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511 - Chapter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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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1화

그 모습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던 임연주는 손을 뻗어 온사의 얼굴을 마구 만졌다.짝!온사는 재빨리 그 손을 쳐내고는 정색해서 말했다.“이상한 짓하지 말고 좀 얌전히 있어.”임연주는 그제야 입을 삐죽이며 고개를 숙였다.두 사람의 친밀한 모습을 본 온자월은 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두 여인이 체통 없이 치근덕대고 있는 모습이라니! 참으로 역겹구나.”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온사와 임연주는 싸늘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심보가 더러운 인간의 눈에는 더러운 것만 보이기 마련이지. 나와 온사는 십여 년을 우정을 나눈 사이인데 좀 가깝게 지내는 게 당연한 거야. 외부인인 네가 상관할 바는 아니잖아?”임연주는 혐오스럽다는 듯이 쏘아붙였고 반면 온사는 담담한 어조로 그에게 말했다.“저는 진국공부의 사람이 아니니 진국공부 사람들의 간섭은 듣지 않겠습니다.”온자월은 참을 수 없는 화가 치밀었다.“형님, 저 계집애들 좀 보세요. 완전히 무법천지잖아요. 가만히 지켜만 보고 계실 건가요?”하지만 그 말을 들은 온장온은 묵묵부답으로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온자월은 오늘 정말 재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약혼녀에게 이유도 없이 폭행을 당한 것도 모자라 파혼까지 요구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게다가 그들 사이를 이간질한 장본인 온사는 괘씸하게도 그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었다.“참으로 황당하구나!”온사는 냉소를 지으며 대꾸했다.“당신이 뭔데 저희한테 훈수를 두는 거죠? 이건 저와 연주 사이의 일입니다.”분노한 온자월이 소리쳤다.“난 너와 혈연으로 연결된 오라비니까! 내가 왜 훈수를 못 둬?”“이제 와서 오라버니라고요? 전에는 전혀 아닌 척하더니 말입니다?”온사의 느긋하지만 얄미운 말투에 온자월은 눈을 부릅떴다.“명의상으로 이제는 아니지만 우린 같은 어머니의 배에서 태어났고 같은 피가 흐르고 있으니 인정하기 싫어도 이건 사실이야.”“임연주, 내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지. 당장 내 옆으로 돌아오면 방금 했던 일과 말들은 없던 일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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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화

결국 온자월은 완고하게도 끝까지 파혼서에 지장을 찍는 것을 거부했다.임연주는 그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도 않고 온사와 시간을 더 보내고 싶었기에 그녀를 따라 수월관으로 갔다.온자월은 고개도 안 돌리고 떠나는 임연주를 보며 억울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두 여인이 떠난 후, 그는 주먹을 꽉 쥐고 처소로 돌아가려고 뒤돌았다.“쿨럭….”이때 등 뒤에서 격렬한 기침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봤더니 온장온이 입을 꽉 틀어막고 있었다.“형님, 대체 무슨 병에 걸렸기에 이렇게 기침을 심하게 하시는 겁니까? 형님?”온자월이 급기야 온장온에게 다가가는데 온장온은 고통스럽게 가슴을 부여잡더니 피를 토했다.“형님, 왜 그러십니까! 의원! 당장 의원을 불러!”온장온의 손을 흥건히 적신 피를 보자마자 온자월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비명을 질렀다.온장온은 피 묻은 손으로 그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괜찮다… 의원은… 부를 필요 없어….”“피까지 토했는데 의원을 안 부르는 게 말이 됩니까! 