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581 - Chapter 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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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1화

“이 소리는….”온자신은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저 애들이 여긴 왜 온 거지?’“둘째 오라버니? 둘째 오라버니!”“형님, 빨리 문 좀 열어줘!”“안에 있는 거 다 알아. 방에 불도 켜져 있는데 어서 나랑 막내를 들여보내 줘!”문을 열어줄 생각이 없었던 온자신은 시끄럽게 떠드는 그들의 소리에 짜증이 치밀었다.평소 이 시간이라면 주변은 고요에 휩싸였겠지만, 그들의 도래로 느긋한 휴식의 시간은 완전히 파괴되어 버렸다.결국 성화에 견디지 못한 온자신은 다가가서 문을 열었다.문이 열리자, 온자신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오밤중에 집에서 자지 않고 여긴 왜 왔어?”“잠깐만요, 둘째 오라버니. 일단 들어가서 얘기해요. 저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계속 서 있다가는 다리가 부러질 것 같다고요.”온모와 온자월은 마치 제집인양, 온자신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갔다.“아니… 너희들….”온자신은 미처 그들을 말릴 사이도 없이 그들에게 밀쳐져서 옆으로 물러섰다.그가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왔을 때, 두 사람은 이미 주전자에 있던 차를 다 마셔버린 후였다.“둘째 오라버니, 마실 것 좀 더 있나요? 마실 것 좀만 더 주세요. 목이 너무 말라요!”“형님, 먹을 거 좀 있어? 먹을 것도 좀 꺼내줘. 하루종일 걸었더니 죽을 맛이야.”온모와 온자신은 장장 두 시진을 걷다가 겨우 중도에서 마차를 얻어타고 이 곳으로 오게 된 것이다.걷는 동안에 조금 멈춰서 쉬어오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힘들고 피곤했다.체력적으로 힘든 건 그렇다쳐도 몸에 지닌 게 아무것도 없다 보니 허기와 갈증을 달래줄 수 없어 더욱 힘들었다.그들은 배고픔과 갈증을 참으며 겨우 밤중이 돼서야 이곳에 도착한 것이다.온자신이 아직 잠들지 않아 방에 불을 밝히고 있어서 오두막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안 그랬으면 어두컴컴한 산 속에서 길을 잃었을지도 모른다.“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니? 마차 타고 온 것 아니었어?”온자신은 지금 이 상황이 당혹스럽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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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2화

평소였다면 온자월은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갔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어떻게든 막내와 함께 이곳에 남아야 했다.이번마저 실패한다면 아버지가 더 이상 기회를 안 줄 수도 있었다.그 자신과 사랑하는 막냇동생을 위해서라도 분노를 참아야 했다.온자월은 이를 악물고 치미는 분노를 억누른 후에 입을 열었다.“미안해, 형님. 내가 괜한 소리를 했네. 화 풀어.”온모도 뒤늦게 눈치를 차리고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푹 수그렸다.“둘째 오라버니, 셋째 오라버니의 잘못이 아니에요. 제가 괜히 엄살을 부렸네요. 저 먹을 수 있어요!”그녀는 역겨움을 꾹 참고 전병을 크게 한입 베어물었다.그런데 어찌나 딱딱하던지 이빨이 부러질 것 같았다.온모는 울상을 지으며 겨우 입안에 있는 것을 씹었다.하지만 그녀가 그럴수록 온자신의 의심은 깊어져갔다.평소라면 이런 걸 쳐다도 보지 않을 온모가 왜 이렇게까지 비굴하게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물론 진국공부에 오기 전까지 그녀가 온갖 고생을 했다고 진국공이 말을 했지만 그게 사실인지 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었다.반면 저택에 온 이후로 아버지와 그들 형제들이 고생한 그녀를 안쓰럽게 여겨서 온갖 산해진미를 그녀의 앞에 차려주었고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온모는 평소에 길거리 음식을 쳐다도 보지 않았다.