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1551 - Chapter 1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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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1화

“저하께 폐를 끼치게 됐습니다.”심연희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이천이 고개를 숙여 심연희를 쳐다보며 대꾸했다.“내가 아니라 낭자가 걱정이오. 이 세상이 아직까지 여인에게는 그리 너그럽지 못하잖소.”이에 심연희가 이천을 힐끔 쳐다보았다.“그럼 어찌하면 좋겠습니까?”“단단하게 잘 버텨야 하오.”이천이 말했다.단단하게 버텨라…심연희가 예상했던 것과 같았다. 이천은 절대 초운 오라버니나 황제의 말을 듣고 그녀와 혼인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네, 저하 말씀이 맞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잠시 머뭇거리던 심연희는 이천이 혹시라도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을 느낄까 봐 다시 말을 보탰다.“전 저하가 생각하시는 것처럼 그리 약하지 않습니다. 전 유언비어들을 그리 신경 쓰지 않습니다.”이에 고개를 끄덕인 이천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국공부에 도착한 뒤, 이천은 심연희를 안아 들고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한편, 저택 안에 있던 사람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너무 놀라서 입을 떡 벌리고 있다가 재빨리 이천에게 인사를 올렸다.“길을 안내하거라.”심연희를 안아 든 이천은 국공부 하인의 안내로 저택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조금 뒤, 아씨를 안고 나타난 이천을 본 명주는 넋을 잃은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저, 저하…”명주는 재빨리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렸다. ‘우리 아씨가 소원을 이루셨네. 그런데 천왕 저하께서 왜 아씨를 안고 돌아오신 거지? 아씨께서 다치셨나?’“저희 아씨가 다치셨습니까?”“아씨 방이 어디냐?”이천이 물었다. 그는 이 마당에 위치한 본채를 보았지만 그래도 예의상 물은 것이다.이에 재빨리 일어선 명주가 한걸음에 달려가 본채 문을 활짝 열었다. 이천은 심연희를 안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심연희의 방은 너무도 포근하고 따스한 분위기였다. 이천은 심연희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고 나머지 하인들은 멀리서 가만히 서있을 뿐, 아무도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그리고 혹시라도 지시가 내려질까 봐 멀리 떠나지도 못했다.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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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2화

이천이 고개를 끄덕였다.도화 비녀를 베개 밑에 내려놓은 심연희가 이천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저하, 조금만 가까이 와주십시오.”이천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심연희가 그를 해칠만한 무서운 존재는 아니었기에 별다른 경계심 없이 심연희에게 다가갔다.침상 옆에 선 이천은 의아한 표정으로 심연희를 쳐다보았고 옅은 미소를 짓던 심연희가 손을 뻗었다.이천은 자신을 향해 내민 얇고 가는 팔을 보며 더욱 의아했다.“저하.”심연희의 시선이 이천의 손에 꽂혀 있었다. 이에 이천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천천히 들었다.‘연희 낭자가 도대체 뭘 하려는 것일까?’이때, 심연희가 앞으로 내민 자신의 다섯 손가락을 한데 모으더니 이천의 손바닥에 가볍게 세 번 톡톡 찍었다. 그러고는 이천의 손바닥을 꼭 오므려주었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 순간, 심연희는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쿵쾅거렸지만 쑥스러움 때문에 눈을 피하지는 않았다.되레 진지하게 말했다.“저하, 이게 바로 제 대답입니다.”한편, 이천은 심각하게 흔들리는 마음을 가까스로 억누르기 바빴다. 그러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타버릴 것 같은 자신의 손바닥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주먹을 꽉 쥔 그는 어색하게 두 손을 등 뒤로 숨겼다.눈치가 빠른 이천은 심연희가 그를 연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한편, 심연희는 그런 이천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녀는 이천이 자신의 마음을 깨달았을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천은 아무런 표시도 없이 여전히 차분하고 태연했다. 이로 보면 이천은 확실히 양가 가문이 사이가 가까웠기에 친히 심연희를 저택까지 안아서 데려다 준 것이다.이천은 그녀에게 추호의 설렘이나 남녀 사이의 감정을 느끼지 않은 게 분명하다.한편, 이천도 심연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심연희는 경장명과 몇 달 전에 혼약을 맺었는데 그럼 이 몇 달 동안 단 한 번도 경장명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는 건가?그렇지 않으면 심연희가 그에게 마음이 생겼을 리가 없다.어찌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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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3화

