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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0 Bab

제1691화

이천처럼 키 큰 사람이 귀비상에 누워 있으니, 발끝이 살짝 튀어나와 있었다.그 모습을 본 심연희는 괜스레 마음이 쓰였다.“차라리… 밖에 있는 온돌로 가서 쉬시겠어요?”이천은 부드럽게 웃었다.“괜찮다. 여기서도 무방하다.”비록 병풍이 사이를 가르고 있었지만, 그는 그 너머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숨소리, 희미한 달빛에 비친 윤곽을 느낄 수 있었다.그 존재 하나만으로도, 이 밤은 견디기 어려울 만큼 달콤했다.심연희는 더 말을 잇지 않았다.그러나 왼쪽으로 누워도, 오른쪽으로 돌아도, 똑바로 누워도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한참이 흐른 뒤, 이천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어디 불편하느냐?”“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이천 역시 쉽게 잠들지 못했다.‘어쩌면 연희도 방금 그 일 때문일까.’‘그 짧은 입맞춤이 서로를 완전히 깨워버린 건 아닐까.’‘아니면 낮에 너무 오래 잠들어 그런 걸까.’그는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숙였다.입가의 웃음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그럼, 어서 눈을 붙이거라.”그는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네.”소녀의 대답은 은방울처럼 맑았다.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는 그녀의 고른 숨소리를 들었다.그제야 천천히 몸을 일으켜, 조용히 그녀의 침상 앞으로 다가갔다.달빛이 비스듬히 비쳐, 그녀의 얼굴이 희미하게 드러났다.입가에는 아주 작은 미소가 머물러 있었다.‘꿈을 꾸는 걸까…’그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그리고 금서에 적혀 있던 몇 구절을 떠올려, 그녀의 머리맡에 손끝으로 부적의 기운을 그렸다.그녀의 꿈이 평온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그녀의 곁에 앉아 있는 동안, 그의 가슴속엔 한 가지 확신이 점점 짙어졌다.‘이 감정이 바로 사랑이란 거구나.’사람을 살게도, 미치게도 만드는 감정. 결코 전설 속 이야기만은 아니었다.이튿날 새벽.심연희가 눈을 떴을 때, 하늘은 아직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희미한 색이었다.그녀는 곧장 병풍 너머를 바라보았다.귀비상 위에 누워 있는 이천의 모습이 어렴풋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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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2화

“명주야, 세안 준비 좀 해주렴. 아니지… 목욕물을 데워주렴.”“네? 이른 아침부터요?”“응, 아침에는 목욕하면 안 되는 게냐?”심연희가 고개를 기울이며 묻자, 명주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그게 아니라… 늘 저녁에만 목욕하지 않으셨습니까?”“그건 말이지, 오늘은 목욕하고 서원에 가야 하니까 그렇지.”“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명주는 허둥지둥 겉옷을 걸치고 방을 정리하더니, 부리나케 밖으로 나갔다.심연희는 목욕을 마치고 조심스레 머리를 말렸다.따뜻한 물에 몸을 담갔던 탓인지, 몸이 한결 가벼웠다.간단히 조식을 들고, 국녀학으로 향했다.학사에 도착하자마자 쓸고 닦으며 청소를 마쳤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덧 점심 무렵이 되었다.“아씨, 가서 점심을 받아올까요?”명주가 물었을 때, 심연희가 막 고개를 저으려는 찰나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명주 낭자.”명주가 깜짝 놀라 문을 열었다.“대인?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전하께서 말을 전해달라 청하셨습니다.”“아씨와 함께 격치각에서 점심을 들자 하셨습니다.”“잠깐만 기다리세요. 