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Bab 711 - Bab 720

760 Bab

제711화

중서령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온모가 아니다. 편지를 보낸 자는 진국공 저택의 청지기였고 올 때 그의 명함까지 지참했더군.”“진국공이 딸을 오냐오냐 키운다는 건 모르는 사람이 없잖습니까? 어쩌면 또 온모 때문이겠지요. 지난번 온모가 오라버니에게 독을 먹이다 들켰을 때도 결국 진국공이 덮어줬잖습니까.”“심지어 그 온모가 벌인 난장판을 수습하려고 자기 아들에게 임연주와의 혼약을 파기하게까지 했으니...”안란심은 임연주와 온자월의 혼약이 파기되었다는 사실에 누구보다 기뻐했다. 그렇게 되면 임연주가 온사의 올케가 될 가능성은 영영 사라지는 것이고 그 말인즉 그녀와 사돈지간이 되는 일도 없을 거라는 뜻이었다.그런데 뜻밖에도 지금 아버지가 말하길, 그 임연주라는 여편네가 곧 나무 꼭대기에 날아올라 봉황이 될 거란다. 그러니 안란심으로서는 도저히 믿기 힘든 일이었다.“진국공이 이런 소식을 보내왔다면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겠지.”중서령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안란심은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아버지께서는 어떻게 하실 작정이시옵니까?”“임 씨 집안이 곧 상경할 거라지? 사람을 보내 알아보게 하거라.”안란심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만약 정말이라면요?”중서령은 냉소를 흘렸다.“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이 아비는 절대 임씨 집안이 우리 안가의 길을 막게 두지 않을 것이다.”그 말을 들은 안란심은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옵니까? 설마… 친언니를 궁에 들이실 생각이옵니까? 그게 아니라면 저를...?”그러자 중서령의 시선이 그녀 얼굴에 머물렀다. 그녀의 곱고 단아한 얼굴을 바라보며 그는 부드럽게 웃었다.“네 친언니처럼 둔한 성정으로 궁에 들어간다면 살아남기 어렵울 것이다. 그러니 신예야, 이런 부귀영화는 오직 너만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지.”안란심은 그의 자애로운 표정에 거의 토할 뻔했다. 하지만 그가 연기를 하니 그녀도 따라 맞춰주어야 했다.안란심은 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꾹 참고 힘겹게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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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하지만 아버지, 훗날 폐하와 태후마마께 제 본래 신분을 알게 된다면 큰일이 날 것이옵니다. 이건 곧 군주를 속인 중죄이니까요.”안란심은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마지막으로 이 사람을 설득해 보려 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중사령은 그녀를 힐끔 바라보더니 조롱이 섞인 눈빛으로 말했다.“아비가 이미 반역을 도모하고 있는데 지금 와서 그깟 기만이 대수겠느냐?”나는 중요하다고! 이 일이 밝혀진다면 제일 먼저 목이 날아날 사람은 바로 나인데!안란심은 입술이 부르르 떨렸다. 그의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반역이 밝혀지는 순간, 가장 먼저 죽는 건 바로 자신일 것이다.“네가 원치 않는 것이냐?”중서령은 문득 얼굴을 굳히며 물었다.이게 지금 말이라고 하는 것인가? 지금 이 상황에서 원하고 자시고가 있을까?안란심은 대꾸조차 하기 싫어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러자 중서령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아직 모르고 있구나.”그가 괜히 아는 체를 하며 빙빙 돌려 말하는 태도에 안란심은 진저리를 쳤지만 함부로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은 그를 상대로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따님이야 어디서 정보를 구할 길이 있겠사옵니까?”