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 전하께서는 도착하고도 흑기군보다 오히려 정신이 더 맑아 보였다.“성녀 전하, 사수진에 도착하였습니다. 바로 진입하시겠습니까?”온사는 눈앞에 펼쳐진 사수진을 바라보았다. 도착한 시각은 갓 새벽이 트기 전이었다.이른 시각이라 아직 읍내 거리엔 오가는 사람이 드물었다.“모두 말에서 내리거라. 말은 외곽에 두고, 두 사람만이 남아 지키도록 하되, 나머지는 모두 평민 차림으로 갈아입고 해 뜬 뒤에 조를 나누어 입성하거라. 단, 반드시 은밀히 움직이고, 해 지기 전까지 임씨 가문의 행방을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알겠습니다.”온사는 곧 말안장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어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에는 그녀가 공간 옥패에서 옮겨 담아온 작은 거미들이 들어 있었다.“모두 하나씩 받아 두거라. 흔적을 찾거든 곧장 그 거미를 의심스러운 자나 장소에 붙이거라. 만일 위험을 느낀다면 즉시 철수하고, 그 뒤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모두 이해했느냐?”흑기군 병사들은 이 괴이한 거미에 대해 묻지 않았다. 명령을 들은 즉시 행동에 들어갔다. 각자 준비해온 행상복으로 갈아입고, 형제·부자·주종 등 여러 모습으로 둘 셋씩 짝을 지었다.서른 명의 병력이 눈 깜짝할 사이에 열댓 무리로 흩어져, 마치 서로 아무 상관없는 행인처럼 보이도록 위장을 마쳤다.날이 떠올라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수진으로 들어설 무렵, 흑기군도 각기 시차를 두고 사수진 백성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들었다.온사 또한 단 한 명의 흑기군도 대동하지 않은 채, 혼자 남았다.그녀는 얇은 면사를 꺼내 얼굴을 가리고, 물빛 치마로 갈아입은 뒤, 옷가지를 차곡차곡 정돈하였다. 그리고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이내 시선이 바뀌었다. 고요하던 눈빛이 어느덧 반짝이며, 마치 처음 세상 구경 나온 철부지 아씨처럼 생기가 돌았다. 딱 보기에도, 그런 아씨 뒤에는 으레 따라다니는 충직한 호위무사가 있기 마련이었다.추월은 제 차례가 온 줄 알고 몸을 움직이려 했다. 그러나 온사는 옷을 정리한 뒤 그에게 말했다.“추월, 이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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