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1541 - Chapter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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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1화

이천의 어깨에 올려놓은 다리가 온전하게 내려진 뒤, 심연희는 온몸에 힘이 쫙 풀렸다. 어쩌면 너무 아파서 힘을 쓸 수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그녀가 이천의 옷소매를 잡고 뒤로 넘어지려던 순간, 이천이 심연희의 가는 허리를 꽉 잡고는 그녀는 번쩍 들어 올렸다.그리고는 골목을 천천히 걸어갔다.한편, 마침 골목으로 돌아온 이해준과 도문군은 심연희를 안고 있는 이천을 보자 너무 놀라서 입을 떡 벌렸다.이해준이 뭔가 말을 하려던 그때, 도문군이 그를 확 잡아당겼다.도문군은 심연희가 천왕 저하를 연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며 황제 폐하와 황부 그리고 월왕 저하에 이어 출정대장군까지 다들 심연희와 천왕 저하가 잘 되길 바라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심연희와 천왕 저하는 하늘이 정해준 인연을 가진 사람들이다.“조금 전에 심연희 낭자가 계속 네 옆에 있어주었다. 저분은 좋은 여인이야.”이해준의 말에 도문군이 대꾸했다.“저도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낭자는 천왕 저하를 연모하고 있습니다.”조금 전, 도문군은 이해준을 피하고 싶었기에 자신이 대신 이해준을 유인하겠다고 한 심연희의 제안에 동의한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예상과 달리 이해준은 전혀 속지 않고 도문군을 따라왔다.이에 도문군은 홀로 남은 심연희의 안위가 걱정되어 골목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그러다가 눈앞에 펼쳐진 이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만약 오늘의 우연한 만남이 이천을 연모하는 심연희에게 도움이 되어 두 사람이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다면 태상황과 태후 마마 그리고 국공부 사람들까지 다들 기뻐할 것이다.“대감님께서 섣불리 나섰다가 일을 그르칠 수도 있습니다.”도문군의 말에 이해준은 입만 뻥긋하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그저 도문군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이 대감님, 소인은 이만 돌아가보겠습니다.”“그럼 상태주 그자는…”“상태주 그자는 이미 죽었습니다.”“그걸 정말 믿는 것이냐?”이해준이 도문군의 옷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며 낮은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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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2화

한편, 이천은 심연희를 안아들고 인파속을 지나 술집 앞에 도착했다.이를 본 검오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가 미리 끌고 온 마차의 문을 활짝 열자 이천이 심연희를 안고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왕야, 저택으로 돌아갈까요?”검오의 물음에 이천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있는 심연희를 쳐다보았다. 그의 저택에는 여의원이 한 명도 없다. 그리고 국공부 관저에 여의원이 있다고 해도 궐 안의 여의원보다는 실력이 못할 것이다.“태의원으로 가거라.”“네.”이천은 조금 전에 그저 심연희의 골반을 대충 만져서 상세를 확인했을 뿐이다. 그가 아무리 자신에게 그는 의원이라고, 의원은 남녀를 논하지 않는다고 세뇌했지만 그래도 여의원에게 자세하게 검사를 받아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마차가 출발했다.이천이 품에 안고 있는 심연희를 내려놓으려고 하자 심연희가 앓는 소리를 내며 눈물을 찔끔 흘렸다. 심지어 식은땀을 흘리기도 했다.“알겠소. 내 안 움직이겠소.”이천은 다시 심연희를 품에 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는 그녀를 위해 진맥을 해주었다. 다행히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검오야, 마차를 조금만 더 천천히 끌거라.”이천이 마차 밖에 앉아있는 검오에게 큰소리로 말했다.“네, 왕야.”한편, 심연희가 두 손으로 이천의 옷소매를 꽉 잡고 있었다. 사실 그녀는 이제 조금 전보다 훨씬 나아졌지만 아랫배와 골반이 여전히 아팠기에 이 자세 이대로 유지하고 싶었다.이천의 품에 안겨 있는 심연희는 심장이 미친듯이 쿵쾅거렸다. 그러다가 고개를 살짝 들자마자 이목구비가 뚜렷한 이천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이천은 심연희가 자신의 아버지 외에 본 두번째로 외모가 너무도 수려한 남자였다.차가운 표정에 미간까지 찌푸리고 있는 이천을 보며 심연희는 자신이 너무 민폐를 끼친 게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했다.“혹 불편한 곳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시오. 내가…”말을 하던 이천은 고개를 숙이자마자 반짝이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심연희를 보게 되었다.이에 이천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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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3화

