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601 - Chapter 610

632 Chapters

제601화

온권승은 긴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내가 친히 가겠다.”곧이어 그는 집사와 함께 오랜 시간 사람의 발걸음이 닿지 않았던 그곳에 도착했다.집사가 자물쇠를 열자, 온권승은 천천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예전에는 매일 같이 시종을 보내 이곳을 청소했으나, 지난번 무덤 도굴 사건이 벌어진 이후로 온권승은 온모가 또 무슨 짓을 저지를까 두려워 사람을 시켜 이곳을 봉쇄하도록 했다.이제 세 달 정도 지났는데 방 안에는 먼지가 가득 쌓여서 황폐한 모습을 띄고 있었다.곳곳에는 거미줄도 가득 늘어져 있었다.온권승은 인상을 찌푸리며 안으로 들어갔다.그의 예리한 시선이 방안 곳곳을 훑기 시작했다.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이상한 점은 눈에 띄지 않았다.방 안은 거의 텅 비어 있는 상태였다.란자군이 사망한 후, 그는 이곳에 물건만 남겨두고 다른 곳으로 처소를 옮겼다.원래는 온갖 희귀품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는데 나중에 온사가 란자군의 물건을 옮긴다면서 전부 가져가 버렸다.이곳에 남은 것은 나중에 온권승이 다시 채워 넣은 물건뿐이었다.처음에 온사가 어머니의 유품을 가져간다고 할 때, 그는 나중에 자신이 란자군을 위해 사들인 것들도 딸려 보냈으나, 온사는 귀신 같이 알고 그것을 모두 돌려보냈다.그녀는 이런 방식으로 진국공부와 완전히 선을 긋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약한 것. 매정한 것 같으니라고.’그러고 보니 온사는 온권승의 매정함과 란자군의 고집스러움을 골고루 닮은 것 같았다.그러나 온권승은 고집스러운 자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그런 극단적인 성격이 자신과 주변인들을 해치는 줄도 모르고…. 네 어미가 그랬듯이 너도 똑 같은 길을 가는구나.’온권승은 착잡한 마음을 안고 주변을 둘러보았다.“나리, 이곳엔 도둑이 든 흔적이 없네요.”바닥에 두텁게 쌓인 먼지만 살펴봐도 이곳에 사람이 들어온 흔적이 없다는 것을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집사는 조심스럽게 온권승을 바라보며 말했다.“제가 사람을 시켜 이곳을 수색하라고 할까요?”온권승은 먼 곳을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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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2화

한편, 정작 독개미들의 주인인 온사는 자신의 독벌레들이 그것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 시각 수월관.“금주와 노주의 약초밭은 이미 준비를 끝마치고 우리가 보낸 약재 종자는 이미 파종을 마쳤습니다. 종 점주가 보낸 서신에 따르면 아직까진 잘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잘된 일이네요.”온사는 최근 장부를 훑어보며 란 집사에게 물었다.“거기서 일을 맡아주고 있는 사람이 종 점주의 여동생이라고 했죠?”란 집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예. 저는 경성의 종 점주를 그곳에 보내려고 했지만 종 점주께서는 여동생이 그 일에 더 적합하다고 했습니다.”“아저씨가 보기엔 정말 그런가요?”“걱정 마세요, 아가씨. 종 점주보다는 여동생분이 이 일에 더 적합한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머리도 똑똑하고 사람을 관리하는 능력이 탁월하더군요.”금주와 노주는 경성과 멀리 떨어져 있으니 그곳을 책임질 사람이라면 그에 걸맞는 능력을 갖추어야 했다.란 집사는 탁월한 능력을 갖추었지만 연세가 들어 온사의 신변에 머무르게 하는 게 더 나았다.지금은 인재가 많이 필요한 시기였다.마침 종 점주의 추천을 받아 이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인재를 거둘 수 있게 된 것이다.다만 시간이 촉박하고 진국공부의 감시를 피해 일을 진행해야 하니, 종 점주의 여동생은 온사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바로 출발해야 했다.