이러다 정말 죽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온장온은 힘없이 미소 지었다.”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모르겠구나….”“그게 무슨 소리세요, 형님?”온자월은 눈을 부릅뜨며 안성에게 눈짓했다.“형님, 이렇게 아픈데 왜 저에게는 아무 말씀 없으셨나요? 아버지와 막내도 집에 없고 넷째는 자기 몸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상황인데 저에게도 말 안 하고 계시면 누가 형님을 보살핀다고요?”온장온은 힘겹게 몸을 가누며 똑바로 서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안성이 옆에서 잘 돌보고 있지 않니. 넌 금족 중인 거 잊지 마. 연주가 꼭 널 만나겠다고 하지 않았으면, 내가 거부하면 들어가서 널 끌어낸다고 하지만 않았으면 오늘 넌 밖으로 못 나왔어.”임연주 얘기가 나오자 온자월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그는 피식 웃으며 온장온에게 말했다.“걔 성격 포악한 거 아시잖아요.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마세요.”온장온은 당연히 화나지 않았다.그에게 임연주는 온사처럼 친동생 같은 존재였다.비록 혈연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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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3화

그에게는 이제 그럴 기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손을 들어올리던 그는 갑자기 눈앞이 새카매지며 다시 바닥으로 쓰러졌다.“형님!”그 모습을 본 온자월은 급히 달려가서 그를 부축했다. 그러자 죽은 사람처럼 안색이 창백하게 질린 형님의 얼굴이 보였다.그는 순간 겁에 질렸다.‘어떻게 된 거지? 형님은 대체 무슨 병에 걸렸기에…’부름을 받고 달려온 의원은 온장온의 상태를 파악하고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젓더니 온자월에게 한마디 했다.“최대한 빨리 훗일을 준비하시는 게 좋겠습니다.”“뭐라고 하셨습니까!”온자월은 아연실색하며 따지고 들었다.“훗일을 준비하라니요? 저희 형님은 병에 걸렸을 뿐입니다.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감히 저희 형님을 저주하시는 겁니까!”늙은 의원은 다급히 말했다.“제가 살리기 싫어서가 아니라 큰 공자께서는 이미 가망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 늙은이도 어쩔 방법이 없어요. 믿지 못하시겠다면 다른 의원을 알아보십시오.”말을 마친 의원은 약상자를 들고 도망치듯 저택을 나갔다.홀로 남은 온자월은 고통의 비명을 질렀다.“아니, 난 못 믿어! 이건 사실이 아니야! 여봐라! 가서 이 어의를 모셔오너라! 어서!”어의를 저택으로 부르려면 온권승의 영패가 필요했지만 현재 온권승은 형부에 끌려간 상태라 영패가 없었다.다행히 이 어의는 온권승과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 영패가 없어도 기꺼이 찾아와 주었다.온장온의 상태를 자세히 살핀 이 어의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큰 공자의 상태는 거의 가망이 없어 보이는군요. 하지만 얼마 전에 제가 진맥을 봤을 때는 아주 건강한 상태였단 말이죠. 무슨 병이 걸렸다고 해도 이 정도로 쇠약해질 수는 없습니다.”“그럼 대체 형님은 뭐 때문에 이렇게 된 겁니까?”온자월은 다급히 물었다.이 어의는 온장온의 손을 내려놓고 다른 곳을 한참 살피더니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큰 공자께서는 중독되었습니다. 게다가 아주 강력한 맹독이죠.”“뭐라고요?”온자월은 경악하며 펄쩍 뛰었다.“멀쩡히 지내던 형님이 무슨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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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4화

