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버니, 이번에 비평하신 글 참 훌륭해요.”말을 다 듣고 난 이영은 진심을 담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라버니께서는 태어나실 때부터 제왕의 기질을 지니신 것 같아요.”이천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낮게 대꾸했다.“허튼소리 하지 마십시오.”“저는 허튼소리 하지 않았어요.”이영이 이천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아바마마, 어마마마 그리고 외삼촌 사이의 전말을 오라버니께서도 아시지 않나요?”이천은 말이 없었다. 물론 알고 있었다. 자신이 어째서 장공 스님 품에 안겨 어린 시절부터 밖에서 지내야 했는지, 그 까닭을 뚜렷이 알고 있었다. 그해, 용강한이 소우연을 구했기에 형제자매가 무사히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나아가, 그 뒤에도 용강한은 이육진을 구했다. 그 은혜가 얽히고설켜, 자신이 세상과 단절한 채 수행을 이어가던 그 긴 세월 동안조차, 그는 마음속으로 오라버니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오라버니, 경성으로 돌아오시던 날, 그리고 오라버니께서 흠천감에 머물기로 하신 그날, 사실 우리 모두가 안도했어요. 적어도, 오라버니께서 운불사에 들어가 스님이 되지는 않으셨으니까요.”“아바마마와 어마마는 물론이고, 외삼촌까지도 그리고 정 대인마저도 기뻐하셨어요. 도를 닦는다 해도, 도반을 두는 법이 있으니까요.”이영은 꾸밈없이 직설적으로 말했다.그녀는 병약한 체하며 오라버니를 속이려 드는 것이 진심으로 통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이천은 동생의 솔직한 말에 오히려 위안을 느꼈다. 소우연과 이육진이 경성을 떠난 날부터, 그는 이미 깨달았다. 자신의 도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혈육의 정에 마음이 끌리기 시작했음을 말이다.그런데 지금 눈앞의 이영을 보니, 그녀의 애교 어린 눈빛과 말투를 뿌리칠 수 없었다. 결국 그녀의 뜻에 따라, 그녀를 기쁘게 하기 위해 몇 가지 일을 행하기도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호심도에 가지 않았을 것이고, 심초운을 흠천감으로 데려오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만하십시오.”그는 굳게 입을 다물며 말했다.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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