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구가 입꼬리를 씩 올리며 웃었다.“대인, 마침내 바라시던 바를 이루셨네요. 소인은 도련님 못지않게 기쁩니다.”심초운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무언가를 떠올렸다.“너는 오래도록 내 곁에서 시중을 들어왔으니, 앞으로는 언행을 삼가고 절대 말썽을 부리지 말거라. 그렇지 않으면… 설령 누님께서 너를 용서하더라도, 나는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아이고, 도련님. 소인은 본분을 저버린 적이 없습니다. 결단코 도련님께 폐를 끼치지 않겠나이다.”그 말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 일이었다. 그는 단 한 번도 주인의 지위를 믿고 거만을 부린 적이 없었다.“그렇다면 다행이구나.”심초운은 손에 든 봉인을 내려다보았다. 후궁을 관장하는 권한, 그에게는 오직 이영을 잘 모시는 일만이 전부였다.정오를 훌쩍 넘긴 시각, 이영이 급히 돌아왔다.“아바마마와 어마마마께서는 이미 궁을 떠나셨느냐?”그녀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서운함이 어려 있었다. 심초운을 한 번 바라보고는 전각 안을 두루 훑었다.심초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틀림없이 당안과 송이가 이미 귀띔했을 터였다.“초구야, 잠시 밖에서 기다려라.”초구를 내보내고, 그는 순식간에 이영을 품에 안았다.“누님, 슬퍼마십시오. 형님께서 앞으로는 늘 함께 저녁을 들겠노라 약속하셨습니다. 궁 안에는 저도 있고 형님도 있지 않습니까. 우리 모두 누님의 가족 아니겠습니까.”그는 이 기쁜 소식으로 가족들이 떠난 허전함을 조금이라도 달래주고 싶었다.과연, 이영의 마음이 가벼워진 듯 보였다.“오라버니께서 친히 그렇게 말씀하셨느냐?”심초운이 고개를 끄덕였다.“예,그렇습니다. 저와 약속까지 하셨습니다.”그렇다면 더없이 반가운 일이었다.이영은 길게 숨을 들이마시고, 심초운과 한동안 이야기를 나눈 뒤 당안에게 상소문을 들여오게 했다.아바마마의 예를 따라, 침전에서도 상소문을 결재하려는 것이었다.그 모습을 본 심초운이 나섰다.“누님, 점심을 드신 뒤에 하시지요.”그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무척 진지하게 말했다.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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