“이 어의, 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 꽃에 독이 들었다니요?”온자월은 자신이 잘못 들은 거라 믿고 싶었다.하지만 이 어의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셋째 공자, 제가 잘못 봤을 리 없습니다. 이 꽃의 정체는 모르겠지만 꽃 향기에는 환각제와 비슷한 맹독이 들었습니다. 장기간 향기를 맡으면 독소는 천천히 체내에 퍼질 것이고 여기 화분이 세 개나 있으니 침식은 더 빨리 진행되었을 겁니다. 큰 공자께서 갑자기 쇠약해진 것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얘기를 들은 온자월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어쩐 일인지 자꾸만 자신에게 독이 든 오리구이를 건네던 온모의 모습이 떠올랐다.‘아니, 절대 그럴 리 없어. 막내가 내게 해명도 했잖아. 그냥 홧김에 한 거라고 했어. 형님은 막내의 정체를 누구한테 말한 적도 없고 서운하게 한 적도 없는데 막내가 형님한테 그런 짓을 했을 리 없어!’그러던 온자월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그는 안성을 노려보며 다시 물었다.“다른 화분 하나는 누구한테서 가져왔다고 했지?”안성은 당황하며 재차 답을 했다.“예, 셋째 공자. 큰 공자께서 넷째 공자의 처소에 가셨다가 가져왔습니다.”“넷째… 그리고 맹독….”온자월의 머리에는 황당한 가설이 떠올랐다.한편.온사를 따라 수월관에 도착한 임연주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금세 눈살을 찌푸렸다.“여기가 네가 출가하여 수련하는 곳이야?”아무리 봐도 너무 초라했다.아무리 그래도 성녀로 책봉된 사람인데 왜 좋은 사찰에 보내지 않고 이리도 편벽한 곳에 보냈단 말인가!“그래, 여기가 내가 출가한 곳이야. 내가 운이 좋았어. 이곳의 주지 사태는 어머니의 오랜 친우시거든. 게다가 그분은 전설 속의 귀의독왕이셔. 나는 막수 사태를 스승으로 삼고 사부님에게서 의술과 독학을 배우고 있어.”임연주는 그제야 표정을 조금 풀었다.‘그럼 그렇지. 황제가 어리긴 해도 그리 쪼잔한 사람은 아니었단 말이야. 자군 이모의 친우셨구나. 게다가 온사의 말을 들어보면 꽤 각별한 사이였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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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5화

“간지럼 공격이닷!”“하하, 잘못했어. 성녀 전하, 소인의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만사에 두려움이 없는 임연주지만 간지럼에 약했다.두 사람은 웃고 떠들며 침상을 뒹굴었고 그들의 유쾌한 웃음 소리는 정원을 가득 채웠다.지붕 위에 있던 추월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다.두 사람은 다시 못다한 이야기를 시작했다.임연주는 비록 오면서 자초지종을 다 들었지만 그래도 온사의 입을 통해 진실을 듣고 싶었다.그 동안 그녀가 대체 무슨 일을 겪었는지 너무 궁금했다.온사는 어쩔 수 없이 그 동안 있던 일들을 천천히 이야기해 주었다.온권승이 온모를 집으로 데려왔을 때부터 그 후에 벌어진 일들까지 전부 얘기했다.듣고 있던 임연주는 굳은 표정으로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옷을 챙기며 밖으로 나가려 했다.“거기 서! 이 추운 날에 어딜 가려고? 여기 온 첫날부터 앓아 눕고 싶지 않으면 당장 돌아와.”온사는 조금만 자극을 주면 폭발하는 임연주의 성격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다.임연주는 분을 참지 못하며 울부짖었다.“내가 가서 그 망할 자식들의 머리를 쪼개버리겠어! 대체 그 안에 뭐가 들었기에 그딴 짓을 벌인 거야! 사생아 하나 때문에 너한테 그런 짓을 하다니!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어!”밖으로 나갈 수 없는 임연주는 주먹으로 땅을 쾅쾅 쳤다.만약 나갈 수 있다면 당장 가서 온가네 형제들의 머리통을 부숴버릴 기세였다.어릴 때부터 그렇게 자라온 임연주였다.예전에는 돌로 온자월의 머리를 찧은 적도 있었다.임연주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임자월 그 자식이 그런 멍청이로 변할 줄 알았으면 그때 더 때려주는 건데! 그 멍청한 머리를 뒀다가 뭐 한다고!”“그러지 말고 제발 진정 좀 해. 네 할아버지를 생각해서라도 사고는 그만 쳐.”온사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한숨을 쉬며 말했다.“걱정 마. 내가 좀 안 좋은 일을 많이 당하긴 했지만 지금의 내 신분으로 저들은 더 이상 날 막대하지 못해. 내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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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6화