“능력자라면 홀대할 수는 없지요. 약속한 녹봉의 두 배를 쳐주세요. 현재로서는 제가 경성을 떠날 수 없으니 이런 식으로라도 인심을 사야지요.”그녀가 부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신분의 제약도 있으니 매사에 조심해야 했다.“그건 걱정 마십시오, 아가씨.”란 집사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란씨 가문에서 오랜 세월 집사일을 해온 사람으로서 온사가 우려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일은 그가 잘하는 일이었다.“봉운루는 종 점주가 관리를 맡은 이후로 수입이 조금씩 오르고 있어요. 아마 좀 있으면 아가씨가 하시는 일에 보탬이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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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예, 명심하겠습니다.”상의를 끝낸 후, 한아가 란 집사를 대문 앞까지 바래다주다가 마침 밖으로 나오는 임연주와 마주쳤다.“내가 란 집사님을 배웅할게. 마침 오늘 경성으로 다녀올 일이 있거든.”온사가 의아한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오늘은 경성에 왜 가? 어제 황궁에 다녀오지 않았어?”최근 임연주는 거의 매일이다시피 태후의 부름을 받고 황궁에 가고 있었다.어떨 때는 궁중 법도를 배우고 또 어떨 때는 단순히 태후의 말동무를 해준다고 했다.지금은 후궁에 사람이 별로 없어 굳이 조심해야 할 필요도 없고 태후가 워낙 임연주에게 인자하게 대해 주어서 즐겁다고 했다.“몰라. 태후께선 무슨 일로 부르신다고 얘기를 안 해주시니까. 그냥 궁으로 오라고만 하셨어.”임연주는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걱정 마. 별일이야 있겠어? 곧 다녀올게.”“그래. 조심히 다녀와.”온사는 수월관에서 황궁까지 거리가 있는지라 빨리 돌아오라는 말은 하지 못했다. 만약 시간이 늦어지면 태후는 그녀를 자녕궁에서 묵고 가게 한 적도 많았다.이로써 태후가 얼마나 임연주를 마음에 들어하는지 알 수 있었지만 그게 잘된 일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온사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생각에 잠겼다.한편, 임연주와 란 집사를 태운 마차가 얼마 안가 남산 산기슭에 도착했다. 란 집사는 마차에서 내려 작은 마차로 갈아타고 목적지로 향했고 임연주는 그 길로 계속 경성으로 향했다.그렇게 좁은 길을 지나가던 중, 마차가 갑자기 멈추었다.“무슨 일이지?”임연주가 마부에게 물었다.“앞에 길가에 두 사람이 서 있는데 한분은 진국공부의 셋째 공자인 것 같고 그 옆에 여인은 누군지 잘 모르겠네요.”“온자월이?”임연주는 의아한 얼굴로 가림막을 열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온자월이 그곳에 있었다.옆에 있는 여인은 굳이 묻지 않아도 누군지 알 것 같았다.그녀는 냉소를 지으며 뒤따라온 호위들에게 분부했다.“가서 저것들을 포위해!”온자월은 그렇다고 쳐도 이 지대에 사생아가 나타난 게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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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방금 전 대화를 통해 임연주의 신분을 대충 파악한 온모는 입술을 깨물며 온자월에게 물었다.“오라버니, 저분은 누구예요? 왜 오자마자 저런 심한 말을 하는 거죠?”온자월은 잔뜩 신이 난 얼굴로 온모에게 임연주를 소개했다.“저 애가 내 약혼녀 임연주야. 막내야, 어서 언니라고 부르렴.”온모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임연주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연주 언니….”“닥쳐!”온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연주는 손에 든 채찍을 휘두르며 소리쳤다.“누가 네 언니야? 이상한 호칭으로 날 부르지 마. 날 그렇게 친근하게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온사뿐이니까. 너는….”