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571 - Chapter 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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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1화

하지만 그런 흥분은 오래가지 못했다.반 시진이 지나, 장생단의 약효가 사라진 것이다.안비각의 눈동자에 비쳤던 광기도 점차 사그라들었다.그는 길게 심호흡하고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코와 입을 틀어막았다.“당장 여길 깨끗이 정리하거라!”명령을 내린 안비각은 그대로 내실을 나섰다.장생전을 나와 서재로 돌아온 그는 그대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그리고 수많은 이름을 적은 문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그의 집요한 시선은 그 중에 있는 누군가의 이름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온사.”“성녀라… 네가 진짜 성녀의 재목인지 아니면 가짜인지는 시험해 보면 알겠지.”그 시각, 진국공부 온장온의 처소.온사가 보낸 설련화 탕약을 먹은 온장온은 며칠 지나서 마침내 의식을 회복했다.그러나 아직은 온몸에 기력이 없어 눈을 뜨고 주변을 바라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입을 열고 말을 하는 것도 할 수 없으니 침상에서 시중을 받는 신세였다.온모는 온권승이 빨리 노여움을 거두게 하려고 거의 매일이다시피 온장온의 처소를 찾아와 시종들이 해야 할 약시중과 밥시중을 대신한다며 고집을 피웠다.온장온은 매번 온모가 올 때면 눈을 감고 그녀를 쳐다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온권승은 그의 그런 감정을 눈치챘지만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예전에 란자군의 무덤을 파헤친 일로 장남은 이미 온모에게 완전히 실망한 상태였다.그런데 이번에는 온모가 푼 맹독 때문에 목숨까지 잃을 뻔했으니 그녀를 멀리하는 게 당연했다.어쩌면 온장온은 온모는 이제 가르쳐도 답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온권승은 말려도 소용이 없을 테니 온장온이 화풀이를 좀 하도록 내버려두기로 했다.하지만 장남은 그가 예상했던 것처럼 분노를 표출하는 대신, 아예 온모를 무시하기로 하는 듯했다.온모가 매일 찾아와 침상 옆에서 시중을 들어도 그의 시선 한번 받지 못했다.그는 마치 온모라는 사람이 아예 보이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다.처음에는 온모도 자기가 잘못한 것이 있으니 참을 수 있었다.하지만 시간이 길어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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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2화

“장생전이요? 거긴 뭐 하는 곳인가요?”온모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온자월은 고개를 흔들고는 말했다.“상세한 건 나도 잘 몰라. 동료한테서 들은 얘기야. 거기에 장생단이라는 약이 있는데 거의 죽어가는 사람도 살릴 수 있는 묘약이라고 하더라고. 다만 값이 비싸서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해.”“저희가 가는데 설마 안 팔아주기야 하겠어요?”온모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그녀는 진국공부의 아들딸인 그들이 구하지 못할 약은 없다고 생각했다.“약이 매우 귀하고 외부에선 유통이 되지 않는 거라 제한된 양을 선착순으로 판매한다고 하더라. 그 약이 정말 그렇게 대단하다면 사다가 형님께 드리는 게 어떨까 싶어. 만약에 효과가 있어서 체내의 독을 제거할 수 있다면 아버지도 분명 노여움을 푸실 거야.”어차피 지금 그들에게 달리 뾰족한 수가 없었다.해독제는 찾을 수 없고 독이 든 꽃도 사라졌으니 마지막 희망이라도 붙잡고 싶었다.온모는 그 말을 듣자마자 마음이 움직였다.“하지만… 지금의 저는… 저택 밖을 나갈 수가 없어요.”온모는 지금 금족이 안 풀린 상태라 문밖을 나갈 수 없었다. 온권승은 그녀에게 그 이족인들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대문 밖을 한발자국도 나가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셋째 오라버니가 가보시는 게 어떨까요? 돈이 부족하다면 제가 드릴게요.”온모는 즉시 은화 스무 냥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아무리 비싼 약이라고 해도 이 정도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다.온자월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그는 사양하지 않고 온모가 건넨 돈주머니를 받았다. 막 문을 나서려는 순간, 온모가 갑자기 그를 불러세웠다.“아, 맞다. 셋째 오라버니….”문 앞에서 걸음을 멈춘 온자월은 고개를 돌리고 의아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온모는 착잡한 눈으로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오라버니… 혹시 연주 언니께서 다시 찾아오시지는 않았나요?”그 말을 들은 온자월의 얼굴빛이 확 변했다.“아니, 찾아온 적 없어.”온자월이 말했다.“앞으로 내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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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3화

