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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6화

Author: 이제리
“멍청한 것, 감히 내가 보는 앞에서 꼼수를 부리다니.”

온모는 이미 온아려의 서툰 꼼수를 알아차렸지만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그녀는 자신의 약충 조련술과 독술에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경성에서 자신을 제외하고 아무도 최소택을 살릴 사람이 없다고 자신했다.

그래서 온아려가 뭘 하든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모든 수를 동원해도 최소택을 살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절망한 부부의 얼굴이 더 궁금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꼼수를 그냥 눈감아 준다는 의미는 아니니, 그 대가는 오로지 최소택의 몫이었다.

“네 아비와 어미가 잘못을 저질렀으니 벌은 네가 대신 받아야지.”

말이 끝나기 바쁘게 침상에 누워 있던 최소택은 경기를 일으키더니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악!”

그날 최소택의 처참한 비명소리가 충용 후작가 전체를 뒤흔들었다.

“여봐라.”

최소택에게 온갖 화풀이를 마친 온모는 손수건으로 손에 묻은 피를 닦은 후, 혐오스럽다는 듯이 그것을 최소택의 얼굴에 던지고는 시종을 불렀다.

“세… 세자비 전하, 소인이 뭘 하면 되나요?”

밖에서 들어온 시종은 고개도 들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세자비라는 호칭은 온모가 강제로 후작가 사람들에게 부르게 한 호칭이었다.

측실이라는 신분이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그녀는 정실이 될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최씨 가문 장로들에게 의견을 물어야 하니, 중요한 시기에 굳이 일을 더 만들고 싶지 않아 미뤄두고 있었다.

그러나 저택의 시종들은 그녀의 강요와 협박 하에 모두 그녀를 세자비로 부르고 있었다.

어차피 세자비가 되는 건 시간문제이니 호칭이 뭐가 중요하랴!

온모는 싸늘한 시선으로 시종을 흘겨보며 말했다.

“금일 진국공가의 집사가 다녀갔다지? 그자가 무슨 일로 왔는지 말해보거라.”

비록 만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진국공 쪽의 행보는 알아야 했다.

시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조심스레 말했다.