“누이, 어디 다쳤어요?”한걸음에 침상 곁으로 다가온 심교은은 심연희의 손을 꼭 잡으며 물었다.“응, 말하자면 길어.”심연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럼 짧게 줄여서 얘기해봐요.”줄여서 얘기하라고?잠시 생각하던 심연희는 간단명료한 몇 마디로 오늘 오문 길거리에서 역적을 참수하는 광경을 지켜본 이후에 생긴 일을 얘기했다.“나쁜 놈 두 명 정도는 누이 실력으로 손쉽게 제압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심교은의 물음에 심연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긴 하지. 하지만 천왕 저하께서는 모르셨어. 그래서 날 구하러 단번에 달려와 주셨는데 난 저하를 그놈들과 한패거리라고 오해해서 돌려차기를 날렸거든. 그러다가 발이 저하께 닿기 일보 직전에 상대방이 천왕 저하라는 걸 알게 됐고 재빨리 발을 거두려고 했는데 저하께서 내 발목을 잡고 확 잡아당기셨거든. 그래서 이렇게 됐어.”심교은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누이가 그 돌려차기에 온 힘을 다했을 게 뻔하지요. 그러다가 갑자기 발을 거두려고 하다가 근육을 다친 거고 그 와중에 저하께서 잡아당기기까지 하시니까 더 심하게 다친 거네요.”심연희가 어깨를 들썩이며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이에 심교은이 피식 웃었다.“그런데 천왕 저하 너무 착하신 거 아니에요? 누이를 이렇게 집까지 바래다주시고.”심교은의 말에 심연희가 대꾸했다.“사실 저하께서는 날 데리고 태의원에 먼저 가셨어.”“태의원에 갔다고요?”“응.”“그럼 태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다시 누이를 안고 집까지 온 거라고요?”심연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심지어 오는 내내 품에 안고 있기도 했다.“누이는 이제 소원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심교은이 잔뜩 신난 표정으로 말했지만 심연희는 고개를 저었다.“아니, 천왕 저하는 그리 쉽게 마음이 흔들리실 분이 아니다. 저하 같은 분은 절대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할 것이야.”잔뜩 기죽은 목소리였다.심연희도 조금 전에 오늘 있었던 일들이 전부 운명이고 인연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사실 그게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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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4화

명주는 부엌에서 오늘 저녁에 준비한 음식들을 챙기기 바빴다.이에 부엌에 모여 있던 하인들이 너도나도 명주에게 가까이 다가와 질문을 했다. 아씨는 분명 경장명 대감과 혼약이 맺어진 상황인데 어쩌다가 천왕 저하의 품에 안겨 저택으로 돌아왔는지 말이다.명주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하인들을 쳐다보며 말했다.“아씨와 경장명 대감님은 진작부터 혼약이 취소된다는 얘기가 나오셨어. 다들 이상한 얘기 함부로 하지 말고 입 단속 확실하게 해. 만약 누가 그 입을 잘못 놀렸다가 나한테 발각되면 난 바로 아씨한테 얘기할 거야. 그땐 살려달라고 싹싹 빌어도 소용없을 거야!”“우리도 아씨가 걱정돼서 그러지. 아씨와 천왕 저하께서는 정말 인연이 있으신 거야?”“다들 얼른 흩어져!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은 확실하게 가려서 하고. 우린 하인들로써 모시는 분들의 얘기를 함부로 논해서는 안 된다고!”확실하게 윽박지른 뒤, 명주가 준비한 음식들을 챙겨 부엌을 나섰다.‘참나, 아무나 감히 우리 아씨를 논할 수 있는 줄 알아? 그런데 천왕 저하께서는 아씨를 안고 집으로 돌아온 건 사실이잖아. 남녀가 유별한데 그럼 저하께서는 우리 아씨를 책임져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조금 전에 아씨는 분명 천왕 저하와 아무것도 없다고, 천왕 저하께서 마음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고 하셨는데? 그럼 왜 그런 말씀을 하신 거지?’이런저런 생각에 마당으로 돌아온 명주는 재빨리 음식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아씨, 오늘 저녁에 준비된 음식은 삼계탕입니다.”한편, 눈을 감은 채 휴식을 취하고 있던 심연희는 명주의 목소리에 눈을 서서히 떴다. 그러고는 물었다.“내가 전에 사뒀던 이야기책들은 어디 있는 것이냐?”“또 읽으시려고요?”“그래. 침상에 꼼짝도 못 하고 며칠 더 누워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시간이나 때우려고.”이에 명주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아씨께서 식사를 마치시면 소인이 바로 가져오겠습니다.”“그래.”명주는 작은 상을 가져와 음식들을 상에 올려놓은 뒤, 침상 곁에 앉아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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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5화