온모의 본모습을 진작에 알고 있었던 온장온이었기에 그녀에게 이런 면이 있었다는 점에 전혀 놀라지 않았다.다만 전에 그렇게 순수하고 연약한 척하던 그녀가 스스럼없이 욕설을 내뱉은 건 흔히 있는 일이 아니었다.온장온은 조용히 비웃음을 머금었다.‘역시 너는 셋째에게도 진심이 아니었구나.’그는 온모를 위해 임연주와의 혼약까지 파기한 온자월이 안타까웠다.어쩌면 온자월뿐이 아니라 넷째인 온옥지마저도 그녀의 가면에 속았을 것이다.그들 형제가 자신의 앞길을 막고 있다고 생각할 테니까.온장온이 사색에 잠긴 사이, 문밖에서 발걸음소리가 들려왔다.그는 온모가 되돌아온 줄 알고 재빨리 눈을 감았다.“장온아, 아비 왔다.”방 안으로 들어온 온권승이 담담히 입을 열었다.요 며칠 사이 온모를 제외하고 수시로 그의 방을 들르는 사람 중에 온권승도 포함이었다.그는 장남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기에 괜찮은지 확인하려고 자주 들렀다.하지만 온장온은 그의 의도를 이미 알고 있기에 그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온권승의 목소리를 들었음에도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다.온권승은 조용히 침상으로 다가가 아들의 곁에 천천히 앉았다.“장온아, 네가 아비를 원망하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아비도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구나.”온장온은 기가 차서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온권승은 그의 생각을 꿰뚫기라도 한 듯이 이어서 말했다.“과거 진국공부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어르신들은 란씨 가문과 정략 혼인을 추진하셨다. 적자인 나는 어쩔 수 없이 너희들의 어미와 혼인을 하고 온모의 어미를 저버렸었지. 한번은 누군가가 탄 약을 먹고 하마터면 큰 일이 날 뻔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를 구해준 사람이 온모의 어미였다. 그날 이후로 그녀는 사라졌었지. 십여 년이 지난 후에야 나는 그때 그녀가 회임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 아이가 온모야. 온모의 어미는 나와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를 차마 포기할 수 없어 홀로 외딴 곳을 찾아 온모를 출산했고 난산으로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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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4화

“장온아, 아비의 사정도 이해해다오.”온권승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때의 난 그저 그 아이에게 따뜻한 집을 주고 싶었어. 온모와 그 애의 어미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고 싶었지. 그뿐이야.”“그런데 온모와 온사가 사이가 그 정도로 나빠질 줄은 몰랐어. 이제 아비도 늙었고 예전 같지가 않아. 언젠가는 너희들 어미를 만나러 가는 날이 있을 테지. 누군가가 이 집의 기둥이 되어주지 않으면 언젠가 진국공부는 뿔뿔이 흩어질 게야. 그때가 되면 집 나간 네 동생들은 어떻게 될 것 같니?”온장온은 온권승의 질문에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오히려 그 말들이 더 우습게 느껴질 뿐이었다.하지만 집 나간 동생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왔다.만약 진국공 가문이 무너진다면 집을 나간 온자신과 온사는 다시 돌아올까?그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흠칫 떨었다.‘그 애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야.’가문이 사라진다면 그와 동생들 사이에 마지막 남은 유대마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온장온은 그런 상황이 오는 것은 어떻게든 막고 싶었다. 온권승은 자신의 아들을 잘 알았다.앞서 그 많은 말을 한 것은 마지막 말을 위한 것이었다.그는 어떻게 해야 아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온장온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지만 그 미세한 표정 변화를 온권승은 놓치지 않았다.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장온아, 아무리 아비에게 실망했어도 가문을 포기하면 안 돼. 진국공 가문은 아비의 것이기도 하지만 너와 네 동생들의 집이기도 하니까. 지금은 아비가 있어서 애들이 사고 쳐도 수습해 줄 수 있지만 아비가 세상을 뜨면 네 동생들은 어떻게 될 것 같니?”“둘째를 봐. 진국공부를 떠나기 전에 그 포악한 성격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주먹다짐을 하고 다녔는지 너도 알지 않니. 다들 권세 있는 가문의 자식들이었는데 그 녀석들이 왜 반격을 안 했을 것 같니? 당연히 우리 진국공부의 세력이 두려워서겠지. 내가 아직 건재하게 살아 있으니 자신이가 집을 나간 이후에도 찾아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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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5화