임연주는 혐오스럽다는 듯이 온모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말했다.“사생아 주제에 친한 척하지 마. 그럴 자격도 안 되는 것이.”그 말을 들은 온모와 온자월의 안색이 급변했다.온모는 서러운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연주 언니, 아무리 제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어찌… 그런 심한 말을 하실 수 있나요? 제가 언니한테 뭐 잘못한 거라도 있나요?”온자월도 불쾌한 기색으로 말했다.“그래, 연주야. 왜 말을 그렇게 해?”“난 더한 것도 할 수 있어. 내 말 끊지 마, 온자월.”임연주는 그를 힐끗 노려보고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약혼녀는 무슨. 난 이제 네 약혼녀가 아니야. 그러니 앞으로 말 조심해. 또 내 귀에 그런 이상한 얘기가 들어오면 다리를 분질러버릴 테니까!”“연주야!”온자월은 버럭 화를 내려다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다급히 물었다.“잠깐! 내가 파혼서에 지장을 찍어서 화난 거지?”“그런 거 아니야!”“맞아!”온자월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그녀의 말을 잘랐다. 그가 생각하기에 임연주는 원래 자존심이 강해서 속에 없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었다.그래서 더욱 더 자신의 추측에 확신이 들었다.“화가 난 네 심정은 이해해. 하지만 일단 먼저 내 말 좀 들어봐. 난 진심으로 원해서 그 파혼서에 지장을 찍은 게 아니었어. 난 강요에 의해서 찍은 거라고!”“강요에 의해서 찍은 건 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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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5화

임연주와 정혼할 때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때였다.그런데 강요에 의해 파혼서에 지장까지 찍어버렸으니 억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온자월은 임연주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포기하지 않아. 너는 내 약혼녀야. 파혼했어도 너는 내 사람이라고!”온자월은 품에서 뭔가를 꺼내 임연주에게 건넸다.그것은 온자월이 직접 조각한 옥패이자 한때 그들의 정혼 신물이었다.임연주는 이미 금이 가버린 그것을 받지 않았다.“깨진 건 다시 이어붙일 수 없어. 옥패도 그렇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마찬가지야.”임연주는 무미건조한 어투로 그에게 말했다.온자월의 눈시울이 촉촉해졌다.“나는 그런 거 안 믿어.”“네가 믿거나 말거나, 난 오늘 너에게 볼 일이 있어서 온 건 아니야.”말을 마친 임연주는 온모에게로 고개를 돌렸다.임연주의 성격을 잘 아는 온자월은 순간적으로 그녀의 의도를 파악하고 아연실색했다.“막내야!”그는 재빨리 온모의 앞을 가로막으려 했지만 임연주의 채찍이 곧장 온모에게로 향했다.온모는 미처 피할 틈도 없이 멍하니 그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짝!채찍은 그대로 온모의 어깨에 맞아 의복이 찢어지고 피가 스며나오기 시작했다.“악!”그녀는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주저앉았다.“아파! 너무 아파요! 오라버니! 저 어깨가 너무 아파요!”어제 그녀가 스스로 나무 상자를 들어 발목을 칠 때보다 이번이 더 아팠다.임연주는 이 얄미운 사생아를 때려 죽일 생각으로 온 힘을 실어서 채찍을 휘둘렀던 것이다!곧이어 온자월은 온모를 등 뒤에 숨기더니 경악한 눈으로 임연주를 노려보며 호통쳤다.“임연주! 이게 뭐 하는 짓이야!”“보면 몰라? 내가 사람 때리는 거 처음 봐?”임연주는 바짝 긴장하며 온모를 가로막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비아냥거렸다.“왜 막내에게 이런 짓을 하는 거야!”온자월은 분노한 고함을 지르며 그녀에게 따졌다.“막내가 뭘 한 게 있다고 죄 없는 애한테 이래! 아까 처음 봤을 때부터 온갖 이상한 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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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악!”