“이리로 와보거라. 네 심장소리를 들어보아야겠다.”심연희의 말에 명주는 어리둥절했지만 그래도 바로 시키는 대로 침상 곁에 앉아 두 팔을 활짝 벌리고는 가슴팍을 심연희의 귓가에 가까이 댔다.명주를 꼭 끌어안은 심연희는 최대한 명주의 가슴팍에 귀를 딱 붙이고는 심장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명주의 심장이 뛰는 속도는 오늘 그녀가 마차 안에서 들었던 이천의 심장소리와 달랐다.이천의 심장은 훨씬 빠른 속도로 뛰고 있었다.한편, 명주는 자신의 가슴에 대고 얼굴을 계속 이리저리 비비는 심연희 때문에 어느새 얼굴이 빨개지고 말까지 더듬었다.“아, 아씨, 언제까지 들으실 건가요?”심연희가 명주를 놓아주며 말했다.“난 오늘 천왕 저하의 심장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심장이 뛰는 속도가 매우 빨랐어!”“얼마나 빨랐는데요?”“쿵쾅쿵쾅… 아주 심각하게 빨랐지.”이에 명주가 말했다.“그럼 소인이 아씨의 심장소리를 들어보겠습니다.”심연희가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의 가슴팍에 귀를 가까이 댄 명주는 심연희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말로 표현했다.“두근… 두근… 아씨의 심장소리는 그리 빠르지 않습니다. 아씨가 들었던 천왕 저하의 심장소리처럼 빠르지 않습니다.”명주의 말에 심연희가 피식 웃더니 이야기책을 들어 명주에게 보여주었다.“이것 보거라. 책에 적힌 내용으로 보면 심장이 빨리 뛰는 건 흥분이나 설렘을 뜻하는 거라고 하는구나.”흠칫하던 명주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요. 아니요… 아닙니다.”“뭐가 아니라는 것이냐? 어떤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냐?”심연희가 기죽은 표정으로 물었다.“아이고, 아씨! 당시 아씨를 안고 계셨던 저하께서 흥분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건 설렘의 뜻이 확실합니다. 어쩌면 저하께서는 저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전혀 여색을 가까이하지 않는 분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최소한 저하께서는 아씨를 싫어하지 않으시는 게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씨를 안고 태의원에 갔다가 다시 아씨를 안고 저택까지 오시지는 않았을 겁니다! 황제 폐하께서 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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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6화

심연희는 명주가 그녀의 속마음을 참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심지어 심연희는 언제 어떻게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었는지도 알지 못했다.“명주야.”“네, 아씨.”“몸 상태가 나아지면 바로 경장명 대감을 찾아갈 것이다!”심연희의 눈빛은 단호하고 강경했다. 명주가 심연희에게서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그런 눈빛이었다.이에 명주가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네, 역시 우리 아씨는 멋지십니다!”입술을 살짝 오므린 심연희는 이제 슬슬 졸리기도 했다.“좀 자야겠다.”“네, 소인이 지키고 있을 테니 아무런 걱정 말고 푹 주무십시오.”말을 하던 명주는 심연희를 위해 이불을 꼼꼼하게 잘 덮어준 뒤, 다시 최대한 조용하게 방청소를 하기 시작했다.다음날.한 태의가 국공부에 찾아와 심연희를 위해 침을 놓았다. 그리고 이진도 함께 찾아왔다.이진은 심연희가 꿈쩍도 못하고 침상에 불쌍하게 누워있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그녀는 이내 침상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오라버니도 참, 소리라도 냈어야지. 어떻게 연희 누이를 이 지경으로 만든단 말입니까?”한편, 심연희는 이진까지 병문안을 오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해서 황급히 인사를 올렸다.“저하께 인사를 올립니다. 송구하지만 제가 지금 일어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이에 이진이 손을 내두르며 대꾸했다.“인사는 무슨! 누이가 이렇게까지 다친 걸 보고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걱정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그런 말씀하지 마십시오. 전 분명 누이가 요 근래 마음이 많이 안 좋다는 걸 알면서도 누이를 찾아뵙지도 못했습니다.”“저하께서 저번에 저를 보러 오셨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제가 밖으로 나왔을 때 저하께서는 이미 떠나시고 없으셨지요.”심연희의 말에 이진은 입술을 살짝 오므렸다. 그녀는 이번에도 저번과 같은 마음으로 찾아온 것이다.“일단 한 태의 진료가 끝나면 그때 다시 얘기합시다.”말을 마친 이진은 곧바로 자리를 비켜주었다. 이어 한 태의가 심연희를 위해 진맥을 한 뒤, 사람들을 밖으로 내보내고는 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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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7화