“이건 정보를 얻었느냐 말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중서령은 눈을 가늘게 뜨며 비꼬듯 말했다.“네가 그리도 신경 쓰는 그 임연주, 지금 그녀가 믿고 있는 가장 강력한 배경이 누군지조차 모르고 있다는 게 문제지.”안란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중서령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임연주를 미래의 황후로 점지한 사람은 바로 태후마마이다. 그녀가 임연주를 선택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지. 그 첫째는 임 가라는 집안 자체다. 병권도, 실권도 쥐지 않은 문인 가문의 규수. 허나 천하의 유생들에게는 큰 영향력을 갖고 있으니 황제께 ‘덕망 높은 황후를 맞았다’는 명분을 줄 수 있지. 게다가 훗날 인재를 양산하는 기반이 될 테니 군주로선 이보다 더한 이득이 어디 있겠느냐? 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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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3화

임연주가 황후가 되든 말든 상관없었다. 죽고 싶다면 죽게 놔두면 될 일.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온사이다. 그 애는 절대 임연주를 도와주어서는 안 된다.임연주 편에 서서 그녀를 거드는 꼴을 절대 못 본다.만약 온사가 임연주의 손을 들어준다면, 나는?그 순간, 안란심의 눈동자 깊은 곳에 음울한 기색이 번뜩였다. 그러나 겉으로는 여전히 얌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임연주도, 온사도… 저와는 모두 원한이 있사옵니다. 만약 둘이 뜻을 이룬다면 저의 끝이 어떨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지요.”중서령은 그제야 흐뭇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좋다, 역시 내 딸이다. 네가 아비 말을 잘 듣기만 한다면 이 아비는 기필코 너를 황후로 만들어 줄 것이다.”그러나 이내 목소리에 희미한 경고가 깃들었다.“하지만 기억하거라. 황후가 되는 것이 진짜 목표가 아니다. 우리가 노리는 것은 이런 작디작은 황후의 자리가 아니란 말이다.”그 말에 안란심은 속으로 비웃었다.황후도, 반역도 둘 다 시시해.그녀는 입속으로 차갑게 냉소를 흘리며 담담히 말했다.“아버지 걱정 마십시오.”중서령은 그녀의 진심을 알아차리지 못한 듯 그저 그녀의 얌전한 얼굴을 보고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오늘부터 넌 궁에 들어갈 준비를 하거라. 앞으로 당분간은 외출할 필요도 없다. 내가 너를 위해 최고의 규범을 가르칠 교양 유모들을 불러들일 것이다.”“오늘부터요?”안란심이 살짝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사실… 전 잠시 성 밖으로 다녀오고 싶은데... 물론 돌아오면 바로 시작하겠사옵니다.”그녀는 물월관(月水觀)에 다녀오고 싶었다. 비록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냥…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중서령은 뜻밖에 강경하게 그녀의 말을 잘라 말했다.“안 된다. 지금부터 너는 절대 나가선 안 될 것이다. 아비의 명령을 어긴다면 그땐 나도 너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겠다.”안란심은 순간 움찔했지만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사옵니다. 아버지 말씀대로 따를게요.”뭔가 이상한데… 방금 그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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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마치 폭풍 전야처럼 경성 안은 숨 막히는 긴장감이 서려 있었고 그 와중에도 섭정왕부의 마차는 태연히 남산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왕야, 다음번에 그런 일을 벌이실 때는 부하 하나쯤은 데려가시든지 아니면 말이라도 한마디 해주십시오. 