제가 아씨께 여쭤볼게요.”명주가 안으로 들어오기도 전에, 심연희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다 들었어요. 전하와 함께 식사라면… 저야 좋죠.”그녀의 눈빛에는 설렘이 스쳤다.“그럼 아씨, 저는 공선소에 다녀올게요.”“혹시 둘째 아씨가 찾으시면 그대로 말씀드릴게요.”“그래, 그렇게 하렴.”두 사람은 함께 방을 나섰다.문 앞에서 검오가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아씨를 뵙습니다.”“수고가 많으세요.”심연희는 짧게 인사하고 걸음을 옮겼다.연못가를 지나던 중, 그녀는 무심코 행림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경장명이 아직 돌아오지 않은 듯, 그곳은 여전히 적막했다.그제야 가슴이 조금 놓였다.멀리서 이천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한 걸음, 또 한 걸음 가까워질수록 심연희의 볼이 붉게 물들었다.“전하, 이러다 다른 학생들이 보면 어쩌죠?”이천은 부드럽게 웃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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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3화

“응?”이천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심연희가 조심스레 입술을 달싹였다.“그럼… 전에 저희가 약속했던 일은요?”검오도 없고, 지금은 오직 두 사람뿐이었다.그녀는 그저, 조금이라도 더 그와 함께 있고 싶었다.그 불길하고 어지러운 꿈 따위는, 이제 다시 꾸고 싶지 않았다.이천은 천천히 숟가락을 내려놓았다.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심연희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서원에서는… 아마 어렵겠지.”“그럼…”“왕부로 돌아가는 건 어떻겠느냐.”“매일… 왕부로 돌아가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그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천왕부에서 여학당까지는 반 시진이 훌쩍 넘는 거리였다.왕복이라면 한 시각.그렇게 되면 밤 강습은 도무지 들을 수도 없게 된다.“나는 비록 과거에 급제한 적은 없으나…”그가 잔잔히 말을 이었다.“손에 문권이 쌓여 있지. 그걸 네게 건네주마.”“집에서 익혀도 무방할 것이다”그 말에 심연희의 가슴이 콩닥거렸다.‘전하와 함께 글을 익히는 밤이라니… 그건 또 어떤 기분일까.’그녀는 문득 그런 상상을 해버렸다.하지만 글을 익히려면 등불을 밝혀야 했다.등불을 밝히면 명심에게 들킬 게 뻔했다.몸종이니 숨길 수도 있겠지만, 왠지 그 말이 쉽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그렇게 망설이는 사이, 이천이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제야 놀란 듯 얼굴이 달아올랐다.“아… 그럼, 감사합니다. 전하.”그는 미소를 짓고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고맙단 말은 하지 않아도 된다.”식사를 마치고 난 뒤, 심연희는 무심코 방 안을 둘러보다가 탁자 위가 허전한 걸 알아챘다.언제나 있던 향낭과 베개가 사라져 있었다.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이천은 이미 식기를 정리하고 있었다.그제야 깨달았다.그는 언제나 직접 손을 움직이는 사람이었다.지금도 검오도, 명심도 없이 홀로 묵묵히 일을 하고 있었다.“제가… 제가 하겠습니다.”심연희가 다가가 손을 내밀자,그의 큰손이 부드럽게 그녀의 손등을 눌렀다.“이런 건 내가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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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4화

