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Bab 1281 - Bab 1290

1294 Bab

제1281화

“그래서 옛 수법을 다시 써볼까 생각했습니다. 과연 오라버니께서 마음이 약해지셔서 저를 도와 상소를 보아 주실는지 모르겠지만요.”정 대인이 웃으며 말했다.“그 시절 폐하께서 약하실 적엔, 용 대인께서도 스스로 살아갈 핑계가 필요했지요. 그래야 오래 사는 법 아니겠습니까.”과연 아버지께서 이렇게 하신 것도, 외삼촌께서 어마마마를 편애하는 걸 아시고 일부러 다리를 놓아 주시는 것이리라. 그래야 외삼촌께서 살아갈 더 큰 이유가 생기니까…“허나 폐하, 폐하께서는 아직 젊고 강직하시니, 이 일은 쉽지 않겠습니다.”이영이 입을 열었다.“제가 병든 체하면 어떻겠습니까?”“허나 심 대인께서 계시지 않습니까?”“그렇다면 오라버니께 그리 말씀드리면 되겠군요. 심초운이 황위를 탐하고 있다고요.”정 대인은 크게 웃었다."심 대인께서 그 말을 들으시면, 틀림없이 울상이 될 것입니다."이영도 웃으며 말했다.“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럴 리 없다는 것을요.”그녀 역시 심초운에게 상소를 대신 보라 은근히 흘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심초운은 원칙을 지켰고, 교묘히 피하였다.그는 큰 압박 속에서도 자신에게 장가들었을 뿐, 황위를 탐한다는 비난을 받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다만 황자마마께 인연이 있긴 하나, 그 인연이 다소 묘합니다.”정 대인이 문득 이영이 가장 궁금해하는 화제를 꺼냈다.“어찌 묘하다는 것입니까?”“황자마마는 거의 이 흠천감에서 나오질 않습니다. 심 아씨가 드나든다 하나, 그…”말을 잇다 정 대인은 이영을 슬쩍 보더니, 그저 의미만 전할 뿐 입 밖에 낼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이영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깨달았다.오라버니께서 오래 도를 닦으신 분이, 어찌 쉽게 마음을 움직이랴? 설령 마음이 생긴다 해도 행동으로 옮기시겠는가?그러니 비록 인연이 있다 하여도, 누군가 바람을 불어 넣어 주지 않으면 그 인연은 싹도 틔우지 못하고 끝날 가능성이 컸다.“그러면 심가 연희가 먼저 나서야 한다는 말씀이십니까?@이영이 미간을 찌푸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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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2화

이영은 걸상을 보자마자 곧장 다가가 주저앉았다. 몸이 푹 풀어져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내일 아침 조회에 차질이라도 생기면 안 되는데…이천이 즉시 맥을 짚어보더니, 잔뜩 찌푸렸던 미간이 서서히 풀어졌다.“막 즉위하여 정무가 많고, 마음이 번잡한 탓에 심화가 치밀어 올라 갑자기 어지러움이 왔을 뿐입니다.”“오라버니, 저 괜찮은 건가요?”이영이 힘없이 물었다. 이천이 대답하기도 전에 정 대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폐하께서는 아직 젊으시니, 한창 혈기가 왕성한 나이입니다. 아무 탈 없으실 겁니다.”“정말인가요?”이영은 이천을 바라보았다. 이천이 고개를 끄덕였다.“정 대인 말씀대로, 편히 휴양만 하시면 반드시 괜찮아지실 겁니다.”이영은 미간을 좁히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 대인이 헛기침을 하며 물러섰다.“그럼, 저는 아직 볼일이 있으니 두 분 남매께서는 담소를 나누시지요.”말을 마치자 돌아서서 나가려 했다.“정 대인…”이천이 급히 불러 세웠다.“대인, 약은 갖고 계십니까?”그 역시 의술에 밝지만, 약을 직접 지어 쓰지는 못하니, 정 대인은 작은 자기병 하나를 꺼내 이천에게 던져주고서야 자리를 떠났다.“정 대인, 평안히 가십시오.”정 대인은 뒤돌아보지 않고, 손만 가볍게 들어 보이며 더 말하지 않았다.이천은 손에 든 약병을 내려다보다가 다시 이영을 바라보았다. 분명 정 대인이 직접 고칠 수 있는 병증인데, 어찌하여 자신에게 맡긴단 말인가.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심초운은 어디 있습니까?”“의화원에 있습니다. 오늘은 여러 규수들이 많이 찾아와 소홀히 할 수가 없었거든요.”이영이 기운 없이 대답했다. 의화원이라 하니, 이천은 곧 심연희가 떠올랐다. 분명히 그 아이를 호심도에 데려갔으면서, 지금은 정 대인까지 합세하여 연극을 하고 있구나.이영과 그 무리들이 무슨 꿍꿍이를 품는지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이천은 약환을 꺼내어 물과 함께 그녀의 입가에 가져다주었다.“정 대인의 약은 뛰어나니, 드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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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3화

