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591 - Chapter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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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1화

“가자. 별구경을 하고 싶다며? 어디로 가면 되니?”“제가 알아요! 제가 오라버니를 안내할게요!”온사는 별구경 하러 간다는 말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그래. 오라버니가 안고 갈 테니 길은 네가 안내하렴.”“하지만 저는 무거운걸요. 오라버니가 힘든 건 싫어요.”“네가 무겁다고 누가 그래?”“셋째 오라버니가요.”“그 녀석이 약해서 그래. 넷째보다도 못한 녀석. 내 말 들어. 우리 온사는 전혀 무겁지 않아. 네가 앞으로 커도 안아줄 수가 있어!”“오라버니는 정말 다정하세요!”“그럼 가족 중에 우리 온사는 누굴 제일 좋아하니? 큰 오라버니야? 아니면 나야?”“다 좋아요!”“쳇! 그럴 땐 내가 제일 좋다고 하는 거야!”그날 밤, 남매는 교외로 나가 밤새 별을 구경하고 돌아왔다. 돌아와서 한바탕 훈계를 들은 것은 당연했다.온사의 이마에 난 혹을 보고 온권승은 의원을 불러왔지만 이상하게도 온자신을 더 꾸중하지는 않았다.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온권승은 온사가 했던 말을 들은 것 같았다.그래서 더 이상 그에게 벌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온자신은 수월관 대문 앞에 앉아 지난 날을 회상했다. 후회와 복잡한 감정이 몰려왔다.분명 정말 행복한 일가족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모두가 변해버렸다.그가 가장 아끼던 여동생은 언제부터인가 집안의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그러나 온사가 변한 게 아니었다.그녀가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면 그들에게서 받은 상처가 너무 깊어서였다.그래서 더는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간 것이고 그들 모두를 버린 것이다.온자신은 손을 들어 얼굴을 감쌌다.고요한 밤, 한 사내가 수월관 대문 앞에서 아이처럼 흐느끼고 있었다.“온사야, 미안하구나… 오라비가 미안해… 다 내가 잘못했어….”그 시각, 온사의 처소.이날 밤, 온사는 어릴 적 꿈을 꾸었다.눈을 떴을 때는 사방이 깜깜했다.‘언제 잠들었지?’침상에 다시 누워 눈을 감았지만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자, 그녀는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오늘 밤엔 별이 많네.”온사는 고개를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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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그날 밤, 온자신은 새벽까지 수월관 대문 앞에 앉아 있었다.아침 종소리가 들려서야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온자신은 굳게 닫힌 수월관 대문을 한번 돌아보고는 뻐근한 몸을 이끌고 천천히 산을 내려갔다.오두막에 돌아오니 어슴푸레 해가 뜨고 있었다.온자신은 멀리서 불빛이 새어 나오는 오두막을 바라보다가 미간을 찌푸렸다.‘날이 다 밝았는데 아직도 깨어 있는 건가?’뭔가 이상함을 느낀 온자신은 걸음을 재촉하여 다가가서 문을 두드렸다.“셋째야, 문 열어!”곧이어 안쪽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온자월이 대문을 열었다.방 안으로 갔더니 온모가 침상에 앉아 조심스레 발목을 문지르고 있었다.“왜 아직도 안 잤어? 일찍 자고 오늘 아침에 나가기로 했잖아?”온자신은 별다른 이상이 없자 미간을 찌푸리며 그들에게 물었다.그 말을 들은 온자월의 표정이 굳었다.“형님, 꼭 이렇게 우리를 쫓아내야겠어?”“너희 사정이야 내 알 바 아니고.”온자신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이곳은 온사가 있는 수월관이랑 가까운 곳이야. 난 내 동생한테 다시 오해받기 싫으니까 쟤는 내보내.”안으로 들어간 온자신은 주전자에 남아 있던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온몸이 개운해지자 정신도 더 맑아졌고 그럴수록 그의 생각은 확고해졌다.‘그래. 