저희는 한창 임무 중이었단 말이옵니다! 돌아보니 왕야께서는 온데간데 없었고 급해난 부하들은 저랑 같이 경성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졌사옵니다. 그런데 왕야께서는 뭐 하신 줄 아십니까? 도중에 성녀의 호위가 되시겠다며 혼자서 사라지셨습니까!”오늘 북진연과 동행한 이는 죽자고 따라온 고요였다. 그는 마부 자리에 앉아 채찍을 허공에 휘두르며 투덜거렸다.“혹시… 흑기군으로 호위 쓰는 게 덜 그럴싸해서 벌인 일이시옵니까? 섭정왕이신 몸으로 친히 나서시다니, 도대체...”도대체 이런 품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일까지 왜 스스로 하시냐고요…!마차 안의 북진연은 그런 그의 투정을 귀찮다는 듯 무시했다.“넌 원래 머리가 단순해서 이런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군도만 잡아봤지 여인의 손 한 번 잡아본 적 없는 고요는 당연히 이해할 수 없었다.북진연의 눈에 이건 그와 무우의 오붓한 정취의 일부였다. 비록, 아주 일방적인 감상이라 할지라도 말이다.“네네, 부하는 무지하니까요. 그러니 왕야, 다음에 또 성녀저하의 호위를 나가실 때는 저도 좀 데려가 주십시오. 네?”그 말에 북진연은 단칼에 잘라 말했다.“안 된다.”그와 무우의 둘만의 세계에 그 검은 숯덩이를 끼워 넣는 건 상상도 하기 싫었다. 검게 그을린 고요는 그 말에 한숨을 쉬며 머리를 긁적였다. 섭정왕의 이해 못 할 취향이야 늘상 괴로움이었다.두 시진 후, 마차는 드디어 수월관(水月觀)에 도착했다. 문을 두드리고 사찰의 스님들에게 인사를 전한 뒤 북진연은 아주 익숙한 걸음으로 온사의 작은 정원으로 향했다.“무우, 내가 오늘 뭘 가져왔는지 맞혀보겠느냐?”정원에 들어서자마자 북진연의 들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온사는 마침 정원 안에서 의서를 펼쳐 읽고 있었다. 그 목소리에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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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5화

온사가 제공한 정보는 본래 김사도에게서 비롯된 것이었다. 과거 그녀는 김사도와 거래를 맺고 어머니의 죽음에 관한 진상과 증거를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조사는 순조롭지 않았다.첫째,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 있었고둘째, 누군가가 일부러 흔적을 말끔히 지워버렸기 때문이다.결국 온사는 김사도에게 임무를 바꾸어 지시했다. 그것은 바로 이족으로 돌아가 그녀의 눈과 귀가 되는 것. 즉 그녀의 정보원으로 활동하라는 것이었다.처음에는 김사도가 거절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그는 전혀 주저하지 않았다.오히려 담담하게 이렇게 말했다.“어차피 저는 순혈 이족도 아니거든요.”그의 말에 따르면 김사도의 생모는 과거 이족에게 납치된 포로였고 그의 생부는 색욕에 찌든 이족의 무뢰배로 그녀를 능욕한 뒤 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 한 번의 끔찍한 일로 인해 아이가 생겼고 허약한 생모는 김사도를 낳자마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 후 그는 백초유에게 거두어졌고 어릴 적부터 꼭두각시처럼 길러졌다.이 모든 사연 탓에 그는 자신에게 피를 물려준 이족을 단 한 점의 애정도 없이 증오했다. 특히 자신이 닮은 이족의 외모를 더욱 혐오했다.그래서 온사가 다시 이족으로 돌아가라는 지시를 내렸을 때 그는 오히려 냉소를 띠며 흔쾌히 수락했다.“걱정 마십시오. 제가 그놈들의 뱃속까지 다 꿰뚫어줄 테니까.”이 지긋지긋한 이족의 얼굴로 그들의 심장에 칼을 꽂는다면 그것보다 더 통쾌한 일은 없을 테니.그렇게 김사도는 대명조를 떠나 조용히 자취를 감췄고 한동안 소식이 없던 그에게서 드디어 연달아 중요한 정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첫째, 현재 이족 전체를 지배하는 최강의 부족은 충령족이라는 이름을 가졌다는 것.둘째, 김사도는 백초유의 출신 부족을 밝혀냈으며 그것 역시 충령족이었고 백초유는 충령족의 족장이자 과거 ‘충녀’로 불리던 여인이었다는 것.셋째, 충령족은 현재 대명으로 사람을 들여보내 새로운 곡녀를 찾고 그녀를 죽일 계획이라는 것.이 정보를 받은 순간, 온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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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6화

