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Chapter 611 - Chapter 620

632 Chapters

제611화

온사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약초밭으로 향했다.그리고 곡괭이를 들고 조용히 잡초를 제거하기 시작했다.그녀는 이런 방식으로 초조함을 달래보려 했다.불안하거나 기분이 안 좋을 때 늘 하는 행위였다.평소였다면 잡초 좀 뽑고 씨앗 좀 뿌리면 안 좋던 기분도 어느샌가 해소가 되었는데 오늘은 어쩐지 뒷산의 모든 잡초를 제거한 뒤에도 쉽사리 안정이 찾아오지 않았다.“내가 왜 이러지?”온사는 허리를 펴고 가슴에 손을 얹었다.그리고 고개를 돌려 산아래를 내려다보다가 다시 곡괭이와 바구니를 챙겨들었다.“오늘은 일단 돌아가자.”그녀는 돌아가서 저녁 식사 준비를 할 생각이었다. 조금 있으면 임연주가 돌아올 시간이기도 했다.매번 황궁에서 돌아올 때면 배가 고프다고 아우성을 질렀으니 오늘은 오기 전에 일찍 준비하기로 했다.온사는 피식 웃고는 빠른 걸음으로 처소로 돌아갔다.그 시각, 임연주도 수월관으로 돌아오는 길에 있었다.마차에는 싱싱한 포도가 들어 있었다.태후께서 좋은 포도와 비단이 공물로 들어왔다고 그녀를 부른 거였다.태후는 임연주를 불러 포도 두 바구니를 하사한 후에 마음에 드는 비단을 고르라고 하였다.임연주는 기분 좋게 색상이 밝은 비단 두 필을 골랐다.그녀가 좋아하는 재질은 아니지만 온사가 예전에 좋아했던 거로 기억했다.비록 온사가 출가인이 되어 비단옷을 입을 일은 거의 없겠지만 그래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었다.임연주는 황궁을 한바퀴 둘러본 후에 하사 받은 포도와 비단을 가지고 기분 좋게 수월관으로 돌아가는 마차에 올랐다.그런데 문득 밖에서 호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뒤에서 누가 따라오는 것 같네요.”임연주의 입가에서 미소가 싹 사라졌다.“언제부터 따라붙은 거지? 무기를 든 자들이야? 인원수는 얼마 정도 돼?”“궁에선 나온 이후에 따라붙은 것 같아요. 적어도 서른 명 정도 되는 것 같고 검을 들었습니다.”임연주는 매섭게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란 얘기네.”“아가씨, 저희 인원수는 열 명밖에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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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쇠갈고리는 마차 차벽을 뚫고 안으로 들어왔다.그 광경을 목격한 임연주는 마차가 기울던 찰나에 재빨리 마차에서 뛰어내렸다.“조심하세요, 아가씨!”임연주가 착지하자마자 두 명이 그녀에게로 달려들었다.그녀는 재빨리 몸을 피하고 채찍을 휘둘렀다.짝!그렇게 전투가 시작되었다.뒤따라온 복면인들은 서른 명 정도 되었다.그들은 임연주와 그녀의 호위들을 수림 속에 포위한 후, 죽일 태세로 덤벼들었다.수많은 인원이 임연주에게로 몰렸다.그나마 그녀가 데려온 호위들이 모두 정예 인원들이고 임연주 본인의 무공 실력도 뒤처지지 않는 편이라 비등하게 상대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런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실력 차이를 느낀 복면인들은 책략을 변경하여 인원수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상황은 눈깜짝할 사이에 변했다.“망할 놈들!”임연주는 저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미꾸라지처럼 공격을 피하는 상대의 책략에 그녀는 체력만 낭비하고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임연주는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감지했다.“아가씨, 이대로 가다가는 힘들어지겠어요!”임연주의 신변을 지키던 호위가 갈린 목소리로 소리쳤다.“저희가 아가씨를 위해 길을 열겠습니다!”“뭐? 이상한 짓 하지 말고 거기 서!”임연주가 미처 그들을 막을 틈도 없이 호위 몇 명이서 강제로 복면인들을 밀어내며 빠져나갈 틈을 만들어 주었다.“어서 가세요, 아가씨!”또 한 명의 호위가 말고삐를 임연주의 손에 쥐여주었다.임연주는 복면 자객들의 검에 썰리는 자신의 호위들을 바라보다가 이를 악물고 말에 올라 포위를 뚫고 나가기 시작했다.“이랴!”임연주는 말을 타고 미친듯이 달렸다.그 뒤를 복면 자객들이 바짝 쫓고 있었다.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해 보니 일곱 명 정도 있었다.그들 중 한 명은 활을 소지하고 있었다. 임연주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미친 듯이 달렸다.곧이어 등 뒤에서 화살이 날아왔다.화살은 임연주의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그녀는 가까스로 정신을 가다듬고 계속해서 앞으로 달렸다.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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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임연주는 이를 악물고 바닥에서 일어나 냉소를 지으며 상대에게 말했다.“내가 경성에 돌아온 게 불안했나 봐? 내가 얼마나 미웠으면 오자마자 이런 짓을 벌일까?”