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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3화

Author: 이제리
“아버지!”

온장온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예전에 막내만 편애하신 건 그렇다 쳐도 온사도 당신의 딸이고 우리의 동생인데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왜 못해!”

온권승은 사납게 눈을 치켜뜨며 호통쳤다.

“그 애의 모든 건 내가 준 것이다. 내가 자비를 베풀지 않았더라면 그 애가 지금까지 살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온장온은 충격에 빠진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지금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신 겁니까!”

‘설마 진작부터 온사를 죽일 생각이 있으셨던 걸까?’

온권승이 말했다.

“당연히 말 그대로의 뜻이지.”

온권승은 더 이상 온사에 대한 살의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싸늘한 목소리로 협박하듯 말했다.

“장온아, 넌 내가 직접 가르친 후계자야. 그러니 아비를 곤란하지 않게 할 거라 믿는다. 너를 봐서 그 애를 봐주고는 있었다만 너 아니었다면 진작에 없애버렸을 것이다. 그런데 그년이 매번 내 발목을 잡고 있으니, 이제 나도 어쩔 수 없어!”

온권승은 더 이상 온사에 대한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이번에도 또 제 뜻대로 하겠다고 불란을 만든다면 내게 반기를 든 결과가 어떤 건지 톡톡히 보여줄 것이다!”

조용히 란씨 가문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든 사람이니 고작 열여섯 살 먹은 소녀를 제거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 말을 들은 온장온은 숨이 턱 막혔다.

그는 쓰러질 듯 위태위태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무너져내릴 것 같았다.

언제부터 그가 모르는 사이에 이 집안은 이미 산산조각나고 있었던 것이다.

온장온은 헛웃음이 나왔다.

어쩌면 온사가 집을 떠난 건 옳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를 설득하여 집에 다시 데려오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온사는 쥐도 새도 모르는 사이에 아버지 손에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처음으로 아버지의 잔인무도함을 엿보았다.

장남이 서재를 나간 후, 온권승은 사람을 불러 먹을 갈게 하고 세 통의 서신을 써내려갔다.

서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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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884화

    온권승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진작에 궁중에서 소식을 전해듣고 일부러 안 나오는 거겠지.”그러나 집사는 어쩐 일인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그 시각 충용 후작부는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오… 온모야, 네가 원하는 걸 사왔으니 오늘은… 우리 아들 좀 만나게 해줘.”만약 온사가 이곳에 있었다면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을 것이다.온모를 금방 집안에 들였을 때부터 그녀를 무시하며 괴롭힘을 일삼던 사람이 온아려였다.그런데 지금은 마치 시종처럼 온모의 앞에서 비굴하게 애원하고 있었다.온모는 눈부신 빛이 나는 진귀한 벽옥 꽃병을 힐끗 바라보더니 갑자기 그것을 집어들어 바닥에 집어던졌다.챙그랑!그녀는 온아려가 보는 앞에서 모든 꽃병을 다 산산조각낸 후, 음침한 눈길로 온아려를 노려보며 말했다.“안 되겠는데요, 부인. 이것들은 제가 원하는 기준에 한참 못 미치네요. 제가 원하는 건 최상급 벽옥 꽃병이랍니다! 이런 저급한 쓰레기가 아니라!”온아려는 울며 애원했다.“내가 사람을 보내 찾아볼게! 최대한 빨리 구해오도록 할 테니, 제발 우리 아들 좀 만나게 해줘. 한번이면 돼, 온모야!”온모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좋아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오늘은 특별히 소원을 이루게 해드리죠.”온아려의 입가에 미소가 살짝 걸린 찰나, 곧이어 온모는 비아냥거리듯 말했다.“제 앞에 무릎을 꿇고 싹싹 빌면 아들을 만나게 해드릴게요.”온아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참을 수 없는 수치심이 몰려왔다.주저하는 그녀를 보고 온모가 불쾌한듯 말했다.“왜요? 아들을 만나기 싫으신가 보네요? 그럴 거면 내 시간을 낭비하지 말았어야죠. 부인, 잊지 마세요. 당신 아들의 목숨은 제 손에 있답니다.”그 말을 들은 온아려는 공포에 휩싸인 듯, 온몸을 떨더니 다급히 말했다.“마… 만나야지! 온모야, 제발 내 아들은 건들지 마! 네가 시키는 건 뭐든 할 테니 제발 우리 소택이 좀 그만 괴롭혀!”말을 마친 그녀는 온모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고 울며 애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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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882화