“네?”온사는 정신을 번쩍 차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그녀는 무심결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옵니다. 전 그냥…”막 말을 꺼낸 그녀는 문득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바로 눈앞에 누군가의 얼굴이 아주 가까이 다가와 있었기 때문이었다.따뜻한 숨결이 얼굴을 간지럽혔고 고개를 들자마자 마주한 것은 북진연의 걱정이 서린 눈빛이었다. 생전 처음 남자와 이렇게 가까이 마주한 온사는 얼굴이 금세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급히 고개를 돌려 북진연과의 거리를 벌렸다.“아픈 게 아니옵니다. 문득 떠오른 일이 있어서 잠깐 생각에 잠겨 있었던 것이옵니다.”북진연은 원래 그녀의 이마에 손을 대어 체온을 확인하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이 불그스름하게 물드는 것을 보고 나서야 방금 그 거리가 꽤 가까웠다는 것을 알아챘다.그는 피식 웃었다. 화사한 복숭앗빛 같은 얼굴을 눈에 담은 채 태연한 척 물었다.“무슨 일인데 그러는 것이냐? 혹시 곤란한 일이라도 생긴 것이냐? 도움이 필요하면 마침 고요가 와 있으니 그에게 시켜볼 수도 있다.”바로 그때, 고요는 눈이 반짝 트였다. 어딘지 모르게 지금은 왕야를 돋보이게 만들어야 할 타이밍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곧장 가슴을 두드리며 외쳤다.“성녀 자하께서 어려운 일 있으시면 부디 저를 부르십시오! 사람을 잡든, 때리든, 죽이든 모두 가능하옵니다.”온사는 그 말에 웃음을 터뜨릴 뻔했지만 간신히 진정했다.“죽일 필요는 없사옵니다. 살인은 제가 직접 하니까요.”그녀가 사람을 죽여야 한다면 그건 추월이 나설 일이었다. 부대의 고위 장수를 빌려 그런 일을 시키는 건 옳지 않았다. 아무리 그녀가 지금 섭정왕과 가까운 사이라 해도 말이다.“잡거나 때려야 할 일이 있다면 부르겠사옵니다. 고 부장님.”고요는 곧장 입이 귀에 걸렸다.“그땐 성녀 저하께 제대로 보여드리겠사옵니다! 깔끔하게 해결해 드리지요!”그렇게 호언장담하며 돌아서는데 왕야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그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런데 어쩐지 살짝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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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근래 경성이 뒤숭숭하니, 당분간은 가급적 산 아래로 내려가지 말도록 하거라. 특히 경성 쪽은 피하고. 부득이 가야 한다면, 산 아래에 머물고 있는 자들을 반드시 데리고 가거라.”온사가 북진연을 배웅할 때, 그는 그녀더러 정원 문까지만 나와 달라 말하고는 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며 이같이 일렀다.“혹시 그 이족들 때문입니까?”온사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북진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이족 몇몇의 신분이 심상치 않다. 전에 짐작컨대, 경중에 이족 첩자가 숨어 있을 것이라 여겼는데, 역시나 그들이 나타나자 경중 곳곳에서 기이한 움직임이 감지되었다.”그가 오래도록 추적하던 장생전 쪽에서도 조용하던 물결에 미세한 파문이 일었다. 아직은 두드러지진 않았으나, 그는 그들과 긴 시간을 두고 버틸 자신이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그 물밑에 숨은 자들을 얼마만큼이나 끌어낼 수 있을지 두고 보리라 작정한 것이다.“그러니 이 시기엔 내가 경중을 지키며 그들을 밀착 감시할 터이니, 너를 찾으러 오긴 어렵겠다. 하지만 산 아래에 흑기군 한 무리를 남겨두었으니, 네가 외출할 일이 있다면 반드시 그들을 데리고 나가거라. 알겠느냐?”북진연은 염려 어린 눈빛으로 엄히 일렀다. 이럴 때 온사가 괜한 말로 감정 섞을 리 없었다.“걱정 마십시오. 