임연주는 예전부터 안란심이 자신에게 이상한 적의와 증오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줄곧 그때 자신이 중서령 댁까지 찾아가 안란심을 배은망덕하고 친우를 배신한 나쁜 년이라고 동네 다 알게 욕설을 퍼부어서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래도 앞뒤가 맞지 않았다.그녀를 향한 안란심의 적대심은 훨씬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것이기 때문이었다.임연주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러나 온사 때문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다.“임연주, 넌 왜 돌아왔어?”안란심은 먼 곳에 서서 싸늘한 눈초리로 임연주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임연주는 몸이 많이 상하고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여전히 흐트러짐 없는 눈빛으로 안란심을 바라보며 욕설을 퍼부었다.“내가 경성에 돌아오든 말든 그게 네년이랑 무슨 상관이지?”안란심은 이를 악물더니 분노에 찬 목소리로 고함쳤다.“넌 이미 경성을 떠났잖아. 왜 돌아왔어? 또 나한테서 뭔가를 빼앗으려고? 넌 임씨 가문의 장녀로서 모든 것을 다 가졌잖아? 왜 굳이 내 걸 빼앗으려는 거야? 왜?”“네 것을 빼앗아?”임연주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내가 무엇을 빼앗았단 말이지?”“너, 네 주제 파악이 잘 안 되나 본데, 눈 크게 뜨고 거울이나 봐. 너처럼 총애도 받지 못하는 서녀에게서 뭘 빼앗을 게 있다고?”임연주의 말투에는 비웃음과 경멸이 가득 담겨 있었다.그 말을 들은 안란심의 두 눈에 시뻘건 독기가 서렸다.“네가 나한테서 온사를 앗아갔어!”그 말을 듣고 당황하나 싶던 임연주는 곧이어 큰 웃음을 터뜨렸다.“하! 내가 너에게서 온사를 빼앗아?”임연주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왔다.“안란심, 난 어릴 때부터 온사와 함께 자랐어. 우리의 우정은 중간에 끼어든 너 따위가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야! 너 그 애를 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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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네가?”임연주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너 무슨 짓을 한 거지?”안란심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너 몰랐어? 난 네가 다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온사가 성녀로 책봉된 이후에 처음으로 금주로 가서 기우제를 지낸 일, 그거 내가 그렇게 만든 거야.”임연주는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역시 너였구나! 참으로 뻔뻔하기도 하지! 감히 내 앞에서 그 일을 들먹여? 온사는 거기 갔다가 죽을 뻔했는데?”비록 온사가 금주행에 대해 간략해서 이야기했지만 그 여정이 험난했을 거라는 것은 임연주도 짐작하고 있었다. 몇 번을 캐물어서야 온사는 금주로 가는 길에 자객을 만난 것과 섭정왕의 비호가 없었더라면 무사히 돌아오지 못했을 거라는 얘기를 꺼내놓았다. “네가 뭘 알아? 위기 속에서 명성과 기회가 싹트는 법이야. 이름뿐인 성녀였다면 그 애는 진작에 온모에게 짓밟혔을걸? 진정한 성녀가 되어서 나라의 백성들에게 자신을 증명해야만이 그 자리를 지키고 나아가서 자신을 지킬 수 있어.”“닥쳐!”임연주는 주저없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가식 좀 떨지 마. 애초에 그 애를 물에 빠뜨려 죽이려 했던 너잖아. 그런데 대체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지껄이는 거지?”“네 손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온사가 운이 좋았고 똑똑해서였어. 하지만 자칫 잘못했으면 그 애는 금주행에서 목숨을 잃을 뻔했어. 그런데 네가 한 모든 게 그 애를 위해서였다니! 차라리 처음부터 그 애를 죽일 생각이었다고 해!”안란심은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더니 말했다.“과정이야 어쨌든 온사는 내 계획에 따라 모두의 존경을 받은 성녀가 되었어. 온모를 봐. 그년은 이미 꼬리 내리고 패잔병이 되었지. 이제 더는 감히 온사를 건들 생각도 못하고 있을 거야.”“하.”임연주도 냉랭한 미소를 지었다.“너랑은 여전히 말이 안 통하네.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내가 오늘 네 손에 잡힌 건 운이 없었다고 생각할게. 지금 당장 날 죽이는 게 좋을 거야. 그러지 않으면 언젠가는 내가 네 년의 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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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전세역전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임연주는 놀란 눈으로 자신을 포위했던 복면인들이 하나둘씩 목이 잘려 그녀의 주변으로 쓰러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연주 아씨, 사태께서 모시고 오라고 저를 보내셨습니다.”