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회춘당에는 임 백부도 요양 중이니 저들이 계속 따라오게 할 수는 없었다.온사는 조용히 고민하다가 밀림을 지날 때 수풀 속에 숨어 있던 독충들을 소환했다.‘저들을 어떻게든 막아!’수풀 속에 숨어 있던 독벌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녀석들은 쉭쉭 소리를 내며 뒤편을 향해 몰려갔다.흑기군 소대장은 그 소리를 듣고 온사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챘다.그는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성녀 전하는 참으로 대단한 분이시구나!’역시나 잠시 후, 후방에서 처참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독충들이 사냥을 시작한 것이다.“이게 뭐야? 무슨 일이야?”당황해하는 연지의 시야에 손톱만한 검은 점이 스치고 지나갔다. 놈은 곧바로 연지의 얼굴을 노리고 달려들었다.연지는 재빨리 고개를 피해 가까스로 공격을 피했다.그러나 다시 녀석에게 반격을 가하려던 순간, 놈은 수풀 사이로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잠깐, 수풀 안에 온통 저놈들이 숨어 있다는 건가?’“철수한다! 당장 수풀에서 철수하라! 서둘러!”그렇게 연지는 두 명의 정예 부하를 잃고 난 후에야 수풀에서 퇴각할 수 있었다.그는 분노한 얼굴로 이를 갈았다.이대로 가다가는 그가 데려온 살수들 모두 이 밀림 안에서 목숨을 잃을 것이다.‘어떻게든 퇴각해야 해!’결국 연지는 반이 넘는 인원을 희생한 후에야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밀림에서 퇴각할 수 있었다.창청람에게로 돌아간 연지는 그곳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사실대로 그에게 고했다.“검은 벌레가 뭔지는 똑똑히 보았느냐?”연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머뭇거리며 답했다.“자세히 보지는 못했으나 녀석의 공격 방식은 저희 일족의 약충과 매우 흡사했습니다. 아마 그 아씨라고 불리는 그 여자가 부리는 벌레들 같았습니다.”창청람은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에 잠겼다.“그러니까, 그 여자도 우리와 같은 약충 소환사란 말이지?”“소인은… 그렇게 생각합니다.”연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잠시 후, 창청람은 냉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연지, 요즘따라 넌 점점 더 무능
어린아이는 온사가 바깥에서 싸우고 있는 추월처럼 이 할아버지를 구하러 온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경계를 늦추었다.아이는 눈물을 닦으며 그녀에게 말했다.“누나 말을 믿을게요.”온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뻗어 아이를 기절시켰다.그러고는 임현학과 함께 공간에 진입하여 공간의 영기와 령수, 그리고 자신이 조제한 약으로 목숨을 연명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런 상태는 오래 지속할 수 없었다.어떻게든 임 태사를 모시고 경성으로 돌아가 사부님과 임자부의 손에서 치료를 받게 해야 했다.잠시 후, 온사는 기절한 아이를 엎고 사찰을 나갔다.“추월.”그녀는 추월을 불렀다.이미 연지를 피투성이로 만들어 놓은 추월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곧바로 뒤로 철수했다.그녀는 온사의 옆에 임현학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했다.온사는 그녀를 향해 눈을 깜빡이고는 말했다.“우리가 찾으려는 사람은 이미 찾았으니 돌아가자.”그 말은 맞은편의 연지에게도 전해졌다.그는 어리둥절한 눈길로 온사와 아이를 바라보았다.‘사찰 안에 저 거지 꼬마 한 명만 있었던 거라고? 임현학이 여기 있는 게 아니었어?’온사는 선호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꼬마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이의 얼굴은 잘 가렸으니 연지가 나중에 아이를 알아볼 일은 없었다. 그녀는 맞은편에 있는 연지를 보며 싸늘하게 말했다.“가서 네 주인에게 전하거라. 이 원한은 잘 기억해 두겠으니 나중에 두고 보자고.”연지는 꽤나 강한 자였기에 추월 혼자 놈을 죽일 수는 없었다.그래서 온사는 이곳에서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로 했다.말을 마친 그녀는 아이를 엎고 뒤돌아섰다.추월과 흑기군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연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에 당황했다.그는 혹여 자신이 판단을 잘못하여 모시는 분에게 큰 민폐를 끼친 건 아닌지 혼란스러웠다.‘젠장, 거기에 무조건 임현학이 있을 줄 알았는데!’만약 사찰 안에 있는 자가 보잘것없는 거지인 줄 알았다면 절대 저들과 정면으로 부딪치지 않았