그런데 그랬던 온모가 딱딱하게 굳은 밀전병을 억지로 뜯어먹고 있으니 이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온자신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들에게 물었다.“오밤중에 무슨 일로 여기까지 왔니?”온자월이 멈칫하더니 답했다.“별 이유야 어딨겠어. 형님을 못 만난지도 오래돼서 보고 싶어서 왔지.”온자신은 피식 웃으며 그의 말을 반박했다.“셋째야, 아무리 사이가 소원해졌어도 넌 내 쌍둥이 동생인데 그런 거짓말이 나한테 통할 것 같아?”온자월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형님, 매정하게 왜 이러실까? 나랑 막내는 정말 형님이 보고 싶어서 온 거야. 안 그러니, 막내야?”“그럼요. 셋째 오라버니 말씀이 맞아요.”온모는 자신 때문에 꿍꿍이가 들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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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3화

온자신은 그 말을 듣고 시선을 온모에게로 돌렸다.온기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의 눈빛이 온모를 불편하게 만들었다.‘이게 다 온사 때문이야! 그년 아니었으면 저 멍청이가 이렇게 변했을 리 없지!’예전의 온자신은 그녀에게 큰소리로 말한 적도 없고 그녀가 조금 울적한 표정만 지으면 바로 달려와서 위로해 주던 사람이었다.그렇게 말을 잘 듣던 개가 온사에게로 갔으니 화가 안 날 수 없었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머리를 굴렸다.어쩌면 이번이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온자신의 마음을 자신의 편으로 돌려놓기만 한다면 그는 이용하기 딱 좋은 개였다.마음을 돌리지 못한다 하여도 그녀의 손에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온장온 때문에 진국공부 내부에서는 그 꽃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지만 이곳에서 사용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하물며 온자신은 이미 아버지 눈밖에 난 자식이었다.그러니 온모가 독이 든 꽃을 온자신에게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아버지는 절대 그녀를 벌하지 않을 것이다.온모의 손에는 아직 싹을 틔우지 않은 꽃의 씨앗이 있었다.늘 몸에 지니고 다녔기에 수색에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어차피 이곳에 온 이상 몰래 그 씨앗을 심어서 강제로라도 온자신을 통제할 것이다.‘독으로 온자신을 협박하면 내 말을 듣기 싫어도 들어야 될 테지!’온모는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을 굴렸다.결심을 내린 그녀는 최대한 가련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둘째 오라버니, 사실 저와 셋째 오라버니는… 아버지께 쫓겨났어요. 저희는 이제 갈 곳이 없어요….””집에서 쫓겨나다니?”온자신은 냉소를 짓고는 온자월을 노려보며 말했다.“내가 아직도 예전의 그 멍청이로 보여?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온자신은 이제 온모의 말이라면 그 어떤 것도 믿고 싶지 않았다.“아버지께서 널 그렇게 편애하시는데 너를 쫓아내? 진국공부의 모두를 쫓아내도 너는 쫓아내지 않을 분이야.”온자월 혼자 쫓겨났다고 하면 믿겠지만 온모도 같이 쫓겨났다는 말은 절대 믿을 수 없었다.“진짜예요!”온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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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4화