상대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임연주의 두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추월, 너였구나!”추월은 다가가서 임연주를 부축하며 물었다.“연주 아씨, 더 걸으실 수 있겠어요?”“좀 힘들긴 하지만 못 걸을 정도는 아니야.”임연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 그러다가 안란심을 떠올리고 고개를 홱 돌렸다.그러나 조금 전까지 안란심이 서 있던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추월이 말했다.“제가 나타나자마자 도망친 것 같네요.”추월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상대는 날 보자마자 도망쳤어. 나를 아는 자일까?’“하. 당연히 도망쳤어야지.”임연주는 안란심이 도망친 이유를 알고 있었다.추월의 막강한 실력도 실력이지만 아마 온사에게 임연주를 죽이려 한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너는… 전에도 비슷한 짓을 한 적이 있었지!’예전에도 안란심은 임연주에게 이유 없는 적대감을 보이면서도 절대 온사의 앞에서는 그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예전부터 안란심과 임연주 사이에서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지만 약속이나 한 것처럼 두 사람 모두 온사에게는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안란심이 그랬던 것처럼 임연주 역시 안란심을 죽일 생각으로 그녀에게 자객을 보낸 적이 있었다.“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에이, 내가 말했잖아. 오다가 자객을 만났다고. 우리 가문을 노리는 세력들이 많아. 내가 경성에 온 줄 알고 자객을 보낸 것 같아.”수월관으로 돌아온 임연주는 자신을 걱정하며 다그치는 온사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다.“난 못 믿겠어!”온사는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내가 바보로 보여? 아무리 너희 가문을 안 좋게 보는 세력들이 있다고 해도 차라리 네가 경성에 오는 길에 자객을 보냈으면 보냈지 이미 경성에 도착한 이후에 보내진 않았을 거야!”간이 배밖으로 나온 자가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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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뭐?”일이 이렇게 빨리 진행될 줄 몰랐던 온사는 당황한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임연주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태후마마께선 때가 되었다고 하셨어.”“그럼 너는?”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어오는 온사에게 임연주는 해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나는 언제가 됐든 상관없어.”어차피 이미 그녀는 마음의 준비를 마친 상태고 시간이 좀 더 앞당겨졌을 뿐이었다.온사는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임연주의 모습을 말없이 빤히 바라보았다.그러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러니까 네게 자객을 보낸 자들은 네가 곧 황후가 될 거란 소식을 듣고 널 죽이려 했다는 거지?”어린 황제가 즉위한 순간부터 조정의 수많은 세력들은 황후의 자리를 눈독들이고 있었다.전에는 태후께서 폐하가 어리다는 핑계로 지금까지 황후 간택을 미루어 왔지만 이제 황제도 장성하였으니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되었다.황후 간택이 시작되면 조정에서도 한바탕 치열한 경쟁이 일어날 것이다.그러니 간택을 하더라도 주도권은 황실이 쥐고 있어야 했다.임연주는 태후가 비밀 리에 내정한 황후 후보였다.그런데 어쩌다가 소식이 새어나갔을까?온사는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반면 임연주는 그녀에게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 속으로 몇 번이고 사과했다.그녀는 미안한 표정을 들키지 않으려 온사의 시선을 회피했다.온사는 너무도 빨리 소문이 새어나갔다는 것에 충격한 나머지 친우의 미세한 표정까지는 읽지 못했다.“그럼 요즘은 밖에 나가지 않는 것이 좋겠어. 네 호위들도 많이 희생했는데 또 나갔다가 위험에 처하면 어떡해? 그냥 수월관에 머무는 게 좋겠어. 여긴 내가 있으니까 그 인간들도 함부로 행동하지 못할 거야.”그녀의 성녀 지위는 처음처럼 허울뿐인 자리가 아니었다.수월관은 본디 청정 지역이며 성녀인 그녀가 수련하고 있는 곳이니 감히 이곳에서 소란을 부린다면 황제와 섭정왕께서 가만히 두고 볼 리 없었다.물론 그건 겉으로 보이는 상황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추월과 온사의 독벌레들이 수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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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그러니 평소에 네가 뭘 해주지 않아도 이것들은 알아서 숨을 곳을 찾을 거야.