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그러지 않겠지요.”심연희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그러니까 말이오.”경장명이 서운한 듯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난 낭자에게 혼약까지 취소당했는데 뭘 감당할 수 없겠소? 어쩌면 나한테라도 마음 편하게 털어놓으면 내가 낭자를 도와줄 수도 있지 않겠소?”“도련님이 절 도와준다고요?”“그래, 내가 도와줄 수도 있지.”경장명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심연희는 그게 전혀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서 그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아무튼, 지금까지 늘 제가 혼자서 천왕 저하를 연모하고 있었을 뿐, 저하와는 전혀 상관없습니다.”“내가 낭자에 대한 마음도 언제나 혼자만의 연모였소.”경장명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낭자가 천왕 저하를 연모하는 건 낭자의 일이고, 내가 낭자를 좋아하는 건 내일이오. 그러면 꽤 공평하지 않소?”경장명의 말에 심연희가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럼 낭자는 천왕 저하에게 마음을 표시하고 난 낭자에게 마음을 표시하는 건 어떻겠소?”“하지만 전 도련님에게…”심연희는 경장명에게 그 어떤 특별한 감정도 생기지 않았다.“낭자가 그러지 않았소? 천왕 저하는 낭자에게 특별한 감정이 없는 것 같다고. 그럼 낭자도 날 그런 존재로 생각해 주오. 낭자가 언제든 고개를 돌리면 늘 낭자 뒤에 묵묵히 서있는 사람, 낭자가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사람, 그것도 안 되겠소?”경장명은 진심 어른 눈빛으로 심연희를 쳐다보며 물었다.한편, 심연희는 그런 경장명을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결국 그녀가 이천에 대한 연모하는 마음도 경장명이 그녀를 좋아하는 것처럼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지 않을까?이 순간, 심연희는 자신을 안쓰럽게 여겨야 하는지 아니면 경장명을 안쓰럽게 여겨야 하는지 헷갈리기도 했다.하지만 심연희는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경장명에게 의미 없는 희망을 준다는 건 경장명에게 너무 불공평한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그리고 이천을 좋아하는 건 심연희의 개인사정이다. 결국 이천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 이천의 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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