온장온은 갈린 목소리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온사는… 진국공부 때문이 아니라… 그 아이가… 스스로… 쟁취해낸 것입니다….”말을 마친 온장온은 온몸의 기운이 소진된 느낌이었다.하지만 그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그 말을 들은 온권승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자신이 그 많은 말을 했는데도 이 멍청한 자식은 고작 한다는 소리가 이거란 말인가!온권승이 보기에 온장온의 생각은 너무 순진했다. 그의 입장에서는 온사가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은 진국공부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볼 수는 없었다.‘이제 컸다고 아비한테 반항하려는구나. 가문이 없었다면 너희는 아무것도 아닌 것을!’그런 생각을 하니 그는 헛웃음이 나왔다.온권승이 괜히 왔다고 생각하고 있던 때, 겨우 기운을 차린 온장온이 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 아버지께서 하신… 다른 말씀은…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니… 걱정 마세요… 제가 이 집안의… 기둥이… 되겠습니다.”그 말을 하는 온장온의 눈빛에는 더 이상 흔들림이 없었다.그랬다. 그는 이 집안의 기둥이 되어 온권승의 모든 것을 계승할 것이다.둘째와 온사가 집으로 돌아오길 거부하는 것은 이 집에 그들이 싫어하는 존재가 살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그가 진국공부를 물려받게 되면 본래 이 집에 속하지 않았던 것을 전부 쫓아버릴 것이다.이곳은 그들 남매의 집이고 그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았다!온장온은 그런 생각을 하며 속으로 결심했다.‘어머니,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세요. 제가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꼭! 동생들을 무사히 집으로 데려오겠습니다! 저희 가족은 꼭 다시 뭉칠 거예요.’아들의 속도 모르는 온권승은 그제야 표정을 풀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네가 잘 이해했으면 되었다. 지금은 푹 쉬고 제때에 약을 챙겨 먹거라. 아비가 어떻게든 해독제를 찾아주마. 체내의 독만 제거하면 집안의 후계자가 되는 법을 아비가 친히 가르쳐 주마.”처음부터 온장온을 후계자로 키웠고 그가 이런 결심을 내보이기까지 했으니 앞으로는 잘 가르칠 일만 남은 것이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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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6화

“세상에나! 번식을 이렇게나 많이 한 거야?”고개를 든 온사는 2층 누각의 사방에 쳐져 있는 거대한 거미줄을 보며 입가에 경련을 일으켰다.며칠 와보지 못했을 분인데 이곳은 거의 거미 소굴이 되어가고 있었다.‘이렇게까지 번식을 많이 하면 곤란한데….’“안 되겠다. 너희 집을 좀 옮겨야겠어.”이대로 가다가는 누각 전체가 거미 소굴이 될 것 같았다.온사가 속으로 염원을 생각하자 누각 2층에 있던 거미들은 전부 누각 밖으로 사라졌다.온사는 바깥을 한번 살폈다. 약초밭과 냇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평탄한 풀밭이었다.거미들이 좋아하는 서식지는 아니었다.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일단 공간에서 나가 뒷산으로 갔다. 그녀는 뒷산의 나무 몇 그루를 공간으로 옮기고 공터를 거미들이 서식할 수 있는 작은 수림으로 만들었다.그리고 통로를 파서 령수가 그곳으로 흐르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독거미들은 이곳에서 서식하며 령수의 정화를 받을 테니 많은 변수를 예방할 수 있었다.거미의 서식지를 해결한 후, 온사는 다른 독충들의 집도 정돈했다.오늘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그녀는 벌레들을 모두 누각 밖으로 옮겼다.어차피 누각 안에서 독약을 연구하면서 독벌레들이 필요할 때 다시 소환하면 그만이었다.모든 일을 끝낸 온사가 약초밭으로 가려던 찰나, 거미 모충 한 마리가 그녀에게 다가왔다.온사는 걸음을 멈추고 기다렸다.곧이어 거미 모충이 그녀에게 정보를 전달했다.그녀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온장온을 구슬리기 위해 자애로운 아비를 연기하다니.’다만 온권승의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아니면 이것도 그의 거짓말인지는 알 수 없었다.예전에 온권승이 몇 번 피를 토한 적도 있으니 고심해 봐야 할 필요가 있었다.허구헌날 사고만 치는 아들들 때문에 그의 몸도 예전 같지 않은 건 사실인 듯했다.‘지난번에 봤을 때도 조금 초췌해 보이긴 했었지.’하지만 워낙 교활한 사람이니 그것 역시 위장일 수 있었다.어쨌든 온사에게는 유용한 정보였다.만약 온권승의 건강에 정말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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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7화