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게 편해.”“응, 알겠어!”온사는 그럼에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임연주가 잠들기 전에 그녀에게 령수 한 잔을 마시게 했다.“이건 내가 만든 보신수인데 진귀한 약재가 들어간 거라 맛이 없더라도 다 마셔.”“보신수?”임연주는 잔 속에 든 맑은 물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그냥 물 같은데? 보신수가 확실해?”“확실하니까 어서 이거 마시고 한숨 자. 내일 아침 눈을 뜨면 알게 될 거야.”임연주는 그 말을 듣고 꿀꺽꿀꺽 잔을 비웠다.“음… 청량한 맛이네.”물을 마신 임연주는 이게 일반 물이 아니라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마시자마자 온몸이 편안해지고 아까 입은 부상의 아픔도 조금 사라진 것 같았다.“되었으니까 이제 자.”온사는 그녀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내일 깨어나면 굉장한 일이 벌어질 거야. 그래도 놀라지는 마. 누구에게 말하지도 말고. 이건 내게 있어 가장 큰 비밀이야. 네가 그 비밀을 꼭 지켜주었으면 좋겠어.”“뭐가 그렇게 신비로워? 이게 대체 무슨 약수인데 그래?”임연주는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며 캐물었다.그러나 아무리 캐물어도 온사가 답해주지 않자 그냥 침상에 누워 잠드는 수밖에 없었다.다음 날 아침, 먼저 기상한 온사는 아침 공부를 하러 나갔다.뒤늦게 눈을 뜬 임연주는 멍하니 침상에 누워 부상이 말끔히 사라진 자신의 팔다리를 보며 충격에 빠졌다.“온사 너…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있었구나….”한편, 온자월은 온모를 진국공부로 데려갔다.채찍에 맞은 부상이 심각하고 하필 얼굴이 만신창이가 되었기 때문에 나중에 흉터가 남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여인에게는 인생을 망칠 수도 있는 중대한 일이었다.특히나 온모는 자신의 외모를 꽤나 중요하게 생각했다.진국공부로 돌아온 온모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어의가 계속 울면 상처 치료에 방해만 된다는 말만 안 했어도 아마 사흘 낮, 사흘 밤을 내내 울었을 것이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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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온자월이 경성에서 다시 남산으로 돌아갔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문 뒤였다.온자신의 오두막은 어쩐 일인지 등불이 밝혀져 있었다.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온자신은 침상 앞에 멍하니 앉아 있었고 식탁에는 식은 반찬이 놓여 있었다.“형님, 여태 안 쉬고 뭐 했어? 설마 나랑 막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 거야?”온자월은 이미 식어 버린 식탁 위 반찬들을 바라보며 놀란 어투로 물었다.온자신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그의 등 뒤를 바라보았다.“온모는? 걔는 어디 갔어?”그는 뭔가를 참고 있는 듯이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온자월은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 입에 넣었다가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내려놓았다.“반찬이 너무 초라하지 않아? 너무 맛이 없어. 좀 맛있는 걸 준비해 놓지. 고기 반찬은 왜 없어? 이걸 어떻게 먹어?”그는 온자신이 직접 준비한 반찬을 혐오스럽다는 듯이 내려다보며 말했다.‘부상까지 당했는데 이런 걸 먹고 언제 나아?’그런데 이때 온자신의 갈린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내가 묻고 있잖아. 온모 걔 어디 갔어?”온자월은 그제야 고개를 돌리고 온자신을 바라보았다. 그는 마치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시뻘건 눈으로 온자월을 바라보고 있었다.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느낀 온자월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형님? 왜 그래? 그 상자는 또 뭐야? 형님도 아직 밥을 안 먹었어?”쾅!온자신은 갑자기 일어서더니 손에 든 나무상자를 식탁에 던졌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식탁 위에 놓였던 그릇들이 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조각이 났다.온자월은 화들짝 놀라며 충격에 빠진 눈으로 온자신을 바라보았다.“아니, 형님 대체 왜 그래? 뭐가 그렇게 화났어?”“내 말 안 들려?”온자신은 온자월의 앞으로 달려가 거칠게 그의 멱살을 잡고 포효했다.그의 두 눈에서는 이글거리는 분노와 살기가 득실거렸다.“마지막으로 묻겠다. 온모 어딨어? 