온모는 갑자기 비명을 지르더니 겁에 질린 표정으로 온자월의 팔뚝에 매달렸다.“오라버니, 연주 언니가 저를 죽이려고 해요! 저 너무 무서워요!”그녀는 누가 봐도 한바탕 괴롭힘을 당한 사람처럼 눈물범벅이 되어 온몸을 떨었다.온자월은 안쓰러운 얼굴로 그녀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막내야, 겁먹을 거 없어. 오라버니가 있는 한, 연주 언니가 다시 널 때릴 일은 없어.”온자월과 둘의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수작이었지만 온자월은 온모를 위안하면서도 절대 임연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았다.‘이 자식은 눈이 멀었나? 방금 채찍 휘두르는 걸 못 봐서 이런 소릴 하는 거야?’온모는 일이 생각처럼 안 풀리자 속으로 이를 갈았다.‘멍청한 자식! 이리도 눈치가 없다니!’온모는 임연주가 또 채찍을 휘두를까 두려운 것처럼 온자월을 꽉 잡고 그의 등 뒤에 숨어 있었다.그녀는 이렇게 하면 임연주도 어쩌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온모는 임연주가 어쩌면 아직도 온자월에게 마음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온자월만 앞에 버티고 서 있으면 적어도 옛정을 생각해서 이만 물러갈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곧이어 날아온 채찍은 그녀의 그런 기대를 와장창 무너지게 만들었다.짝!임연주는 사정없이 온모와 온자월을 향해 채찍을 휘둘렀다.온자월의 등도 의복이 찢어지고 뻘건 상처가 남았다.“악!온모는 밀려오는 통증에 통곡을 터뜨렸다.진국공이 처벌을 내린답시고 휘두른 채찍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온장온도 그녀에게 채찍을 휘두른 적이 있어도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온권승도 화가 난 상태에서 그녀에게 채찍질을 하긴 했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임연주는 정말 온모의 팔 하나 부러뜨릴 태세로 온 힘을 실어 휘둘렀다.그녀는 고통에 눈물을 흘리며 비명을 질렀다.“어디 더 불쌍한 척해 봐. 넌 오늘 내 손에 죽을 테니!”임연주는 분노에 휩싸인 눈빛으로 온모를 노려보았다.온자월에게 아예 마음이 식은 것은 아니었다. 그녀도 한때는 진심으로 그를 연모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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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7화

온자월도 등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감촉에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여인들 중에서 채찍을 가장 잘 쓰는 사람이라면 단연 임연주일 것이다.평범한 것처럼 보여도 그녀가 들고 있는 채찍은 장인의 손을 거쳐 특수 제작된 그녀의 전용 무기라서 진국공부에서 그들에게 체벌을 내릴 때 쓰이는 채찍과는 완전히 달랐다.만약 여기서 더 맞는다면 뼈가 다칠 수도 있었다.“임연주, 일단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봐!”온자월은 고통을 참으며 임연주와 대화를 시도했다.“대체 막내한테 뭐가 그렇게 불만이야? 불만 있으면 말을 하지 왜 채찍부터 휘둘러? 같은 여인으로서 왜 이렇게까지 사람을 몰아세우는 거야?”“그럼 네가 그렇게 아끼는 막냇동생은 온사한테 뭐가 그렇게 불만이라서 애를 그 지경으로 몰아세워? 집에서 내쫓겨 출가인이 된 거로도 부족했어? 왜 아직도 찾아와서 애를 괴롭히고 모욕을 줘? 심지어 친 오라비인 너를 사주해서 온사에게 독약까지 먹였다면서?”그 말을 들은 온자월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그걸 알고 있었어?”“그럼. 내가 모를 줄 알았어?”임연주는 채찍을 손에 쥔 채로 냉소를 지었다.“그런 비열한 짓을 저질러 놓고 나한테 알려지는 건 두려웠나 봐?”비록 온자월은 자신이 한 일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약을 먹여서 온사를 집으로 끌고 오라고 한 건 선을 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내가… 비록 약을 먹인 것은 맞지만 어쨌든 성공하지 못했잖아? 