“뭐? 네가 황궁에 왜 가?”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에 온사는 가슴이 철렁했다.“입궁하여 폐하의 황비가 되려는 거야?”임연주는 웃으며 답했다.“나 얕잡아 보지 마. 난 황비 따위가 되려고 입궁하려는 게 아니야. 난 황후가 될 거야.”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온사에게 말했다.“얼마 후면 난 입궁하여 황비가 될 거야. 그때가 되면 너도 날 보면 공손히 예를 행해야 해. 만약에 내 마음에 안 들면 널 내 황후궁에 가둬버릴 거야!”온사는 그녀의 이마를 탁 치며 말했다.“진지한 얘기하고 있는데 이상한 데로 새지 마.”“난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는걸?”임연주는 이불을 껴안으며 담담히 말했다.“우리 임씨 가문은 사실 상 지방으로 전출되었어. 법도 대로라면 적어도 10년은 채워야 다시 경성으로 복귀할 수 있지. 일찍 복귀하려면 반드시 계기가 필요해. 아버지가 지방에서 공적을 쌓아 폐하의 인정을 받으려면 최소 10년은 걸릴 거야. 하지만 우리 가문은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 없어.”“너도 알잖아. 경성 세력들은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 같다는 거. 폐하께서는 아직 나이도 어리시니 옆에서 도와줄 사람이 필요할 거야. 우리가 복귀하여 힘이 되어드릴 때까지 최소 10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지.”하지만 그때가 되면 이미 장성한 황제에게는 더 이상 도움이 필요 없을 것이고 임씨 가문은 결국 세력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운명이 될 것이다.온사는 안쓰러운 얼굴로 임연주를 바라보며 말했다.“네 성격에 궁궐 생활이 어울리지 않아. 입궁하면 평생 황궁에 발이 묶인다고. 마음대로 바깥에 나올 수도 없어.”비록 임연주가 황후가 되면 가문을 다시 일으킬 수 있겠지만 그 대가로 그녀는 자유를 바쳐야 했다.속박을 가장 싫어하고 자유를 좋아하는 그녀에게는 고통 그 자체일 것이다.임연주가 영원히 궁궐 안에 갇히게 될 것을 생각하니 온사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꼭 이런 식이어야 해?”임연주는 곧 울 것 같은 그 모습을 보고 가볍게 그녀의 볼을 꼬집었다.“당연히 다른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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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7화

“아버지, 어서 돌아가요. 이 귀신 나올 것 같은 곳에 더 이상 있기 싫어요!”온모는 허둥지둥 밖으로 뛰어갔다. 분명 마차가 기다리고 있길 기대했는데 대문 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불평을 늘어놓았다.“아, 참. 큰 오라버니는 오늘 저희가 나오는 걸 모르고 계시나요? 마중도 안 나오고.”뒤따라 나온 온권승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는 담담히 말했다.“셋째는 금족 중이고 넷째는 다리를 치료 중이고 장온이 역시 최근 건강이 안 좋은데 누가 마중을 나오겠어?”그제야 온모는 말실수를 깨닫고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아… 그걸 잊고 있었네요.”마치 정곡이라도 찔린 것 같은 모습이었다.그제야 그녀는 예전에 온장온에게 주었던 화분에 꽃이 피었을 것이고 곧 발작할 시기가 다가온다는 것을 기억해냈다.돌아가면 어머니가 남겨주신 반 완성품 해독제를 꺼내 온장온의 목숨을 살려줄 생각이었다.그렇게 되면 온씨 가문 삼형제는 모두 그녀에게 은혜를 입었으니 친동생이 아니라도 그들은 그녀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르게 될 것이다.그런 생각을 하니 온모는 안 좋았던 기분이 조금 누그러들었다.“아버지, 이만 돌아가요. 오라버니들도 저희를 많이 걱정하고 계실 거예요.”온모는 웃으며 말했다.