이천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꼭 누가 해야 한다는 정해진 법이라도 있느냐?”심연희가 고개를 기울이며 대답했다.“군자는 부엌에 가까이하지 않는다는 말, 오래전부터 전해지는 이야기 아닙니까?”“전하께서는… 그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허, 궤변이지.”그의 입가에 엷은 웃음이 번지자, 심연희도 따라 웃었다.“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그의 태연한 얼굴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이 스쳤다.‘나도 조금은 이런 일들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매일 명주에게 돌봄을 받는 자신이 괜스레 무력하게 느껴졌다.“듣자 하니, 백성들은 대부분 여인이 이런 일을 맡는다던데요.”“그렇지.”이천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운유하던 시절이 떠올랐다.노비가 없는 집이라면, 가난한 집도, 조금 형편이 나은 집도 대부분 여인이 이런 일을 도맡곤 했다.심연희가 살짝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요즘은 여인도 장사를 하고, 일도 하지만… 이런 일만큼은 여전히 여인의 몫이네요.”“세상은 변할 것이다.”“변하긴 하겠죠.”“하지만… 어떤 세상이 될까요?”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이 세상에, 전하 같은 분이 또 있을까?’그는 이제 일국의 태자, 만인 위에 서 있는 사람이었다.그런데도 이런 사소한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해내고 있었다.이천은 이미 정리를 마치고, 심연희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었다.그리고는 함께 온돌 위에 나란히 앉았다.“남자가 하는 일은 여자도 할 수 있고, 여자가 하는 일은 남자도 할 수 있다.”심연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웃었다.“그건 폐하께서도 바라시는 세상이지요.”“허나… 어쩌면, 앞으로 시집갈 모든 여인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세상일 지도 모르겠구나.”심연희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찻잔을 들어 조심스레 한 모금 마신 뒤, 작은 탁상 위에 내려놓았다.“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적어도 자신이라면, 그런 세상을 꿈꿀 것이다.잠시 뜸을 들이다가 그녀가 말을 돌렸다.“아, 그러고 보니… 이제 심국공부로 돌아가게 될 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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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5화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잠시 후엔 명륜당에 들어가야 해서요.”심연희는 조용히 인사하며 몸을 돌렸다.학업을 게을리할 수는 없었다.그러다 문득, 그녀가 다시 고개를 돌리며 미소를 머금었다.“전하, 혹시 시간이 더 지나면 제가 후회할까 봐, 서두르시는 건가요?”이천은 대답 대신 부드럽게 웃었다.장난스러운 눈빛으로 묻는 그녀가 귀여워, 괜스레 대꾸할 마음이 사라졌다.심연희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럼 다음 달은 어떠세요? 입추 같은 날이라면 길일이라 들었는데요.”“그건 안 된다.”“왜요?”“너의 과거 시험을 방해할 수는 없지.”“저는 아직 생원도 아닌걸요. 정말 제가 붙을 거라 믿으세요?”“믿는다.”이천은 단호히 말했다.“세가의 족학에서 자라난 아이가 어찌 허투루 글을 배웠겠느냐.”심연희는 잠시 숨을 고르며 그를 바라보았다.“만약 저희가 혼인한다면… 그래도 전 계속 공부를 해야 할 텐데요.”“그럼 부인으로서의 역할은 좀… 소홀해지지 않을까요?”“괜찮다.”이천의 음성엔 단단한 확신이 담겨 있었다.“그때가 되면 믿을 만한 사람을 두어 집안을 맡기면 된다.”그의 말투는 명령처럼 들리면서도 이상하게 따뜻했다.그녀를 금실 속에 가둬두려는 마음이 아니라, 스스로 날개를 펴길 바라는 사람의 목소리였다.이천은 그녀가 진정으로 묻고 싶은 말을 알고 있었다.‘혼인 후에도 내가 공부를 계속해도 괜찮을까.’그녀가 원한다면, 그는 그 길을 막지 않으리라 다짐하였다.“요컨대, 네가 하고 싶은 건 무엇이든 하거라.”“그 밖의 일은 내가 감당하마.”“예.”심연희는 미소를 지었다.가슴속 공기가 한결 가벼워졌다. 세상 전체가 달콤하게 느껴졌다.잠시 후, 그녀가 조심스레 물었다.“전하, 정말 제가 무엇을 해도 괜찮으신가요?”“혹시 너무 철없는 생각이 아닐까요?”이천이 고개를 돌렸다.“나에게만 그러느냐?”“네.”“그렇다면 괜찮다. 그건 철없는 게 아니니.”그 말에 심연희의 입가가 부드럽게 휘었다.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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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6화

