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1361 - Chapter 1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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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1화

현재 감히 섣불리 나서는 여인이 몇 명 없기에 정연은 어쩔 수 없이 황제를 지지하고 응원하기 위해 부족한 지식으로 발벗고 나선 것이다. 정연은 이 나라의 여인들을 위해 희망과 빛을 조금이나마 쟁취하고 싶었다.“정말입니까? 너무 잘됐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제 어머니도 보내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심교은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심연희와 심교은의 모친은 서생 가문인 우씨 가문 출신으로 학문이 꽤 깊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시대를 잘못 태어난 탓에 아무 명예도 이뤄내지 못한 것이다. 만약 우옥명이 지금 태어났다면 어쩌면 장원 급제를 했을지도 모른다.이때, 심연희가 심교은을 슬쩍 잡아당기며 눈치를 줬다.‘교은아, 너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정연 아주머니께서 태후마마 곁을 그렇게 오래 지키셨는데 산전수전 다 겪은 만큼 당연히 박학하시지!’심교은의 말은 마치 정연의 학식이 부족하다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한편, 정연은 환한 미소를 보였다. ‘우씨 부인의 딸들은 참 예쁘고 참하네. 진우가 태상황을 따라 그리 일찍 피임약을 먹지 않았다면 나도 딸 한 명을 더 낳고 싶은데!’안타깝게도 정연 인생에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되었다.“우씨 부인이 계셨다면 나보다 선생 역할이 더 잘 어울렸을 것이야.”잠시 생각하던 정연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최소한 여학에 여자 선생이 두어 명 정도 더 있을 수 있었겠지.”“나중에 어머니께서 돌아오시면 저희가 말씀 한 번 드려보겠습니다.”활짝 웃으며 말을 하던 심교은은 정연의 팔짱을 슬쩍 끼기도 했다.“어머니께서 경성에 없으신데 앞으로 저와 누이가 아주머니 저택에 놀러가고 싶습니다.”“나야 바라는 바지. 난 너희 둘이 어렸을 때부터 봐왔거든. 내 친딸이나 마찬가지인 아이들이야.”“양어머니!”정연은 놀란 표정으로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양어머니, 이 수양딸의 큰절을 받으십시오.”“아이고!”화들짝 놀란 정연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심교은을 재빨리 일으키고는 기분이 좋은 듯 환한 미소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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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2화

딸랑딸랑…마차 안에 달린 방울이 규칙적인 소리를 내고 있었다. 명주는 할말이 있다는 아달의 부름에 아달과 함께 마차 밖에 앉게 되었다.그리고 마차 안에는 어색한 공기가 흐르고 있는 선남선녀 한 쌍이 앉아있었다.이때, 경장명이 목청을 가다듬으며 먼저 말을 꺼냈다.“낭자께서 여학에 다닌다는 소식을 저도 며칠 전에 접하게 되었습니다.”“네.”“과거 시험을 보려는 겁니까?”“그럴 생각이 있긴 합니다.”심연희도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날, 심교은과 함꼐 여학에 발을 들인 심연희는 그 누이를 알게 되고 나서부터 황제가 큰 압박을 무릅쓰고 이 나라의 여인들을 위해 생존 환경을 쟁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심연희 그녀는 그동안 뭘 했는가? 그녀는 남녀 감정에 빠져 허튼 걱정과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이왕 말이 나온 김에 심연희는 결심한 듯 말을 이어갔다.“저기, 제가 만약 과거 시험을 보게 된다면 저희 혼사는…”“전 낭자를 응원합니다.”경장명은 심연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신의 뜻을 밝혔다.“낭자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전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그게 저희가 혼인을 하기 전이든, 하고 난 후가 되었든 말입니다.”진정성 가득한 경장명의 태도에 심연희는 내심 감동을 받기도 했다. 그가 크게 실망하거나 절대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응원한다고 말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더군다나 경장명의 말투로 보면 이미 심연희를 자신의 부인으로, 자신의 가족으로 여기고 있는 듯했다.심연희는 이런 느낌을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이게 죄책감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았다.사실 심연희는 두 사람의 혼사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싶었으며 심지어 혼사를 취소할까 고민하기도 했다.하지만 이런 경장명을 상대로 그녀는 혼인을 취소하자는 말을 도무지 할 수가 없었다.한편, 경장명은 깊은 심연희의 눈동자를 보며 심장이 미세하게 떨렸다. 만약 그가 조금이라도 늦게 말했다면 심연희는 그에게 혼사를 취소하자는 말을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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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3화