그는 곧바로 추월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추월이 말했다.“네가 내 주인에게 살기를 품었으니 내가 살아 있는 한, 네 놈과 끝까지 싸울 것이다.”연지는 일그러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렇다면, 소원대로 해주지!”말을 마친 그는 곧바로 추월에게 달려들었다.검날이 부딪치는 소리가 아찔하게 들려오는 가운데, 온사는 그들을 등지고 사찰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낡은 불상 아래, 쓰러져 있는 임 태사와 겁에 질린 어린 노숙자가 보였다.꼬마는 임 태사의 옆에 꼭 붙어서 겁에 질린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온사를 발견하고 매섭게 눈을 치켜떴다.온사가 꼬마에게 뭐라 얘기하려던 찰나, 쓰러져 있던 임 태사가 천천히 눈을 떴다.그는 힘겹게 고개를 돌리고 입구에 서 있는 온사를 보고 입을 열었다.“아가… 왔구나?”온사에게는 참으로 그리운 호칭이었다. 예전의 가족들 이외에도 임 태사도 늘 그녀를 이렇게 불렀었다.오랜만에 들은 인자한 부름에 온사는 눈시울을 붉히며 재빨리 임현학의 곁으로 다가갔다.“할아버지, 저 왔어요. 연주를 대신하여 제가 모시러 왔어요.”“그래… 착한 아가, 고생 많았다… 그런데 헛수고를… 한 것 같구나… 난 이미 글렀어….”임현학이 힘겹게 답했다.온사는 그제야 임현학의 상태가 많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예전의 그 위엄 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뼈밖에 안 남은 앙상한 노인이 힘겨운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온사는 재빨리 그의 맥을 짚었다. 이미 장기가 심각한 손상을 입어 생명의 끝에 다다른 상태였다.온사는 재빨리 옥패 공간에서 희석하지 않은 령수를 꺼내며 그에게 말했다.“할아버지, 이것 좀 드세요. 이게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어요!”그러나 임현학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녀에게 말했다.“아가… 그럴 필요 없다… 난 이미… 글렀어. 이제… 갈 때가 된 거지. 죽기 전에… 그래도 널 다시 볼 수 있어서 참으로 기쁘구나.”“아니요! 이대로 돌아가시면 안 돼요!”온사는 고개를 저으며 령수를 한 모금 한
비록 그는 성녀가 벌레군단을 부린다는 건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동시에 이렇게 많은 숫자를 보유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게다가 성녀가 평소에 어떻게 그들을 숨기고 다니다가 필요한 순간에 수천 마리가 순식간에 모습을 드러내는지도 신기할 따름이었다.흑기군 소대장은 호기심 어린 눈길로 온사의 행동을 지켜보다가 이내 생각을 접었다.어쩌면 이는 성녀의 비밀일지도 모르니 깊게 캐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온사도 그의 시선을 눈치챘으나 마음이 쓰이지는 않았다.북진연이 그를 자신에게 보내주었다는 것은 그만큼 그를 신뢰한다는 의미였다.그래서 독충을 사용하는 일에 있어서 그녀는 전혀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지 않았다. 지금은 빨리 임 태사를 찾는 것이 우선이었다.아니나 다를까, 파견한 독충이 단서를 가지고 돌아왔다.“동남방향 육 리밖에 사찰이 하나 있다는구나.”단서를 파악한 온사는 소대장과 함께 신속하게 동남방향으로 향했다.그들 이외에도 사찰 주변을 수색하는 자들이 있었다. 놈들은 검을 들고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기에 놈들이 사찰을 발견하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임 태사를 찾아야 했다.게다가 놈들을 이끄는 자가 온사도 아는 놈이었다. 창청람의 부하인 연지, 아주 위험한 인물이었다.“추월아, 네가 나보다 빠르니 지금 당장 사찰로 가서 할아버지를 모실 수 있으면 모시고 도망쳐. 만약에 못 빠져나갈 상황이면 우리가 올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끌어줘!”“예!”추월은 온사의 옆에 있는 흑기군을 힐끗 보고는 가볍게 몸을 날려 나무들 사이를 가르며 질주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온사 일행이 사찰에 도착했을 때, 이미 그곳에서 추월과 추적자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추월은 혼자 사찰 입구를 막고 있었고 그녀의 주변으로 쓰러진 시체가 수두룩했다.온사는 한눈에 상황을 파악하고는 싸늘하게 명을 내렸다. 낙관적으로 볼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북진연의 흑기군 중에서도 그가 친히 인정한 정예 소대였기에 딱히 걱정은 없었다.“죽여라.”그녀의 싸늘한 명이 떨어지자 흑기군 소