행림각 앞.경장명은 오래도록 기다렸다.심연희가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시간이 한참 걸렸다.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 곁에는 이천이 함께였다.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가며 웃는 모습을 보는 순간, 경장명의 가슴 어딘가가 묘하게 저려왔다.‘분명 그토록 많은 의식을 치렀는데… 왜 연희의 마음은 여전히 전하에게 머무는 거지?’혹시 아직 수행이 부족한 걸까.스스로 닦은 도가 너무 얕아서, 그녀의 마음에 닿지 못하는 걸까.텅 빈 속이 먹먹했다.그녀와 단둘이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한 시각쯤이 흘렀을 때, 멀리서 이천이 혼자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처음엔 그가 원치각으로 향하는 줄 알았다.그런데 예상과 달리 행림각 쪽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것이 아닌가.경장명은 놀란 마음을 감추며 예를 갖췄다.“전하… 소인 경장명, 문안드립니다.”이천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손짓했다.“앉거라. 함께 앉아 이야기하자.”“감사합니다, 전하.”경장명은 조심스레 돌의자에 앉았다.이천의 시선이 천천히 그를 훑었다.창백한 얼굴, 피로에 젖은 눈빛.그 역시 잠 못 든 밤을 보낸 모양이었다.“그날 말이다.”이천의 낮은 목소리가 조용히 흘러나왔다.“연희가 납치되어 혼절한 뒤, 깨어나자마자 이상한 꿈에 시달리기 시작했다.”“혹… 네 짓이냐?”경장명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전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잘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이해하지 못한다고?’이천은 눈매를 좁혔다.‘그래, 감히 인정할 리가 없지.’“연희는 네가 괜찮은 사람이라 했다. 허나, 긴히 네게 할 말이 있다.”“전하, 말씀하십시오.”“십여 년 전, 경씨 가문의 안향 사건 말이다. 기억하느냐?”경장명의 얼굴빛이 단숨에 굳었다.“기억합니다.”“제 누이는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습니다.”“그 후 어떤 자가 누이의 이름을 도용해, 가문을 욕되게 했지요.”“그렇다. 네 말대로, 차라리 ‘사칭’이었으니 다행이지.”이천의 시선이 날카롭게 가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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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7화

“예, 그렇습니다. 연희 낭자 때문입니다.”경장명의 목소리가 단단하게 울렸다.“연희는 제 아내가 되었어야 했습니다. 아니, 연희는 제 아내가 될 사람입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게냐!”경성세의 얼굴이 붉게 상기됐다.“폐하께서 이미 천왕 이천과 심국공부의 혼사를 내리셨다!”“그 아이는 앞으로 천왕비가 될 몸이란 말이다!”“저는 헛소리 하는 게 아닙니다.”경장명의 눈빛은 미동도 없이, 오히려 더 깊게 가라앉았다.죽음을 각오한 사람의 눈빛이었다.경성세가 두 걸음 물러서며 숨을 몰아쉬었다.“너, 미쳤구나?”그의 눈동자엔 놀람과 분노, 그리고 두려움이 뒤섞였다.경씨 가문은 한때 한 여인으로 인해 치욕을 겪은 적이 있었다.경안향 사건. 그 기억이 뇌리를 스치자, 등골이 서늘해졌다.“안 된다.”그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경씨 가문에서 또 미친 자를 낼 순 없다. 경안향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장명이 너마저 날 미치게 만드는구나!”