    황제가 듣고 싶다고 하니 온사도 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황제 역시도 오랜 기간 조정을 장악해온 온권승의 기를 꺾고 싶어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니 온사는 황제가 굳이 자신의 일을 방해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곧이어 온사는 황제의 서재에서 자신의 계획을 황제에게 설명했다.역시나 황제는 눈을 반짝이더니 굉장히 흥분한 목소리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성녀가 이런 준비까지 다 해놓았을 줄은 몰랐군. 만약 그런 거라면 내가 굳이 막을 필요가 없지.”잠깐 고민하던 황제가 말했다.“이따가 넌 황후궁에서 황후와 좀 더 시간을 보내거라. 오늘 굳이 수월관으로 안 돌아가도 괜찮지 않느냐. 란씨 가문의 옛 저택을 되찾았다고 들었다. 시간이 늦어지면 그 저택에 하룻밤 머물고 내일 조회에 늦지 않게 참석하거라.”곧이어 그는 북진연에게 말했다.“삼촌은 성녀의 안전을 지킬 호위를 안배해 주십시오.”북진연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호위 말이 나와서 말인데 이번에 성녀가 창주에 다녀오면서 수많은 위기를 겪었습니다. 해서 저는 폐하께서 성녀를 위해 호위 무사를 한명 더 붙여주셨으면 합니다.”북진연이 말했다. 이런 일은 황제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에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당연하지. 궁중에서 육성한 그림자 호위 중에 뛰어난 자들이 많으니 삼촌께서 마음에 드는 자를 선택하십시오.”그러나 북진연은 고개를 저었다.“그림자 호위까지는 필요 없고 한명이면 됩니다.”그 말을 들은 황제는 북진연이 이미 생각해 둔 인물이 있다는 것을 알고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누구를 말씀하시는 건가요?”이때, 온사가 입을 열었다.“폐하, 저는 이번에 인강현에 다녀오면서 이족 황실인 창왕의 손에서 이족인 한 명을 구하였습니다. 거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아이는 이름처럼 큰 키에 거대한 체구를 가진 장사입니다.”황제가 물었다.“거인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인물이 있다니, 참으로 놀랍군. 어디 있느냐? 내 얼굴 한번 봐야겠다.”곧이어 부름을 받은 거인이 서재로 들어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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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서 짐은 네 공적을 치하하여 포상을 내리고자 한다. 금은보화, 땅, 뭐가 되었든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들어줄 테니, 편하게 말해보거라.”그 말을 들은 온사는 두 손을 합장하며 공손히 답했다.“과찬이십니다, 폐하. 저는 그저 성녀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폐하와 백성들이 이리도 제 공로를 높게 사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나이다.”“그렇다 하더라도 공신을 치하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 복명 성녀는 사양하지 말고 말해보거라.”온사는 잠깐 고민 후에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폐하의 은총에 감흡할 따름입니다. 다만 금은보화나 땅 같은 재물은 제가 추구하는 것이 아니옵니다.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이 하나 있기는 하나, 폐하께 민폐가 되지 않을는지 걱정입니다.”“성녀는 편히 말해보거라.”온사는 시선을 아래로 두고 공손히 말했다.“폐하도 아시다시피 저의 이름은 온사입니다. 진국공가를 떠난 이후로 저는 그 집안과 완전히 연을 끊었지요. 그래서 온씨 성을 계속 쓰고 있는 게 불편합니다. 폐하께서 허락하여 주신다면 어머니의 성인 란씨 성으로 개명하고자 합니다.”그 말이 끝나자, 강녕궁 안에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모두가 상석에 앉은 황제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러나 명기헌은 흔쾌히 수락할 수 없었다.그는 주저하며 말했다.“성녀가 성을 개명하는 건 본디 어려운 일은 아니나, 이 일은 조정의 대신과 연관되어 있으니, 참으로 난감하구나. 너와 그 사람은 한때 부녀 사이였으니 만약 짐이 네 부탁을 들어준다면, 앞으로 성녀의 명성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되진 않을까 걱정이구나.”온사가 성을 개명한다면 아마 진국공부는 즉시 문신들을 총동원하여 성녀를 탄핵하려 할 것이다.사람은 효를 잊어서는 아니되는 법, 온권승이 원한다면 그는 효를 내세워 아비의 신분으로 온사를 짓누르려 할 것이 분명했다.그녀에게 아비와 친족을 버린 매정하고 잔인한 불효자식이라는 감투가 씌워진다면 아마 성녀인 온사의 입지도 흔들릴 수 있었다.황제는 자신이 책봉한 성녀에게 꽤나 만족하고 있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880화