“뭐라고?”줄곧 남산 산기슭에서 살며 마을 주민들의 일손이나 거들며 살던 온자신은 그 말을 듣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온자월에게 물었다.“형님이 갑자기 왜? 왜 갑자기 병으로 쓰러진 거니? 그 정도로 심각하단 말이야?”분명 지난번에 만났을 때까지 멀쩡하던 형님인데 갑자기 죽을 고비를 넘겼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잠깐!’온자신은 마지막에 진국공부에서 큰형을 봤을 때를 떠올렸다.그때 마치 병에 걸린 사람처럼 안색이 안 좋기는 했는데 설마 그때부터 이미 병을 앓고 있었던 걸까?“빨리 말해! 대체 어떻게 된 거니? 형님이 대체 왜!”온자신은 다급한 마음에 온자월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다.“그건 나도 몰라!”온자월은 다급히 말했다.“아버지께서 말씀을 안 해주셨어. 형님이 몸져누운 동안에 아버지와 이 어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방에 들이지 않았거든. 형님 상태가 궁금하면 아버지나 이 어의에게 물어보는 게 빠를 거야.”온자월은 아버지가 절대 진실을 온자신에게 알려주지 않으리라 확신하고 있었다.어차피 이 어의도 아버지의 사람이니 그가 누구에게 진실을 말할 리가 없었다.외부에는 그저 진국공부의 장남이 큰 병을 앓다가 죽을 고비를 한번 넘겼다고만 알려져 있었다.물론 진실을 아는 사람 중에 온사도 있었다.설련화를 가지고 그들을 협박할 때부터 그녀는 뭔가 알고 있다고 추측했었다.하지만 온자월은 전혀 걱정이 되지 않았다. 온사가 큰형이 독에 당했으며 범인이 막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증명할 충분한 증거가 없었다.온자신이 온사를 찾아간다고 하더라도 온자월은 이 일을 해결할 자신이 있었다.온자월은 계속해서 말했다.“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형님은 이미 약을 드시고 많이 좋아졌으니까. 얼마 안 있으면 건강을 회복하실 거야.”그제야 온자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온자월의 말을 완전히 믿을 수는 없으니 완전히 시름을 놓을 수는 없었다.큰형이 정말 무사한지는 그가 찾아가서 두 눈으로 직접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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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5화

“너… 거짓말이지?”미심쩍은 표정으로 묻는 온자신에게 온자월은 처연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나도 이게 거짓말이었으면 좋겠어. 하지만… 아니야. 형님, 나 정말 파혼했어.”온자신은 미간을 찌푸리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왜지?”온자월은 담담히 대답했다.“온사 때문이야.”온자신의 얼굴에 불쾌감이 가득 서렸다.“그게 온사랑 무슨 상관이니?”“당연히 상관 있지. 그 애가 나를 협박하여 연주랑 파혼하게 하였으니까.”온자월은 치미는 분노에 지금 당장 산으로 올라가 온사의 그 얄미운 얼굴에 주먹이라도 꽂고 싶었다.“그럴 리 없어.”온자신은 주저없이 고개를 저었다.“날 속일 생각하지 마. 온사랑 연주가 사이가 얼마나 좋은데. 연주가 스스로 파혼을 원하지 않았다면 온사가 그런 일을 했을 리가 없어.”허를 찌르는 말이었다.정곡이 찔린 온자월의 표정이 험악하게 굳었다.‘그래, 연주가 원한 일이었지. 하지만….’“온사 그것이 중간에 훼방을 놓지 않았으면 연주가 왜 나와 파혼하려 했겠어?”처음에는 그저 온자신에게 자신들의 불행한 처지를 믿게 하려고 꺼낸 말이었는데 얘기를 나눌수록 온자월은 분노에 휩싸였다.“그건 네가 그 애를 괴롭혔으니까 그렇지!”온자신은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넌 연주와 온사가 절친인 걸 알면서도 그런 짓을 저질렀어. 연주가 그 사실을 알고도 가만히 네 편을 들어줄 것 같았어?”“연주 걔가 오자마자 너에게 파혼하자고 했을 리도 없고, 분명 너에게 한 얘기가 있었을 거야. 네가 그 애를 실망하게 해서 파혼 얘기가 나온 거겠지! 아니야?”온자신의 말은 하나 그른 것 없었다. 하지만 그가 그럴수록 온자월의 표정은 음침하게 굳어갔다.어떻게든 온사의 잘못으로 몰아가려고 했는데 온자신은 모든 게 그의 잘못인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온자월은 입술을 꾹 깨물고 입을 다물려다가 한심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쌍둥이형을 보고 있자니 더는 참을 수 없었다.“내가 그 애를 실망시킨 게 아니라 그 애가 나한테 힘든 선택을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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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6화

