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이 고개를 끄덕였다.도화 비녀를 베개 밑에 내려놓은 심연희가 이천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저하, 조금만 가까이 와주십시오.”이천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심연희가 그를 해칠만한 무서운 존재는 아니었기에 별다른 경계심 없이 심연희에게 다가갔다.침상 옆에 선 이천은 의아한 표정으로 심연희를 쳐다보았고 옅은 미소를 짓던 심연희가 손을 뻗었다.이천은 자신을 향해 내민 얇고 가는 팔을 보며 더욱 의아했다.“저하.”심연희의 시선이 이천의 손에 꽂혀 있었다. 이에 이천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천천히 들었다.‘연희 낭자가 도대체 뭘 하려는 것일까?’이때, 심연희가 앞으로 내민 자신의 다섯 손가락을 한데 모으더니 이천의 손바닥에 가볍게 세 번 톡톡 찍었다. 그러고는 이천의 손바닥을 꼭 오므려주었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 순간, 심연희는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쿵쾅거렸지만 쑥스러움 때문에 눈을 피하지는 않았다.되레 진지하게 말했다.“저하, 이게 바로 제 대답입니다.”한편, 이천은 심각하게 흔들리는 마음을 가까스로 억누르기 바빴다. 그러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타버릴 것 같은 자신의 손바닥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주먹을 꽉 쥔 그는 어색하게 두 손을 등 뒤로 숨겼다.눈치가 빠른 이천은 심연희가 그를 연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한편, 심연희는 그런 이천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녀는 이천이 자신의 마음을 깨달았을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천은 아무런 표시도 없이 여전히 차분하고 태연했다. 이로 보면 이천은 확실히 양가 가문이 사이가 가까웠기에 친히 심연희를 저택까지 안아서 데려다 준 것이다.이천은 그녀에게 추호의 설렘이나 남녀 사이의 감정을 느끼지 않은 게 분명하다.한편, 이천도 심연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심연희는 경장명과 몇 달 전에 혼약을 맺었는데 그럼 이 몇 달 동안 단 한 번도 경장명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는 건가?그렇지 않으면 심연희가 그에게 마음이 생겼을 리가 없다.어찌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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