명심하겠습니다.”온사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북진연은 그녀의 얼굴을 만지고 싶은 충동을 꾹 누르고는 이내 몸을 돌려 수월관을 떠났다.그가 떠난 후, 임연주가 부엌에서 고개를 쏙 내밀었다. 손엔 따끈한 죽 한 그릇을 들고 있었고, 한 숟가락 떠먹으면서는 반짝이는 눈으로 대문 쪽을 힐끔거리고 또 온사를 힐끔거렸다.허허, 저 섭정왕 전하께서 혹시 저기……?만일 정말 그렇다면, 저 분께선 갈 길이 참으로 험난하겠구나. 어차피 이 둘 사이엔 신분만의 간극이 아니지 않은가. 무엇보다도 온사의 뇌리에 아직 꽃망울 하나 피지 않았으니 말이다.“거기서 뭘 중얼거리고 있어? 이리 와서 이 추적충을 좀 봐. 처음엔 내가 가진 독충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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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8화

무고 사저의 ‘밖에 쓰러졌다’고 한 것은 그저 돌려 말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실은 그자가 상처가 심하여, 서찰을 무고 사저에게 전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숨이 끊어진 것이다.무고 사저는 그 모습을 보고 큰일이 났음을 곧바로 알아차렸다. 그리하여 서찰을 손에 들고 수월관 대문 쪽에서부터 이곳까지 급히 달려온 것이다.임연주는 잽싸게 서찰을 받아 들었고, 봉투 위에 찍힌 인장이 다름 아닌 자신네 임씨 가문의 것임을 알아보았다.그녀는 주위에 사람들이 있는 것도 잊은 채, 그 자리에서 바로 서찰을 뜯었다.“이건 아버지 글씨야! 아버지와 할아버지께 무슨 일이 생긴 거야!”임연주의 몸이 휘청였고, 손에 든 편지가 덜덜 떨렸다. 한순간 중심을 잃을 뻔한 그녀를 온사가 다급히 부축하였다.“무슨 일이야? 분명 경성으로 오는 길이라 하지 않았어?”임연주는 서찰의 내용을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읽다가 이를 악물고 말하였다.“내가 황후로 내정되었단 소식이 흘러나간 거야.”온사는 즉시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경중의 자들이 더는 참지 못하고, 임씨 가문 어른들을 습격하려 보낸 거야?”임연주는 눈시울을 붉히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할아버지 일행은 이미 경성 인근까지 와서 자객의 습객을 받았어. 지금 아버지는 중상을 입고 거동이 불가하며, 할아버지는 물에 빠져 행방이 묘연하다 했어. 지금껏 어디 계신지, 무사하신지조차 알 수가 없어!”할아버지는 본디 연세가 지긋하셨고, 물은 깊고도 차가웠다. 혹 짧은 시간 안에 건져 올려졌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과연 얼마나 버티실 수 있었겠는가.임연주는 말을 할수록 눈물과 함께 분노가 치밀어올라, 서찰을 쥔 손에 힘을 꽉 주며 외쳤다.“내가 사람을 데리고 아버지를 구하러, 할아버지를 찾으러 가야겠어!”“잠깐만!”온사는 황급히 그녀의 팔을 붙들었다.“연주야, 지금은 경성을 떠나선 안 돼!”“아니, 무슨 일이 있어도 가야 해!”임연주는 눈이 휘둥그레지고 손이 덜덜 떨렸다.“내가 안 가면, 아버지와 할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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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9화

서둘러야 할 사정이 있어, 온사는 이번에는 마차를 타지 않고 흑기군과 함께 말을 달렸다.경성을 벗어나 얼마 되지 않아, 비월정 앞을 지나던 중이었다. 그때였다. 정자 안에서 낯익은 음성이 들려왔다.“온사! 잠깐만!”그 목소리가 너무도 익숙하여, 온사는 반사적으로 고삐를 당겨 말머리를 멈추게 하였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비월정 쪽을 바라보았고, 그 안에는 온몸을 단단히 감싼 여인이 숨어 있었다. 비록 얼굴은 볼 수 없었으나, 온사는 그 목소리만으로도 누군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안란심? 이게 무슨….”온사는 그녀의 옷차림을 훑어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여기서 뭘 하고 있지?”