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씨?”명주가 말을 마치자, 심연희는 더욱 깊은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아씨, 저는 그저 갑자기 서글퍼서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사실 세상 모든 여인들의 운명이 다를 게 뭐가 있겠습니까?”“어느 집 여인이 자기 오라버니를 생각하지 않겠어요? 여자의 목숨은 가볍고도 가벼운 존재입니다. 아씨 같은 분이 아니라면 누가 제 운명을 스스로 정할 수 있겠습니까?”“아씨, 폐하께서 정말로 남녀평등을 원하신다는 말씀입니까?”그녀는 무엇이 평등이라 불릴 수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이처럼 죽을 때까지 주인 집에 묶여 사는 이들은 사람이 아니라 그저 집 안의 개나 다름없었다. 잘 따르는 개는 밥을 얻어먹지만, 주인 뜻을 거스르는 개는 팔려나갈 수밖에 없는 법이다. 누가 알겠는가, 다음번엔 또 어떤 집에 팔려갈지를.남녀평등이라...심연희의 머릿속에서 옛 사상과 새로운 사상이 격렬하게 부딪혔다. 황제라면 감히 상상이라도 해볼 수 있을까. 그것을 이루려면 도대체 몇 대, 몇 세대를 거쳐야 한단 말인가. 쟁취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혼인의 자유, 그리고 평등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바로 경제적 독립이었다.남자들이야 집안 재산이 곧 제 것이니 독립이 쉬울 터. 하지만 여자는? 비록 글을 배워 여학에 들어가고 벼슬길에 오른다 해도, 앞길에는 너무나 많은 장벽들이 가로막고 있었다.정말로 너무나도 많았다.심연희는 오랫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문득 미소를 지었다. 하물며 평범한 집안은 고사하고, 경성의 귀한 규수라 하여도 제 운명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자가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폐하께서는 그렇게 생각하고 계신단다.”그녀가 심초운을 진주에 보내 도문군 사건을 맡긴 것만 봐도 그 뜻을 알 수 있었다.만약 조정에서 여인과 남자가 각각 반씩 차지하고, 여인이 여인의 권익을 대변해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다면, 그저 공허한 말에 지나지 않을 터였다.“아씨, 어디 가십니까?”명주가 심연희가 갑자기 일어서자 급히 뒤를 따랐다. 심연희가 대답했다.“여학당에 가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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