“그런데 왜 실질적인 행동을 취하기는 이리도 힘든 걸까요?”심연희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고 이에 경장명이 대답했다.“예로부터 지금까지 남자가 외조, 여자는 내조를 담당했으니까요. 갑자기 한순간에 이를 깨트리려고 하니 당연히 장애도 많고 심히 어려운 일이지요.”심연희는 경장명이 말을 최대한 순화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몇천 년 동안 남자들이 주가 된 세상에 살았기에 그들은 절대 자신들의 손에 쥔 권력과 권리를 조금이라도 내놓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예를 들면 남자들은 일부다처가 가능하고 밖에서 애인도 만들 수 있지만 여인들은 그게 절대 불가능하다. 여인들은 조금이라도 실수하는 순간, 몸이 더럽혀졌다는 죄로 세상에 내쳐지고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건, 여인들이 낳은 아이가 그들의 친자식인 것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이다.“너무 걱정할 건 없습니다. 폐하께서 큰 결심을 내리셨으니 여인들의 상황은 앞으로 점점 좋아질 것입니다.”경장명이 다정한 목소리로 심연희를 위로했다.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으려고 하다가 결국 그저 그녀 머리에 묻은 나뭇잎을 슬쩍 떼기만 했다.심연희가 그런 경장명의 행동에 의아한 표정을 짓자 경장명은 손에 든 나뭇잎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감사합니다.”“저에게 그리 예를 차릴 것 없습니다.”두 사람은 혼사가 정해졌는데 손 정도는 잡을 수 있지 않을까?하지만 경장명은 섣불리 그런 행동을 할 수 없었다. 심연희가 불쾌하게 생각하기라도 하면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대감님, 아씨, 도착했습니다.”마차가 멈추고 아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뒤, 명주가 마차 문을 열고 천막을 거뒀다.“아씨.”사실 아달은 명주에게 딱히 할 말은 없었다. 그저 경장명과 심연희에게 둘만의 시간을 마련해주고 싶었던 것이다.명주는 심연희의 시녀로서 심연희가 앞으로 행복하고 즐겁게 살길 바랐다. 더군다나 경장명 대감은 성인군자이기도 하고 주위에 따라다니는 사람도 많은 마차이기에 별다른 문제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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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4화

경씨 관저의 마차가 장안 길거리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일품루를 지나칠 때, 경장명이 갑자기 큰소리로 말했다.“아달아, 잠깐 멈추거라.”아달은 이내 길가에 마차를 세웠다. 마차에서 내린 경장명은 고개를 들어 일품루를 힐끔 쳐다보고는 표정이 매우 심각했다.“손님, 안으로 들어오십시오.”가게 심부름꾼이 큰소리로 반기며 경장명에게 가게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아달은 마차를 다른 한 심부름꾼에게 건네고 고개를 돌렸을 때, 경장명은 이미 가게로 들어가 위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이에 숨을 크게 들이마신 아달은 마차를 건네 받은 심부름꾼에게 말했다.“말에게 물 좀 주시오.”“네, 걱정하지 마십시오.”옅은 미소를 지은 아달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품루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바로 이때, 눈앞에 익숙한 그림자 하나가 쓱 스쳐 지나갔다.‘저 사람… 몽춘 아닌가?’고개를 갸우뚱거린 아달은 바로 쫓아갔지만 거리에 지나가는 행인들이 너무 많았기에 결국 눈 깜빡할 사이에 놓치고 말았다.‘내가 잘못 본 건가? 내가 사람을 시켜 몽춘을 경성 밖으로 내보내라고 했는데? 그리고 몽춘이 성문을 나가는 걸 내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아무래도 잘못 본 것 같네!’조금 뒤, 일품루 위층으로 올라간 아달은 심부름꾼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겨우 경장명이 있는 방을 찾을 수가 있었다.“도련님.”아달이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다가 품에 술병을 안고 있는 경장명을 보게 되었다.이미 몇 잔이나 따라 마신 듯했다.“빈속에 술을 마시지 말고 이따가 음식이 나오면 조금이라도 드시고 술을 마시는 게 좋겠어요.”‘이 가게 심부름꾼은 어떻게 된 거야! 음식이 올라오기도 전에 술부터 내오면 어쩌자는 거야!’“말이 많다!”경장명의 반응에 아달은 입을 뻥긋할 뿐, 더 이상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심부름꾼이 음식을 들고 위층으로 올라오자 아달은 재빨리 음식을 경장명 앞에 건넸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한편, 경장명은 어느새 술병을 전부 비웠다.“가서 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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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5화

