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초운은 잔잔히 웃으며 사람을 불러 차를 준비하게 했다.잠시 뒤, 두 남매는 정자에 마주 앉아 달빛을 받으며 찻잔을 나누었다.명주가 모기풀을 태워두고, 모기향을 조심스레 옆에 두었다.밤바람이 향을 흩날리자, 은근한 풀내음이 정자 안을 채웠다.“오라버니, 오늘은 궁에 안 가셨어요?”심연희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폐하 곁에 계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시간은 많지.”심초운이 부드럽게 웃었다.“폐하께서 요즘 워낙 바쁘셔서 말이다. 저녁 수라를 드시고도 한참은 상소문을 보시곤 한단다.”심연희는 고개를 끄덕였다.황제든 백성이든, 각자 감당해야 할 몫이 있다는 걸 그녀도 알고 있었다.“연희야.”심초운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날 자객들에게 습격당했을 때, 혹시 수상한 사람이나 이상한 낌새는 없었느냐?”심연희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조심스레 대답했다.“명주를 쫓아가다가, 뒤에서 누가 덮쳤어요.”“그 뒤로는 기억이 잘 안 나요. 정신이 아득해져서 쓰러졌고, 쓰러질 때 돌에 머리를 부딪쳤죠.”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며 덧붙였다.“하지만 그 사람들, 저나 명주를 다치게 하진 않았어요.”남매의 시선이 마주쳤다.심초운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럼, 정말로 다른 사람을 착각한 걸까?”심연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아뇨. 저희 집 마차에는 ‘심국공부’ 네 글자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잖아요.”“그걸 보고도 착각했다면, 그건 말이 안 돼요.”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고, 낮게 말했다.“제 생각엔… 그 사람들, 처음부터 저를 해칠 생각은 없었던 것 같아요.”하지만 왜 그랬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그들이 무엇을 노린 건지, 그 이유가 도무지 짐작되지 않았다.심초운이 다시 물었다.“혹시 기억나는 게 없느냐? 들은 목소리라든가, 낯익은 사람의 모습 같은 거 말이다.”심연희는 고개를 저었다.“전부 가면을 쓰고 있었어요.”“옷도 죄다 검은색 밤행복이었고요.”“설령 말을 했다 해도… 그 목소리엔 익숙한 느낌이 전혀 없었어요.”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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