이진의 말에 심연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진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대충 알 것 같았지만 그래도 조용히 듣고 있었다.“전 이번에 월성국으로 출정을 갔다가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 정확히 모릅니다. 그래서 제 오라버니가 많이 걱정되기도 합니다.”말을 하던 이진은 자신이 너무 이기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아바마마와 어마마마께서는 제 오라버니의 혼사를 많이 걱정하고 계십니다. 연희 누이는 제 오라버니의 유일한 참 인연이고요. 만약 누이가 제 오라버니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이 있다면 제 오라버니에게 자주 찾아가서 괴롭혀주세요. 그러다가 두 사람 인연이 더 깊어지고 좋은 결과를 맺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심연희가 예상한 것과 같은 말이었다.“제 누이가 황위에 오른 만큼 여인들도 남자와 똑같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쟁취할 수 있습니다. 연희 누이가 경장명 대감과 정말 혼약을 취소하실 예정이라면 제 오라버니를 첫번째로 고려해주십시오.”심연희는 의아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말을 하고 있는 이진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어떻게 이런 말을 이렇게 당당하게 할 수 있는 거지?’이에 이진은 염치를 무릅쓰고 말을 이어갔다.“아무튼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에 옮기십시오. 제 오라버니께서는 절대 누이를 난처하게 하지 않을 겁니다. 그건 제가 보장할 수 있습니다.”이진의 말은 명주가 했던 말과 너무 비슷했다.“아무튼 전 누이가 매우 좋습니다. 누이가 꼭 제 형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줄 수 있겠습니까?”이진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진정성 있는 표정으로 말했다.“난 아직 잘 모르겠어.”심연희가 그런 이진을 보며 대답했다.“사실 난 천왕 저하께 내 마음을 슬쩍 표시했는데 저하께서는 아직 나에게 경계심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어.”심연희는 조금 전에 명주와 함께 분석했던 이천의 심장소리에 대해서는 감히 언급하지 못했다. 아직 확실치도 않은 일이니까.한편, 심연희의 말에 이진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그럼 누이가 그 경계심을 깨트리면 되지 않겠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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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8화

이진이 헤헤 웃고는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저하, 조심히 돌아가십시오.”“푹 쉬세요. 제 미래의 형수…”미래의 형수라는 말에 심연희는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다. 그러다가 이진이 떠나고 한참 지나고 나서야 빨개진 얼굴이 조금씩 하얗게 돌아왔다.삼일 뒤.이영은 친히 선무문에 나타나 이진과 주익선 그리고 진동과 이고 등 사람들의 출정을 지켜보았다.경성 백성들도 우르르 몰려 들었다.이영은 직접 이진에게 관을 씌우고는 이진의 강인하면서도 진지한 표정을 보며 말했다.“꼭 무사히 돌아와야 한다.”“폐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소신 폐하께서 내리신 사명 절대 저버리지 않겠습니다.”“그래.”고개를 끄덕인 이영은 이내 뒤로 물러나 출발 준비를 마친 병사들을 보며 큰소리로 외쳤다.“출발하여라!”“네, 폐하, 명 받들겠사옵니다!”이진과 주익선 등 사람들은 일제히 이영 앞에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린 뒤 다시 일어섰다.이진이 말 위로 훌쩍 뛰어오르자 구경하고 있던 백성들이 환호를 지르며 너도나도 박수를 보냈다.누가 그들의 왕야가 여인이라고 얕보았단 말인가! 누가 여인들은 기세가 약하다고 비웃었단 말인가!말 위에 올라탄 이진의 위압감 넘치고 멋진 모습은 대부분 남자들보다 훨씬 훌륭하고 대단했다.한편, 백성들의 경의와 믿음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진은 냉철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그 모습은 유난히 강인하고 날카로워 보였다.이날을 위해 이진은 주익선에게서 승마 기술을 꽤 오랫동안 배운 것이다.출정 대부대가 경성을 떠났다.한편, 근처 술집 위층에서.심초운과 이천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저는 황부라서 저 현장에 없어도 되지만 이진의 오라버니인 형님은 왜 배웅을 하러 가지 않으시는 겁니까?”심초운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묻자 이천이 대답했다.“이진 저 계집애는 월성국으로 출정 가는 전날까지 서원에 찾아와 날 귀찮게 하였다.”“그래요?”심초운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천은 그런 심초운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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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9화

