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은 주익선보다 키가 조금 낮았고 두 사람이 나란히 서있는 상태에서 이진이 고개를 조금만 숙이면 마침 주익선 가슴팍에 닿을 수 있었다.쿵쾅, 쿵쾅!누군가의 이토록 힘있는 심장소리를 들은 게 처음이었다. 확실히 평소보다 심장이 빨리 뛰고 있는 것 같았다.소년의 튼튼한 팔은 이진의 어깨를 꼭 감싸고 있었다.“진아, 너 나중에 나한테 시집오면 안 돼?”순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이진이 황급히 말했다.“너, 너 지금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내가 나라에 공을 세우겠다고 나선 것도 태상황과 태후 마마께서 내 부모님의 체면을 보시고 너와 내 혼인을 허락해주시길 바래서 그런 거야. 진아, 혹시 내가 나라에 큰 공을 세우지 못했다고 싫은 건 아니지?”“싫긴, 네가 나라에 공을 세우지 못해도, 관직을 맡지 못해도 난 전혀 상관없어.”“정말?”이진의 대답에 주익선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한편, 뒤늦게 정신을 번쩍 차린 이진이 새초롬하게 화를 내며 반박했다.“난 너와 혼인하겠다고 한 적 없거든!”주익선은 바로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자신이 지금 사랑하는 여인을 품에 안고 있다는 생각에 다시 환하게 웃었다.“난 알아.”이진이 정말 그를 싫어한다면 과연 이렇게 가만히 안겨 있을까?“네가 뭘 알아?”이진이 고개를 들어 주익선을 쳐다보며 물었고 이에 주익선이 대답했다.“아무튼 알아.”“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입을 삐죽 내밀던 이진은 화난 표정을 지으며 주익선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주익선은 그런 이진을 더욱 꽉 끌어안았다.순간, 이진은 주익선이 경성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떠올랐고 조금 전까지 주익선과 거리를 유지하겠다고 했던 다짐이 생각났다.“너, 일단 날 놔줘.”지금은 거리를 유지하기는커녕, 주익선과 너무도 가까이 붙어있지 않은가! 이진은 지금 이 상황이 너무 부끄럽고 창피했다.“진아, 우린 포옹까지 한 사이야. 넌 이제 무조건 나와 혼인해야 돼.”주익선이 말했다.“누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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