온모 저 애는 계속 여기에 둘 수 없어.’온모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온사가 알게 된다면 어렵사리 완화됐던 그들의 관계가 또 얼어붙을 수 있었다.어쩌면 온사는 다시는 그를 용서해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절대 온모와 역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온자신은 싸늘한 얼굴로 그들에게 말했다.“어차피 안 자고 있었으니 마침 잘됐구나. 당장 내 집에서 나가.”“지금 당장?”온자월은 날이 선 목소리로 따지고 들었다.“형님? 너무한 거 아니야? 온사만 동생이고 우린 형님의 가족도 아니야? 온사 때문에 날도 채 안 밝았는데 이렇게 우릴 내쫓는다고?”“닥쳐!”온자신은 매서운 눈으로 온자월을 노려보며 소리쳤다.“잘 들어. 네가 내 동생인 걸 봐서 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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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온자신은 분노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온모를 빤히 바라보다가 피식 웃고는 저주 같은 말을 내뱉었다.“넌 모든 걸 잃게 될 거다.”“닥치세요!”온모는 더 이상 참고만 있을 수 없었다.온자신이 돌아온 이후에 다친 발목을 이용해 그의 동정심을 유발할 생각이었는데 밤새 나갔다 돌아온 온자신은 어제보다 더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게다가 말 한마디 한마디 그녀의 약점을 찌르며 그녀를 비웃기까지 했다.‘내가 제일 불쌍한 사람이라고? 어딜 감히!’온모는 온사를 집에서 내쫓은 이후로 진국공 가문에서 가장 사랑받는 존재가 되었다고 자부했다.이미 승려가 된 온사와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인데 뭐가 불쌍하단 말인가?벌떡 침상에서 일어선 온모는 눈시울을 붉히더니 울음을 터뜨렸다.“둘째 오라버니께서 온사 언니를 편애하시는 건 알겠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를 저주하실 것까지는 없지 않나요! 저도 오라버니의 동생이에요! 예전에는 그렇게 저를 예뻐해 주셨으면서 왜 갑자기 태도가 이렇게 바뀐 건가요?”온모의 울음은 온자신의 마음을 움직이진 못했으나 온자월의 마음을 움직이기엔 충분했다.“형님!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온자월은 곧바로 온모의 앞을 막아서며 분노한 얼굴로 온자신에게 따졌다.“형님이 그렇게 나가고 막내가 형님을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발목을 다쳤으면서도 형님 오실 때까지 기다려서 대화라도 나눠보겠다고 잠도 안 자고 기다렸어. 그런데 뭐가 어째?”“돌아오자마자 한다는 소리가 나가라는 얘기야? 게다가 막내에게 그런 심한 말을 하다니! 우리도 형님의 동생인데 어떻게 온사만 생각하고 우리 생각은 전혀 안 할 수가 있어?”“온자월!”온자신은 실망한 눈으로 동생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어제까지는 네가 이 정도로 답 없는 놈인 줄은 몰랐는데 여전히 너는 상황 파악을 못하는구나. 네가 고집을 꺾지 않겠다면 나를 형님이라 부르지도 말거라. 난 너 같은 동생 둔 적도 없고 쟤는 처음부터 내 동생이 아니야!”“그게 무슨!”온자신이 이리도 매정하게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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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온자월은 악에 받친 목소리로 온자신에게 따졌다.자신을 버리고 매몰차게 등을 돌리던 임연주의 얼굴과 지금 형의 얼굴이 겹쳐졌다.‘내 약혼녀이고 내 형님이거늘! 왜 다들 나한테 이러는 거지?’“왜 그랬어? 빨리 말해!”온자월은 마치 배신을 당한 사람처럼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온자신을 바라보며 대답을 재촉했다.그는 왜 소중한 사람들이 하나 같이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고 떠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정말 내가 잘못한 걸까? 하지만 내가 뭘 잘못했지?’그는 그저 온사와 온모 사이에서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온모를 택했을 뿐이었다.