“전부 부녀자들이 한 짓이란 말이냐?”이천이 미간을 확 찌푸리며 물었다.“네, 전 제가 여인들을 위해 나서면 여인들이 더욱 단결할 줄 알았습니다.”심초운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확실히 더 단결하긴 했지요. 더 단결하여 아무 잘못도 없이 명예가 더럽혀진 한 여인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진주 태수는 멍청하기만 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애초부터 마음혹으로 이영 누이를 황제로 인정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들은 여인이 입학하고 입사하는 것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여인은 반드시 집안에서 아이를 가르치고 남편의 시중이나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심초운의 말에 이천이 미간을 더욱 깊이 찌푸리며 물었다.“그들이 영이를 황제로 인정하지 않는다고?”“네.”물론 그들은 이런저런 핑계를 많이 댔지만 심초운은 단번에 그들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심지어 심초운이 이곳에 처음 왔을 때, 그들은 심초운이 황부로써 앞장서서 여권을 억제해주길 바란다는 듯이 말하기도 했다.이런 생각에 심초운은 조금 후회가 되기도 했다. 그때 당시 그리 급하게 행동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말이다.“전 왠지 진주 태수가 조금 수상한 것 같습니다.”심초운이 이천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형님께서는 이곳에 오신만큼 일단 급하게 움직이지 마시고 상황을 조금 지켜 보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그들이 혹시 수상한 말이나 행동을 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심초운의 말에 이천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게 무슨 말이지?“저도 말로 확실하게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오늘밤에 그자들이 연회를 주최할 것이니 일단 상황을 보고 다시 얘기하시지요…”이천은 이내 생각에 잠겼다. 어쩐지 심초운이 여태까지 경성에 돌아오지 않아서 이상하다 했는데 이제 보니 이 사건 자체가 어려운 게 아니었다.가장 어려운 건, 무지한 부녀자들이 자신들이 어떤 환경, 어떤 처지에 처해 있는지도 모르고 총알받이가 되어 자발적으로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이다.“저하, 대감님!”진유가 이천과 심초운에게 인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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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6화

그물 안에 가두려는 자가 과연 누구일까? 그건 당연히 이천이다.이천이 이곳에 찾아오기만 하면 도문군 사건을 빌미로 삼아 황족의 유일한 황자인 이천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그러고 나면 여황제의 정권을 뒤엎는 일은 더더욱 쉬워질 것이다.‘진주 태수 이자들이 반역을 일으키려고 작정을 했네. 감히 겁도 없이!’“천왕 저하, 오늘밤 진주 태수가 반드시 연회를 열어 저하를 초대할 겁니다. 저하께서는 몸이 편찮다는 핑계로 연회에 참석하지 않으시고 한시라도 빨리 경성으로 돌아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폐하께 도움을 청하십시오!”이에 이천이 차가운 표정으로 코웃음을 쳤다.“진주 태수가 정말 그런 말도 안 되는 역모를 꾸몄다면 내가 이제 와서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오?”“하지만…”이천은 고개를 돌려 심초운을 쳐다보았다.“부하들을 몇 명이나 데리고 왔느냐?”심초운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대답했다.“진유와 조한 그리고 당준과 왕유충 몇몇 부하밖에 없습니다.”“나도 몇 명밖에 데리고 오지 않았다.”이천의 말에 장영소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대꾸했다.“그렇다면 큰일입니다… 제가 이곳에 오기전에 지시는 내렸지만 지금 밖으로 서신조차 보낼 수 없는 상황입니다.”“검오야!”이천이 큰소리로 외치자 검오가 바로 방에 들어왔다.“저하, 부르셨습니까?”“창주에 서신을 보내 지금 당장 이곳에 병사를 보내라고 하거라!”“네, 저하.”이때, 장영소가 다시 옷소매를 주섬주섬하더니 친필 서신과 인장이 찍힌 서신을 꺼냈다.“이 서신을 유 자사에게 전달하게. 그자에게 이곳에 병사를 보내 심풍군과 천왕 저하를 구해야 한다고 꼭 얘기하게!”“네, 알겠습니다.”검오는 이내 서신을 받았다. 그는 밤이 깊어진 뒤, 몰래 진주 성을 벗어날 예정이었다.그렇게 저녁이 되자 태수부에서 예상대로 연회가 열렸고 이천의 도래를 환영한다는 명목이었다.그렇게 가무가 시작되고 이천과 심초운은 상석의 좌우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두 사람 옆에는 진주 태수와 군현 대감들이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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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7화