“오라버니.”이영이 힘겹게 기어와 그의 소매를 붙잡으며 팔을 흔들었다. “오라버니, 제발 저를 도와주세요.”“아바마마와과 어마마께서 경성을 떠나실 때, 오라버니께서 저를 잘 보살펴 주시라고 당부하셨잖아요.”이천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바마마와 어마마께서는 폐하께 절 맡긴 게 아니었습니까?”“그리고 저는 이미 보살펴드렸어요. 오라버니를 황자로 봉하고, 따로 저택까지 하사해드렸는데…” “오라버니께서는 그저께부터 단 한 번도 그 저택을 보러 가지도 않으셨잖아요.”그 진왕부는 온전히 심운초가 사람을 보내어 정리해둔 것이었다. 과연 그가 그곳에 들어설 날이 있을지조차 알 수 없었다.이천이 손을 들어 올리려 하자, 그의 긴 소매가 이영의 손에 붙잡혔다. “거짓말은 안 됩니다.”“외삼촌께서 흠천감을 오라버니께 맡기셨는데, 하늘도 상운국을 도와 풍년이 계속되고 있지 않나요. 오라버니, 어찌 저를 도와주지 않으시겠어요?”이영은 한껏 가엾게 보이며 애걸했다.그녀는 문득 깨달았다. 오라버니 앞에서 투정을 부리는 일이 어찌나 즐거운지. 열 살 무렵까지만 해도 부모님 그리고 외삼촌 앞에서 자주 애교를 부렸지만, 그 후로는 점점 줄어들어 어느새 그런 재주조차 잊고 지낸 듯했다.이천이 옆눈으로 흘겨보니, 속셈이 뻔히 드러나 있었다.이영도 잠시 민망했으나, 이쯤 와서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떨구고 책상에 엎드린 채, 힘없이 상소문을 밀어 그의 앞으로 내밀었다. “오라버니…”그 눈빛은 전혀 황제의 위엄이 아닌, 단지 칭얼거리는 어린 딸아이의 모습 그대로였다.“이번 한 번뿐입니다.”이천이 말했다.이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선례가 생겼으니, 앞으로도 수없이 반복될 터였다. 어찌 단 한 번에 그치겠는가.그렇게 생각하자, 그녀는 앞으로의 나날이 무척이나 편안해질 것 같았다.“음?”이천이 답을 기다렸다.이영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고마워요, 오라버니.”그러고는 몸을 일으켜 그의 방으로 가, 벼루와 붓, 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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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4화