다만 온자신은 임연주가 사실 상 온모를 찾아가 한바탕 하려고 진국공부에 갔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그런데 온모가 형부에 끌려가서 기회가 없었을 뿐이었다.그래서 그녀의 모든 분노는 온자월에게 돌아갔다.그러나 임연주는 처음부터 온자월에게 그런 선택을 강요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의 앞에서 온모를 두둔한 것도 모자라, 온사에게 욕설을 퍼부었으니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었겠는가?그래서 그녀는 그에게 선택을 강요했던 것이다.하지만 선택지 앞에서 주저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온자월의 모습에 임연주는 완전히 실망하고 마음을 접었다.온자신이 물었다.“그래서 혼약을 파기했어? 연주가 너에게 그런 선택을 하라고 해서 넌 온모를 택한 거니?”만약 정말 그런 거라면 참으로 실망스러웠다.온자월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아니. 난 안 된다고 딱 잘라 이야기했어. 처음부터 난 파혼할 생각 따위 없었다고. 내 약혼녀는 오직 연주뿐이었고 나랑 혼인할 사람은 그 애뿐이야.”“그럼 대체 왜 그렇게 된 거니?”온자월은 한참 침묵하다가 우물쭈물거리며 말했다.“아버지께서 형님을 살리려면 온사가 가지고 있는 약재가 필요하다고 하셨어. 그런데 그 년이 조건을 내세운 거야. 나와 연주가 파혼해야 약재를 내주겠다는 조건.”온자월은 그날 수월관에서 그들이 나눴던 대화를 그대로 온자신에게 들려주었다.온모도 옆에서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그녀는 왜 온사에게 그 많은 희귀 약재가 있는지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어미가 가져온 혼수품에 들어 있었던 건가?’그런 생각을 하니 온사에게 쉽게 란자군의 혼수품을 내어준 것이 너무 후회가 되었다.‘그걸 빼앗아왔어야 하는 건데!’온모가 후회에 잠겨 있을 때, 온자월과 온자신의 대화도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어쨌든 내가 끝까지 파혼에 동의하지 않으니까 온사 그년이 나에게 파혼서에 지장을 찍도록 강요했어. 그래서 아버지도 내게 실망하신 거지.”온자월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마쳤다. 진실과 거짓을 섞어서 얘기하니 온자신도 어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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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7화

말을 마친 온모는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그녀는 가녀린 손을 내밀어 온자신의 옷깃을 잡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그를 바라보았다.표정만 보면 진심으로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속으로는 이 정도 했으면 온자신이 분명 넘어올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온모는 자신의 연기에 자신이 있었다.그녀는 성질 고약한 온자신이 사실은 가장 정 깊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자신의 이런 처량한 모습을 보고 무조건 동요할 것이라 확신했다.하지만!짝!살갗이 부딪치는 소리가 아찔하게 들려왔다.온자신은 매몰차게 자신의 옷깃을 잡고 있는 온모의 손을 쳐냈다.그는 음산하게 굳은 얼굴로 온모를 내려다보며 말했다.“네가 노숙자가 되든 말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형님!”옆에 있던 온자월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따졌다.“어찌 막내한테 이렇게까지 매정할 수가 있어?”“내가 매정해? 내가 정말 매정한 인간이었으면 애초에 너희들에게 문도 열어주지 않았을 거고 내일 아침 내가 먹을 음식을 너희에게 주지도 않았을 거야.”그렇게 딱딱한 전병을 아침으로 남겨두었다니, 온자월과 온모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온자신을 바라보았다.어릴 때부터 산해진미를 먹으면서 커온 온자신이고 그런 돌덩이 같은 전병은 평소라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사람이 끼니를 그런 걸로 때우다니!