정 태부는 이천의 거멓게 물든 눈 밑을 못 본 척하며 물었다.“어떤 점괘를 보고 싶은 것이냐?”“요즘 들어 마음이 차분해지기가 어렵습니다. 혹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건 아닐까요?”“안 좋은 일은 아니고, 축하할 만한 일은 생길 것 같기도 하구나.”“축하할 만한 일이요? 그런 일이 왜 생기는 겁니까? 저에게 축하할 만한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말을 하던 이천이 정 태부를 빤히 쳐다보며 다시 물었다.“혹 남녀사이의 감정에 얽매이게 되는 건 아닙니까?”정 태부는 자신의 하얀 수염을 쓱 만지다가 이천을 가리키며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너도 참!”이천은 자리에 서서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장공스님이 불교를 너무 지나치게 가르쳤네. 얽매인다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이에 이천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예전이었다면 그는 절대 다른 무언가에 딴눈 팔지 않을 자신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매일 밤 꿈속에 여인이 나타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요 며칠 사이에는 그 여인의 얼굴이 점점 뚜렷하게 보이더니 눈앞에 심연희가 서있었다.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정 태부는 전혀 가르침이 통하지 않는 이천을 보며 손을 내둘렀다.“이만 가거라. 너의 모든 고난과 괴로움은 열여덟 살 전에 모두 끝났다. 열여덟 살 이후로 너의 인생은 그 누구보다 순조롭고 원하는 건 뭐든 얻고 이루게 되어 있지.”“좋은 말씀 감사합니다.”“나와 네 용 숙부는 한평생 외롭게 쓸쓸하게 살았다. 넌 절대 우리처럼 살아서는 안 되느니라.”이천은 씁쓸하게 피식 웃었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는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흠천감을 떠났다.정 태부는 평소와 달리 그를 대문 밖까지 배웅했다.“아이야, 모든 일에는 순리를 따라야 한다. 그렇게 마음을 굳게 닫고 모든 일에 경계를 가질 필요가 없단다.”이에 이천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만 가보겠습니다.”“그래, 앞으로 이 늙은이를 자주 보러 오거라.”“네.”흠천감을 떠난 이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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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0화

심연희는 한참동안 지켜보았지만 경장명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되레 이천과 그의 부하 검오가 말을 타고 지나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심연희는 자신이 많은 사람들 속에 서있었기에 대놓고 이천을 쳐다보아도 이천은 자신을 발견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다음 순간, 심연희는 이천과 눈이 딱 마주치게 되었다.화들짝 놀란 심연희는 당황한 표정으로 인사마저 잊은 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한편, 이천은 여전히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겉으로 보기엔 온화하지만 사실 그 누구에데도 곁을 두지 않았다.그렇게 이천이 말을 타고 완전히 사라지자 심연희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나 아까 많이 창피해 보였어?”심연희가 명주에게 물었고 이에 명주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아씨께서는 당황스러우셔서 실수를 한 겁니다.”심연희가 아무런 대꾸도 없자 명주가 말을 이어갔다.“아씨, 천왕 저하께서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 속에서 단번에 아씨를 정확하게 보았습니다. 그게 제일 중요한 점 아닙니까?”“하지만 너도 보지 않았느냐? 저하는 나를 보았어도 못 본 것처럼 그냥 스쳐 지나갔다.”웃음 한번 보이지 않고 말이다. 참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심연희가 명주를 보며 이천이 혹시 자신을 싫어하는 게 아니냐고 물으려던 그때, 경장명이 아달을 데리고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경장명도 심연희를 발견했기에 그녀를 향해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그만 얘기하거라. 경 대감 오신다.”명주는 심연희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연희 낭자.”가까이 다가온 경장명이 허리를 살짝 숙여 인사를 했고 심연희도 똑같이 인사를 했다.“경 도련님, 그날 일은 생각이 조금 정리가 되신 겁니까?”요 며칠 동안 이천이 심연희를 안아들고 태의원에 찾아갔다가 다시 심연희를 안아 들고 출궁했다는 소문은 경성 전체에 파다하게 퍼졌다.경장명은 그 소문을 듣고 며칠 동안 울적해 있다가 자신이 뭘 해도 심연희는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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