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1381 - Chapter 1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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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1화

“뭐라고?”이진이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주익선이 염이를 향해 말했다. “진이를 데리고 가거라.”“아씨…”염이가 난처한 표정으로 이진을 바라보았다.이진은 주익선의 의도를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냥 물러날 수는 없어서 군중들을 훑어보다가, 결국 파란 옷을 입은 주종의 무리에게 시선을 고정했다.“도문군을 끌어들이지 마라! 방금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이냐!”주익선의 반응만 봐도 분명 억지로 무언가를 당한 게 틀림없었다!주익선은 일부러 가녀린 목소리를 내며 이진에게 몸을 기대고 그의 손을 잡았다.“저 사람이 방금 제 허리를 만졌습니다. 제 몸을 함부로…!”순간 사람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일어났다.파란 옷의 사내가 즉시 반박했다.“말도 안 되는 소리! 난 원한다면 어떤 여자든 가질 수 있어! 왜 네 따위에게 손을 대겠느냐…!”그러자 상태주가 큰 소리로 나섰다.“분명히 이 여자가 먼저 꼬드겼소! 아까는 내 편을 들어주겠다며 고맙다고 하더니, 내가 다가가자마자 저 사내가 날 밀어내지 않았소. 이거야말로 도문군 같은 천한 계집들이나 하는 짓이오!”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주익선에게 쏠렸다.주익선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더 큰 목소리를 냈다.“방금은… 방금은 분명 제 허리를 더듬었어요. 저는 억울한 것을 참지 못해서 말했을 뿐입니다. 한낱 규수가 자신의 정절도 버리고 이런 거짓말을 꾸며내겠습니까?”상태주가 비웃으며 말했다.“봐라, 저 말솜씨를! 도문군을 두둔하는 것부터가 수상하지 않은가. 저 여자의 마음가짐이 이미 틀어져 버렸어, 완전히 틀어져 버렸다고!”“도문군이니 뭐니, 도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죽고 싶어서 그러는 거냐!”이진은 분노에 치밀어 당장이라도 그를 때릴 듯했다.주익선 역시 분개한 기색이 역력했다. 일부러 더 억울해 보이려 했지만, 군중들의 수군거림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저 사람, 혹시 상태수 어른의 막내 아들 아니오?”“아, 맞아 맞아! 바로 상 대인의 일곱째 아들이군. 상 공자 집안이 얼마나 대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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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2화

“허…”이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고작 태수의 자식 주제에 뭐가 이렇게 거만한 걸까!그녀는 주익선의 팔을 잡아끌며 자리를 뜨려 했다. 그런데 상태주가 나섰다.“잠깐!”“뭘 하자는 거죠?”상태주는 이진을 무시한 채 주익선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아까 이들이 이 낭자더러 '주익선'이라 부르는 걸 기억해낸 것이다.“낭자, 이것은 제 옥패입니다. 훗날 무슨 일이 있어 부탁할 일이 생기면 이 옥패를 가지고 태수부로 오십시오. 무엇이든 반드시 들어드리겠습니다.”그는 한껏 아부하는 표정을 지었다.주익선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필요 없습니다!”“필요하지요, 왜 필요하지 않겠어요!”이진이 나서서 주익선을 대신해 그것을 받아들였다. 오히려 이자가 어떤 짓을 할 셈인지 두고 볼 생각이었다.다행히도 오늘의 화장은 어머니가 손수 해주신 덕분에, 그날 주익선과 함께 태수부에 갔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화장과 옷차림, 풍기는 기운까지 달라지면 무희와 이웃집 소녀 정도는 금세 헷갈리게 마련이다.과연, 세상은 밖에 나설 때의 차림새가 곧 신분을 결정하는 셈이었다.상태주는 비록 이진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 주익선이 이진의 말만 따르는 눈치라 억지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그렇다면 모두 오해였군요. 묻건대, 어디에 머무시는 분들이며 어디 출신이십니까?”이진은 대꾸조차 귀찮아하며 주익선을 끌고 갔다. 염이 또한 재빨리 뒤를 따랐다.상태주는 주익선을 바라보았다. 그 향기조차도 자신이 좋아하는 남장한 미인들과 닮아 있다는 착각에 빠졌다.“도련님…”시종 은장이 입을 열자 상태주가 말을 끊었다. 사람들이 대체로 흩어진 것을 확인하고는 은장에게 낮은 목소리로 일렀다.“몰래 뒤를 밟아라.”“예.”은장은 입술을 깨물었다. 속으로는 불만이 일렁였다. 훗날 도련님이 자신을, 그리고 집안사람들을 모두 버려버리는 건 아닐까?하지만 생각은 생각일 뿐, 도련님 위로 형 둘이나 계시고 모두 자기보다 뛰어나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만약 자신이 가문을 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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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3화