과연 그게 잘못인 걸까?하지만 온자신은 더 이상 그를 보고 있지 않았다.“너와는 말도 안 통하고 할 얘기도 없어.”“하! 말이 안 통해? 형님이 우리랑 얘기하기 싫은 거겠지! 전에는 나랑 잘만 얘기하더니 이제 와서 할 말이 없어? 형제 사이에 할 얘기 없단 말이 어딨어?”온자월은 이해할 수 없었다.그는 온자신이 그저 그들이 싫어서 핑계를 댄다고 생각했다.“온자월, 난 이미 너에게 할 수 있는 얘기를 다 해줬고 충고도 많이 해줬어. 허나 넌 듣지 않았지. 넌 네가 듣고 싶은 얘기만 듣고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해. 다른 사람의 충고는 들으려도 하지 않는데 어떻게 소통이 되겠어?”“이쯤하고 너 혼자 잘 생각해 봐.”말을 마친 온자신은 뒤돌아서 집을 나가려 했다.하지만 온자월은 이대로 그를 보낼 수 없었다.그는 온자신의 팔을 잡고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가지 마! 형님, 오늘 얘기 제대로 끝맺지 못하면 나갈 생각하지 마!”안 그래도 짜증이 가득 치밀었던 온자신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싸늘해진 얼굴로 온자월을 노려보며 말했다.“이거 놔.”“아니! 못 놔!”온자월은 이를 갈며 그를 노려보았다.쾅!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온자월의 주먹이 탁자를 쳤다.“마지막 기회를 주는 거야. 이거 놔.”온자신은 진심으로 화가 치밀었다.하지만 온자월은 겁먹지 않고 오히려 더 분노하며 말했다.“하! 싸우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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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분노를 가득 싫은 주먹은 서로의 얼굴을 사정없이 때렸고 얼마 못가 둘의 얼굴은 멍투성이가 되었다.밖으로 나온 온모는 상황을 잠시 지켜보았다.그녀에게는 오히려 기회였으나, 정작 기분은 좋지 않았다.둘은 자신의 통제 하에 다툼이 일어난 게 아니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오히려 점점 두 사람이 통제를 잃어가는 기분이 들었다.이런 무기력감은 온모의 기분을 더 나쁘게 했다.그녀는 둘이 죽기내기로 치고 박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빤히 지켜만 보았다.한참이 지나 두 사람이 지쳐서 숨을 헐떡일 때에야 온모는 둘의 상태를 살펴보았다.온자월은 체력적으로 온자신에 비해 많이 뒤처진 상태였다. 만약 정말로 승부를 본다면 승자는 누가 될지 안 봐도 뻔했다.온자신은 여전히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그는 자신의 동생과 완전히 틀어지고 싶지 않았기에 어느 정도 여지를 봐가며 싸우고 있었다.싸움에 끼고 싶지 않았던 온모는 그것을 발견하고 묘한 표정을 지었다.한참 고민하던 그녀는 싸움이 거의 끝나가고 있을 때에야 연기를 시작했다.“셋째 오라버니, 그만하세요!”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둘에게 말했다.“셋째 오라버니, 아직도 모르겠어요? 둘째 오라버니가 계속 양보만 하고 있잖아요. 둘째 오라버니는 형제끼리 싸우는 게 싫으신 거예요. 그러니 이제 그만하세요. 더 이상 싸울 필요가 없잖아요.”그녀의 말을 들은 온자신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 뭔가 말이 좀 이상한데 그렇다고 트집을 잡을 수도 없었다.그가 당혹스러워하던 사이, 온자월은 갑자기 그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그의 턱에 꽂았다.‘이게 미쳤나?’온자신이 고개를 돌리자 눈에 독기가 오른 온자월이 씩씩거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온자신!”온자신은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곧이어 온자월의 욕설이 고막을 찢을 것처럼 들려왔다.“누가 양보하랬어? 나보다 조금 일찍 태어났다고 네가 뭐라도 된 줄 알아? 가식적으로 굴지 마! 너도 날 무시하는 거잖아!”“한 번만 더 양보해 봐! 죽여 버릴 테니까!”쾅!한바탕 분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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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온자신은 한손으로 온자월의 주먹을 받아내고는 싸늘한 눈으로 온자월을 노려보며 말했다.