빨리 말해!”“진국공부로 돌아갔어! 집으로 돌아갔다고!”온자월은 점점 폭주하는 온자신을 바라보며 다급히 말했다.“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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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아니, 형님! 내가 지금 어떻게 가서 막내를 불러와? 내가 이미 말했잖아. 막내 지금 심각한 부상을 입고 진국공부에서 요양 중이야. 여기로 올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온자월은 점점 더 짜증이 치밀었다.“그까짓 동전 몇푼 내가 그냥 주면 되잖아? 비록 지금 당장은 줄 수 없지만 난 언젠가는 진국공부로 돌아갈 거야. 그때 가면 형님이 얼마를 원하든 다 줄 수 있어. 은화 오백 냥 어때? 원한다면 천 냥도 줄 수 있어. 이제 만족하지?”“꺼져!”온자신은 분노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포효했다.“내가 말했지. 난 내가 잃어버린 동전만 원한다고! 그건 내가 힘들게 모은 돈이고 내 피땀이 깃든 것이란 말이다!”“그래서 그 푼돈을 되찾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데? 차라리 은화나 은표가 낫지 않아?”온자월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그건 내 손으로 직접 번 돈이니까!”온자월은 주먹을 꽉 쥔 채로 소리쳤다.“내가 내 동생을 위해서 매일 피땀을 흘려가며 번 동전이야. 얼마가 됐건 너나 진국공부와는 상관없는 돈이라고!”안 그래도 진국공부를 싫어하는 동생인데 그녀에게 뭔가를 해준다면 그건 그가 두 손으로 직접 번 돈이어야 의미가 있었다.진국공부와 관련이 있다고 하면 동생은 결코 그의 선물을 받지 않을 것 같았다.“하!”그 말을 들은 온자월은 기가 차다는 듯이 그를 비웃었다.“그러니까 결국 형님도 온사 때문에 우리에게 이런다는 거잖아?”그는 긴 한숨을 내뱉더니 눈을 감았다.한때는 그의 약혼녀였던 임연주와 둘도 없이 친하다고 생각했던 쌍둥이 형님 모두 온사를 위해 그의 반대편에 서다니!다신 눈을 뜬 온자월은 냉랭한 눈빛으로 온자신을 쏘아보더니 말했다.“난 온모를 데려오지 않을 거야. 형님이 방금 그 애를 모함한 건 그냥 못 들은 거로 할게. 나중에 또 그 얘기 꺼내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데려오지 않겠다고?”“그래. 이런 황당한 거짓말 때문에 다친 막내의 휴식을 방해할 수는 없어.”온자월이 싸늘하게 말했다.온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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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어디서 살던 거지새끼가 감히 진국공부 앞에서 소란을 부리는 게야! 당장 안 꺼져?”“지금 누구한테 꺼지라는 거야!”온자신은 문지기를 발로 차며 사납게 소리쳤다.“눈 똑바로 뜨고 내가 누군지 잘 보고 다시 얘기해!”그가 얼굴을 바짝 들이밀자 문지기는 그제야 그를 알아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둘째 공자? 둘째 공자 맞으신가요?”“날 알아봤으면 당장 문을 열지 못할까!”문지기는 멍하니 문을 열려다가 갑자기 동작을 멈추며 말했다.“저기… 둘째 공자, 소인이 안 열어드리는 게 아니라 나리께선 당신을 이미 호적에서 제명했으니 집안에 들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좋아.”예상했던 답이었기에 온자신은 피식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문지기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상대의 복부를 걷어차고 진국공부의 대문을 열었다.“네가 안 열어준다면 내가 열면 돼!”문을 연 온자신은 그대로 진국공부 안쪽으로 달려들어갔고 주저없이 온모가 있는 처소로 갔다.그 흉흉한 기세에 놀란 문지기가 소리쳤다.“누구 없어요? 빨리 둘째 공자를 붙잡아야 합니다!”문지기의 외침을 들은 온자신은 더 빠르게 달렸다.순식간에 온모의 처소에 도착한 그는 밖에서 지키고 있는 시종을 물리치고 강제로 처소의 문을 열었다.“둘째 공자님! 이게 대체 뭐 하시는 겁니까!”“당장 멈추세요! 여긴 막내 아가씨가 계신 곳입니다! 들어가시면 안 돼요!”“둘째 공자님!”온모의 처소를 지키고 있던 시종들은 온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그들이 다 같이 힘을 합쳐 그를 막으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온자신은 한달음에 온모의 방 문 앞까지 달려가서 주먹으로 문을 쳤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잠들었던 온모가 깨어났다.“누구야! 어떤 막돼먹은 놈이 내 처소에서 소란을 피워?”아무것도 모르는 온모는 놀라서 잠에서 깬 후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온자신은 악귀 같은 표정을 하고 문 앞에 서서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온모, 당장 옷 입고 나와! 밖에서 기다릴게. 안 나오면 내가 네 처소를 아주 박살내 버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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