“이놈, 간악하기 그지없구나!”몇 사람이 다가오는 틈을 타, 주익선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몸을 날려 김태주의 가슴팍을 거세게 걷어찼다.“아악! 도련님, 괜찮으십니까?”김태주는 입에서 선혈을 토하며 가슴이 크게 진동해 숨조차 제대로 고르지 못했다. 그 자리에서 기절할 듯 쓰러지는 그를 본 은장이 즉시 외쳤다.“저 여자를 잡아라! 산 채로 잡아라!”'산 채로 잡으라니... 사람 목숨을 우습게 아는 자들이로구나.'두 명의 호위가 검을 뽑아들며 말했다.“우리 도련님께서 눈여겨 보셨다는 사실에 감사하거라. 어서 순순히 따라오너라!”“내가 곧 지옥으로 보내주마!”주익선은 곁에 걸려 있던 빨랫대용 대나무를 낚아채더니, 날렵하게 한쪽 끝을 뾰족하게 깎아 좌우에 서 있던 호위의 가슴을 단숨에 꿰뚫었다.“으아악!!!”은장은 혼이 빠져나가듯 뒤로 물러났고, 김태주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아, 아니… 낭자, 목숨만은 살려주시오, 제발!”‘진주 태수도 못된 자인데, 그 자식이야 오죽하겠느냐!’주익선은 대나무에 힘을 주어 흔들어 부러뜨린 뒤, 날카롭게 꺾인 끝을 그대로 김태주의 아랫도리에 꽂아버렸다.“끄아아악!!!”비명이 천지를 뒤흔들었고, 김태주는 얼굴이 핏발 서며 눈에서 피눈물이 터져 나오듯 말도 잇지 못하고 그 자리에 웅크린 채 몸을 떨었다.은장이 황급히 달려와 외쳤다.“우리 도련님이 누구신지 아느냐! 진주 태수 나으리의 아드님이시란 말이다! 이 광포한 자식아!”“흥, 그리 안다면 어서 고하러 가거라!”주익선은 부러진 대나무를 던져버리고 고개를 들었는데, 그 순간 이진과 염이가 보였다.염이는 놀라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고, 이진은 충격에 멍하니 서 있었다. 이런 참상을 처음 본 것이었다.주익선은 몸에 피가 튀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급히 날아가듯 다가왔다.“진아, 보지 말아라.”이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잘... 잘했다!”“죽이지는 않았다. 더러운 마음을 품었으니, 화근을 잘라낸 것일 뿐이다.”염이가 중얼거렸다.“그럼,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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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4화

문이 닫혔다.주익선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너, 설마 겁먹은 건 아니지?”그는 손을 뻗어 이진의 이마를 짚어보았다.“열도 없는데.”이진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고개를 저었다.“아, 아무 일도 없어.”“그럼 아까 하려던 말이 뭐였어? 아니면 물어보려던 거라든가?”주익선은 그녀가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며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다.그러자 이진이 벌떡 일어나더니 곧장 주익선에게 달려들어 그의 어깨를 눌러 앉히고는, 용기를 쥐어짜듯 말했다.“아까 김태주의 보물을 없애버렸다고 했지?”주익선은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하지만 이진의 태도가 심상치 않았다. 그녀는 도대체 무얼 하려는 건지, 왜인지 모르게 그의 심장이 요동치며 터질 듯 뛰기 시작했다.“그럼 너도 김태주와 같은 보물이 있는거야?”주익선은 깜짝 놀라 일어나려 했지만, 무공을 익힌 이진에게 눌려 꼼짝할 수 없었다.“있지? 그렇지?”“나, 나도... 맞아.”그는 더듬거리며 말끝을 제대로 맺지 못했다. 얼굴까지 달아올라 이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그녀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이진은 크게 숨을 들이쉬고는 물었다.“익선아, 아니면... 나한테도 그 보물이라는 걸 보여주면 안 돼?”쿵…주익선은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그녀를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굳어버렸다. 그 말이 정말 그녀의 입에서 나왔다니!“너, 너... 너무 지나치잖아...”“아니, 남녀유별이라는 걸 몰라?”이진은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 분명 맞는 말이긴 했다. 어릴 적부터 귀가 아프도록 들어왔던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궁궐 안에는 태감들뿐, 주익선이나 심초운 같은 몇몇 오라버니들 말고는 제대로 된 남자를 본 적이 없었다.그러니 남자의 '보물'이 여자와 무엇이 다른지, 그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예전엔 궁금하지도 않았는데, 오늘따라 그들의 자부심이 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갔다. 그렇게 대단하다면서, 아이는 결국 여자가 낳는데 말이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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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5화