온자신은 싸늘한 눈초리로 둘을 바라보며 말했다.“편안한 생활 놔두고 허구헌날 사고만 치고 다니더니. 그건 내가 알 바가 아니지만 사고를 쳐서 있을 곳이 없다고 날 찾아온 건 참으로 우습구나. 평소에 관심도 주지 않더니 위기가 닥쳐오니까 나를 찾아와? 여기가 무슨 노숙자 수용소인 줄 알아?”“너희들이 정말 아버지의 노여움을 사서 쫓겨났는지는 더 이상 캐지 않으마. 다만 셋째 네가 갈 곳이 없다면 같은 어머니의 배에서 태어난 형제인 걸 봐서 너는 이곳에 머물게 해주겠다. 하지만 쟤는 안 돼.”온자신은 주저없이 온모를 거절했다.“오늘은 날도 저물었으니 하룻밤만 재워주겠지만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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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8화

온자신이 스스로 집을 나가자, 온모는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나를 내쫓으려고? 꿈 깨!’어차피 이번에 나왔으니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온모의 눈빛이 교활하게 빛났다.그러나 곧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포장하고 온자월에게 말했다.“둘째 오라버니는 어디 가시려는 걸까요? 밖에 너무 어두운데 그냥 들어오라고 할까요?”“아니.”온자월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불쾌하다는 듯이 말했다.“아직까지도 형님은 온사 그년의 편을 들고 있어. 그 애가 출가한 거랑 너랑은 아무 상관도 없는데 네 탓을 하다니. 그건 온사 그것이 스스로 선택한 일이지 너랑 무슨 상관이라고. 오히려 탓을 할 거면 형님 탓이지. 형님이 힘조절을 잘못해서 애가 무서워서 집을 뛰쳐나간 거니까.”말을 마친 온자월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온모도 속으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게 어떻게 내 잘못이야? 온자신이 멍청해서 벌어진 일이지.’온모는 형제들 사이에서 이간질한 것은 맞지만 그들이 똑똑했으면 매번 똑 같은 수법에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니 온사 저년이 집을 나간 건 나랑은 상관없지!’온모는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하지만 둘째 오라버니가 집에 안 들어오면 어떡하죠? 혹시라도 밖에서 무슨 일을 당하기라도 하면….”“걱정 마, 막내야. 다 큰 사내가 밖에서 무슨 일을 당한다고.”온자월은 대수롭지 않게 손사래를 치고는 말했다.“마침 형님도 나갔으니 넌 여기서 쉬고 있어. 나도 밖에 나갈게. 무슨 일 있으면 나 부르고.”온모는 은근히 걱정되는 척, 온자월을 잡았다.“셋째 오라버니도 나가시려고요? 하지만 바깥에 추운데 밖에서 자면 병들지 않을까요? 그냥 여기 있어요. 어차피 여기엔 저희 외에 아무도 없잖아요.”온자월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안 돼. 넌 여자애인데 남녀칠세부동석이라고 내가 여기 있으면 안 되지. 옆에 주방이 있던데 난 거기로 가서 하룻밤 잘게. 내일은 형님한테 말해서 방 두 개 더 만들라고 하면 돼.”“알겠어요. 오라버니가 고생이 많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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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9화

온모는 침상 밑에서 나무 상자를 끄집어냈다.안에서 짤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그것을 열어봤더니 동전 한뭉치가 들어 있었다.온모는 눈을 반짝이며 중얼거렸다.“이 많은 돈을 숨겨두고 있었을 줄은 몰랐는데.”안 그래도 돈이 없어 어찌 생활하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런 횡재를 만날 줄이야!온모는 어차피 온자신도 자신의 노리개인데 그의 것이면 당연히 자신의 소유물이라 생각했다.“어디 보자. 둘째 오라버니는 그 동안 돈을 얼마나 모아뒀으려나?”그녀는 상자 안의 동전 뭉치를 전부 털었다.온모는 동전 뭉치에는 관심이 없고 은화라도 찾으려고 그것들을 뒤적거렸다. 그러다가 동전 빼고 아무것도 없는 것을 깨닫고는 다시 표정이 험악하게 굳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 큰 상자 안에 왜 전부 동전뿐이지?’