    온사는 순간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네가 왜 여기 있지?”게다가 차림을 보니 분명 후궁 마마님들이나 입는 차림이었다.“무엄하다! 감히 존귀하신 안비비마마께 너라니!”월아는 온사와 황후가 사이가 좋은 것을 보고 귀비의 적이라고 인식하고 온사에게 호통쳤다.그러나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임연주의 눈이 차갑게 식었다.“무례한 것! 감히 궁녀 따위가 성녀에게 무례를 범하다니! 여봐라, 당장 저년의 귀뺨을 쳐라!”명을 들은 황후궁 궁녀가 성큼 다가와 월아의 따귀를 때렸다.짝! 짝!월아는 어안이 벙벙하여 안란심을 바라보았다.그러나 안란심은 그 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왜 나를 보는 거지? 황후마마의 말씀을 못 들은 게냐? 한낱 궁녀 따위가 감히 성녀에게 무례를 저지르다니, 벌을 받아 마땅하지!”월아는 왜 귀비까지 황후의 편에 서서 자신을 꾸중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억울해하던 와중에 이어진 안란심의 말에 그녀는 등골이 오싹했다.“황후께 감사해야 할 거야. 방금 황후께서 네 목숨을 살려주셨단다. 나였으면 당장 끌어내서 능지형에 처했을 텐데 말이다.”월아를 바라보는 안란심의 눈가에 살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멍청한 년은 곁에 없는 게 낫지.’그럼에도 월아는 자신이 귀비의 금기를 범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그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털썩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사정했다.“마마, 노여움을 거두어 주십시오. 소인…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안란심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임연주는 역겨움이 치밀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안귀비, 아랫것을 훈계하려거든 자네의 향안궁으로 돌아가서 훈계하게.”입궁한 이후로 임연주도 참고 인내하는 법을 배웠다. 당장 안란심을 쫓아내고 싶지만 그럼에도 꾹 참고 있었다.그녀를 잘 아는 안란심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온사를 돌아보았다.“성녀 전하, 황후마마와 나누고 싶은 얘기가 많을 것 같은데 저는 개의치 말고 편히 하세요.”임연주는 자기 들으라고 한 말임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879화

    잠시 후, 안란심이 사뿐사뿐 안으로 들어왔다.“신첩, 폐하와 황후마마를 뵈옵니다.”안란심은 공손히 예를 행한 후, 황제의 허락을 받고서야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생글생글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황제와 임연주를 비웃고 있었다.사람들은 그녀가 황후와 총애를 다투기 위해 입궁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녀는 천하의 주인인 사내가 제발 자신의 궁에 발을 끊어주길 누구보다 바라고 있었다.그녀가 입궁을 택한 이유는 단순히 임연주가 편히 지내는 꼴을 보기 싫어서이고 안비각의 협박 때문에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였다.입궁한 이후로 그녀는 귀비궁에 틀어박혀 지내며 외출은 거의 하지 않았다.다행인 점은 임연주 역시 그녀를 보려 하지 않았다.그래서 굳이 문안인사를 드릴 필요도 없고 임연주 역시 사람을 보내 그녀를 곤란하게 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겉보기에는 아주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안란심은 아침 일찍 준비하고 신경 써서 단장한 후에 궁녀들의 놀란 시선을 뒤로하고 황후궁을 찾았다.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녀의 심복들은 귀비가 이제는 정신을 차리고 총애를 위해 노력하는 줄로만 알았다.그래서 오는 길에 안란심의 심복인 월아는 굉장히 흥분한 상태였다.귀비의 심복 궁녀로서 귀비를 위해서 이 한몸 불사르리라 다짐했다.그러나 월아의 그런 기대와는 다르게 안란심은 조용히 자리를 찾아 앉고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월아는 순간 힘이 빠졌다. 반면 임연주와 황제는 안란심이 찾아온 이유를 알고 있으니 표정이 좋지 않았다.‘대체 입궁까지 해놓고 황제에게나 관심을 주지 왜 아직도 온사에게만 집착하는 거야!’임연주는 당장이라도 안란심의 멱살을 잡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으니 눈을 부릅뜨고 안란심만 쏘아보고 있었다.‘눈치가 있으면 제발 좀 가!’그러나 안란심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안란심은 황후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손으로 턱을 괸 채로 대문만 바라보고 있었다.곧이어 안으로 들어온 태감이 공손히 예를 행하며 말했다.“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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