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오가 정결방을 정리하고 있었다.이천은 스스로 물을 길어다 씻고 정리한 뒤, 침상에 올랐을 때는 이미 기진맥진했다.본래라면 이토록 깜깜한 밤, 지친 몸이라 금세 잠들 줄 알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리저리 뒤척일 뿐 잠은 오지 않았다.머릿속에는 자꾸만 물에 빠진 뒤 젖은 눈망울로 자신을 올려다보던 소녀의 모습이 떠올랐다.자신의 옷을 입고 있는 그녀는, 그 넉넉한 옷자락 속에서 더욱 작고 여려 보였고, 그 모습이 괜스레 가슴을 저릿하게 했다.그저 떠올리기만 해도 알 수 없는 물결이 가슴속에 이는 바람에, 온몸은 피곤한데도 잠은 도통 오질 않았다.결국 그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물도 마시고, 탁상도 닦고, 한참을 이리저리 부질없이 움직이다가서야 다시 침상에 누워, 곤히 잠들었다.닭이 울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검오가 들어와 깨웠다.이천은 멍한 눈으로 몸을 일으켰다. 분명 어젯밤에는 이영이 하사한 향을 피우지 않았는데도, 왜 또다시 심연희가 꿈에 나타난단 말인가.혹시 그 향은 한 번 쓰면 오래도록 사람을 얽매는 것인가.“전하, 입궐하실 시각입니다.”검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일어났다.”이천이 대답했다.부끄럽게도, 검오의 극진한 시중 덕에 간신히 늦지 않고 입궐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선무문 밖.심초운은 마침내 경성세와 경장명 부자를 기다려냈다.“황부마마.”“심 대인.”부자는 각기 다른 호칭을 불렀다. 그러나 결국은 다 같은 의미였다. 어찌되었든 이영의 부군이라는 뜻이었다.심초운이 입을 열었다.“잠시 자리를 옮기는게 어떻겠느냐?”“좋습니다.”그렇게 경성세가 안내 하에 세 사람은 강둑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사실 심초운을 보는 순간부터, 경장명의 가슴은 이미 요동치고 있었다.차라리 궁궐 안에서 과로에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휴가 따윈 내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그녀가 혼인하든, 아니면 그 마음을 돌리든, 자신이 기다린다는 뜻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었다.그러나 이제 그는 어떻게 해야 할까.심초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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