이야기책 속의 여인들은 불자를 어떻게 유혹하였던가?심연희는 책에서 봤던 내용이 떠올랐다. 여자 주인공이 우연히 다치게 되었고 이로 인해 남자 주인공과 인연이 생기면서 남자 주인공에게 달라붙어 책임지라고 하다가 결국 이런저런 방식으로 남자 주인공을 침상에 눕힌 뒤, 화려한 합방 기술로 불자를 사찰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에 심연희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내가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설마 이야기책 속의 여자 주인공처럼 감히 천왕 저하에게 달라붙기라도 하겠다는 거야?’조금 뒤, 마차가 궐에 들어섰고 이내 마차를 세운 검오가 이천에게 말했다.“왕야, 태의원에 도착했습니다.”이에 이천이 서서히 눈을 떴고 화들짝 놀란 심연희는 재빨리 눈을 꼭 감고는 자는 척했다.하지만 이토록 아픈 상황에서 잠이 온다는 게 말이나 될까?결국 심연희는 다시 눈을 뜨고는 말했다.“저하, 제가 스스로 움직여 보겠습니다.”이천이 고개를 끄덕였다.심연희가 이천의 몸에서 내려가려고 몸을 살짝 움직인 순간, 바로 미간을 확 찌푸렸고 그 모습에 이천은 어쩔 수 없이 심연희를 번쩍 들어 올렸다.“아무래도 내가 안고 가는 게 낫겠소.”“감사합니다, 저하.”심연희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쑥스러우면서도 조심스러웠다.이에 이천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낭자가 그 거렁뱅이 같은 놈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게 될까 봐 걱정했는데 낭자가 그자들을 그렇게 쉽게 상대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소.”‘뭐지? 저하께서 왜 갑자기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지? 혹시 내가 두 남자를 손쉽게 제압할 수 있으면서 지금 일부러 약한 척하고 있다는 건가? 그런데… 저하께서 이런 농담도 할 줄 아시는 분인가?’이런저런 생각에 심연희가 조심스럽게 이천을 힐끔 쳐다보았다. 이천의 턱선은 완벽에 가까운 정도였으며 심연희는 이렇게까지 완벽한 외모를 지닌 남자는 태어나서 처음이었다.한편,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심연희의 시선이 느껴진 이천은 잠시 멈칫했다.그는 분명 쑥스러워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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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4화

“저하, 심연희 아씨께서 어쩌다가 다치셨는지 혹시 여쭤볼 수 있을까요?”한 태의가 이천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며 물었고 이에 이천이 사실대로 얘기했다.이천의 말을 들은 의원들은 바로 알 것 같았다. 근육이 갑자기 당겨져서 경련이 일어난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천왕 저하의 옷소매에 묻은 피는 월경 때문인 건가?하지만 이런 일을 아직 소녀인 심연희에게 함부로 물을 수가 없었다.“소신 잘 알겠습니다. 왕야께서는 잠시만 밖에서 기다려주십시오.”한 태의의 말에 이천은 그제야 남녀가 유별하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남자인 그들이 계속 이 방안에 있으면 한 태의와 진 태의는 편하게 진료를 할 수 없을 것이다.이런 생각에 이천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을 나섰다.이천이 떠나자 나머지 의원들도 그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아씨, 조금만 참으십시오. 제가 봐드리겠습니다.”이에 심연희가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감사합니다. 제가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별말씀을요.”말을 하던 한 태의가 심연희 골반 주위를 천천히 만지며 조심스럽게 안마를 했다.“여기가 아프신 겁니까?”심연희는 너무 아파서 또다시 눈물을 보였다.“근육이 많이 놀란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뼈는 다치지 않으셨습니다.”한 태의가 친절하게 설명했다.이에 심연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녀도 대충 알고 있었지만 너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조금 전부터 아랫배도 아팠습니다. 그리고 전 월경이 항상 규칙적이었습니다. 불과 며칠 전에 끝난 월경이 오늘 이렇게 다시 터질 리가 없는데…”말을 하면서도 심연희는 너무 부끄럽고 창피했다. 심지어 이천의 옷소매까지 더럽혔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한편, 한 태의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침상 곁에 앉아 심연희를 위해 진맥을 했다.“전 뭘 좀 가지고 오겠습니다.”곁에 있던 진 태의가 말했다. 한 태의는 그녀가 뭘 가지러 가려는 건지 잘 알고 있기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심연희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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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5화