이때의 안란심은 하인의 복색을 입고 있었고, 그것도 일반 하인이 아니라 시종의 옷차림이었다. 얼굴은 완전히 가렸고, 머리카락 또한 모자 안으로 모두 감추어 마치 누군가의 눈을 피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온사야 너를 만나러 왔어.”이번만큼은 안란심도 온사가 부르는 이름을 부정하지 않았다.“나를 찾아왔다고? 대체 무슨 일로?”온사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며 그녀를 주시하였다.안란심은 반쯤 몸을 정자 안에 숨긴 채, 주위를 살피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너 어디로 가는지, 무얼 하려는지도 알고 있어. 그래서 말리려 왔어. 이번 일은 단지 임연주만을 노린 것이 아니야…”그녀는 온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들이 노리는 이는 너 또한 포함되어 있어.”안란심은 자신이 직접 나선 이번 일이 온사를 설득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헌데 뜻밖에도, 온사의 얼굴에는 전혀 놀람이 없었다.그 순간 안란심은 멈칫하였다. 이내 그녀는 크게 놀란 눈으로 말했다.“설마… 너 이미 알고 있었던 거야?!”온사는 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말고삐를 잡고 고개를 돌린 채, 차갑게 한마디를 남겼다.“돌아가거라, 여기에는 너 따위 필요 없어.”그 말을 끝으로, 온사는 곧바로 흑기군과 함께 말을 달려 자리를 떴다.비월정 안에 선 안란심은 주먹을 꼭 쥔 채 그녀의 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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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성녀 전하께서는 도착하고도 흑기군보다 오히려 정신이 더 맑아 보였다.“성녀 전하, 사수진에 도착하였습니다. 바로 진입하시겠습니까?”온사는 눈앞에 펼쳐진 사수진을 바라보았다. 도착한 시각은 갓 새벽이 트기 전이었다.이른 시각이라 아직 읍내 거리엔 오가는 사람이 드물었다.“모두 말에서 내리거라. 말은 외곽에 두고, 두 사람만이 남아 지키도록 하되, 나머지는 모두 평민 차림으로 갈아입고 해 뜬 뒤에 조를 나누어 입성하거라. 단, 반드시 은밀히 움직이고, 해 지기 전까지 임씨 가문의 행방을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알겠습니다.”온사는 곧 말안장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어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에는 그녀가 공간 옥패에서 옮겨 담아온 작은 거미들이 들어 있었다.“모두 하나씩 받아 두거라. 흔적을 찾거든 곧장 그 거미를 의심스러운 자나 장소에 붙이거라. 만일 위험을 느낀다면 즉시 철수하고, 그 뒤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모두 이해했느냐?”흑기군 병사들은 이 괴이한 거미에 대해 묻지 않았다. 명령을 들은 즉시 행동에 들어갔다. 각자 준비해온 행상복으로 갈아입고, 형제·부자·주종 등 여러 모습으로 둘 셋씩 짝을 지었다.서른 명의 병력이 눈 깜짝할 사이에 열댓 무리로 흩어져, 마치 서로 아무 상관없는 행인처럼 보이도록 위장을 마쳤다.날이 떠올라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수진으로 들어설 무렵, 흑기군도 각기 시차를 두고 사수진 백성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들었다.온사 또한 단 한 명의 흑기군도 대동하지 않은 채, 혼자 남았다.그녀는 얇은 면사를 꺼내 얼굴을 가리고, 물빛 치마로 갈아입은 뒤, 옷가지를 차곡차곡 정돈하였다. 그리고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이내 시선이 바뀌었다. 고요하던 눈빛이 어느덧 반짝이며, 마치 처음 세상 구경 나온 철부지 아씨처럼 생기가 돌았다. 딱 보기에도, 그런 아씨 뒤에는 으레 따라다니는 충직한 호위무사가 있기 마련이었다.추월은 제 차례가 온 줄 알고 몸을 움직이려 했다. 그러나 온사는 옷을 정리한 뒤 그에게 말했다.“추월, 이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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