“오라버니, 이번에 비평하신 글 참 훌륭해요.”말을 다 듣고 난 이영은 진심을 담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라버니께서는 태어나실 때부터 제왕의 기질을 지니신 것 같아요.”이천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낮게 대꾸했다.“허튼소리 하지 마십시오.”“저는 허튼소리 하지 않았어요.”이영이 이천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아바마마, 어마마마 그리고 외삼촌 사이의 전말을 오라버니께서도 아시지 않나요?”이천은 말이 없었다. 물론 알고 있었다. 자신이 어째서 장공 스님 품에 안겨 어린 시절부터 밖에서 지내야 했는지, 그 까닭을 뚜렷이 알고 있었다. 그해, 용강한이 소우연을 구했기에 형제자매가 무사히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나아가, 그 뒤에도 용강한은 이육진을 구했다. 그 은혜가 얽히고설켜, 자신이 세상과 단절한 채 수행을 이어가던 그 긴 세월 동안조차, 그는 마음속으로 오라버니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오라버니, 경성으로 돌아오시던 날, 그리고 오라버니께서 흠천감에 머물기로 하신 그날, 사실 우리 모두가 안도했어요. 적어도, 오라버니께서 운불사에 들어가 스님이 되지는 않으셨으니까요.”“아바마마와 어마마는 물론이고, 외삼촌까지도 그리고 정 대인마저도 기뻐하셨어요. 도를 닦는다 해도, 도반을 두는 법이 있으니까요.”이영은 꾸밈없이 직설적으로 말했다.그녀는 병약한 체하며 오라버니를 속이려 드는 것이 진심으로 통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이천은 동생의 솔직한 말에 오히려 위안을 느꼈다. 소우연과 이육진이 경성을 떠난 날부터, 그는 이미 깨달았다. 자신의 도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혈육의 정에 마음이 끌리기 시작했음을 말이다.그런데 지금 눈앞의 이영을 보니, 그녀의 애교 어린 눈빛과 말투를 뿌리칠 수 없었다. 결국 그녀의 뜻에 따라, 그녀를 기쁘게 하기 위해 몇 가지 일을 행하기도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호심도에 가지 않았을 것이고, 심초운을 흠천감으로 데려오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만하십시오.”그는 굳게 입을 다물며 말했다.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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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5화

정 대인이 또 한 수를 두며 담담하게 말했다.“감히 황자마마의 속마음을 캐묻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상운국의 앞날이 걱정될 뿐입니다.”이천이 미간을 찌푸리며 정 대인을 바라보았다.“사부님께서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정 대인이 씁쓸한 웃음을 흘렸다.“곰곰이 생각해보십시오. 폐하께서도 태어나면서부터 대임을 짊어져야 했던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사실 황자마마께서 어려서부터 경성을 떠나 있었기에, 선황께서 어쩔 수 없이 황태녀를 따로 길러내신 것이지요. 일찍이 백성들 모두에게 그 분이 차기 군주가 될 것임을 각인시키지 않으셨습니까.”이천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가 아직 경성에 돌아오기 전까지는 이영에게 봉호조차 내려지지 않았었다. 오직 그가 돌아온 뒤에야 모든 것이 달라진 것이다.이육진은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삼 년 동안 군주의 도리를 익혀라. 그 후 영이와 비교해 누가 더 적합한지 볼 것이다. 그때 합당한 이를 이 나라의 주인으로 삼겠다.”바로 그 말 때문에 그는 이육진의 한없이 공정한 마음에 깊이 감동했었다. 하지만 그가 마침내 흠천감에 들어가 수행하겠다는 뜻을 굳힌 후, 이육진은 이영을 황태녀로 책봉하시고 이내 제위에 오르게 하였다.그 모든 과정에서 이육진도, 소우연도, 그리고 이영도 단 한 사람도 그를 남으로 여긴 적은 없었다.이천이 묵묵히 침묵하자 정 대인이 말을 이었다.“남매의 일은 제가 나설 바가 아닙니다. 하지만 마음에 걸림돌이 있으면서도 외면한다면 수행에 도움이 되지 않지요.”정 대인의 목소리에 깊은 울림이 담겼다.“생각해보십시오. 용 대인이 아무리 도력이 깊다 해도, 결국 한평생 정에 매여 살지 않았습니까.”“허허.”정 대인이 갑자기 탄성을 내뱉었다.“제법이십니다. 어느새 저를 또 속이셨군요.”정 대인은 손에 들고 있던 흑돌을 내려놓으며 말했다.“더는 두지 않겠습니다.”할 말은 이미 다 했다. 그 이상은 지나친 참견이 될 뿐이었다.이천도 곧바로 일어나 그를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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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6화