“좋습니다.”경장명은 고개를 숙이며 낮게 답했다.“그렇다면 부자 인연을 끊겠습니다.”“오늘 이 자리에서 아버지와의 관계를 끊겠습니다.”“경씨 가문 어르신들을 불러 증인을 세우십시오. 이 일을 공식으로 남길 것입니다.”“너, 정말 미쳤구나!”경성세는 분노에 찬 얼굴로 외쳤다.“경장명! 감히 그런 말을 입에 담다니!”그러나 경장명은 차분히 일어섰다.그의 표정은 이상하리만큼 평온했다.“이제부턴 저희 둘 사이에는 아무런 인연도 없습니다.”잠시 정적이 흘렀다.그는 이어서 덤덤히 말을 이었다.“전생에도 마찬가지였겠지요. 어머니의 강요와 아버지의 방관이 없었다면, 제가 어찌 그 모멸스러운 일을 저질렀겠습니까.”입가에 서늘한 웃음이 스쳤다.“아, 맞다. 몽춘이 말입니다.”그가 고개를 들어 아버지를 곧게 바라봤다.“그 여자가 제 아이를 가졌습니다.”“뭐라고…?”경성세가 크게 눈을 치켜떴다.“그 아이는 경씨 가문의 피를 이었습니다.”“아버지께서 원하신다면, 그 아이를 받아들이십시오. 하지만 받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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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8화

“여인 하나 때문에, 어찌 이리 어리석은 선택을 할 수 있단 말이냐!”경성세의 분노 섞인 외침이 방안을 뒤흔들었다.둘째와 셋째 아들도 잇따라 고개를 끄덕였다.“저희도 아버지 생각과 같습니다. 넷째가 제정신이 아닌가 봅니다.”경성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들이 심연희와 혼인을 정했을 때, 그토록 기뻐했었다.수년간 품어온 마음이 드디어 결실을 맺는다 여겼다.그런데 이제 와서 파혼이라니.“심씨 가문이 잘못한 것이냐, 아니면 우리 쪽이 잘못한 것이냐.”그의 목소리가 낮게 갈라졌다.“그리고 폐하께서는 또 왜 그런 귀찮은 법을 만들었단 말이냐.”“혼인 후 부부가 화합하지 않으면 여인이 먼저 이혼을 청할 수 있다니, 그런 법이 세상 어디에 있단 말이냐.”그는 관자놀이를 눌렀다. 머리가 지끈거렸다.이미 혼인이 정해졌는데 파혼이라니. 그 소문이 밖으로 새면 경씨 가문은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이건 믿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경성세가 탁자를 탕 치며 말했다.“내일이면 경씨 가문 가족들이 이곳에 모두 모일 것이다.”“그 자리에서 난 장명이를 족보에서 지울 생각이다.”“다시는 경씨 가문 족보에 남지 못하게...”“뭐라고요?”경부인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정말 아이를 내치시겠다는 겁니까?”“그놈이 좋아하는 게 누구인 줄 아시오?”경성세가 이를 갈았다.“천왕 이천의 정혼자요!”“그놈의 눈을 보았소? 완전히 미쳐 있었소.”“심연희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었단 말이오!”“그래도 아이를 버릴 순 없습니다!”경부인이 울먹이며 외쳤다.“사람은 거두되, 족보에선 지워야 하오.”그의 목소리는 굳게 울렸다.“한 집안의 운명을 여인 하나에 걸 순 없소.”방 안의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경부인은 떨리는 손으로 손수건을 꽉 쥐었다.잠시 후, 그녀가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여봐라, 사람을 불러라. 장명이를 직접 만나봐야겠다.”“부인, 그리 하지 마시오.”경성세가 손을 들며 막았다.“지금은 그 아이와 거리를 두는 게 좋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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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9화

