 소인이 바로 가서 준비할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시지요, 나리.”두 시진 후, 진국공부의 마차가 남산 산기슭에 도착했다.온권승은 가림막을 열고 멀리 있는 오두막을 바라
Read more

제528화

온자월은 음침한 눈을 하고 대문을 노려보았다.반면 온권승은 덤덤한 얼굴로 사람을 시켜 계속 대문을 두드리게 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아무리 두드려도 문을 열어주는 사람이 없었다.안에서는 냉랭한 대답만 들려왔다.“성녀께서는 지금 공무로 바쁘시니 나중에 다시 오십시오.”온자월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온권승이 그를 붙잡았다.“뭘 하려는 거지?”온자월은 이를 갈며 답했다.“임연주를 만나려고요! 임연주도 여기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걔도 안 나오는지 한번 두고 보려고요!”그 말을 들은 온권승은 온자월을 놓아주었다.강제로 침입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어쩌면 임연주가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온권승은 담담히 말했다.“혼약을 파기하는 일로 한번 보자고 말해.”온자월은 경악한 얼굴로 고함을 질렀다.“뭐라고요? 아버지! 저 절대 연주와 파혼 못합니다!”온권승은 한심한 시선으로 온자월을 힐끗 바라보고는 말했다.“그걸 굳이 말이라고! 네가 동의하더라도 아비가 절대 허락 못한다.”이는 온자월을 위한 게 아닌 진국공부를 위한 일이었다.임씨 가문은 현재 온씨 가문과 함께 문관들 중에서도 위신이 있는 세가였다.비록 지금은 지방에 발령났지만 임연주의 할아버지는 이 나라의 태부였다.진국공부가 만약 이런 사돈을 둔다면 조정에서 문관의 수장 입지를 든든히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임씨 가문의 도움으로 학사들의 지지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그러니 온자월이 파혼을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온권승은 절대 허락할 수 없었다.온자월은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었기에 아버지의 속셈을 헤아릴 수 없었다.그는 그저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그렇게 말했다고 믿었다.그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대문을 차서 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문을 두드렸다.안에서 무고 사저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성녀께선 당신들을 만날 시간이 없다고 했잖아요? 내일 오시면 안 돼요? 아니면 모레 오시든가요!”온자월은 음침한 표정으로 대꾸했다.“온사를 만나려는
Read more

제529화

“부상을 입었다고?”임연주는 당황하며 그의 등을 살폈다. 은은한 핏자국이 의복에 묻어 있었다.그녀는 버럭 화를 내며 그에게 소리쳤다.“온자월 너! 어딜 엄한 사람을 잡아? 나 네 등에 채찍 휘두른 적 없어. 이런 식으로 날 몰아가려 하지 마!”“너!”온자월은 이를 악물며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고는 흉흉한 눈빛으로 임연주를 노려보며 말했다.“내가 언제 너한테 맞아서 이렇게 됐다고 했어? 내 등에 난 상처를 좀 보라고. 넌 내가 안쓰럽지도 않아?”임연주는 가소롭다는 듯이 고개를 홱 돌렸다.“널 안쓰럽게 생각하라고? 내가 왜? 고육지책으로 날 설득할 생각하지 마. 이런 술수는 나한테 안 통해!”안쓰러운 거로 따지면 온사의 처지가 더 안쓰러울 따름이었다.그녀는 온사가 진국공부를 나오기 전, 등에 채찍을 맞은 사실도 알고 있었다.외부에 떠도는 소문은 잦아들었지만 아직 그 일을 기억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자세한 사정을 알기에 임연주는 온자월과 온씨 일가 사내들에게 깊은 분노를 느꼈고 사생아인 온모가 혐오스러웠다.“그런 거 아니라고!”온자월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고육지책으로 그녀의 관심을 사려던 건 맞지만 그녀가 이렇게 매몰차게 나올 줄은 몰랐다.온자월의 얼굴은 수치심으로 뻘겋게 달아올랐고 가슴에 울화가 치밀었다.상대가 임연주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검을 겨누었을 것이다.온권승은 여인 하나 다루지 못하고 쩔쩔매는 아들을 보자 표정이 음침하게 굳었다.하지만 임연주가 고개를 돌렸을 때는 바로 다정한 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연주야, 오랜만이구나. 할아버지는 잘 지내시지?”임연주는 웃어른인 온권승이 먼저 인사를 건네니 하는 수 없이 다가가서 예를 행했다.“오랜만에 뵙네요, 아저씨. 그간 강녕하셨나요? 며칠 전에 진국공부에 가서 뵙고 인사를 드릴 참이었는데 그날은 집에 안 계시더군요. 이렇게 웃어른이 먼저 걸음하게 해서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임연주는 일부러 그들이 자신을 보러 온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여 말했다.
Read more

제530화

온자월의 표정이 음침하게 굳었다.“내가 말했잖아. 막내는 정말 순수하고 착한 아이라고. 너도 그 아이를 만나보면 친구가 되고 싶을 거야.”“그런 역겨운 말 하지 마.”임연주는 혐오스럽다는 듯이 그의 말을 끊었다.“난 사생아랑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 없어. 그게 심보 고약한 사생아라면 더욱 더.”그 말을 들은 온자월은 물론이고 온권승의 표정도 굳었다.하지만 임연주는 그들을 봐줄 생각이 없었다.“그 애가 순수하다고? 그래서 온사를 압박하여 출가하게 만들었어? 그 애가 착하다고? 그런데 너한테 독을 먹인 적이 있다며? 온자월 너 취향 참 이상하네. 누가 너한테 독을 먹이는 걸 좋아해?”그동안 온사와 한 방에서 지내며 그녀는 수많은 이야기를 들었다.그 중에는 온자월이 온모의 독에 당한 일도 포함이었다.온자월은 분노하며 말했다.“출가는 온사의 선택이었어. 걔가 속이 좁고 심보가 고약해서 그런 일을, 그게 막내와 무슨 상관이야? 막내가 나한테 독을 먹인 건 오해에서 비롯된 행동이었어. 온사가 먼저 독으로 날 통제했고 내가 연회에서 막내를 수치스럽게 만들어 홧김에 그런 거야. 사후에 나한테 사과도 했고 잘 설명했어. 이건 막내의 잘못이 아니야! 걔는 그저 온사의 악랄한 계략에 당한 것뿐이라고!”“넌 정말 멍청하구나.”임연주는 온권승이 보는 앞에서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화가 나면 사람에게 독을 먹여? 만약에 너한테 먹인 게 맹독이라 네가 그 자리에서 즉사했으면?”“그럴 리 없어!”온자월은 주저없이 반박했다.“막내는 날 해할 이유가 없어.”임연주는 한심한듯 그를 바라보았다.“그래서 대체 왜 이렇게까지 그 애를 믿는 거야?”온자월은 흠칫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 애가 내 목숨을 구해줬으니까.”그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임연주에게는 이해받고 싶었기에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진실을 이야기했다.“그 애가 널 구해줬었다고?”놀란 임연주의 반문에 온자월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것도 한번이 아니야.”임연주는 미간을 확 찌
Read more
PREV
1
...
5152535455
...
65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