은화나 은표를 기대했던 온모는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거지도 아니고! 고작 이런 거로 생활한단 말이야?’그녀는 홧김에 동전뭉치를 바닥에 내팽개졌다.밖에서 소리를 들은 온자월이 급히 문을 두드렸다.“왜 그러니, 막내야! 무슨 일 있어?”온자월이 다가오는 소리를 들은 온모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소리쳤다.“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오라버니, 들어오지 마세요! 옷을 갈아입다가 부주의로 탁자에 부딪친 거뿐이에요!”옷을 갈아입고 있었다는 얘기에 온자월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그는 문밖에서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괜찮니? 많이 안 다쳤어? 내가 의원이라도 불러올까?”‘의원은 무슨! 돈도 없으면서!’온자월이 문밖에 있으니 온모는 혐오스러운 표정을 숨길 필요도 없었다.그래도 다정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괜찮아요, 저 정말 아무 일 없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뭔가 떠오르는 게 있어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앗! 발목을 조금 삐끗한 거 같네요.”온모가 다쳤다는 얘기를 들은 온자월은 잔뜩 긴장해서 그녀에게 물었다.“뭐? 뼈가 다친 건 아니지?”“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삐끗한 거 같은데 발을 디디려니 아프네요.”온모는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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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0화

“둘째 오라버니! 아버지한테 들었는데 오늘 밤에 하늘이 맑아 별이 많이 보인다네요. 우리 별구경 하러 가요!”그때 열 살의 온자신은 학당에서 동창을 때려 마당에서 무릎을 꿇은 채 벌을 서고 있었다.고작 여섯 살이던 온사는 오자마자 그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라며 달려왔다.“오라버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어요? 바닥이 차요. 찬 바닥에 오래 있으면 병에 걸린다고 집사 할아버지가 그러셨어요.”어린 온사는 뒤뚱뒤뚱 온자신에게 다가와 그의 팔을 부축해 일으켰다.“귀찮게 하지 마! 나 벌 받는 중이니까!”그는 체벌이 끝나면 자신을 어미 없는 자식이라고 욕했던 그 멍청이들의 입을 찢어버릴 거라 이를 갈고 있었다.열 살의 온자신은 아버지가 자신에게 벌을 준 것에 대해 화가 나 있는 상태라 자신에게 다가온 동생을 그대로 밀쳐 버렸다.그런데 힘조절을 잘못해서 어린 온사는 그대로 바닥에 넘어지며 머리가 부딪쳤다.온자신과 온사를 따라온 시종의 안색이 급변했다.“온사야!”“아가씨!”온자신은 급기야 온사를 바닥에서 일으키며 다급히 물었다.“온사야, 괜찮아? 어서 정신 차려봐! 머리 괜찮니? 많이 아파?”“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의원 불러오지 않고!”당황한 온자신은 급기야 의원을 불러오려 했다.이때 온사가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의원 안 불러도 돼요, 오라버니.”온사는 작은 손으로 오라버니의 팔목을 잡으며 장난스럽게 혀를 내밀었다.“오라버니, 저 정말 괜찮아요. 어지럽지도 않고 머리도 안 아파요. 굳이 의원을 부를 필요 없어요.”“안 돼! 머리에 커다란 혹이 났는데 어떻게 안 아프겠어? 당장 의원을 불러야지!”온자신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온사도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오라버니, 부르지 마세요. 의원 불러오면 저 울어버릴 거예요.”온자신은 그런 말을 들으니 머리가 지끈거렸다.세상 무서울 것 없는 그에게 가장 두려운 게 있다면 바로 동생이 우는 것이었다.온자신은 하는 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온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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