“어머니…”경장명이 조용히 불렀다.“뒷마당에 있는 몽춘이 말입니다. 그 아이가 제 아이를 가졌습니다.”“원하신다면 데려가 돌보시고, 그렇지 않으시다면… 금주로 보내겠습니다.”경부인은 입술을 달싹였으나, 말이 나오지 않았다.“그래, 잘도 그런 말을 하는구나.”그녀는 분노에 찬 눈으로 아달을 향해 손짓했다.“몽춘이를 데려오너라.”“예, 부인.”잠시 뒤, 아달이 돌아와 고개를 숙였다.“대인, 마님께서 몽춘이를 데려가셨습니다.”“그래.”경장명은 짧게 대답했다.이제 더는 누구도 죽지 않아도 되었다.그가 몽춘을 죽이지 않았으니, 심연희가 마음 아플 일도 없었다.몽춘과 그 아이는 어머니의 손에서 자라면 될 터. 그에게 남은 건 단 하나였다. 그녀의 마음을 되찾는 것, 심연희가 다시 자신을 봐주는 것… 그뿐이었다.‘그 아이와 그 여자를, 연희 앞에 다시는 나타나게 해선 안 된다.’그는 속으로 다짐했다.그 존재만으로도 심연희는 상처받을 테니까.“물러가라.”경장명이 손을 내저었다.아달이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대인, 잠시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경장명이 눈길을 들었다.“무슨 일이냐.”아달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대인께서 아씨를 위해 하신 일들을… 정작 아씨께선 아무것도 모르십니다.“대인께서 하늘도 감동시킬 정성이라도, 그 마음은 아씨께 닿지 않습니다.”경장명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그렇겠지.”그는 손짓으로 아달을 불렀다.“이리 오너라.”아달이 고개를 숙이고 다가가자, 경장명이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일렀다.그 말이 이어질수록 아달의 눈이 점점 커졌다.“정말입니까, 대인? 그게… 사실입니까?”“진실이든 아니든 상관없다.”경장명은 차분히 말했다.“내 말대로 하면 된다. 알겠느냐.”“예, 대인.”아달은 두 손을 모았다.도무지 믿기 힘든 말이었다.전생에 그 두 사람이 부부였다니… 이런 이야기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아달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다 저의 죄입니다. 그때 제가 제멋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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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0화

“요즘 자꾸 경 대인 꿈을 꿔서 잠을 못 자겠어.”심연희가 낮게 말했다.“정신도 피로하고, 마음도 영 편치 않아.”“그런데 이상하게도, 천왕전하께서 내게 주술을 걸어주실 때만은 그 꿈을 꾸지 않더라.”명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정말 다행이네요. 역시 천왕 전하세요.”심연희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하지만 그 주술을 하려면, 늘 내 방에 오셔야 하거든.”“아… 예. 그럼 제가 나가서 천왕전하를 모셔올까요?”명주가 조심스레 물었다.심연희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명주야, 나 이번 생은… 천왕전하 외엔 아무도 안 될 것 같아. 동지가 지나면 바로 혼례를 올릴 거야.”명주는 두 손을 모으며 환하게 웃었다.“정말요, 아씨? 세상에, 그럼 이제 모든 게 잘 풀리는 거네요!”“응. 그러니까 그날 밤엔 혹시 이상한 소리가 들려도, 절대로 함부로 들어오면 안 돼.”“네… 네? 밤에 무슨 소리요? 설마… 천왕전하께서 아씨 방에 오신다는…”명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심연희가 고개를 끄덕였다.명주는 입을 벌렸다가 이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그, 그럼 혹시… 위험하지 않을까요?만약 누가 보면…”“명주야, 그런 말은 함부로 하지 말거라!”심연희가 단호하게 잘랐다.“전하께선 그런 분이 아니셔. 결코 부끄러운 일 하실 분이 아니야.”명주는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다.“네, 맞아요. 전하께선 그저 아씨를 위해 주술을 걸어주시는 것뿐이죠. 절대 다른 뜻은 없으시죠.”“그렇지.”심연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잠시 정적이 흘렀다.명주는 이내 장난스레 웃으며 속삭였다.“아씨, 예전에 월왕전하께서 그러셨잖아요. 기회가 오면 꼭 붙잡으라고요.”“전하께서 직접 방에 오신다니, 이번엔 꼭 전하의 마음을 사로잡으셔야죠!”“명주야, 그만하래도.”심연희는 얼굴이 활활 달아오르며 부끄럽게 웃었다.“그런 말 자꾸 하면 정말 혼난다.”“알겠어요, 알겠어요.”명주는 손을 흔들며 웃었다.‘이젠 도련님도, 아씨도 걱정할 필요 없겠어. 아씨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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