“예전이었다면 여인들이 첫날밤에 처녀피를 보이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큰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현재 황위에 계신 황제 폐하께서 현명하신 분이기도 하고 저희 여의원들도 더욱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기 때문에 첫날밤에 처녀피를 보이는 게 여인의 정결을 뜻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될 것입니다.”한 태의의 말에 심연희는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 어차피 그녀는 이제 경장명과 혼약을 취소할 예정이고 앞으로…어머니와 오라버니께서 하셨던 말처럼 그녀가 평생 혼인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국공부에서 그녀를 언제까지나 충분히 보살피고 먹여 살릴 것이다.심연희는 자신이 연모하는 사람과 혼인할 수 없다면 평생 혼자 살고 싶었다.한편, 한 태의는 황제 폐하께 진맥을 자주 해드렸기에 이천과 심연희 사이에 참 인연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당연히 알고 있었다.그뿐만 아니라 심연희와 경장명의 혼약도 취소될 예정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한 태의는 황제 폐하와 황부가 심연희와 이천 두 사람을 엮어주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기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오늘의 일은 제가 이따가 천왕 저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하께서는 현명하신 분이기도 하고 따스한 분이기도 하셔서 절대 아씨를 이상하게 보거나 이 일로 아씨를 멀리하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아씨께서 천왕 저하의 총애를 받을 수 있다면 첫날밤 처녀피를 보이지 못해도 저하께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시겠지요.”고개를 번쩍 든 심연희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한 태의를 쳐다보았다.‘그래도 된다고?’이에 한 태의가 고개를 끄덕였다.“천왕 저하께서는 신선과도 같으신 분입니다. 그리고 아씨는 선녀나 다름없으시지요. 용 대감님께서 두 분은 인연이 있다고 하셨고 천왕 저하께서 이렇게 친히 아씨를 태의원까지 모셔온 것만 봐도 두 분은 분명 인연이 있으신 게 아니겠습니까?”심연희는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마음이 더욱 심란했다.이에 한 태의가 말을 이어갔다.“한번 시도해 보아야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한 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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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6화

태의원 의사당에서.다른 태의들은 각자 볼일을 보러 떠났고 이 원사가 이곳에 남아 한 태의와 진 태의의 소식을 기다렸다.“저하, 일단 가서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이 원사의 말에 이천은 옷소매에 묻은 피자국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한 태의와 연희 낭자가 나오면 나를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게.”“네, 저하.”자리에서 일어난 이천은 빠른 걸음으로 흠천감을 향해 떠났다.그러다가 일각도 채 안 지나서 바로 돌아온 것이다.이천을 보자마자 이 원사가 바로 보고를 올렸다.“조금 전에 진 태의가 잠깐 나왔습니다. 심연희 아씨에게 큰 문제는 없고 현재 몸에 침을 놓고 계시다고 합니다. 일각 정도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이천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조금 전에 사람을 시켜 심초운에게 소식을 전달하기도 했으니 심초운도 이제 곧 이곳으로 올 것이다.그렇게 시간이 조금 더 지난 뒤, 이영과 심초운도 태의원에 찾아왔다.태의들이 황제를 보자마자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렸다.이에 이영이 다급한 표정으로 물었다.“연희 낭자는 지금 어떠하냐?”“폐하, 상세가 그리 심각하지 않습니다. 한 태의와 진 태의가 안에서 아씨를 위해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폐하와 심 대감님께서는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이 원사가 말했다.이때, 심초운이 이천을 보며 물었다.“연희가 어쩌다가 다친 겁니까?”이천은 숨김없이 모든 일을 솔직하게 얘기했다.심초운은 그런 이천에게 몇 마디 비난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어찌 됐든 이천도 심연희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걱정돼서 그랬던 거니까.“오라버니께서는 연희 낭자가 무공을 할 줄 안다는 걸 모르셨습니까?”이영이 예리하게 물었다. 이에 이천이 흠칫했다. 물론 그도 알고 있지만 그 순간에 까맣게 잊어버린 것이다.“낭자가 혼자서 상대하기 버거울까 봐 그랬다.”이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전 연희 낭자를 보러 가야겠습니다.”이영은 태의의 안내를 받아 방 안으로 들어갔다.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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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7화