“너와 나 사이의 싸움인데 온사와 무슨 상관이야?”“그냥 난 그 애가 마음에 안 들어!”온자월은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형님이 그년 위해서 나랑 연을 끊겠다잖아! 그렇다면 오늘 형님 힘으로 날 쓰러뜨리든가, 아니면 절대 날 막을 생각하지 마!”말을 마친 온자월은 갑자기 온자신을 향해 발길질을 했고 놀란 온자신은 재빨리 몸을 비틀어 아슬아슬하게 피했다.다시 고개를 돌린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온자월을 바라보며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온자월! 잊지 마. 온사는 네 동생이기도 해! 한낱 외부인한테도 그렇게 잘해주면서 왜 네 동생한테는 관대하지 못한 거니?”“퉤!”온자월은 바닥에 피가 섞인 침을 뱉은 후에 혐오스럽다는 듯이 말했다.“친동생 좋아하네! 그년이 날 협박해서 연주와 파혼하게 만들 때부터 그 애는 이미 내 동생이 아니었어! 형님도 마찬가지야!”온자월은 분노한 눈으로 온자신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형님도 나랑 연을 끊겠다면서? 더 이상 말하지 마! 형님이 온사 그년을 선택한 그 순간부터 이제 넌 내 형님이 아니게 된 거야!”“다 마음에 안 들어! 온사도 그렇고 임연주도 그렇고! 형님도 똑같아! 난 혼자라도 상관없어! 어차피 신경도 안 쓰니까! 온자신, 자신 있으면 덤벼! 그 주먹으로 나를 쓰러뜨려 봐!”온자월은 광기 어린 눈빛으로 온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온자신은 긴 한숨을 내쉬고는 싸늘한 표정으로 온자신을 한참 바라보다가 말했다.“그렇다면 네 소원을 들어줄 수밖에.”쾅!두 사람은 다시 엉겨붙어 싸우기 시작했다.이번에는 둘 다 전력으로 임했고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뼈에서 으드득 소리가 나오고 입에서 피가 튀겨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될 때까지도 그들의 싸움은 멈추지 않았다.도발에 성공한 온모는 만족스럽게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둘이 싸워서 부상자가 발생해야지 오늘 여기서 쫓겨나는 처지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온모는 서로에게 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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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그래, 그래. 오라비가 잘못했어. 앞으로는 막내 네 말을 들을게.”온자월은 웃으며 그녀에게 사과했다.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돌려 온자신을 바라보았다.그는 이로써 온자신에게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는 듯했다.하지만 온자신의 마음은 어둡게 가라앉고 있었다.그들에게서 멀리 떨어져서 온모의 행동을 바라본 온자신은 진실을 볼 수 있게 되었다.온모가 감언이설로 온자월을 속이고 있을 때, 그는 멀리서 그녀의 표정을 관찰했다. 그리고 스치듯 지나간 혐오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특히나 셋째가 다짐을 하는 말을 들을 때, 온모의 입가에 스친 그 가소롭지도 않다는 비웃음은 그의 눈을 피해가지 못했다.다만 온자월이 고개를 들고 그녀와 시선을 마주한 순간에 감쪽같이 그 표정을 감추었을 뿐이었다.“둘째 오라버니, 왜 그러세요?”온모는 온자신이 말이 없자 경계를 세우고 그에게 물었다.온자신은 그녀의 눈빛을 바라보고 있자니 역겨움이 몰려왔다.특히나 아직도 그녀에게 속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동생을 보자 그의 표정은 더욱 험악해졌다.온자월은 그와 똑 같은 얼굴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는 동생을 통해 과거의 자신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때의 그 역시 온모의 감언이설과 이간질에 속아 온사에게 상처주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그러면서도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확신했으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지금의 온자월은 그때의 자신과 정말 닮아 있었다.