온사의 눈빛이 어두워졌다.하지만 괜찮았다.진국공부를 바로 무너뜨리는 건 불가능해도 조금씩 절망으로 몰아넣을 수는 있었다.온사는 그런 생각을 하며 마음을 진정했다.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일단은 정보를 알아냈으니 손 놓고 있을 수도 없었다.‘한번… 시험해 볼까?’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이 키우는 독벌레들을 둘러보다가 작은 개미 무리에 시선을 돌렸다.‘그래, 저거라면….’그것은 불개미라고 하는 독개미였다.공격성이 아주 강한 개미로 다른 맹독의 독벌레들에 비해서는 독성이 비교적 약한 편이었다.그래서 온사는 그것들을 육성할 때 독즙을 작열 속성의 침식을 띤 독으로 개조했다.그러나 고집이 센 불개미들을 처음에 길들이는 것은 꽤나 복잡한 작업이었고 령수를 사용했지만 수많은 개미들이 죽었다.다행히 김사도에게서 길들여진 불개미를 구해 그것들을 번식시키는 방향으로 작업을 진행했다.그렇게 대량의 불개미를 희생한 후에야 겨우 작열 침식성 독성을 가진 불개미를 육성해 냈다. 번식을 통해 개체수를 늘리자 그것들은 온사가 준 독약을 거부하지 않았다.그렇게 육성해낸 개미가 수백 마리에 달했다.이 정도면 시도 정도 해보는데는 충분했다.온사는 불개미 백 마리를 선별한 후, 그것들을 나무공에 넣었다.“당신이 정말 쇠약해 진 것인지, 아니면 위장인지 한번 시험해 보도록 하죠.”온사는 나무공을 꽉 쥐고 무표정한 얼굴로 옥패 공간을 나왔다.다음 날, 경국공부 온권승의 서재.“약속했던 7일의 기한이 되었다. 너희가 약속한 해독제는 갖고 왔느냐?”온권승은 이번에는 온자월과 온모를 봐주지 않았다.7일째 되는 날 그는 바로 두 사람을 서재로 불러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온모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초조하게 온자월만 바라보고 있었다.온자월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답했다.“죄송해요, 아버지… 해독제는… 못 구했습니다.”“그럼 그 독이 든 화분은?”온권승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무것도 못 구했다는 말은 하지 말거라.”온자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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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8화

“멍청한 것!”온권승은 이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온모를 보고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하필이면 이런 아이가 자신의 딸이라니!대체 누굴 닮아서 이런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놈들이 안 잡혔기를 기도해야 할 게다. 만약 그들 중에 누구라도 잡힌다면 형부의 혹독한 고문을 견뎌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온권승은 음침한 눈길로 온모를 노려보았다.온모는 마른침을 삼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설마… 잡히기야 했겠어요?”고옥산이 그동안 보여준 행보를 생각하면 그들은 아주 교활하고 지독한 자들이었다.어쩌면 잡힌 순간 자결했을지도 모른다.‘그래, 맞아. 잡혔을 리 없어!’온모는 그렇게 요행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이미 일당 중 한 명이 지하 감옥에 갇혀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온권승은 차갑게 코웃음 치며 한심한 눈으로 온모를 바라보았다.“난 너희에게 기회를 줬어. 하지만 너희가 무능해서 아무런 수확도 없었으니 그냥 이 참에 둘째 따라 나가서 농사나 하며 살거라.”말을 마친 그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당황한 온모가 소리쳤다.“아버지, 정말 저희를 내쫓으시려는 건가요?”아버지가 이렇게 냉정한 모습을 보인 것은 처음이었다.“그럼 넌 여태 내가 한 말을 장난이라고 여겼던 게냐?”물론 온권승은 진심으로 둘을 내쫓을 생각은 아니었다.다만 이번에 두 아이에게 너무 실망했고 이대로 가다가는 온장온을 살리기 전에 먼저 가문이 무너질 위기였다.그래서 이번 기회에 그들에게 뼈저리는 교훈을 주고 싶었다.며칠 나가서 고생 좀 하다가 얌전해지면 데려올 생각이었다.게다가 지난번 온자신이 서재에 몰래 침입한 사건도 있으니 이 둘을 보내서 진실을 떠보게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었다.온권승이 그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무릎을 꿇고 있던 온자월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아버지.”온권승은 그를 힐끗 바라보고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사정하려는 거라면 입 다물어.”온자월은 품에서 손바닥 크기의 상자를 꺼내더니 말했다.“아버지, 비록 형님을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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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9화