“문지기는 집사가 서신 한통을 들고 후작 나으리를 찾아왔다고만 했습니다.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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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택아! 어미 왔어! 어딨니?”방문을 열고 들어간 온아려는 거의 빈사 상태로 침상에 누워 있는 아들을 보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아들!”그녀는 새된 비명을 지르며 엉금엉금 기어서 아들의 침상 옆으로 다가갔다.“어머니… 어찌 오셨습니까?”야위어서 양볼이 푹 패인 최소택이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힘겹게 눈을 떴다.“소택아, 어떻게 된 거니? 그년… 아니, 온모가 대체 너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며칠 안 본 사이에 어찌 이렇게 되었어?”온아려는 욕설이라도 퍼붓고 싶었다. 그러나 온모의 잔인무도한 짓을 떠올리고 감히 욕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치미는 분노와 증오심을 꾹 참으며 안쓰럽게 아들을 바라보았다.“어머니, 온모를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그 애가 저를 살렸어요. 온모가 아니었다면 저는 진작에 죽었을 거예요. 저는 전혀 아프지 않아요. 단지 조금 피곤하네요….”온아려는 당장 달려가서 온모의 사지를 갈가리 찢어버리고 싶었다.‘대체 내 아들에게 무슨 사악한 주술을 부렸기에 다 죽을 지경까지 간 애가 지금도 그년의 편을 드는 거지?’온아려는 순간 등골이 오싹하고 공포에 휩싸였다. 평생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호사로운 생활만 해온 온아려는 온모가 아들에게 무슨 끔찍한 짓을 저질렀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온모는 백초유가 김사도 일당에게 했던 것처럼 최소택에게 독을 먹이고 약충으로 그의 의식을 조종했다.온아려도 일전에 혼인식에서 온사가 가져온 독이 든 꽃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줄곧 온모를 경계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감히 아들에게 독을 풀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최소택이 먹고 쓰고 입는 모든 물건에는 온모의 독이 뿌려져 있었다.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최소택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중독되었던 것이다.최소택이 쓰러진 그날, 온모는 그의 몸속에 약충을 심었다.그렇게 충용 후작가에는 악몽이 찾아왔다.온모는 온아려의 약점이 아들 최소택임을 알기에 그를 이용해 온아려와 충용 후작 부부를 협박하여 저택 안에서 왕 노릇을 하는 중이었다.협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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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권승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진작에 궁중에서 소식을 전해듣고 일부러 안 나오는 거겠지.”그러나 집사는 어쩐 일인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그 시각 충용 후작부는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오… 온모야, 네가 원하는 걸 사왔으니 오늘은… 우리 아들 좀 만나게 해줘.”만약 온사가 이곳에 있었다면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을 것이다.온모를 금방 집안에 들였을 때부터 그녀를 무시하며 괴롭힘을 일삼던 사람이 온아려였다.그런데 지금은 마치 시종처럼 온모의 앞에서 비굴하게 애원하고 있었다.온모는 눈부신 빛이 나는 진귀한 벽옥 꽃병을 힐끗 바라보더니 갑자기 그것을 집어들어 바닥에 집어던졌다.챙그랑!그녀는 온아려가 보는 앞에서 모든 꽃병을 다 산산조각낸 후, 음침한 눈길로 온아려를 노려보며 말했다.“안 되겠는데요, 부인. 이것들은 제가 원하는 기준에 한참 못 미치네요. 제가 원하는 건 최상급 벽옥 꽃병이랍니다! 이런 저급한 쓰레기가 아니라!”온아려는 울며 애원했다.“내가 사람을 보내 찾아볼게! 최대한 빨리 구해오도록 할 테니, 제발 우리 아들 좀 만나게 해줘. 한번이면 돼, 온모야!”온모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좋아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오늘은 특별히 소원을 이루게 해드리죠.”온아려의 입가에 미소가 살짝 걸린 찰나, 곧이어 온모는 비아냥거리듯 말했다.“제 앞에 무릎을 꿇고 싹싹 빌면 아들을 만나게 해드릴게요.”온아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참을 수 없는 수치심이 몰려왔다.주저하는 그녀를 보고 온모가 불쾌한듯 말했다.“왜요? 아들을 만나기 싫으신가 보네요? 그럴 거면 내 시간을 낭비하지 말았어야죠. 부인, 잊지 마세요. 당신 아들의 목숨은 제 손에 있답니다.”그 말을 들은 온아려는 공포에 휩싸인 듯, 온몸을 떨더니 다급히 말했다.“마… 만나야지! 온모야, 제발 내 아들은 건들지 마! 네가 시키는 건 뭐든 할 테니 제발 우리 소택이 좀 그만 괴롭혀!”말을 마친 그녀는 온모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고 울며 애원했다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883화

    “아버지!”온장온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예전에 막내만 편애하신 건 그렇다 쳐도 온사도 당신의 딸이고 우리의 동생인데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왜 못해!”온권승은 사납게 눈을 치켜뜨며 호통쳤다.“그 애의 모든 건 내가 준 것이다. 내가 자비를 베풀지 않았더라면 그 애가 지금까지 살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온장온은 충격에 빠진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보며 물었다.“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지금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신 겁니까!”‘설마 진작부터 온사를 죽일 생각이 있으셨던 걸까?’온권승이 말했다.“당연히 말 그대로의 뜻이지.”온권승은 더 이상 온사에 대한 살의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싸늘한 목소리로 협박하듯 말했다.“장온아, 넌 내가 직접 가르친 후계자야. 그러니 아비를 곤란하지 않게 할 거라 믿는다. 너를 봐서 그 애를 봐주고는 있었다만 너 아니었다면 진작에 없애버렸을 것이다. 그런데 그년이 매번 내 발목을 잡고 있으니, 이제 나도 어쩔 수 없어!”온권승은 더 이상 온사에 대한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이번에도 또 제 뜻대로 하겠다고 불란을 만든다면 내게 반기를 든 결과가 어떤 건지 톡톡히 보여줄 것이다!”조용히 란씨 가문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든 사람이니 고작 열여섯 살 먹은 소녀를 제거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그 말을 들은 온장온은 숨이 턱 막혔다.그는 쓰러질 듯 위태위태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당장이라도 무너져내릴 것 같았다.언제부터 그가 모르는 사이에 이 집안은 이미 산산조각나고 있었던 것이다.온장온은 헛웃음이 나왔다. 어쩌면 온사가 집을 떠난 건 옳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그녀를 설득하여 집에 다시 데려오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온사는 쥐도 새도 모르는 사이에 아버지 손에 죽었을지도 모른다.그는 처음으로 아버지의 잔인무도함을 엿보았다.장남이 서재를 나간 후, 온권승은 사람을 불러 먹을 갈게 하고 세 통의 서신을 써내려갔다.서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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