이천과 심초운 이 두 사람만 진주에 계속 잡아두고 있으면 상인호는 계획을 도모할 시간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너무 섣불리 계획을 실행하면 승산이 작아진다.최소한 형주 태수에게서 회신을 받고 형주 태수의 지지와 응원을 얻어야 상인호는 황족 유일한 황자인 이천을 손쉽게 제압할 수 있다.황족의 남아가 확실하게 사라져야 여황제의 정권을 뒤엎는 일이 더욱 순조롭게 이루어질 것이다.한편, 심초운은 살짝 취한 척 연기하기 시작했고 이천도 몸을 휘청거렸다. 이내 두 사람은 미인들의 부축을 받고 연회장을 떠났다.상인호와 나머지 관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너도나도 심초운과 이천을 배웅했다.조금 뒤, 저택 하인이 다가와 심초운과 이천 두 사람이 미인들을 데리고 방에 돌아갔다고 보고를 하자 상인호 등 관원들은 그제야 다시 가무를 이어갔다.그리고 몇몇 사람들은 대청으로 이동하여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여자가 황제 자리에 앉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일입니다. 그런데 감히 여자들을 입학도 모자라 입사까지 시키려고 하다니! 여자들이 입학에 입사까지 하면 우리 남자들이 뭘 한단 말입니까? 그럼 남자들이 집안에서 아이를 키우고 내조를 해야 한다는 겁니까?”“맞는 말입니다! 아주 어이없고 황당한 일이지요!”“심초운 그자가 나약해 빠져서 문제입니다! 어떻게 내조를 자초하려고 한단 말입니까? 그자가 야심을 품고 뭔가 도모했으면 우리가 이렇게까지 큰 모험을 시도할 필요도 없었을 겁니다!”“우리 조상들이 몇천 년을 거쳐 만든 도리이고 규칙인데 어디 감히 여편네들이 우리 남자들 머리위에서 건방을 떨려고 한단 말입니까? 주제도 모르고!”“맞습니다!”관원들의 말을 조용하게 듣고 있던 진주 태수가 손을 쓱 들며 입을 열었다.“다들 일단 진정하십시오. 피가 들끓는 사내라면 절대 가만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태상황이 심어놓은 뿌리가 너무 깊기 때문에 우리는 확실한 시기를 찾아서 움직여야 합니다!”“그러지 말고 천왕에게 다시 물어보는 건 어떻습니까? 천왕의 마음이 바뀐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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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8화

“이 무슨 위험한 짓이냐…”이천의 말투에 변화는 없었지만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이진을 쳐다보다가 주익선에게 고개를 돌렸을 때에는 질타의 뜻이 보이기도 했다.이에 이진이 억울한 듯 입을 삐죽 내밀었다.“이건 주익선과 상관없는 일입니다. 더군다나 아바마마께서도 남녀는 평등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오라버니는 진정한 남녀 평등이 무엇인지 알기나 합니까?”이천이 눈썹을 살짝 치켜들었다. 진정한 남녀평등?한편, 심초운은 일부러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진을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진이가 마음대로 행동해서 주익선도 따라서 혼나고 있네.”“그래요! 맞아요! 다 제 잘못이고 다 제 문제입니다!”이진이 허허 웃더니 심초운을 보며 말했다.“초운 오라버니 말이 맞아요. 역시 초운 오라버니는 아바마마의 뜻을 완벽하게 이해하셨네요.”이진의 말에 이천은 말문이 턱 막혀서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피식 웃었다.“이렇게 위험한 상황에 섣불리 뛰어든 너도 참 겁이 없구나.”“아바마마가 계신데 제가 무서울 게 뭐가 있겠습니까? 주익선, 넌 무서워?”이진이 주익선을 보며 묻자 주익선은 연신 고개를 저었다.“진이와 함께 한다면 전 아무것도 무섭지 않습니다.”어차피 이진을 위해서라면 주익선은 목숨도 걸 수 있으니 말이다.한편, 이천은 그런 두 사람이 참 재밌는 것 같아서 허허 웃으며 말했다.“이만하면 되었다. 너희 두 사람은 얼른 돌아가보거라.”“오라버니 정말 저희가 필요 없는 겁니까?”“그래, 필요 없어.”“저희가 얼마나 어렵게 이 저택 안에 들어왔는지 아십니까?”기분이 언짢은 듯 입을 삐죽 내밀던 이진은 고개를 돌려 심초운을 보며 말했다.“초운 오라버니, 한 마디 해주십시오.”이에 잠시 고민하던 심초운이 입을 열었다.“진이 네가 이곳에 남아서 우리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너희가 태수부에 남는다고 해도 별다른 도움은 되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필요한 건 외부로 소식을 전달하는 것이니…”“외부로 소식을 전달이라…”이진이 진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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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9화