“오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게지? 도련님과 장삼 그 녀석은 대체 어디로 갔던 게야? 왜 아이들이 이런 꼴을 하고 돌아와?”장 부관은 이를 갈며 포졸에게 물었지만 포졸이라고 명확한 답변을 해줄 수는 없었다.“그게… 저희도 잘은 모릅니다. 이안 도련님께서 아무런 말씀도 없으셔서….”또다른 포졸이 뭔가 떠오른 듯, 다급히 고했다.“일전에 이안 도련님께서 어떤 여인 한 명을 끌고 온다고 하신 것 같습니다.”그 말을 들은 이 현령은 다급히 물었다.“누구? 이름이 뭐지?”포졸은 한참 생각하다가 자신 없는 목소리로 고했다.“채청… 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한참이 지난 후에야 이 현령과 장 부관은 채청이 누군지 기억해냈다.“그 아이는 사수진의 채 의원이 거둔 수양딸이 아니더냐?”장 부관의 말을 들은 이 현령이 이를 갈며 소리쳤다.“당장 사수진으로 간다!”그러던 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잠깐, 사수진에서 사고를 당했다고? 이게 과연 우연일까?”성녀가 몸을 숨기고 있는 사수진에서 아들이 사고를 당했다.일반인이라면 절대 이안이 현령의 아들인 것을 알면서 그에게 이렇게 자인한 방식으로 해를 가했을 리가 없었다.그렇다면 아들을 해한 자는 분명히 외부인이라는 얘기였다.게다가 현령 따위는 안중에도 없을 정도로 높은 신분을 가진 자!“성녀입니다!”장 부관도 눈을 휘둥그레 뜨며 소리쳤다.두 사람은 굳은 표정으로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우리가 찾아가기도 전에 제 발로 찾아오다니!”아무리 성녀라도 사랑하는 아들에게 해를 끼쳤으니 절대 묵과할 수 없었다.하물며 그들이 이곳에서 복명 성녀를 제거하더라도 경성에 있는 중서령이 알아서 뒷처리를 해줄 것이다.‘성녀, 탓을 할 거면 경솔하게 움직인 너를 탓해!’“여봐라! 당장 인원을 소집하고 사수진으로 향하라!”한편, 회춘당.임홍문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온사는 절반의 인원과 독충을 근처에 배치한 후, 임 태사의 행방을 찾으러 회춘당을 떠난 후였다.한 시진 후, 그들은 단
부관은 서신의 내용을 읽어보고는 무거운 표정을 답했다.“성녀가 왜 인강현에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안 대인의 명이라면 따라야지요.”이 현령도 수긍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사수진으로 사람을 파견해야겠군. 그런데 시기는 언제로 잡으면 좋을까?”장 부관이 말했다.“안 대인의 서신을 보면 성녀는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비밀 리에 사수진으로 갔다고 하는군요. 어쩌면 이게 저희에게는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만일을 대비하기 위해 인강현 구역을 벗어난 후에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그렇게 하면 성녀가 죽었다는 소식이 경성에 전해져도 그들과는 무관하게 될 것이다.“그래, 일리 있는 말이군. 그럼 그렇게 준비하게.”고개를 끄덕인 이 현령은 이대로 지시를 내리려다가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머리를 탁 쳤다.“잠깐, 우린 성녀의 얼굴도 모르는데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안비각의 서신에는 성녀의 초상화가 동봉되어 있지 않았다.장 부관은 잠시 고민하더니 조심스레 의견을 말했다.“성녀는 출가하기 전에 진국공부의 적녀였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릴 때부터 귀하게 자랐을 테니 분위기나 외모가 이쪽 사람들과는 많이 다를 것입니다. 애들에게 조금만 주의 깊게 살피라고 한다면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이 현령도 이 방법밖에 없겠다고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여봐라!”이때,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시종이 헐레벌떡 안으로 뛰어들어왔다.“큰일 났습니다, 나리!”“무슨 일이지?”이 현령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이안 도련님이… 이안 도련님이 혀가 잘리고 두 손목이 절단되어 돌아왔습니다!”“뭐라?”이 현령은 분노하며 소리쳤다.“누구냐! 대체 어떤 간덩이 부은 놈이 감히 내 아들을 건드려?”시종이 다급히 고했다.“도련님뿐이 아니라 같이 갔던 관아의 포졸들 모두 눈이 도려지고 혀가 잘려서 관아의 대문밖에 쓰러져 있었습니다!”장 부관은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장삼은? 내 아들은 어떻게 되었느냐?”아니나 다를까, 시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