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주야, 세안 준비 좀 해주렴. 아니지… 목욕물을 데워주렴.”“네? 이른 아침부터요?”“응, 아침에는 목욕하면 안 되는 게냐?”심연희가 고개를 기울이며 묻자, 명주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그게 아니라… 늘 저녁에만 목욕하지 않으셨습니까?”“그건 말이지, 오늘은 목욕하고 서원에 가야 하니까 그렇지.”“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명주는 허둥지둥 겉옷을 걸치고 방을 정리하더니, 부리나케 밖으로 나갔다.심연희는 목욕을 마치고 조심스레 머리를 말렸다.따뜻한 물에 몸을 담갔던 탓인지, 몸이 한결 가벼웠다.간단히 조식을 들고, 국녀학으로 향했다.학사에 도착하자마자 쓸고 닦으며 청소를 마쳤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덧 점심 무렵이 되었다.“아씨, 가서 점심을 받아올까요?”명주가 물었을 때, 심연희가 막 고개를 저으려는 찰나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명주 낭자.”명주가 깜짝 놀라 문을 열었다.“대인?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전하께서 말을 전해달라 청하셨습니다.”“아씨와 함께 격치각에서 점심을 들자 하셨습니다.”“잠깐만 기다리세요. 제가 아씨께 여쭤볼게요.”명주가 안으로 들어오기도 전에, 심연희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다 들었어요. 전하와 함께 식사라면… 저야 좋죠.”그녀의 눈빛에는 설렘이 스쳤다.“그럼 아씨, 저는 공선소에 다녀올게요.”“혹시 둘째 아씨가 찾으시면 그대로 말씀드릴게요.”“그래, 그렇게 하렴.”두 사람은 함께 방을 나섰다.문 앞에서 검오가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아씨를 뵙습니다.”“수고가 많으세요.”심연희는 짧게 인사하고 걸음을 옮겼다.연못가를 지나던 중, 그녀는 무심코 행림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경장명이 아직 돌아오지 않은 듯, 그곳은 여전히 적막했다.그제야 가슴이 조금 놓였다.멀리서 이천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한 걸음, 또 한 걸음 가까워질수록 심연희의 볼이 붉게 물들었다.“전하, 이러다 다른 학생들이 보면 어쩌죠?”이천은 부드럽게 웃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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