게다가 되로 주고 말로 받았어. 그 애도 나에게 약을 먹여서 내 의식을 조종하고 궁중 연회에서 막내의 정체에 대해 까발리도록 유도했다고!”온자월은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었다.“그년이 그런 짓만 안 했어도 막내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일은 없었어!”“하!”임연주는 그 말을 듣고 기가 차서 웃음만 나왔다.“너희가 먼저 온사에게 약을 먹였고 온사는 그저 너희가 한 짓을 그대로 돌려준 것뿐이야. 그게 뭐가 악랄하고 지독하지? 나였으면 더했어. 나였으면 네 의식을 조종해서 연회에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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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8화

“풉!”그러나 예상했던 통증은 전해지지 않고 비웃는 소리만 들려왔다.“하! 겁먹은 것 좀 봐. 정말 웃겨 죽겠네!”임연주는 채찍을 잡은 채로 배를 끌어안고 한바탕 웃었다.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눈치챈 온모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뻘겋게 물들었다.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이년이 감히 나를 갖고 놀아?”짝!곧이어 웃음을 거둔 임연주는 눈 깜짝할 사이에 온자월의 등 뒤에서 나온 온모에게 채찍을 휘둘렀다.이번에 채찍은 온모의 한쪽 얼굴을 사정없이 때렸다.“악!”온모의 처참한 비명소리는 멀리서 농사일을 하고 있던 시골 주민들의 귀에까지 들어갔다.“이게 무슨 소리지? 무슨 일이 생겼나?”“몰라….”사람들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하던 일을 계속했다.그 시각, 온자월은 피가 흥건한 온모의 얼굴을 보고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막내야!”“오라버니! 제 얼굴… 얼굴이 어떻게 됐나요? 얼굴 망가진 거 아니죠?”“오라버니! 어서 말 좀 해보세요!”온모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 얼굴에서 느껴지는 얼얼한 통증과 피가 철철 흐르는 느낌이 굳이 거울이 없어도 얼굴 상태가 어떤지 보이는 것만 같았다.그녀는 고함을 지르며 온자월의 팔을 붙잡고 통곡했다.온자월은 차마 바라볼 수가 없어 시선을 회피하며 애써 그녀를 위로했다.“괜찮아, 막내야. 치료할 수 있어. 아버지가 어떻게든 네 얼굴을 원래대로 치료해 주실 거야. 걱정 마!”“악!”온모는 그럴수록 불안감이 엄습하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내 얼굴이… 내 얼굴이! 미친년! 죽여버릴 거야!”분을 참지 못한 온모는 곧바로 임연주에게 달려들었다.그러나 뒤에 있던 온자월이 그녀를 붙잡았다.막았으니 다행이지, 그 모습을 본 임연주의 호위들이 검을 빼들고 있었다. 온모가 그대로 돌진했더라면 임연주에게 접근하기도 전에 호위들의 검에 복부가 찔렸을 것이다.싸늘한 표정을 한 호위들은 번뜩이는 검을 들고 임연주의 주변을 에워싸더니 매섭게 온모와 온자월을 노려보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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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온자월!”임연주는 힘껏 그를 노려보며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그 더러운 입으로 온사를 입에 담지 마. 온사는 너희들보다 백배 천배는 좋은 사람이야. 그 애가 나한테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난 그 애가 당한 부당한 대우와 그 애를 괴롭힌 인간들을 혼내주고 싶어!”“그리고 내 말 명심해. 이건 고작 시작일 뿐이야.”임연주는 싸늘한 눈빛으로 온모를 노려보고는 냉소를 지었다.“앞으로 나만 보이면 멀리 피하는 게 좋을 거야. 난 이미 말했어. 다시 내 앞에 나타나면 보일 때마다 채찍을 휘두를 거라고. 언제 어디든 상관없어.”그녀는 오늘 기분이 매우 안 좋았다.그래서 이 얄미운 사생아의 얼굴에서 피를 보고 싶었다.