반 시진 후, 온모와 온권승은 마침내 진국공부에 도착했다.하지만 도착하자마자 온모는 저택 안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는 것을 발견했다.온권승도 눈살을 찌푸리며 먼저 서재로 갔다. 따뜻한 차로 우선 목을 축인 그는 그제야 시종을 불러 물었다.“큰 공자와 다른 아이들은 어쩌고 있느냐?”시종이 더듬거리며 답했다.“나리, 큰 공자께서는 며칠 전에 피를 토하며 쓰러지셨는데 여러 의원을 불렀지만 다들…”온권승은 음침한 얼굴로 대답을 재촉했다.“말 더듬지 말고 빨리 말해. 의원이 뭐라고 했지?”시종은 다급히 사실을 고했다.“의원들은 하나같이… 후사를 준비하라고 하였습니다.”쾅!온권승이 들고 있던 찻잔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뜨거운 찻물이 사방으로 튀었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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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화

온모는 온장온이 곧 죽을 거라는 소식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며칠 떠나 있는 사이 그의 상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하지만 그 속내를 모르는 온장온은 그녀가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세 개의 화분 중에 그녀가 선물한 것이 두 개나 되는데 어쩌면 그녀도 누군가에게 이용을 당했을 거라고 확신했다.그래서 괜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일단은 좀 더 알아보고 아버지에게 고하기로 했다.온자월은 잠깐의 고민 후에 입을 열었다.“그 돌팔이 의사들은 형님의 상태를 제대로 살피지도 않고 후사를 준비하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이 어의를 불러왔어요. 그제서야 형님께서는 질병이 아닌 독에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또 중독이야?”온권승은 중독 얘기만 나오면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불과 반년 사이에 그의 아들들은 다들 돌아가면서 독에 당했다.이대로 가다가는 언젠가 독에 당해 아들을 먼저 잃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온권승은 음침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넷째 아들과 온모 모두 독을 알고 있지만 그들의 보잘것없는 실력으로는 음해를 당해내기 어려울 것 같았다.‘독에 능한 자를 데려와야겠군.’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계속 질문을 이어갔다.“무슨 독인데? 이 어의에게 방법은 있고?”온자월이 답했다.“이 어의도 독의 정체는 알 수 없다고 해요. 며칠 동안 형님의 상태를 살펴보고 혈액도 검사해 봤는데 지금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약재가 있긴 하다더라고요.”“그게 뭐지?”진국공부에 약재가 부족하진 않았다. 하지만 온자월의 말투와 표정으로 보아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는 아닌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면 온자월이 진작에 꺼내서 사용했을 것이다.아니나다를까, 온자월은 한참 머뭇거리다가 난감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설련화, 서홍화, 그리고 백년산 자령지가 필요하다고 하네요.”온권승은 물론이고 옆에서 듣고 있던 온모마저 놀라서 그 자리에 굳었다.서홍화라는 약재는 들어보지도 못했고 설련화는 며칠 전 안비각이 황제에게 선물로 바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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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화