당안의 어깨 위로 조심스럽게 손이 얹어졌다.“어르신…”뒤에서 들려오는 초구의 목소리에 당안은 깜짝 놀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이놈, 걸음소리를 어찌 이리 죽여서 다니느냐.”“억울합니다.”초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항변했다. 눈밭 위를 걸을 때마다 '끼익, 끼익' 소리가 나는데 어찌 소리 없이 걷는다는 것인가. 아마 당 대인이 무언가에 정신이 팔려 있었던 모양이었다.“별일 아니다. 나와 함께 가자. 폐하께서 부르셨다.”당안은 더 묻기 귀찮다는 듯 발걸음을 재촉했다.“폐하께서 저를 부르셨다고요?”“그렇다.”초구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평소 무슨 일이 있으면 폐하는 늘 당안만 찾으셨는데, 오늘은 어찌하여 자신을 찾으시는 것일까.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초구가 머뭇거리며 물었다.“그럼 제가 먼저 대인께 말씀드려야 하지 않을까요?”“그럴 것 없다. 큰일도 아니니 그냥 가면 된다.”당안은 조금 전 초구는 보았으나 심초운은 보지 못한 듯했다. 게다가 폐하께서 부르신 것은 '초구'였지 '심초운'이 아니었다.초구는 더 이상 말대꾸할 수 없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당안을 따라 어화원을 빠져나왔다.어전 앞.초구는 발걸음을 멈추고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정말 괜찮을까요?”당안은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걱정하지 마라.”곁에 있던 송이가 거들었다. “어서 들어가거라. 폐하께서 어찌 너를 잡아먹기라도 하시겠느냐.”그제야 초구는 한숨을 돌리며 문 안으로 들어갔다.안쪽에서는 이영이 오늘 밀린 상소문을 검토하고 있었다. 발자국 소리가 들려와도 고개를 들지 않고 계속 붓을 놀렸다. 초구가 무릎을 꿇고 큰소리로 문안 인사를 올렸다.붓을 내려놓으며 이영이 말했다. “일어서거라.”초구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폐하, 소인을 부르신 이유가 무엇인지 여쭙고 싶습니다.”이영은 붓을 정리하고 시선을 들었다. “심초운이 그러더구나. 네가 연희와 나 사이의 일을 제법 많이 일렀다더구나.”“아!”초구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며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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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7화

초구가 눈을 번뜩이며 무릎을 꿇었다.“폐하, 소인은 그 일을 알고 있습니다!”이천과 심연희가 모두 복숭아꽃 비녀를 가지고 있다는 건 비밀도 아니었다. 게다가 심초운이 연회를 열면서 심연희를 꼭 불러야 한다고, 아니 반드시 호심도로 보내야 한다고까지 했었지 않은가.그 호심도에 누가 있었는가? 상매연에 온 명문가 규수들은 이천을 만나지도 못했지만, 심연희는 그를 만났다.즉, 심초운은 심연희와 이천을 이어주려 했던 것이다.그런데 지금 황제 이영도 그 앞에서 똑같은 말을 하니, 초구의 눈빛이 환하게 밝아졌다. “폐하, 소인이 감히 여쭈옵건대, 혹시 황자마마의 인연이 바로 연희 아씨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이영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리 어리석지는 않구나.”애초에 초구는 심초운의 심복이 아닌가. 심초운이 누이를 이천과 맺어주려는 속셈을 모를 리 없었다.오늘 그를 따로 부른 이유는 분명했다. 아무래도 심초운은 심연희의 친오라버니라, 직접 나서서 말하기엔 여러모로 불편했다. 마치 예전 아바마마께서 심초운을 총애하면서도 직접 '어찌하면 내 마음을 얻을 수 있겠느냐' 하고 가르쳐주지 않으셨던 것과 같은 이치였다.이영이 부드럽게 말했다. “그래. 오라버니와 심연희는 분명 인연이 있으나, 내 오라버니의 마음은 고요한 물결 같아서 티끌 하나 묻지 않았다. 게다가 오랫동안 흠천감에만 머물렀으니, 설령 월하노인이 직접 나선다 해도 헛수고일 터. 그러니 이 일은 네게 맡길 수밖에 없구나.”초구는 잠깐 어깨가 으쓱해졌다. 마치 자신이 아주 대단한 인물이나 된 기분이었다.이영이 일어나라 하자 더는 고집 부리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폐하, 염려 마옵소서. 제 생각에 주인께서도 연희 아씨와 황자마마의 혼사를 간절히 바라실 것입니다.”“그건 나도 안다. 내가 네게 묻는 것은 그 인연을 어떻게 이어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초구가 눈동자를 굴리더니 대답했다. “황자 마마는 고결하신 분입니다. 속세의 연정 따위에 쉬이 흔들릴 분이 아니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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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8화