“무방하오.”이영은 심연희의 대답이 듣고 싶었다.이에 그나마 조금 나아졌던 심연희의 얼굴이 또다시 빨갛게 달아올랐다.이영은 한 태의와 진 태의를 향해 손을 내둘렀고 두 사람은 재빨리 인사를 올렸다.“소신들은 이만 물러나보겠습니다.”두 사람은 물건을 챙겨 바로 방을 떠났다.“초운이 말로는 낭자가 내 오라버니를 마음에 품고 있다고 하던데.”이영이 직설적으로 말했다.심연희는 이영이 이렇게까지 대놓고 얘기할 줄은 몰라서 입술을 살짝 오므리며 고개를 끄덕였다.“황송하옵니다.”초운 오라버니가 그렇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녀가 아니라고 부인하면 오라버니가 거짓말을 한 게 되는 것이니까.“황송은 무슨. 낭자는 어렸을 때 낭자 오라버니 뒤를 따라다니면서 날 공주 누이라고 부르지 않았나?”이영의 말에 심연희가 이영을 힐끔 쳐다보았다.“폐하.”마음이 조금 편해지기도 했다. 조금 전에 황제를 처음 봤을 때에 황제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위압감에 심연희는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지금, 옅은 미소를 짓고 있는 이영은 예전에 심연희 그녀에게 맛있는 떡을 나눠주던 공주 누이처럼 다정하고 온화했다.한편, 이영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용 숙부는 경성을 떠나기 전에 내 오라버니에게 도화 비녀를 주었지. 그리고 낭자가 가지고 있는 도화 비녀도 숙부가 정 태부에게 부탁하여 낭자에게 전해준 것이네. 숙부는 절대 틀릴 리가 없소. 다만 내 오라버니 고집이 너무 강하고 남녀 간의 애정도 잘 모르는 것이지. 연희 낭자, 낭자가 참 좋은 여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소. 그리고 정 태부한테서 내 오라버니가 낭자의 유일한 참 인연이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고. 낭자가 내 오라버니를 놓치면 나중에 다른 사내와 혼인한다고 해도 마냥 행복하지만은 못할 것이오. 그래서 난 낭자에게 조금만 더 용기를 내달라고 하고 싶소.”이영의 말에 심연희가 빨개진 얼굴로 물었다.“폐하, 소인이 어떻게 용기를 내야 하는 겁니까?”이영은 오라버니가 심연희를 안아 들고 태의원에 찾아왔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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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8화

이영이 안도의 한숨을 살짝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낭자와 경장명 그자의 혼약은 해결하기 어려우면 혼자 마음을 앓지 말고 낭자 오라버니에게 얘기해서 도와달라고 하게. 혼자 애쓸 건 없네.”“소인은 경 대감님에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한 달 안에 대감님께서 국공부에 찾아와 혼약을 취소하지 않으면 오라버니께 혼약을 취소해달라고 부탁을 드릴 생각입니다.”“경장명 그자의 체면만 고려하고 낭자의 명성은 아무 상관도 없는 것이오?”이영의 물음에 심연희가 이영을 쳐다보며 말했다.“폐하, 여인의 명성 또한 매우 소중하고 중요하지요. 소인 또한 명성을 더럽히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소인이 먼저 혼약을 취소하려고 한 게 사실이니 그 결과도 소인이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경 대감께서도 나중에 더 좋은 아가씨를 만날 수 있지 않겠습니까?”“낭자 말이 맞소. 머지않는 미래에 남자든 여자든 혼약을 맺어도, 나아가서 혼인을 치르고 나서도 서로 성격이 맞지 않거나 생각이 맞지 않으면 언제든 좋게 헤어질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랄 뿐이지.”“현명하신 폐하께서는 반드시 소원을 이루실 겁니다.”“그래, 이 성세를 우리가 함께 두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길 바라네.”말을 하던 이영은 방 안을 둘러보다가 다시 심연희에게 물었다.“혼자서 침상에서 내려올 수 있겠소?”심연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이영이 말을 보탰다.“그럼 내 오라버니에게 낭자를 안아서 내리라고 하면 되겠네.”“그, 그래도 되는 겁니까?”“안 될 건 뭐가 있소? 오라버니가 친 사고를 오라버니가 스스로 해결해야지!”심연희는 또다시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기분이 너무 좋지만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다. 이러다가 되게 천왕 저하에게 미움을 받지 않을까? 이야기책 속에서 나쁜 마음을 품고 남자 주인공에게 접근하는 악역이 되지는 않을까?이에 이영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기회를 잘 잡으시게. 남자가 여인에게 마음을 표시하는 것처럼 그렇게 대담하고 자연스러워야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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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9화