그날 밤, 온모는 뒤척이며 잠에 들 수가 없었다.머리에 생각이 많으니 잠이 안 오는 건 당연했다. 그녀는 깊은 밤에 온장온의 처소로 찾아가 보기로 했다.그녀는 줄곧 자지 않고 기다렸다가 자정이 되어서야 조용히 침상에서 일어나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향하의 눈을 피해 밖으로 나갔다.“어딜 가려는 거지?”온모가 문을 열고 나가려던 순간, 등 뒤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온모는 화들짝 놀라며 뒤돌아섰다.“당신이었구나. 깜짝 놀랐잖아.”그녀의 등 뒤에 나타난 사람은 얼마전에 그녀를 찾아온 고옥산이었다.어머니의 사람이라고는 하는데 건방지게 구는 걸 봐서 만만한 인물은 아니었다.특히나 독벌레로 자신을 위협한 걸 생각하면 괘씸하고 화가 치밀었다.고옥산은 음산한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더니 재차 물었다.“이 늦은 시간에 어딜 그리 급히 가는 거지?”온모는 곱지 않게 그를 흘기며 대꾸했다.“그게 당신과 무슨 상관이지? 내가 볼일을 보러 가는데 네 허락이 필요해?”고옥산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내가 말했지. 그 멍청한 머리로 이상한 일을 꾸미지 말라고. 또 멍청한 짓을 하면 네 머리 안에 독벌레를 심어서 안에 뭐가 들었는지 확인해 보겠다고.”온모는 대놓고 자신을 협박하는 그의 모습에 수치심이 들었다.“감히 나에게 그런 불경한 말을 하다니! 네가 굳이 나한테 이상한 벌레를 갖고 입궁하라고 하지 않았으면 내가 형부에서 며칠 동안 그 고생을 할 일도 없었어!”“내가 형부 감옥에서 어떻게 버텼는지 알아?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아!”고옥산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섭정왕이 너희들을 고문했어?”그럴 리는 없었다.그가 형부로 들여보낸 독벌레들이 보낸 정보에 따르면 온사와 온권승은 아무런 고문도 받지 않았다.온모는 싸늘한 얼굴로 쏘아붙였다.“고문은 안 당했지만 먹지도 자지도 못해서 뼈만 앙상하게 남은 내 모습이 안 보여? 거기가 얼마나 지옥 같았는지 알아?”고옥산은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정말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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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화

예리한 단도가 사내의 목덜미에 닿았다.검은 옷을 입은 사내는 재빨리 뒤로 몸을 피했다. 침상 위에 온장온을 제외하고 딴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사내는 경계 어린 눈으로 뒤로 피했다.두 사람은 그렇게 온장온의 방 안에서 격전을 벌였다.하지만 양쪽 다 바깥의 사람들을 불러들이기 싫었기에 소리가 안 나게 각별히 조심했다.그렇게 한참 격전을 벌인 온자월은 상대의 실력이 자신보다 위라는 것을 깨달았다.이 사람은 온사 신변의 여자 호위가 아니었다.온자월은 눈살을 찌푸리며 단도를 상대의 목에 들이밀었다.“너 대체 누구냐? 왜 진국공부의 장남을 독살하려 한 거지?”하지만 상대가 그의 질문에 대답해 줄 리 없었다. 그는 온자월의 복부를 발로 차서 거리를 벌리고는 안쪽을 향해 뛰어갔다.온자월도 급히 그의 뒤를 추격했다.사내는 곧장 온장온의 침상을 향해 달려들었다.놀란 온자월은 손에 들고 있던 단도를 던졌다.마침 그때, 온장온을 인질로 잡으려던 사내의 시선에 창턱에 놓인 화분이 들어왔다. 그는 곧장 방향을 틀었다.그렇게 몸을 비틀면서 온자월의 단도가 그의 손등을 스치며 깊은 상처를 냈다.“거기 멈추고 그거 내려놔.”침상으로 다가간 온자월은 곧바로 상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그는 차갑게 경고하며 주먹을 쥐고 상대에게 달려들었다.검은 옷을 입은 사내는 화분을 들고 자리를 뜨려다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분명 두 개라고 했는데 왜 똑 같은 게 하나 더 있지?’사내는 잠깐 멈칫하다가 온자월의 공세를 피해 옆으로 몸을 틀었다.화분의 크기가 작지 않았기에 한번에 세 개를 가져가는 건 불가능했다.그는 한편으로는 온자월을 상대하며 잠깐 고민에 빠졌다가 화분에 심은 모종을 뿌리채 뽑은 후, 화분을 온자월에게 던졌다.쾅!화분이 부서지는 소리는 바깥을 지키던 사람들의 귀까지 전해졌다.‘이 망할 자식이!’온자월은 놈을 뒤쫓으려 했지만 상대는 이미 모종을 뿌리채 뽑은 후 창문을 통해 바깥으로 도망쳤다.온자월은 그렇게 홀로 남게 되었고 호위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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