“어찌 얼굴까지 이렇게 붉어져서야… 대체 무슨 말을 나누셨습니까?”이진은 염이를 무시한 채 침상 쪽으로 뛰어가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머리까지 꽁꽁 뒤집어쓴 채 부끄러움에 몸을 떨었다. 자기 머리를 주먹으로 두드리며 안절부절못했다.주익선과 자신은 지금껏 사이가 좋았다. 그런데 방금... 혹시 누가 조종이라도 한 것처럼, 그렇게나 부끄럽기 짝이 없는 말을 해버렸다니?하지만 남자나 여자나 다 같은 사람이 아닌가. 왜 남자의 것은 보물이라 하고, 여자의 것은 늘 불길하다 하면서도, 정작 그들은 첩을 삼고 아내를 여럿 두려 하는지. 더러운 쪽은 분명 그들인데 말이다!“아씨...”“괜찮다. 이만 나가거라. 어서 나가라니까.”이진은 정말 창피해서 죽을 지경이었다.염이는 속으로 중얼거렸다.'공주마마께서 오늘따라 정말 이상하시네. 아니면 낮에 그 일 때문에 놀라서 이렇게 반응하시는 건가...'한편, 주익선은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멍한 표정으로 문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등 뒤로 닿는 차가운 문살이 땀에 젖은 등줄기를 식혔다.도무지 지금의 심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방금 이진의 말을 하나하나 되짚어보니 분명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이진은 정말로 입을 열어 말했다. 자신과 이진은 죽마고우이고 사이가 좋으니... 그의 '보물'을 보고 싶다고!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이런 말을... 어떻게 입 밖으로 낼 수 있단 말인가.'그러나 놀라운 것은 자신이 그 말을 더럽다고 느끼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솔직하고 귀엽다고 생각했고, 더 두려운 건 혹시라도 그녀가 이런 말을 다른 남자에게 할까 하는 점이었다.그래, 만약 선황이나 태후 마마께서 이 사실을 아신다면? 그녀는 틀림없이 큰 벌을 받을 터였다.주익선의 마음은 뒤엉켜 혼란스러웠다. 깊은 숨을 내쉬고는 다시 이진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염이가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도련님, 아씨께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아무 말도 안 하십니다. 저한테도 전혀 대꾸를 안 하시네요.”주익선의 얼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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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6화

주익선은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고민에 빠져 있었다. 자신이 무슨 수를 써야 선황과 태후 앞에서 감히 이진을 달라 청할 수 있을까?달이 중천에 높이 떠 있는 걸 보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렸다. 그제야 그는 몸을 일으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혹시 표국의 부엌에 먹을 것이 있나 찾아보려던 참이었다.“숙부님…”방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주익선은 검을 품에 안은 채 한껏 진중한 얼굴을 하고 서 있는 진호범을 마주했다.진호범은 곧바로 몸을 돌리더니 말했다. “따라와라.”별 수 없이 주익선은 그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곧장 표국을 벗어나 가장 번화한 거리로 향했다. 그곳엔 아직도 만둣국을 파는 노점상이 있었다.진호범은 주인에게 만둣국 두 그릇을 주문했다. 주익선은 허겁지겁 국물을 들이켰고,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진호범이 값을 치렀다. 두 사람은 이내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나란히 걸어갔다.밤바람이 뺨을 스치자 주익선의 마음은 더욱 복잡해졌다. 진호범이 굳이 이곳에서 자신을 기다린 까닭이 무엇일까. 그리고 자신의 일… 대체 어떻게 해야 이진을 부인으로 맞이할 수 있을까.“숙부님…”결국 주익선이 먼저 입을 열었다.사람 하나 없는 만둣가게 앞에 두 사람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진호범은 긴 걸상 위에 몸을 내려앉으며 옆자리를 가리켰다. “앉아라. 이야기나 하자.”주익선은 조심스럽게 옆에 자리를 잡았다. 왠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진호범은 이미 그의 속마음을 꿰뚫고 있는 듯했고, 어쩌면 자신은 이 사람 말고는 마음을 털어놓을 이가 없을지도 몰랐다.“오늘 너와 공주마마가 함께 식사 자리에 나오지 않았더구나.”진호범이 먼저 운을 떼었다.주익선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한동안 정적만이 흘렀다. 결국 참지 못한 주익선이 입을 열었다. “숙부님, 저… 힘이 듭니다.”그제야 진호범은 그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어찌, 이제 와서 물러서려는 게냐? 공주마마께 어울리지 않다 겁이 나느냐?”그는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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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7화