“무슨 말이든 함부로 지껄여대니, 맞아도 싸지 않겠느냐.”이영이 말했다.초구가 털썩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폐하, 죄를 용서해 주시옵소서. 다시는 감히 그러지 않겠습니다.”“일어나거라.”초구는 속으로 생각했다. 차라리 그냥 무릎 꿇고 있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괜히 일어났다가 또 꿇어야 할 바에야, 그냥 이 자세로 모든 걸 다 말하는 게 낫지 않겠는가.“소인은 차라리 무릎 꿇은 채로 말씀드리겠습니다.”초구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계속 이어갔다. “연희 아씨께서도 이 일을 들으시고 몹시 애태우시며, 어떻게 하면 황자마마께서 흠천감을 떠나실 수 있을지, 또 어떻게 해야 마음에 드는 낭자를 만나실 수 있을지 물으셨습니다.”“황자마마께서는 불심이 깊으신 분입니다. 황자마마께서 스스로 마음을 열지 않으신다면, 설령 누가 곁에 있더라도 범속한 정에 빠지실 리 없을 것입니다.”“크흠…”이영이 초구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 말이 옳다. 그렇다면 너희는 무슨 방도를 짜냈더냐?”“소인의… 소인의 방도는 대단한 것은 못 됩니다. 그러나 달리 길이 없어 어쩔 수 없었습니다.”“무슨 방법이냐?”“소인이 생각해보니, 결국 화본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고결한 불자들이 어떻게 속세의 정에 휩쓸리는지를 그린 화본 말입니다.”이영은 문득 심초운의 어떤 묘한 면모가 떠올랐다. “설마 네가 심초운에게도 그 화본을 권한 건 아니겠지?”그녀는 직접 심초운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심초운은 그 책을 읽었고, 언제나 그녀의 마음을 정확히 꿰뚫어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침소에서조차 심초운은 점점 더 능숙해져 갔다.초구는 연달아 머리를 조아리며 절했다. 방금 전에 일어나지 않은 것이 현명한 판단이었다는 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이영은 초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궁중에서 그 화본을 좋아하는 사람이 함향만은 아닌 모양이었다.“폐하, 소인이 대인께 드린 화본에는 결코 눈을 더럽힐 만한 내용이 없었습니다. 부디 오해하지 마옵소서.”정말 더럽힐 내용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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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9화