만약 이 상황에서 여황제가 무능하고, 여인들이 무능하다는 유언비어를 악의적으로 퍼트린다면 조정에서는 이를 무력으로 진압하려고 할 것이다.미간을 살짝 찌푸린 이천은 담담하던 표정이 조금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그자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 상황에서 영이에 관한 유언비어를 퍼트리려고 할 것이다! 그럼 조정에서는 주 두독을 보내 무력으로 진압하겠지. 그렇게 되면 조정 내외에는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야!”이천의 말에 심초운이 대꾸했다.“조정 대신들은 주서양 대감의 관계로 대부분 폐하를 지지하고 있지만 형님께서 말씀하신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말을 하던 심초운은 이천을 힐끔 쳐다보았다.“그때가 되면 대신들은 형님께 황위로 오르라고 요구할 수도 있을 겁니다!”“그럴 일은 없다! 난 영이의 자리에 앉을 생각이 전혀 없어!”“형님께서 황위에 오르시지 않는다면 조정과 역적들 사이에 큰 전쟁이 일어난 것이고 결국 내우외환으로 조정 정권이 크게 흔들리게 되겠지요…”그리고 이 나라의 백성들은 더 이상 안정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한편, 이천은 자신이 들고 온 가방 안에서 용강한이 그에게 남겨준 도가 보물들을 꺼냈다.심초운은 이천이 뭘 하려고 하는지 잘 알기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탁자 위에 놓인 찻잔들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그렇게 이것저것 준비를 마친 이천은 향을 피우고 나서 동전 몇 개까지 꺼낸 뒤 묵념으로 길흉을 점치기 시작했다.맨 처음 동전을 던졌을 때, 동전은 탁자 위에 세워져서 한참동안 빙글빙글 돌다가 엎어졌다. 그 뒤로 이천은 동전을 몇 번이나 더 던졌고 마지막에는 동전에서 불꽃이 피기도 했다.한편, 심초운은 곁에 서서 미간을 깊게 찌푸린 채 이천을 바라보았다.‘내가 이해한 게 맞는 건가?’심초운의 생각을 꿰뚫은 이천이 고개를 끄덕였다.“점괘가 많이 위험하게 나온 것 같네. 그래도 위험 중에 기회가 보이기도 하지. 그리고 한쪽에 사병들이 보이기도 하는구나.”말을 하던 이천은 뭔가 깨달은 듯했다. 국면을 뒤바꿀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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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0화

“지금 진주 성 내에 경비가 삼엄해. 이때 밖에 약을 사러 갔다가 그자들이 약방을 통해 우리를 찾아낼 수도 있어! 그리고 어쩌면 이곳까지 수색해올 가능성도 있고! 그때 가면 우린 숨을 곳도 없을 거야. 그 상황에서 태상황과 태후마마께 들키지 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주익선의 말에 이진은 화가 치밀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너무 갑작스럽게 움직인 탓에 상처에서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고 순식간에 얼굴이 일그러진 이진은 결국 눈물을 글썽였다.이에 당황한 주익선이 다급하게 말했다.“진아, 울지 마. 내가 일단 상처에 지혈제 발라줄게!”객줏집 방 안에는 가위나 이런 도구들이 없었다. 이리저리 살펴보던 주익선은 결국 맨손으로 이진의 옷소매를 찢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다가 힘을 너무 과하게 준 탓에 너무 많이 찢어 이진의 어깨까지 훤히 드러난 것이다.화들짝 놀란 주익선은 사과하기 급급했다.“진아, 미, 미안해!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주익선의 말에 이진이 미간을 확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너 진짜 왜 이렇게 멍청한 거야! 네가 무술을 제대로 가르쳤으면 내가 이렇게 쉽게 칼에 찔리지도 않았잖아!”통증을 참으려고 정신을 다른 곳에 팔아야 했던 이진은 괜히 주익선에게 짜증을 부리고 그의 탓을 했다.그녀는 너무 아파서 기절할 것만 같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검이라는 게 이렇게 무서운 물건이고 생명이 얼마나 귀한 지 절실하게 깨닫는 순간이었다.‘그래서 태수부에 몰래 진입했을 때 이천 오라버니가 날 그렇게 한심하게 쳐다봤구나! 내가 너무 방심한 거였어! 다음 번엔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지!’한편, 주익선은 마음속으로 자책을 하면서 이진을 위해 상처에 붕대를 감아주었다.“밖에 나가 있을게. 일단 옷부터 갈아입고 얘기하자.”“그래.”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주익선은 바로 객실을 나섰고 바깥 복도에 서서 찬바람을 쐬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자책감이 크고 이진에게 너무 미안했다.“주익선.”이때, 방에서 이진의 목소리가 들렸고 주익선은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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