짝!임연주는 다시 분노의 채찍을 온자월에게 휘둘렀다.그가 온모를 지켜주려고 나서는 꼴이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마지막 채찍이 그의 팔에 닿은 순간 우드득 하며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미쳐서 날뛰던 온모마저도 그 소리를 듣고 겁에 질려 입을 꾹 다물었다.드디어 화가 조금 풀린 임연주는 길게 숨을 내쉬고는 피 묻은 채찍을 호위에게 건넸다.“갈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지.”말을 마친 그녀는 미련 없이 뒤돌아섰다.그녀의 호위들은 그녀가 마차에 오를 때까지 주변을 경계하다가 임연주의 마차가 출발하자 곧이어 자리를 떴다.마차가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야 온자월은 털썩 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아!”그는 그제야 고통의 신음을 내뱉었다.이를 악물고 온모를 감싸주던 그의 팔은 이미 움직일 수조차 없이 부어올랐다.그 상황에서도 그는 온모를 먼저 걱정했다.“막내야, 괜찮아?”그가 힘없는 목소리로 물었다.온모는 싸늘한 시선으로 그를 힐끗 바라보았다. 피가 낭자한 그녀의 얼굴은 보기 싫게 일그러져 있었다.‘지금 이 상황에 괜찮냐는 말이 나와? 이런 멍청한 자식!’그녀는 당장 달려가서 자신에게 채찍을 휘두른 그년을 죽여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리고 눈앞의 무능한 자식도 마찬가지였다.‘여자 하나 못 이겨서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온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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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0화

“오라버니, 왜 그러세요? 제 얼굴이 그렇게 무섭게 생겼나요?”온모는 피식 웃으며 눈에 물들었던 살의를 감추었다.‘적어도 지금은 죽여선 안 돼. 만약 이 자식을 죽이면 아버진 분명 날 의심하실 거야.’안 그래도 최근 그녀에게 불만이 많은 아버지였다.그러니 죽이고 싶어도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었다.어떻게든 온자월을 이용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성사시켜야 했다.온자월 앞에서 온갖 불쌍한 척 연기한 게 아까워서라도 지금은 죽일 수 없었다.온모는 마음을 추스른 후에 피가 낭자한 자신의 얼굴을 매만지며 서러운 어투로 말했다.“제 얼굴이 망가져서 이제 제가 사랑스럽게 느껴지지 않나 보네요.”“그럴 리가 없잖니! 그런 게 아니야!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었어!”조금 전 온모의 눈빛에 놀란 온자월이지만 그녀가 가련한 표정으로 울고 있자 바로 생각이 바뀌었다.“방금은 오라비가 뭘 잘못 봤나 봐. 오라비가 사과할게. 그만 울어, 막내야.”“정말 그런가요? 정말… 저를 싫어하게 된 게 아니죠?”온모는 일부러 새침한 척 그에게 물었다.“당연하지. 내가 왜 막내 널 싫어하겠어?”“아니요. 오라버니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계신 게 분명해요.”온모는 얼굴을 가리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방금 제가 연주 언니를 화나게 했잖아요. 어쨌거나 오라버니의 약혼녀인데 저 때문에 두 사람 사이가 이렇게 틀어져 버렸으니 분명 저를 원망하고 계시겠죠.”말을 마친 온모는 갑자기 흐느끼기 시작했다.“다 제 잘못이에요. 오라버니께서 저를 원망하시는 것도 당연해요….”“그런 게 아니야!”그 말에 당황한 온자월은 조금 전 들었던 의심마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그는 다급히 온모를 달랬다.“막내야, 그런 말하지 마. 연주는 원래 저런 성격이야. 그 애가 너에게 채찍을 휘두른 것도 나 때문이야. 내가 무능해서 그 애와의 혼약을 지키지 못해서 나한테 화가 난 거야.”온자월은 말하고 보니 더 울적한 기분이 들었다.온모를 위로하기 위해 꺼낸 말이지만 말하다 보니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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