적어도 용강한처럼 성정이 차갑고 무정한 외삼촌이라 해도, 소우연과 그 자녀들 앞에서만은 언제나 한없이 온화한 얼굴을 보였다.하지만 그 온화함 속에는 감히 누구도 발붙일 수 없는 차가운 거리감이 숨어 있었다.“이번에 대인께서 상매연을 여셨습니다. 소인에게 연희 아씨를 모시고 배를 타고 호심도로 가서, 황자마마께 초상화를 전해드리라 명하셨는데, 아씨께서는 몹시 긴장하시면서도 끝내 따르셨습니다. 온 마음을 다해 황제 폐하께서 혹시 새 후궁을 들이실까 두려워하시며, 대인께 누를 끼칠까 염려하고 계십니다.”이영은 소리 없이 미소를 지으며 그 말을 들었다.심초운이 심연희를 시켜 초상화를 보내도록 한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공을 들인 일이었다.“그런데, 심연희가 본인의 복숭아꽃 비녀와 오라버니의 비녀에 얽힌 사정을 알고 있느냐?”초구가 잠시 고개를 숙여 생각하다가 이내 저었다. “아마 모르고 있을 것입니다.”만약 알고 있었다면, 어찌 기꺼이 이천에게 초상화를 전하려 했겠는가?“그렇다면…”이영이 손짓하며 초구를 불렀다.초구가 무릎으로 기어 나아와 머리를 조아렸다. “예, 폐하.”이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번 호심도의 모임을 통해 그 아이도 머지 않아 곧 알게 될 것이다. 오라버니는 속세의 인연에 마음을 두지 않으신다는 것을 말이다. 설령 오라버니께서 어느 규수를 잠시 더 눈여겨보셨다 한들, 그 규수가 어찌 감정으로 들어올 수 있겠느냐?”초구가 고개를 저었다.“허나 심가 연희는 들어올 수 있다. 다른 이에게 희망을 맡기기보다는, 스스로 잡아야 할 것이다.”초구는 순간 입을 열다 말고 말문이 막혔다. 좋다. 심초운과 황제, 이 두 사람은 남매의 혼사를 위해 한마음으로 계책을 짜고 계셨다.허나 이런 계책이라면 부끄러울 것도 없었다. 무릇 이천과의 혼인을 도모하는 일 아니겠는가.“명, 받들겠습니다.”“일이 성사된다면, 너 또한 상을 적지 않게 받을 것이다.”초구가 거듭 머리를 조아렸다. “소인은 다만 황제 폐하와 대인의 근심을 덜어드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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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0화

두 사람은 함께 문덕전의 선청으로 향했다.당안은 즉시 사람을 보내어 어전에 전하며, 저녁 수라를 올리라 했다.“형님과 이야기는 잘 되었습니까?” 심초운이 은근히 진척을 걱정하며 물었다.이영은 고개를 저으며 잠시 머뭇거렸다.“얄궂게도 오라버니께서 이번에는 거들어주셨다.” 그런뒤, 다소 불확실한 듯 덧붙였다. “허나 다음번에도 도와주실지는 잘 모르겠구나.”심초운은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궁 안의 내관과 궁녀들이 오가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아닙니다.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을 것입니다.”“그러하길 바라고 있다.” 사실 그녀도 그렇게 믿고 있었다.선청에 이르려던 순간, 이영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한 가지 일은 내가 초구에게 맡겼다. 허니 그 일은 그 아이에게 묻지 말거라.”초구는 본래 심초운이 거느린 사람이니, 종일 바쁘게 보이지 않으면 심초운이 의당 따져 물을 일이었다.심초운은 곰곰이 생각하다가도 굳이 따져 묻지 않았다.당안도, 송이도, 궁 안에 심부름할 사람이 얼마든지 있는데 굳이 초구에게 시켰다면… 그건 다른 까닭이 있겠지.알아도 모른 체하는 게 나았다.마치 예전에도 그랬다.용강한나 부모님, 심지어 초구까지도 그를 위해 계책을 내줄 수는 있었으나, 선황과 태후만큼은 결코 그가 이영을 좇는 일에 손을 보태선 안 되었다.결국 인연이란, 누군가의 손길이 조금 닿는다 하여도 스스로 이어져야 하는 법.그래서 심초운은 도리어 마음이 놓였다.이영이 잠시 그의 눈빛을 살폈다. 아마도 이미 짐작하고 있겠지.‘이 사람, 머리는 참 잘 굴러가는구나.’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그들이 선청에 앉은 지 한순간쯤 되었을까.어선방의 궁인들이 차례차례 음식을 올려놓기 시작했다.마침 이때, 이천이 정시에 들어왔다.“오라버니.” 이영은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맞았다.그러면서도 심초운이 잡은 손은 굳이 뿌리치지 않은 채였다.이천은 이미 그러한 모습을 보아온 터라, 전혀 이상히 여기지 않았다.그들 사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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