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난 갈게.”주익선은 그렇게 말하고는 살금살금 침실을 빠져나왔다.밖은 온 세상이 눈으로 뒤덮여,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그가 막 뜰을 벗어나는 순간, 정면에서 진호범과 딱 마주쳤다.주익선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진 숙부님…”딱 걸렸다. 이제 죽겠구나 생각하였다.진호범은 지체 없이 그의 귀를 낚아채 비틀었다.“이 토끼 같은 놈이 감히 공주마마 창문을 타고 들어가? 목숨이 아깝지 않느냐?”하마터면 이 일을 선황 폐하와 태후마마께서 아실 뻔했다. 그랬다간 이놈은 진짜로 내시 신세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숙부님! 아파요, 아파!”주익선은 귀를 잡힌 채 질질 끌려 객잔까지 들어와 무릎을 꿇었다.“진 숙부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어요!”진호범은 콧김을 세차게 내뿜으며 노려보았다.주 대인 내외는 침착하고 무게 있는 사람들이건만, 어쩌다 그 둘 사이에서 이런 아들이 태어났단 말인가.“공주마마를 좋아하느냐?”비록 혼인한 경험은 없지만, 그 마음 정도는 뻔히 보였다.주익선의 머릿속은 펑 하고 터진 듯 어질어질했다.그가 아무 말도 못 하자, 진호범의 시선이 더 깊어졌다.“공주마마를 맞이하고 싶다면, 실력을 보여야 한다. 전장에 나가 공을 세우고 이름을 떨쳐라.”주익선은 침을 꿀꺽 삼켰다.“아, 아뇨! 숙부님, 괜한 말씀 마세요. 저는, 저는 그저…”울상만 짓던 그가 문득 무언가 번쩍 떠올렸다.그리고는 눈빛이 환해져 진호범을 똑바로 바라보았다.“뭐냐?”수상쩍은 눈빛이었다.주익선이 잽싸게 말을 꺼냈다.“진 숙부님께서 저를 부하로 키워주시면, 저는 평생 따라다니며 선황 폐하와 태후마마, 그리고 공주마마를 지켜드리겠습니다. 그러면 후계자가 생기는 거잖아요?”진호범은 간신히 웃음을 참았다.황당해서 눈이 휘둥그레졌다.“네놈, 고작 그따위 생각밖에 못 하느냐?”과연 주진우가 아들을 이야기할 때마다 매번 말끝을 흐리던 이유를 알 만했다.정말로 구제불능, 썩은 흙덩이에 불과했다.주익선은 머쓱하게 덧붙였다.“진 숙부님, 왜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