온권승은 온자월의 손에서 상자를 빼앗아 상 위에 내려놓으며 분노한 목소리로 호통쳤다.“멍청한 것, 이게 불에 닿으면 여기 있는 우리 셋 모두의 체내로 흡입될 것이다! 다 같이 죽는 길이란 말이다!”그 말을 듣고 놀란 온자월은 다급히 뒤로 물러섰다.다시 그 상자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떨렸다.온권승이 제때에 막지 않았더라면 아주 큰 사고를 칠 뻔한 것이다!그는 이를 갈며 아버지에게 물었다.“대체 누가 이런 역겨운 걸 만들어낸 겁니까?”“그건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너희는 아비의 말을 명심하고 이 더러운 것들과 멀리하면 돼. 이걸 너에게 추천한 사람도 멀리해야 한다. 알겠느냐?”온모와 온자월은 분분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아버지.”이 작은 단약 하나에 50냥의 금화를 사용했는데 형을 살리기는커녕 아버지의 꾸중만 듣게 되었으니 온자월은 후회막급이었다.“아버지… 그러면 형님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마지막 생각해둔 방법까지 통하지 않자, 온자월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온권승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러게 전에는 왜 그랬니? 이제 와서 형이 걱정돼?”온자월은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온모는 온자월의 표정을 살피고는 천천히 온권승에게로 다가가며 말했다.“아버지, 저와 셋째 오라버니 모두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어요. 어떤 벌이든 달게 받을게요. 다만 이 일로 아버지께서 몸이 상하실까 걱정이네요. 그러니 노여움 푸시고 같이 해결 방법을 생각해 봐요.”온권승은 그녀를 담담히 바라보며 말했다.“너희가 정말 아비를 걱정했다면 사고를 치지 말았어야지. 한두 번이면 실수라고 봐줄 수 있지만 매번 이러니 나도 더 이상 뒷수습을 해주고 싶지 않다.”“하지만… 저희는 아직 어린걸요.”온모는 혀를 홀랑 내밀며 애교를 부렸다.온권승이 냉소를 지으며 꾸짖었다.“스물이 다 돼가는 사람이 어려? 다른 집 딸들은 다들 시집을 가고 아들은 나가서 업적을 쌓는데 너희는 허구헌날 사고만 치고 있으니!”혼인 얘기가 나오자 온자월의 표정이 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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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0화

약초밭의 약재를 수확하는 날이 온사를 고고한 성녀의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날이 될 것이다.온모는 그런 생각을 하며 담담히 아버지의 처벌을 받아들이기로 했다.‘역시 아버지는 날 엄하게 처벌할 생각이 없으셨던 거야.’그녀가 의기양양한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온권승이 또 입을 열었다.“둘째는 집을 나갈 때 아무것도 챙겨 나가지 않았다. 너희도 그렇게 하도록 해. 짐을 쌀 필요도 없으니 지금 바로 출발하거라.”“뭐라고요?”온모는 충격에 휩싸였다.“짐을 안 챙기면 저희는 가서 어떻게 살라고요? 옷가지도 챙겨가지 말라는 말씀인가요?”온권승은 매정하게 딱 잘라 말했다.“그래. 아무것도 챙기지 말거라. 수요가 있으면 너희가 알아서 해결해. 내 말 알아들었으면 시간 낭비하지 말고 당장 나가.”온모는 분노가 치밀었지만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할 용기가 없었다.그녀는 하는 수 없이 온자월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밖으로 나간 두 사람은 대문 앞이 텅 빈 곳을 보고 집사에게 따져 물었다.“마차는? 당장 마차 준비하지 않고 뭘 꾸물거려!”집사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말했다.“죄송합니다, 도련님, 아씨. 나리께서는 두 분께 걸어가라고 하셨습니다.”“걸어서 가라고?”온모는 하늘이 무너진 느낌이었다.“남산 그 먼 곳까지 걸어서 가면 다리가 부러질 거야! 마차가 안 되면 말이라도 타고 가게 해야지!”집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안 됩니다!”온자월과 온모의 표정이 음침하게 굳었다.“난 괜찮더라도 막내에게 말 한 필만 빌려줘.”온자월은 포기하지 않고 집사에게 압력을 주었지만 집사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소인이 드리기 싫은 게 아니라 나리의 명을 함부로 거역할 수는 없으니 양해해 주십시오.”말을 마친 집사는 그들을 재촉했다.“두 분, 어서 출발하세요. 시간도 늦었는데 지금 성을 나가지 않으면 날이 곧 어두워질 것입니다.”온자월은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고는 이를 갈며 말했다.“가자, 막내야.”‘가긴 뭘 가!’온모는 하마터면 욕설을 내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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