어쩌면 과거의 그보다도 더 깊게 빠져서 거짓말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만약 아무도 셋째를 이 기만에서 끄집어내지 않는다면, 만약 쌍둥이 형인 자신마저도 셋째를 포기한다면 그는 정말 구원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온자신은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셋째를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어.’“셋째야.”온자신은 용기를 내어 온자월을 불렀다.온자월은 고개를 돌리고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꾸했다.“또 뭐야?”온자신은 잠깐의 침묵 후에 천천히 말했다.“오늘은 이 지경이 되었으니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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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8화

쌍둥이 형제 둘 다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온자월에 비하면 온자신의 상태는 그나마 양호한 편이었다.그는 잠깐의 휴식 후에 몸에 묻은 먼지를 털고 일어섰다.그러고는 온모와 온자월을 바라보며 물었다.“여기서 얼마나 지낼 생각이니?”그 말을 들은 온모와 온자월은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곧이어 온자월이 말했다.“막내도 발목을 다쳐서 요양이 필요해. 적어도 한달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어쨌든 온자신이 생각이 바뀌어 그들을 받아준다고 하니 최대한 기한을 길게 말하는 게 유리했다.한달이면 아버지가 준 임무를 완수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일 것이다.온자신은 담담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그럼 있을 만한 곳을 더 지어야겠구나.”한 달이라는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지금 오두막은 방 하나뿐이니 셋을 수용하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했다.그는 일단 간단히 방 두 개만 짓기로 했다. 어차피 품이 많이 드는 일도 아니니 이틀이면 충분할 것이다.나중에 이들을 돌려보낸다고 해도 다른 용도로 쓰일 수도 있었다.온자신은 그런 생각을 하며 그들에게 말했다.“오두막 뒤편에 내가 모아 놓은 짚들이 있어. 좀 쉬고 기력을 되찾으면 그걸 가져다가 해볕에 말리도록 해. 나는 가서 나무를 좀 사와야겠구나.”말을 마친 그는 안방으로 들어가서 나무를 살 돈을 가지고 나오려 했다.그 말을 들은 온모가 다급히 그의 앞을 막아섰다.“잠시만요, 둘째 오라버니!”온자신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말했다.“날 오라비라 부르지 말라고 했지 않니.”온모는 억지 미소를 쥐어짜며 그에게 물었다.“그럼… 저는 뭐라고 불러야 하나요?”“호칭은 필요 없으니 용건이나 말해.”그녀에게서 어떠한 호칭도 듣고 싶지 않았던 온자신은 싸늘한 표정으로 대꾸했다.온모의 표정이 험악하게 굳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그에게 말했다.“단지 저는… 어차피 당분간 이곳에 살게 되었는데 나무 살 돈까지 오라버니의 신세를 지기 싫어서요. 저희가 머물 집인데 돈은 저희가 내야죠.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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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오라버니? 방엔 뭐 하러 들어가셨어요? 왜 제가 드린 돈은 안 받아요?”온모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그에게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야. 안에 들어가서 챙길 게 좀 있어서.”온자신은 그제야 온모의 손에서 동전 꿰미를 건네받았다. 동전들을 꿰고 있는 끈이 자신의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확인한 후, 그는 자신이 오해했다고 확신했다.온자신이 말했다.“네 뜻이 그러하다면 이 돈은 내가 먼저 받아두겠다. 오늘 밤엔 뭘 먹을 거니? 가는 길에 반찬도 좀 사오도록 하마.”온모는 살짝 고개를 들고 그의 얼굴 표정을 관찰했다.