“아직도 내 말뜻을 제대로 새기지 못했구나.” 진호범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곰곰 생각해 보거라. 선황 폐하 내외께서 어째서 네가 계속 마마 곁에 머물도록 허락하셨을 것 같으냐?”“그게... 어째서입니까?”주익선이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아직도 깨닫지 못하겠다면, 고생길이 네 앞에 펼쳐져 있을 뿐이다.”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 이렇게 너를 기다린 것도 한 가지를 깨우쳐 주기 위해서다. 네가 늘 마마의 비위를 맞추며 기쁘게 해드리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럴수록 두 분께서는 네가 과연 마마를 제대로 지켜낼 힘이 있는지 더욱 의심하게 되실 것이다.”“저는 할 수 있습니다. 제 목숨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공주마마를 지켜내겠습니다!”“목숨이라...”진호범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마마가 이번에 다친 게 누구 잘못이더냐?”“그건... 저의 부주의였습니다.”“그래, 이번엔 네가 방심했지. 다음에도 또 그럴 게다. 그러니 변명은 필요 없다.”“언제나 마마를 즐겁게 하는 것만 생각할 게 아니라, 선황 폐하와 태후마마께 네가 성숙하고 믿을 만한 사내라는 걸 보여야 한다.”“숙부님...”주익선은 벌떡 일어나더니 무릎을 꿇었다. “이제는 숙부님만이 저를 도와주실 수 있습니다.”“내가 어찌 널 도와준단 말이냐?”진호범이 그를 내려다보았다.“저를 데리고 일을 시켜주십시오. 이번 진주 일처럼 말입니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맡겨만 주신다면 반드시 해내겠습니다.”“공을 세우고 싶다는 말이지.”주익선은 말없이 입술을 깨물다가,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보잘것없는 사내를 사위로 받아줄 집안도 없을 텐데, 하물며 선황폐하 태후마마께서 어찌 쉽게 허락하시겠습니까.”그제야 진호범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정신을 차렸구나. 마침 네게 맡길 일이 하나 있다.”“정말입니까?”“내가 농담이라도 하는 줄 아느냐?”진호범은 피식 웃었다. 역시 진우의 자식답게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일어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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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8화

“진아…”주익선이 급히 불러 세우며 창살에 손을 올렸다. 하마터면 창을 내리려는 이진에게 손을 맞을 뻔했다.그는 아픈 척하며 짧게 신음했다. 이진이 놀라 급히 물었다. “괜찮아?”사실은 연기였다. 그녀가 이렇게 걱정해주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따뜻해졌다. “조금 아픈 것 같아.”그는 손에 입김을 불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이진은 무심결에 그의 손을 들여다보았다. 달빛은 밝았지만 정말 상처가 났는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말 괜찮아?”“응… 그냥 조금 아파.”이진은 그의 손을 잠시 붙잡아 보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남자와 이렇게 가까이 있는 것이 옳지 않다는 생각에 얼른 손을 놓았다. “아프면 약이나 발라.”“어…”“비켜, 나 창 닫아야 해.”“잠깐만.”“뭘 하려는 건데…”“내가 아마 이틀 정도 나가 있어야 할 것 같아. 내가 없는 동안 넌 염이랑 밖에 나가지 마. 혹시 상태주 같은 놈들과 마주치면 번거로울 수 있어.”이진이 멍하니 바라보았다. “너 어디 가는데?”“중요한 일이 있어.”그는 더 이상 한심하게 놀고먹는 무용지물이 되고 싶지 않았다.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야 했다.“중요한 일이라면서 나한테도 말 못해?”그럼 이제 서로 왕래도 끊자는 뜻인가? 혹시 절교라도?주익선은 다급해져서 이마에 땀이 맺혔다. “진아, 이건 정말 중대한 일이야. 나도 어쩔 수가 없어…”그토록 중요한 일이라면서 자신에게도 말 못하는 일이라니. 이진은 눈을 가늘게 떴다. 요즘 진주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혹시 아바마마 일을 돕는 거야?”진호범은 선황의 사람이었다. 그가 시킨 일이라면 당연히 선황을 위한 것이겠지.주익선은 목을 가다듬으며 대답할까 말까 망설였다. 그런데 이진이 팔짱을 끼고 화난 듯 바라보는 것을 보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입으로 말한 건 아니니 괜찮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 “이건 절대 밖에 새어나가면 안 돼.”“알았어, 안 말할게.”그러고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 “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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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9화

