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희는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손에는 수많은 초상화들을 쥐고 있었는데, 하나하나가 모두 꽃봉오리 같은 소녀들이거나 밝고 명랑한 미소를 띤 아가씨들로, 모두 하나같이 아름다웠다. 하지만 이천의 풍광제월 같은 청수한 얼굴을 떠올리니, 그녀는 저도 모르게 아쉬움이 밀려왔다. 도대체 어떤 처자가 그에게 어울릴 수 있을까?어린 내시가 배를 젓는 동안, 그녀는 한 장씩 한 장씩 살펴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이천에게 어울릴 만한 이는 겨우 한두 명 정도인 것 같다고. 물론, 이는 그녀가 천박해서였다. 어찌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여, 어울린다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보고 또 보다가, 심연희는 갑자기 자신의 초상화를 발견했고, 그녀는 내심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아씨, 도착했습니다.”내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연희는 황급히 자신의 초상화를 맨 뒤로 숨기며 대답했다.“아, 그래.”내시가 배를 정박시킨 후에야 그녀는 몸을 일으켜 호심도에 올라섰다.“소인이 배는 여기 정박해 두겠사오니, 아씨께서 돌아가시고자 하시면 언제든 이곳에서 소인을 찾으시면 됩니다.”심연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뒤돌아보니, 배는 이미 호심도의 뒷편에 와 있었다. 뒷면은 산과 물로 둘러싸여 있어 거의 황궁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였다.그녀는 눈앞의 작은 길을 바라보았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다리는 마치 납덩이라도 달린 듯 반 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녀는 푸른 매화나무 한 그루 옆에 서서, 잠시는 호수를, 잠시는 매화를, 잠시는 정자 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가 선 위치에서는 정자의 지붕만 보일 뿐, 정자 안에 사람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오라버니와 폐하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한 번 용기를 내보자.’매화 숲 사이로 들어가자 정자 안에서 흰 옷을 입은 이천이 작은 화로로 차를 끓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바람이 그의 옷자락을 살짝 들어 올리니,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인과도 같았다. 그의 무척이나 여유롭고 한가한 모습을 보니, 정말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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