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상인호는 콧방귀를 뀌며 도문군을 눈길조차 주지 않는 듯했지만, 속으로는 깊이 후회하고 있었다. 차라리 그녀의 부모와 남편을 죽일 때, 그녀까지 함께 묻어버렸어야 했다고!“상인호를 끌어내려라!”도문군이 입을 열기도 전에, 이진이 성큼성큼 다가와 호위무사에게 명령했다.호위무사는 곧장 죄수차를 열고 수갑과 족쇄에 묶인 상인호를 발로 차서 끌어내렸다.“으윽!”거칠게 땅에 나동그라진 상인호가 신음 소리를 냈다. “차라리 한칼에 죽여라, 배짱이 있다면!”도문군이 비웃듯 말했다.“한칼에 죽여주면 네게 통쾌함을 주는 거 아니더냐?”“너, 너는 도대체 어쩌려는 거지?”“어쩌려 하냐고?” 도문군이 낮게 웃었다. “당연히 원수는 갚아야지! 안심하거라. 네 목숨까지는 빼앗지 않을 테니.”“이 여자, 정말 독하구나!”“무독불장부라는 말도 모르느냐? 독한 건 너 같은 늙은 도둑놈이지! 태평성대에 감히 반란을 꾀하다니…”“네놈은 천하의 모든 사내가 제 어머니, 아내, 자매들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다고 믿는 것이냐?”도문군이 콧웃음을 쳤다. “언제나 보는 눈은 있고, 언제나 양심 있는 자는 있는 법이다!”아버지도, 어머니도, 남편도… 모두가 여인들의 연금이 얼마나 잔혹한지 지켜보고 있었다!“이놈아, 네놈보다 못할 여인은 없다!”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단검이 번뜩이며 상인호의 손가락 마디 하나를 잘라냈다.“아아아악!!!”피비린내가 퍼지며 그의 비명은 하늘을 찢듯 울려 퍼졌다.붉은 선혈이 튀어 도문군의 얼굴을 덮었지만, 그녀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눈빛은 굳세고, 용맹스러웠다.“이 망할 놈! 이제 대답해 보거라. 여자는 함부로 다뤄도 되는 존재더냐?”“아아… 차라리 날 죽여라, 배짱이 있다면!”“내게는 그런 배짱이 없다. 나는 여자니까.” 그녀가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하지만 너희들은 한때 ‘부인의 마음이 가장 독하다’고 하면서, 또 한때는 ‘여자는 머리카락은 길어도 견식은 짧고, 밀가루로 빚은 것과 같다’고 하지 않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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