“맞다, 그 여자들 얼굴이 똑같지 않았더냐?”“어리석은 놈! 설령 다르게 보인다 해도 분명 한패다. 심초운과 이천 두 사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을 잊었더냐!”“그, 그렇다면…”상인호는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요 며칠 자꾸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고 있었다. 대장부가 무슨 일을 앞두고 두려움에 주저할 수 있겠는가. 머리를 내밀든 움츠리든 결국 한 칼에 죽는 건 마찬가지가 아닌가!“그 몇 사람은 굳이 찾을 필요 없다. 당장 관저 안에 있는 저 둘부터 제대로 지켜라!”상인호가 이를 갈며 말했다. 지금이야말로 관건이었다.“너희들 과실은 일단 기억해 두겠다!”“예.”태수부 뒷마당에서 상태주는 침상에 누운 채 아야 소리를 내며 은장을 다그쳤다.“사람은 잡아왔느냐!”방금 막 소식을 알아보고 돌아온 은장이 황급히 대답했다.“도련님,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도대체 다들 뭘 하고 있는 거냐! 아버지는? 아버지 사람들은 안 나섰단 말이냐!”“도련님, 어르신께서 이미 사람을 풀어 진주성을 샅샅이 뒤지셨습니다. 하지만… 아직 못 찾았습니다.”“어찌… 어찌 찾지 못한단 말이냐! 아, 으윽…”상태주는 격분하다가 상처가 당겨져 신음했지만 이를 악물었다.“그 세 여인을 잡아들이지 못한다면 나는 죽어서도 눈을 감을 수 없단 말이다!”“뭣들 하고 있느냐, 어서 사람을 시켜 다시 찾아라!”은장이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도련님, 방금 어르신께서 다시 분부하시기를… 더는 찾지 말라고 하셨습니다.”“뭐라?”상태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아버지께서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단 말이냐?”버려진 걸까? 이제 자신이 쓸모없는 폐물이 되었기 때문에?그런 두려움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진작에, 진작에 허탕치고 놀아나지 말고 일찍 장가들어 자식을 두었더라면 어땠을까…이제 그는 쓸모없는 아들이 되었고, 아버지는 자신을 버리려는 것일까? 그렇다면 앞으로 자신은 어떻게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도련님…?”상태주는 어젯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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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0화

밤이 깊고 만물이 고요한 시각이었다.상인호는 악몽에 시달리다 벌떡 잠에서 깨어났다. 옆에 있던 첩이 놀라며 급히 달래듯 물었다. “서방님, 무슨 일이신지요?”그는 아무 대답 없이 몸을 일으켜 침상에서 내려왔다. 첩도 재빨리 일어나 그의 옷을 가져다 입혀주었다.하지만 상인호는 허리띠도 제대로 매지 않은 채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문을 열고 곧장 서재로 향했다.가는 길에 그가 낮게 외치자, 순식간에 그림자 몇 개가 땅에 내려앉으며 무릎을 꿇었다.“주인님.”상인호가 물었다. “심초운과 그 천왕놈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느냐?”“주인님께 아룁니다. 전혀 없었습니다.”상인호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지만, 가슴속 불안은 가라앉지 않았다. “설마 아무런 경계도 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냐?”부하가 대답했다. “경계하는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습니다만, 겉보기엔 전혀 방비가 없어 보입니다. 게다가 그들 곁을 지키던 호위들마저 하나둘 태수부를 떠나고 있습니다.”“태수부를 떠나고 있다고?”“그렇습니다.”“분명 말했을 텐데. 심풍군만 제외하고는, 천왕 곁의 인물들은 자유롭게 드나들어도 좋다고.”그러나 상인호의 불안감은 여전했다. “그래도 반드시 눈을 떼지 말고 계속 감시하라.”“주인님, 계속 지켜보고 있겠습니다.”상인호는 서재 안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중얼거렸다. “호위들이 모두 사라졌다니... 이상하다. 아무리 그래도 심풍군에 천왕까지... 그들의 신분이 그리 귀한데 호위 한 명 없이 있을 리가…”다른 부하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스스로 위험을 감지하고 호위들을 밖으로 내보내 신호를 보낸 것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그렇다 해도, 최소한 곁에 몇은 남겨두는 게 도리 아닌가?”상인호의 눈매가 가늘게 치켜올라갔다. “아니다, 뭔가 잘못됐어...”그는 곧바로 결단을 내렸다. “즉시 이 말을 전하거라. 저 몇 명의 선비들을 모조리 제거하라고! 또 용 장군에게 전하거라. 형주군은 먼저 출병하고, 우리 상씨 가문 군대는 그 뒤를 따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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