물론 아직까지 일부일처제를 성급하게 법적으로 규정할 수는 없지만 이는 이영이 추구하는 것이고 상운국이 미래에 이뤄야 할 목표이기도 하다.한편, 이영은 이천의 말에 화가 나서 발만 동동 굴렀다.‘에잇,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때, 곁에 서있던 심초운이 말했다.“하지만 우리 연희는 앞으로… 우리 연희는…”조금 전, 한 태의와 진 태의가 한 말을 심초운과 이천은 똑똑히 듣게 되었다. 여황제 이영이 상운국을 통치하고 있다고 해도 몇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부패한 사상이 어찌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겠는가!“연희 낭자가 왜?”이영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고 심초운이 대답했다.“한 태의와 진 태의가 폐하께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뭘 말이냐?”이에 심초운이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는 말을 이어갔다.“형님과 연희가 몸싸움이 격해서 나중에 연희가 다른 사내와 혼인한다고 해도 첫날밤 처녀피를 보지 못할 거라고 하셨습니다.”화들짝 놀란 이영이 입을 떡 벌렸다.“아니, 어떻게 그런 일이!”물론 이영은 처녀피로 한 여인의 정결을 판단한다는 게 절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 전 안색이 창백했던 심연희를 보면 심신이 많이 다쳤을 것이 분명하다.심초운은 한 태의와 진 태의가 한 말을 한 글자도 빠짐없이 그대로 읊었다.“한마디로 형님께서 우리 연희를 책임지지 않으면 나중에 우리 연희가 혼인 상대에게 비난을 당하고 괴롭힘이라도 당하면 어찌 한단 말입니까?”심초운의 말에 이영은 바로 나서서 감히 누가 심연희를 비난하고 괴롭히냐고, 그런 사람이 있다면 모가지를 잘라버리겠다고 말을 하려고 하다가 이천을 힐끔 쳐다보고는 이내 차분하게 말했다.“오라버니께서 친 사고이기 때문에 이 일은 오라버니와 연희 낭자가 스스로 결정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연희 낭자는 지금 거동이 불편해서 침상에서 혼자 내려올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오라버니께서 연희 낭자를 잘 챙겨서 저택으로 모셔다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말을 마친 이영은 심초운을 끌고 밖으로 나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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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0화

이천은 촉촉하게 젖은 심연희의 눈망울을 보며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저하?”심연희가 흠칫 놀란 표정으로 이천을 쳐다보았다.“누가 낭자를 데리러 온다고 하였소?”이에 심연희가 입을 뻥긋하며 조심스럽게 다시 대답했다.“심정과 염이 말입니다.”심연희는 혹시라도 이천에게 미움을 받을까 봐, 혹은 이천의 입장이 난처해질까 봐 너무 긴장이 되었다.“심정에게 소인을 데리러 오라고 하면 됩니다.”“낭자의 시녀는 낭자를 안을 힘이 없을 것이오. 그리고 심정 그자는… 내 기억이 맞는다면 그자는 낭자 호위무사 아니오?”“네, 맞습니다.”너무도 조심스러운 심연희의 모습에 이천은 마음이 안쓰럽기도 했다.“어차피 내가 낭자를 이곳까지 안고 왔으니 내가 낭자를 다시 안고 가는 게 나을 것 같소. 국공부와 황실은 대대로 교분이 있는 집안이니 내가 낭자를 댁까지 데려다줘도 전혀 문제가 될 건 없소.”말을 하던 이천이 침상 가까이 다가가 허리를 숙이고는 심연희를 안으려고 했다.“그럼 실례 좀 하겠소.”한편, 두 팔을 뻗은 심연희는 긴장하면서도 쑥스러운 듯 이천의 목을 조심스럽게 감쌌다.“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 저하.”“별말씀을.”은은하게 퍼지는 향기와 함께 심연희의 머리가 이천의 가슴팍에 닿았다. 한편, 흠칫하던 심연희는 그제야 이천이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는 것을 눈치채게 되었다.그러다가 조금 전에 자신의 피가 이천의 옷소매에 묻었다는 것만 생각하면 쥐구멍이라도 찾아서 숨어들고 싶었다.이런 상황에서 한 태의와 황제 폐하 그리고 오라버니까지 그녀에게 찾아와 이천에게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라는 건 더더욱 말도 안 되는 일인 것 같았다.이천은 속세에 전혀 물들지 않는 신선과도 같은 존재인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로 심연희 그녀를 받아준다는 게 가능하기나 하단 말인가?한편, 검오는 바로 이천과 심연희가 마차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마차 문을 활짝 열었다.그러고는 이천의 명령이 없어도 곧바로 국공부로 향했다.한편, 마차가 이리저리 흔들릴 때마다 심연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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