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이 주익선을 향해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 상태주라는 자 말이야. 운이 좋은 것 같지 않아?”주익선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은장이란 자 입에 달렸지. 상태주의 목숨이든, 은장의 목숨이든, 전부 그 자가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달려 있어.”그때 검구가 앞으로 나서며 두 손을 모아 읍했다. 손에는 줄로 묶인 은장을 끌고 있었다.“전하, 전하의 말씀대로 은장이란 자를 붙잡아 왔습니다.” 그러고는 주익선을 향해 다시 한번 예를 올렸다.“주 장군을 뵙습니다.”주익선도 맞절을 해주었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이진 앞에 무릎 꿇은 은장에게로 향했다.은장은 이제 더는 예전처럼 잘 차려입은 모습이 아니었다. 누더기를 걸친 채 온몸에 피딱지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고, 어디를 크게 다쳤는지, 아니면 채찍질을 당한 건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그는 눈앞의 소녀를 ‘전하’라 부르는 걸 듣자, 옆의 장수를 보며 겁에 질려 마치 도가니에 든 콩처럼 부들부들 떨며 연거푸 외쳤다.“제발, 제발 살려주십시오!”“살려달라고?”이진은 그가 바들바들 떠는 꼴을 보며 차갑게 물었다.“그날 진주에서는 그렇게도 거만하고 오만하더니 말이지.”은장은 겁에 질려 이마를 땅에 박으며 연신 머리를 조아리다가, 결국 너무 세게 박은 나머지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이진은 말문이 막혔다.“충복아, 어서 태의를 불러오거라. 참, 왕부에는 테의가 없지.”이진은 몸을 굽혀 직접 맥을 짚어보았다. 소싯적 용강한에게서 배운 서투른 의술이었으나, 손끝에 전해지는 기운으로는 큰 상처는 없는 듯 보였다. 그저 놀라 기절하고, 굶주려 쓰러진 모양이었다.“네.” 충복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 은장의 옷을 벗기려 했다.은장이 가슴을 붙잡고 필사적으로 막았다.“아니, 안됩니다! 전 상처가 없습니다!”그러나 충복은 막무가내였다. 옷을 벗기자, 하얗게 드러난 살갗 위로 채찍 자국이 선명했다.주익선은 반사적으로 이진 앞을 가로막으며 서 있었다.“전하, 뒤쪽에 채찍 자국이 있습니다. 엉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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