온자신이 완전히 속아넘어간 것을 확인하자, 그녀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스쳤다.이제 나중에 그 동전 꿰미들이 사라지더라도 자신을 의심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그녀는 약간의 속임수를 사용했을 뿐이었다.동전 한 꿰미를 그대로 훔치면 너무 티가 나지만 꿰미에서 두세 잎 정도 빼면 온자신이 그걸 일일이 세어보지 않는 이상은 들킬 위험이 없었다.게다가 자신의 돈이라면서 보태라고 내놓았으니 더더욱 그의 의심을 살 일이 없었다.온모의 입가에 의기양양한 미소가 스쳤다.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녀는 갑자기 자존심이 상했다.‘존귀한 진국공부의 아가씨인 내가 고작 동전 몇 잎 때문에 이렇게 좋아할 일이야?’온자신이 밖으로 나간 후, 온모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다가 자신을 바라보는 온자월과 시선이 마주쳤다.온모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셋째 오라버니? 왜 저를… 그런 눈으로 쳐다보세요?”온자월은 아까부터 의아했던 점을 물었다.“너 그 동전 꾸러미, 어디서 났어? 집을 나올 때는 돈이 없다고 했지 않았니?”정곡을 찔린 온모는 당황한 표정을 감추며 그에게 말했다.“아예 없다고 한 건 아니에요. 다만 푼돈이라 얘기를 안 한 것뿐이죠. 셋째 오라버니도 방금 보셨잖아요. 아까 그 동전 한 꾸러미가 제가 가진 전재산이었어요.”“그럼 그 많은 동전은 어디서 났니?”온자월이 의아한 건 바로 이 점이었다.온모는 머리를 굴리며 이미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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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경성 진국공부.안으로 들어온 집사는 안절부절 못하며 조심스레 주인의 눈치를 살폈다.“찾았어?”온권승이 음침한 얼굴로 물었다.집사는 곧바로 고개를 숙이고 답했다.“나리, 하인들을 시켜 집안 곳곳을 샅샅이 수색했지만 그건 어디에도 없었습니다.”온권승의 표정이 더 살벌하게 변했다.“사람은? 수상한 자가 내 서재에 접근하는 건 못 봤어? 아니면 수상쩍게 저택 근처를 배회하는 자는?”집사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아무런 이상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온권승은 기가 차다는 듯이 웃으며 싸늘한 목소리로 호통쳤다.“아무것도 못 찾고 수상한 자도 못 발견했다니! 너희들은 대체 뭐 하는 놈들이야!”쾅!그는 힘껏 책상을 내려치더니 분노한 목소리로 호통쳤다.“내 서재에 있던 물건이 내가 잠깐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진국공 내부에 도둑이라도 있단 말이냐?”집사는 고개를 푹 숙이고 주인의 분노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이 일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고 온권승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을 수 없었다.그는 이를 갈며 집사에게 말했다.“계속 수색해. 아무런 단서도 못 찾으면 목이 날아갈 줄 알아!”그 말을 들은 집사는 가슴이 철렁했다.그는 잃어버린 그 물건이 대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었다.‘진국공부의 안위를 위협할 정도로 위험한 물건인가?’집사의 추측은 정확했다.장생전의 존재가 아직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만약에 어느 날 들통나기라도 한다면 그 물건은 진국공부의 숨통을 단번에 끊어버릴 재앙이 될 것이다.온권승은 속으로 이걸 가져온 온자월을 생각하니 욕설을 퍼붓고 싶었다.장생단이 갑자기 진국공부에 나타난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있을 테지만 하필이면 그걸 사온 사람이 그의 셋째 아들이라는 것이 문제였다.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진국공부 전체가 위기에 빠질 것은 명백했다.그래서 아이들을 내쫓은 이후에 물건을 처리할 생각이었는데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단약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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