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를 뵙습니다.”명주와 심정, 경장명 등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올렸다.심연희는 고개를 들었다.이천의 얼굴은 평소처럼 침착했으나, 그 안에 익숙하지 않은 노기가 스쳤다.그녀는 숨이 막힐 듯 긴장했다.그러나 다시 보니,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이천은 말없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심연희의 심장은 쿵, 쿵, 쿵… 북소리처럼 요란히 울렸다.그녀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다. 그저 한순간 정신이 아득해져, 자신도 모르게 경장명에게 손을 잡히고 말았다. 그의 눈빛 속 깊은 상처를 본 순간, 이유 없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내가 왜 이러는 걸까… 나는 정말 그런 여인인걸까?’“전하…”그녀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목소리는 작고 떨렸으며, 얼굴이 달아올라 도저히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이천은 짧게, 낮은 목소리로 ‘응’ 하고 답했다.그 말 한마디에, 주위의 공기가 단숨에 얼어붙었다.그는 주위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심연희 앞에 멈춰 서서 손을 내밀었다.심연희는 놀란 눈으로 그 손을 바라보았다.‘설마… 모두 보는 앞에서 제 손을 잡으시려는 건가요?’그녀의 심장이 다시 크게 요동쳤다.그건 명백한 표시였다.경장명에게 ‘그녀는 내 사람이다’라 보여주는 행동.잠시 망설이던 심연희는 결국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다.이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단단히 그 손을 쥐고는, 그녀를 이끌어 걸음을 옮겼다.심정과 명주, 검오가 황급히 그 뒤를 따랐다.경장명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손에 쥔 젓가락이 미세하게 휘었다.그는 이를 악물었다.‘…저건 분명 나를 겨냥한 짓이다. 내 눈앞에서 보여주려는 거야.’이천은 심연희의 손을 잡은 채, 운불사의 산길을 천천히 걸어올랐다.잠시 뒤, 검오가 심정과 명주의 앞을 가로막았다.“전하께서 아씨를 지켜주실 것입니다. 여기서 잠시 쉬며 기다리시지요.”심정은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전하와 함께라면, 아무 일 없을 거야.”명주는 억지로 웃으며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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